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꿀
- 꿀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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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01:08
솔은 언젠가부터 제게 진득하게 따라붙는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어. 영링들의 수업을 진행할때도, 길에서 동료 마스터와 얘길 하고 있을때도, 쉬면서 차를 마실때도. 사도때도 없었지. 처음엔 대체 누가 저를 지켜보는건가 싶어서 주위를 살폈지만 제가 고갤 돌리는 순간 기척이 사라졌음. 흠. 계속 신경쓰이긴 했으나 그 시선에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고, 솔이 아주 기민한 제다이기때문에 느낀거지 다른 이였으면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미미해서 곧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지. 아마 제게 원하는게 있는 사람이 말을 꺼내는데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하고 생각했음. 그리고 그 시선의 근원을 찾은건 오래지 않아서였음.
- 내게 필요한게 있니, 요드?
솔이 제가 있는 방향으로 말을 걸거라고, 거기다 제 이름까지 부를거라 생각 못한 요드가 펄쩍 뛸 정도로 놀라 눈만 들어올려 솔을 바라봄. 솔은 큰 덩치를 구깃하게 접어 인파에 섞여있던 몸을 눈에 띄게 움찍하고는 삐걱거리면서 눈알만 굴리는 요드를 빤히 보았어.
솔의 표정이 꼭 작은 아이를 보는것처럼 느껴져서 요드의 얼굴이 차곡차곡 발갛게 물들었어. 그 표정이 뭘 말하고픈지 알것같아 솔이 입꼬리에 작게 미소를 걸었음.
- 제키가 알려줬단다. 요즘 네가 내 꽁무니를 쫓아다닌다고. 아, 이건 제키의 표현이야.
그 쬐끄마난 파다완! 입싸게 얘길 하다니. 그건 둘째치고 일단 왜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솔을 쫓고있었는지 어서 변명을 해야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 아무래도 시장 한복판에서 날 보고있었으니 내가 사려는걸 도와주려고 했다고 생각하마. 약초방에 가는 중이었는데 동행하겠니?
- 아아, 예! 그럼요! 물론입니다! 저 약초방 좋아합니다!
비록 말은 허둥지둥 나갔지만 태연스럽게 구겨져있던 몸을 꽂꽂하게 세우고 옷자락을 탁탁 턴 요드가 솔의 곁에 호다닥 달려와 섰어. 솔은 별다른 말 없이 먼저 약초방쪽으로 몸을 옮겼고 요드는 몰래 숨을 돌리고는 그의 뒷모습을 바짝 쫓았어.
이렇게 얼레벌레 넘어간 날 이후로 요드의 스토킹은 좀 더 진득해졌어. 이후로도 몇번 더 들켰는데 모두 요드의 의도는 아녔을 듯. 늦은 저녁을 챙기는 솔의 뒷편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다 지나가던 제키가 요드 하고 부르는 바람에 들킨 날은 삐걱거리면서 솔의 곁으로 와 저도 이제 먹어야하는데 밥 친구가 되어주시겠어요? 하고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기도 했음. 그럴때마다 솔은 별 말 없이 웃으면서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더 고맙지 하고 대답하곤 했음.
그러던 나날이 얼마나 지났을까, 솔이 단기 임무에서 밤 늦게 돌아온 날이었음. 라이트 세이버를 꺼내야만했던 일이었던지라 좀 피곤하고 여전히 예민하게 감각이 살아있어 조금 날서있는 때였지. 고요하기만 한 쿼터로 돌아가는 길에 느껴지는 기운에 품에 손을 넣어 라이트 세이버를 잡고 몸을 돌리는데 제 쿼터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고 있는 요드였을 것. 재빠르게 내려놓고 떠나려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요드가 숨을 헙 하고 들이키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
- 아, 요드구나.
요드가 솔을 향해 허리를 접어 인사를 했어. 그제서야 솔이 굳은 표정을 풀고 웃어보였어. 라이트 세이버를 놓은 손이 아래로 축 쳐졌음. 피곤해보이는 얼굴에 요드가 조심스럽게 물었어.
- 괜찮으십니까?
- 응? 응. 그럼. 늦은시간에 여긴 무슨일이니.
