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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봐.



내가 돌았나? 어떻게 허니 비한테 흔들릴 수가 있어? 허니 비의 만행을 고새 잊고 그깟 미소 한번에 홀라당 넘어갈 뻔 하다니. 티모시는 스스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어. 아니.... 아냐. 사실 마음 한구석으론 이해가 돼. 허니에게 첫눈에 반했던 티모시니까. 그 감각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그 순간 설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조차 없었어. 어쩌겠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었지만 취향만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제 자신을 탓해야지.


허니가 의미없이 한 행동 때문에 티모시는 퇴근한 지 3시간이 넘었는데도 허니 생각을 하고있어. ‘뭐 첫사랑을 만나서 추억에 좀 흔들릴 수도 있지! 안 그래?’ 하며 주특기인 합리화를 하고 티모시는 티비를 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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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지 진짜



뇌에 테니스채라도 달렸나. 다 튕겨 나가네.
전파가 티모시에게 송신이 안 되고 있어.







......

안되겠다. 티모시는 티비를 꺼버리고 침대에 앉아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 벌써 몇 번이나 무기를 들이댔는데 허니 비는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티모시가 부메랑을 맞은 꼴이 됐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하고 말이야. 티모시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지.

혹시 내가 내 작전에 말리고 있는 거 아닐까? 작전을 너무 가쁘게 수행하느라 정신머리가 빠져서 그럴 수도 있잖아. 그래, 그렇지. 너무 달리기만 했나봐. 이럴 때일수록 더 천천히 가야 해. 지금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겠어. 이 상태로는 작전을 치밀하게 해낼 수가 없다고.

그 날 티모시는 그렇게 휴전명령을 선포했어.
리프레쉬를 위한 잠깐의 작전중지.





-





그런데 이게 무슨.



“....허니 씨 어서 오셨스세요. 큼, 어서 오세요.”



말까지 꼬이네.
작전중지를 외쳤는데도 티모시는 허니가 오기 전 평소보다 더 긴장된 상태였어. 지난번 사건의 여파로 티모시는 방어체제를 갖추고 있었거든. 허니에게 절대 흔들리면 안돼. 편안하게 해, 편안하게. 티모시는 각오를 단단히 했지. 마음을 굳게 먹었을 무렵 여느 때처럼 허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

허니는 항상 긴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어. 티모시는 옛날에 허니의 묶은 머리를 참 좋아했었는데.... 티모시의 취향은 정말 하나도 바뀌지 않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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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허니가 예뻤어. 엄청.










어택을 연달아 두 번이나 당할 줄은 몰랐어. 잠깐 아득하더라고. 약간 다급해진 티모시는 스스로에게 계속 말을 걸었어. 정신차려, 정신 좀. 침 한 번 삼키고 쉼호흡을 두어번. 티모시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허니와의 상담을 시작했어.

그간의 상담과는 다르게 티모시는 허니에게 멀쩡한 행동만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어떤 때보다도 긴장하고 있었어.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허니가 의식되는지. 오늘따라 허니에게선 왜 하필 이렇게 좋은 향이 나는지. 티모시는 몇 번의 자책을 더해가며 정신줄을 붙잡았어. 아, 이런 생각도 했어. 허니가 예뻤던 것도 허니한테 설렜던 것도 인정해. 근데 반한 건 절대 아니야.





-





“저녁 같이 드실래요?”
“네?”
“원래 의뢰인과 변호인의 신뢰 관계, 친밀함 뭐 그런 것도 중요하거든요. 저희가 너무 일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티모시에겐 조금 괴로웠던 상담이 끝나고 허니가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티모시가 채 머리를 굴리기도 전에 입에서 저런 말이 그냥 제멋대로 나가버린 거야. 이런 계획은 세운 적도 없는데 대체 왜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티모시도 모를 일이었어. 허니는 그날 티모시의 마지막 손님이라 상담을 마치니 마침 저녁이긴 했어. 티모시는 생각했어. 아무래도... 밥을 먹긴 해야 하니까. 그치?



“죄송해요, 선약이 있어서요.”

아악 쪽팔려. 그러게 그런 말은 갑자기 왜 해가지고.




“전남편과 이야기 할 게 좀 있어서.”

“.......둘이서요?”

“네.”




아니얘기할게있으면전화로하면되지
전남편이랑단둘이만난다니

양측변호인이라도껴서만나야되는거아냐?
소송은제대로시작도안했는데무슨얘기를하려고

설마재결합따위를고려하고있는건아니겠지
누가먼저만나자고그런걸까설마허니?

아니 아직 복수가 남았으니까....





“......아아, 그러시구나... 신경쓰지 마세요! 괜찮아요. 이게요, 특히나 이혼소송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친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거든요. 사랑하던 사람과의 분쟁이다보니 의뢰인들께서 다른 사건들보다도 감정적으로 힘들어하시니까 그래서 그냥,”

“사랑한 적 없어요.”

“........그,”

“사랑해서 결혼한 거 아니거든요.”



빠르게 변명을 쏟아내던 티모시의 말을 끊고 허니가 말했어. 허니는 씁쓸함을 감추고 싶었는지 일부러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았어. 집안 간의 약속된 결혼이기라도 했나. 허니의 표정을 본 티모시는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어. 아니, 사실 그보다는,







‘사랑한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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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향한 것도 아닌데 이 말이 괜히 좀.

허니는 정말로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나. 단 한 번도, 수업이 끝나면 달려와 안기던 그 순간에도, 영화관에서 손가락에 깍지를 끼던 그 순간에도, 입 맞출 때마다 팔로 내 어깨를 감싸오던 그 순간에도... 정말로?

‘허니는 나를 사랑한 적 없어.’ 라고 결론내린 것이 벌써 10년 전인데 티모시는 왜인지 새삼스레 다시 묻고 있었어. 허니에게 묻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는 건지. 설마 아직까지도 사실은 그게 아니었길, 모든 게 내 착각이었길 바라기라도 하고 있나. 이제 와서 어쩌자고 쓸데없이 나는,














“내일은 어떠세요?”

열여덟의 추억에 빠져들고 있었던 티모시를 깨운 건 허니의 말이었어.



“예?”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에 친밀도도 중요하다면서요.”

내가 저런 말을 했지 참.



“오늘은 제가 시간이 안 되는데 혹시 내일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좋아요.”
“식당은 제가 찾아볼게요. 특별히 좋아하시는 메뉴 있으시, ”
“다, 다 좋아요.”
“그럼 연락 드릴게요.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내일 봬요.”

허니는 티모시에게 씨익 미소를 짓고 나갔어.







......이제 잘 웃네.


티모시는 오늘 하루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어. 예상치 못한 상황들과 여기저기 뻗대는 생각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들이 내내 티모시를 마구잡이로 괴롭혔으니 그럴만하지. 허니가 나가자 오래달리기라도 한 것마냥 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아 소파로 걸어가 몸을 털썩 뉘였어. 그런데도 지금 티모시는 웃고 있어. 왜냐면





음....






-






“원래 변호사가 꿈이었어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어릴 땐 래퍼가 꿈이었어요.”
“진짜요?”
“아니요.”


작게 웃음을 터뜨린 허니가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마저 썰었어. 그냥 밥 한 끼 하는 줄 알았는데 허니가 꽤나 고급인 레스토랑을 찾아온 거 있지. 장소며 옷이며 대화주제까지 누가 보면 소개팅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작전은 중지상태지만 무기 1번 외모는 힘들이지 않고 유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티모시는 잘 차려입고 왔거든. 허니도 평소보다 신경 쓴 옷차림이었어.


티모시는 허니에게 두 번이나 공격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지난번보다 덜 긴장되는 것 같아. 긴장된다기보다는 약간 붕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허니는 잘 웃지 않더니 티모시 앞에서 처음으로 웃던 날 이후로는 종종 웃었어. 몇 번의 만남을 거쳐 편안해진 걸까. 대화가 오가며 더더욱 자연스러워진 분위기에 티모시도 점차 녹아들었지. 농담따먹기를 하며 웃을 정도로. 대화의 흐름도 끊기지 않고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였어.





-





“어머니가 회사를 운영하시고부터 사교 모임에 자주 갔었거든요. 가기 싫었는데 어머니가 하도 성화를 부리셔서 할 수 없었어요.”

“허니 씨를 왜요?”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면 어머니 회사에서 한 역할 하길 바라신 거죠. 아시다시피 네트워크가 중요하잖아요. 제 인맥 다져놓으려고 하신 거예요.”