- 아... 저... 이 차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좋다해서 마스터께 드리고싶어서 가지고왔습니다.
- 이런, 지금 정말 필요한건데.
허릴 숙여 바닥에 내려두었던 바구니를 든 요드가 그 안에 담긴 찻잎이 곱게 쌓인 포를 솔에게 내밀었어. 솔은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고 요드는 고갤 세번이나 저었지.
- 당신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음? 방금 말은 좀 묘한데. 솔이 생각하면서 웃자 요드도 그를 따라서 입을 조금 벌린채 웃었어. 어두운 조명이 전부인 복도였지만 요드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지. 다른때 같았으면 들어와서 한잔 같이 할까 하고 제안했을테지만 오늘은 정말 피곤했고, 늦은 시간이었으니 요드도 제 쿼터로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했어.
- 그럼 좋은 저녁을 보내렴.
- 네, 마스터. 푹 쉬세요.
솔은 대답만 하고 그 자세 그대로 서있는 요드를 의아하게 보았어. 입술을 들썩이는게 무언가 말을 하고픈것처럼 보여서 잠깐 기다려주었는데 다시한번 좋은 밤 보내십시오 하고 허둥지둥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저쪽 복도로 사라졌지. 솔은 피식 하고 웃고는 제 쿼터로 몸을 들였고, 뒷편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던 요드가 문이 닫히는 소릴 듣자 후 하고 크게 숨을 뱉았어. 피곤한 얼굴을 하고 계시는데 뻔뻔하게 초대해달라고 할뻔했네. 허나 드리고픈걸 직접 전달하고 인사도 했으니 그걸로도 만족스러웠을 것.
- 요드.
요드는 제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한번 가다듬고 그쪽을 향해 몸을 돌렸어. 하얀 로브를 걸치고 제게 다가오는 솔에게 고갤 숙여 인사를 했음.
- 지난번에 준 차, 정말 잘 마셨단다. 정말 필요한 날이었는데 덕분에 잘 쉬었어.
어깨에 가볍게 얹어진 솔의 맨손을 잠깐 본 요드가 곧 가다듬어진 목소리로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하고 대답했어.
- 감사의 뜻으로 보답을 하고싶은데 무얼 주면 좋을까?
- 예? 마스터께서 제게요?
물론이지. 말만 하렴. 솔의 말에 요드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어갔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바로 지워버렸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불경하다며 경멸의 표정을 받을게 뻔했거든. 무난하게 물건을 말하기? 그러기엔 이 기회가 아까웠지. 마스터가 입고계시는 로브를 받는게 아니라면.
복잡해보이는 얼굴로 고민하는 요드를 잠깐 기다려준 솔이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말해주겠니? 하고 말하려는데 요드가 아주 조금 더 빨랐어.
- 마스터와 함께 눕고싶습니다.
...응? 그 의도가 무엇인지 예상되지 않는 묘한 말에 솔이 고갤 갸우뚱했어. 그제서야 이 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린다는걸 알아차린 요드가 몸을 움찍 하면서 말을 덧붙였지.
- 아아, 아! 눕는다는게 이상한게 아니고 같이 누워서, 아니 편하게 누워서 얘기하고싶단 뜻이었습니다. 편안한 자세로 편안하게요. 편한게 중요한겁니다.
- 오...
요드는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러워 보였을지 후회하면서 시선을 떨어트렸어. 차마 솔의 얼굴을 볼수가 없었음. 하아 마스터의 눈에 제가 얼마나 바보같아 보였을까.
- 정말 편안하게 있고싶나보구나.
솔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요드의 어깰 도닥여줬어.
- 이런건 보답이 아니어도 해줄 수 있는 일이란다. 누구와도 해본적은 없지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요드가 긴장이 풀려 입을 조금 벌리고 솔을 보았어.
- 그렇게까지 편안함이 필요하다면 오늘 일과를 마치고 내 쿼터로 오렴. 편안해질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두마.
솔이 말을 마치고 먼저 몸을 돌려 가던 길로 사라졌고, 요드는 그 모습이 안보일때까지 고갤 쭉 빼고 바라보았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곱씹을 정신이 없었지.
- 요드.