“허니 씨는 모임 싫어해요?”

“사람 많은 곳은 불편하더라고요.”


티모시는 티모시가 모르는 허니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허니는 옛날에 파티에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나보다. 우리가 오랜만에 만나긴 했나봐.


“좋은 건 하나밖에 없었어요. 어머니가 모임 전엔 꼭 예쁜 옷을 사주셨거든요. 그럼 모임 며칠 전부터 그 옷을 입고 거울 앞에서 한참 서 있기도 했어요.”

“원래 옷을 좋아해요?”

“그렇다기보다는 제 눈엔 그냥, 그런 옷을 입은 제가 되게 예뻤어요.”

“지금보다 더요?”


티모시의 말을 들은 허니는 멈칫했어. 잠시 생각에 빠진듯하더니 곧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 그리고는 이내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지. 티모시의 얼굴엔 물음표가 졌어. 왜... 웃지? 잠깐동안 웃고서 호흡을 고른 허니는 지난번보다 더 장난어린 눈을 빛내며 웃음기 남은 얼굴로 티모시에게 물었어.

“지금 저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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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미친.














미친. 마신 물에 누가 약이라도 탔나. 아니면 얘가 마법이라도 부리나. 편안해진 분위기에 방심했나봐. 작전은 중지했는데 자꾸만 계획에도 없던 말들이 뇌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와서 미칠 노릇이야. 그래, 허니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이런 말을 내뱉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단 말이야. 그런데, 허니가 내 눈을 보며 묻는데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잖아. 허니는 장난치려고 물어본 것 같은데 무슨 고백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진지하게 대답을 해버렸어. 얼굴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야.



티모시는 허니가 더 크게 웃어댈 줄 알았어.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하는 게 얼마나 우스웠을까. 잠깐 시선을 돌려 스스로를 질책하던 티모시는 다시 허니의 얼굴을 보았어. 그런데 허니는 웃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티모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




....
뭐지. 무슨 표정이지.
지금 허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읽히지가 않아. 제발 허니가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 하는데, 아까처럼 농담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데, 차라리 크게 웃기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허니는 티모시를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


티모시도 허니도 그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어. 이 어색한 적막을 뚫어내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할 지 티모시는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아.


뭐 별수 있나.
그냥 이 어수선한 레스토랑 소음을 배경 삼아 가만히 계속 허니의 눈을 바라보는 수밖엔.








아마 티모시는 모르겠지만 허니에게 진심으로 설렌 그 순간부터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었어. 티모시는 진심을 참아내는 법을 잘 모르거든. 티모시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다면 허니 비는 잘 짜여진 유혹보다는 순수함에 훨씬 약하다는 사실이었지.










티모시너붕붕

https://hygall.com/592605634
2024.04.28 20:5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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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뭐야 허니도 티모시한테 다시 폴인럽 하는거야?? 티모시가 무계획 무자각으로 꼬셔버린거냐고 헉헉 너무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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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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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빨랑 정리하고 가보자고!!!!
[Code: 22fb]
2024.04.28 2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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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래퍼가 꿈이 아닌 티모시는 상상도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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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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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허니도 티모시한테 넘어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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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23:47
ㅇㅇ
아악 너무 마시써 센세.. 넷플은 빨리 센세한테서 판권을 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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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01:23
ㅇㅇ
오... 쌍방이여... 너무좋아
[Code: 841c]
2024.04.29 01: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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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좋음
[Code: c093]
2024.04.29 03: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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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짜 분위기 미쳣어 어색한 텐션 너무 맛있어요 센세
[Code: c4b0]
2024.04.29 04: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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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옛날에도 둘다 쌍방이었고 지금도 둘다 쌍방에 소나무야 센세 어나더
[Code: 6093]
2024.04.29 05: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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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요 멘트 미쳤다ㅠㅠㅠㅠㅠ 그래 티미야 자연스러운 게 최고여!!!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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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 17: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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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쒸 내 심장이 다 두근거림 티미야 니 심장소리 안들리게 해라!!!!!!!!!!
센세는 언어의 천재다
[Code: fa81]
2024.04.29 19: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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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랏 ㅠㅠ개좋다
[Code: 00e3]
2024.04.30 05: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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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설레 센세 진짜 천재!!
[Code: f139]
2024.04.30 10: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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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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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17: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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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이건 영상으로 제작되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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