그때, 제 이름을 부르는 당돌한 목소리에 요드가 훽 몸을 돌렸어. 삐딱한 표정의 제키가 뒷짐을 지고 그의 앞에 서있었지. 솔을 보느라 제키가 있는줄도 몰랐던 요드는 흠칫 놀랐지만 다시 웃음을 띄웠어. 요드의 싱글벙글 웃고있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제키의 표정을 보니 더 즐거워졌음.
- 표정 관리 좀 해요.
틱틱거리며 말을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제 마스터 쪽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파다완을 보면서도 요드는 너그럽게 웃어줄 수 있었어. 오늘 저녁을 생각하면 그 무엇도 요드의 기분을 끌어내릴 수 없었겠지.
그런데 정말로 누워있기만 할줄이야. 그렇다고 엄청난걸 기대한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솔의 쿼터에 일찍 도착해 그 앞에서 십분을 넘게 서서 안절부절 못하던 요드가 약속한 시간에 문을 두드렸어. 가벼운 옷차림의 솔이 요드를 맞아줬고 잠깐 앉아서 차도 나눠마시고 얘길 하다 그럼 누워볼까? 하는 그의 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누웠단말야. 크지 않은 침대라 필연적으로 닿은 어깨에 요드는 오히려 몸이 굳어버렸어. 같은 침대에 눕다니. 이게 꿈인가...! 하지만 곧 누워서도 아까 하던 얘길 이어하는 솔 때문에 금방 현실로 끌어당겨와졌겠지.
- 네 마스터가 감 좋게 지진을 느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날 동행한 제다이들이 모두 큰 일을 치룰 뻔 했어.
- 제 마스터께서 하신 얘기랑 다르군요. 그분께선 마스터 솔의 빠른 지시가 없었으면 모두 화를 입었을거 하셨거든요.
- 참 겸손한 사람이야. 그렇지?
- 마스터 솔도 마찬가지구요.
요드의 말에 솔이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어.
- 그나저나 요즘 별 일 없지? 도통 안부를 묻지 못했군.
- 예, 그럼요. 마스터 솔은 어떠세요?
- 나 역시 얘기할만한 큰 일은 없네. 평온함은 감사한 일이지.
이렇게 함께 누워서 옛 얘기나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 솔이 웃으며 말했고 그 말은 그대로 요드의 심장에 꽂혔어. 마스터께서 저와 어깰 붙이고 누워 얘기하는게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뜻이잖아. 어쩌면 얼굴을 보면서 하는것보다 천장을 보면서 하는 대화가 더 편안한거 아닐까 말하면서 하하 웃으면 요드도 따라서 웃었을 것. 하지만 솔이 느끼는것과 다르게 요드는 온 몸에 열이 끓고 긴장되어서 배 위로 맞잡아 올려놓은 손을 쉬지 않고 꿈지럭댔어. 솔의 낮고 안정된 목소리를 들으면 이 긴장이 가라앉아야하는가 아니던가. 잠깐 멈춘 대화 사이에 편안히 들이쉬고 내쉬는 솔의 숨에 귀기울이던 요드가 고민하다 입을 열었음.
- 마스터.
- 응.
- 바보같는 질문을 해도 됩니까?
-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이란건 없단다, 요드.
여전히 바르게 누워 눈을 감고있는 솔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요드가 몸을 돌려 모로 누우며 침을 꼴딱 삼켰어. 제 옆에서 요드가 꾸물거리면서 몸을 돌려도 솔은 평온하게 누워있을 뿐이었음.
- 제가 마스터를 지켜보는걸 들킨것만 다섯번이 넘잖습니까,
- 아. 여기선 정정을 해야겠구나. 네게 말을 건게 다섯번일 뿐이지 날 지켜보는 너를 발견한건 열일곱번이란다. 네 기척을 느낀것까지 합치면 마흔번이 넘지.
정말...정말입니까....? 요드가 저도 모르게 멍청한 말투로 물었고 솔이 웃음으로 대답했어. 젠장, 요드는 창피함에 목이 달아오르는걸 느꼈어. 제가 졸졸 쫓아다닌 이가 보통 제다이가 아니란걸 알면서도 허술하게 굴었구나 싶어서 민망해졌음. 차곡차곡 달아오르는 모습을 솔은 말 없이 보며 웃어주었어.
- ...그런 제가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으셨어요?
그의 말에 하하 하고 솔이 소리내서 웃었고, 요드는 부드럽게 움직이는 턱 라인과 볼록 올라가는 뺨, 그리고 곡선을 그리며 휘는 눈꼬리와 눈가의 주름을 찬찬히 살펴보며 모든 움직임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았지. 솔은 그 시선을 느끼면서 몸을 돌려 요드를 마주보았어. 요드의 반짝이는 눈을 보다 눈썹 위로 내려온 드레드를 살짝 넘겨주었음. 반듯한 이마와 눈썹 뼈가 드러나며 잘생긴 얼굴이 그늘 하나 없이 드러났음. 요드가 못참고 헙 하고 숨을 들이쉰것은 모르는척 해주었어.
- 나도 한때는 어렸고, 애정을 갖게되는 것들이 있었단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쉽게 숨겨지지 않다는걸 거절을 통해서 배웠지.
- 아...!
- 거절을 당하는건 아무리 겪어도 쉬워지지 않는 감정인걸 알지.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은 그 감정 자체를 숨기게 된단다. 나도 마찬가지야.
요드는 솔의 말에 심장이 세차게 뛰는걸 느꼈어. 솔과의 사이가 멀지 않아 귀기울이면 펄떡거리는 소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들정도였음. 솔과 눈을 마주한 채, 한때 그 역시도 감정을 거절당하는게 두려워 드러내지 않았다는 얘길 듣는건 놀라웠고 한편으론 꽤 위안이 되었어.
- 그래서 나는 그걸 드러내는 이들을 응원하지. 너처럼 말이야. 비록 마흔번을 넘게 지켜만 보았지만 결국엔 입 밖으로 냈으니.
솔의 웃음기 섞인 말에 요드가 아아아 하고 바보같은 소릴 못참고 내면서 고갤 푹 숙였어. 솔은 제 턱끝에 닿아 간질이는 요드의 머리칼을 느끼면서 팔을 뻗어 어깨를 도닥여주었어. 옷을 여러겹 겹쳐입는 어깨가 불에 댄것처럼 뜨거웠어.
- 제가...
요드가 고갤 쳐박은채 웅얼거리면서 말했고 솔은 그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같이 고갤 내렸어. 그 움직임에 침구가 바스락거리자 요드가 번쩍 고갤 들었어. 한뼘 간격을 두고 가까워진 얼굴에 더 달아오를곳도 없어보이던 얼굴이 훅 붉어졌지만 눈을 피하진 않았어.
- 마스터께서는... 제가 감정을 숨기는 대신 드러내는 것이 괜찮단 말씀이세요?
솔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야 말로 정말 바보같는 질문이로구나 하고 굳이 덧붙이진 않았음.
- 말했잖니. 나는 그런 이들을 응원한단다. 그게 요드 너라면 더욱이.
요드는 솔의 부드러운 표정을 넋놓고 바라보았어. 마음 깊은데서부터 솟아오른 존경과 애정이 머리꼭지까지 차올라 터져버릴 것 같았음. 지금이라면 괜찮은걸까, 셀 수 없는 많은 날을 곁에서 바라보며 키워온 이 마음을 감히 흘려도 되는걸까. 하지만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얼굴에 확신이 들었음. 지금이 생각만 해왔던 그 순간이어야만 했어.
- 마스터, 아니 솔,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이 마음이 작아지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당신을 좋아해요.
요드가 거의 한숨을 쉬는것처럼 느리게 말했어. 두 눈은 설렘과 두려움에 가득 차서 넘실거리고 있었음. 말을 마치고 앙 다문 입술과 이를 악 물어서 강하게 드러난 턱, 크게 숨을 삼켜 꿀렁이는 목까지 찬찬히 느끼던 솔은 요드의 고백에 놀라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올려 긴장한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음.
- 이 얘기 한번 듣기 정말 힘들구나. 제키 말로는 이대로 두었다간 당장이라도 폭주해서 광장에서 외칠 기세라고 하던데.
대체 마스터께 무슨 소릴 하는거냐, 파다완! 요드가 속으로 화를 터뜨렸다가 곧 제 뺨을 부드럽게 쓸어오는 엄지손가락에 온 감각을 집중했어. 솔은 대답 대신 요드의 뺨과 조금 벌어져있는 입꼬리를 어루만져주다가 고갤 들어 뺨 위에 작게 입을 맞추었어. 요드는 거의 정신이 나갈 것 같았음.
- 이런 과분하고 따듯한 애정은 처음이라 내가 그에 준하는걸 돌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아, 아마 저 말을 듣고 정신이 정말로 나갔었지 싶음.
요드솔 애콜 별전쟁 ㅈㅇ https://haep.club/549092942
- 내게 필요한게 있니, 요드?
솔이 제가 있는 방향으로 말을 걸거라고, 거기다 제 이름까지 부를거라 생각 못한 요드가 펄쩍 뛸 정도로 놀라 눈만 들어올려 솔을 바라봄. 솔은 큰 덩치를 구깃하게 접어 인파에 섞여있던 몸을 눈에 띄게 움찍하고는 삐걱거리면서 눈알만 굴리는 요드를 빤히 보았어.
솔의 표정이 꼭 작은 아이를 보는것처럼 느껴져서 요드의 얼굴이 차곡차곡 발갛게 물들었어. 그 표정이 뭘 말하고픈지 알것같아 솔이 입꼬리에 작게 미소를 걸었음.
- 제키가 알려줬단다. 요즘 네가 내 꽁무니를 쫓아다닌다고. 아, 이건 제키의 표현이야.
그 쬐끄마난 파다완! 입싸게 얘길 하다니. 그건 둘째치고 일단 왜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솔을 쫓고있었는지 어서 변명을 해야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어.
- 아무래도 시장 한복판에서 날 보고있었으니 내가 사려는걸 도와주려고 했다고 생각하마. 약초방에 가는 중이었는데 동행하겠니?
- 아아, 예! 그럼요! 물론입니다! 저 약초방 좋아합니다!
비록 말은 허둥지둥 나갔지만 태연스럽게 구겨져있던 몸을 꽂꽂하게 세우고 옷자락을 탁탁 턴 요드가 솔의 곁에 호다닥 달려와 섰어. 솔은 별다른 말 없이 먼저 약초방쪽으로 몸을 옮겼고 요드는 몰래 숨을 돌리고는 그의 뒷모습을 바짝 쫓았어.
이렇게 얼레벌레 넘어간 날 이후로 요드의 스토킹은 좀 더 진득해졌어. 이후로도 몇번 더 들켰는데 모두 요드의 의도는 아녔을 듯. 늦은 저녁을 챙기는 솔의 뒷편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다 지나가던 제키가 요드 하고 부르는 바람에 들킨 날은 삐걱거리면서 솔의 곁으로 와 저도 이제 먹어야하는데 밥 친구가 되어주시겠어요? 하고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기도 했음. 그럴때마다 솔은 별 말 없이 웃으면서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더 고맙지 하고 대답하곤 했음.
그러던 나날이 얼마나 지났을까, 솔이 단기 임무에서 밤 늦게 돌아온 날이었음. 라이트 세이버를 꺼내야만했던 일이었던지라 좀 피곤하고 여전히 예민하게 감각이 살아있어 조금 날서있는 때였지. 고요하기만 한 쿼터로 돌아가는 길에 느껴지는 기운에 품에 손을 넣어 라이트 세이버를 잡고 몸을 돌리는데 제 쿼터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고 있는 요드였을 것. 재빠르게 내려놓고 떠나려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요드가 숨을 헙 하고 들이키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어.
- 아, 요드구나.
요드가 솔을 향해 허리를 접어 인사를 했어. 그제서야 솔이 굳은 표정을 풀고 웃어보였어. 라이트 세이버를 놓은 손이 아래로 축 쳐졌음. 피곤해보이는 얼굴에 요드가 조심스럽게 물었어.
- 괜찮으십니까?
- 응? 응. 그럼. 늦은시간에 여긴 무슨일이니.
- 아... 저... 이 차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좋다해서 마스터께 드리고싶어서 가지고왔습니다.
- 이런, 지금 정말 필요한건데.
허릴 숙여 바닥에 내려두었던 바구니를 든 요드가 그 안에 담긴 찻잎이 곱게 쌓인 포를 솔에게 내밀었어. 솔은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고 요드는 고갤 세번이나 저었지.
- 당신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음? 방금 말은 좀 묘한데. 솔이 생각하면서 웃자 요드도 그를 따라서 입을 조금 벌린채 웃었어. 어두운 조명이 전부인 복도였지만 요드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졌지. 다른때 같았으면 들어와서 한잔 같이 할까 하고 제안했을테지만 오늘은 정말 피곤했고, 늦은 시간이었으니 요드도 제 쿼터로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했어.
- 그럼 좋은 저녁을 보내렴.
- 네, 마스터. 푹 쉬세요.
솔은 대답만 하고 그 자세 그대로 서있는 요드를 의아하게 보았어. 입술을 들썩이는게 무언가 말을 하고픈것처럼 보여서 잠깐 기다려주었는데 다시한번 좋은 밤 보내십시오 하고 허둥지둥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저쪽 복도로 사라졌지. 솔은 피식 하고 웃고는 제 쿼터로 몸을 들였고, 뒷편에서 느껴지는 그의 기척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던 요드가 문이 닫히는 소릴 듣자 후 하고 크게 숨을 뱉았어. 피곤한 얼굴을 하고 계시는데 뻔뻔하게 초대해달라고 할뻔했네. 허나 드리고픈걸 직접 전달하고 인사도 했으니 그걸로도 만족스러웠을 것.
- 요드.
요드는 제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을 한번 가다듬고 그쪽을 향해 몸을 돌렸어. 하얀 로브를 걸치고 제게 다가오는 솔에게 고갤 숙여 인사를 했음.
- 지난번에 준 차, 정말 잘 마셨단다. 정말 필요한 날이었는데 덕분에 잘 쉬었어.
어깨에 가볍게 얹어진 솔의 맨손을 잠깐 본 요드가 곧 가다듬어진 목소리로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하고 대답했어.
- 감사의 뜻으로 보답을 하고싶은데 무얼 주면 좋을까?
- 예? 마스터께서 제게요?
물론이지. 말만 하렴. 솔의 말에 요드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어갔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바로 지워버렸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불경하다며 경멸의 표정을 받을게 뻔했거든. 무난하게 물건을 말하기? 그러기엔 이 기회가 아까웠지. 마스터가 입고계시는 로브를 받는게 아니라면.
복잡해보이는 얼굴로 고민하는 요드를 잠깐 기다려준 솔이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말해주겠니? 하고 말하려는데 요드가 아주 조금 더 빨랐어.
- 마스터와 함께 눕고싶습니다.
...응? 그 의도가 무엇인지 예상되지 않는 묘한 말에 솔이 고갤 갸우뚱했어. 그제서야 이 말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린다는걸 알아차린 요드가 몸을 움찍 하면서 말을 덧붙였지.
- 아아, 아! 눕는다는게 이상한게 아니고 같이 누워서, 아니 편하게 누워서 얘기하고싶단 뜻이었습니다. 편안한 자세로 편안하게요. 편한게 중요한겁니다.
- 오...
요드는 제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러워 보였을지 후회하면서 시선을 떨어트렸어. 차마 솔의 얼굴을 볼수가 없었음. 하아 마스터의 눈에 제가 얼마나 바보같아 보였을까.
- 정말 편안하게 있고싶나보구나.
솔이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요드의 어깰 도닥여줬어.
- 이런건 보답이 아니어도 해줄 수 있는 일이란다. 누구와도 해본적은 없지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요드가 긴장이 풀려 입을 조금 벌리고 솔을 보았어.
- 그렇게까지 편안함이 필요하다면 오늘 일과를 마치고 내 쿼터로 오렴. 편안해질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두마.
솔이 말을 마치고 먼저 몸을 돌려 가던 길로 사라졌고, 요드는 그 모습이 안보일때까지 고갤 쭉 빼고 바라보았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곱씹을 정신이 없었지.
- 요드.
그때, 제 이름을 부르는 당돌한 목소리에 요드가 훽 몸을 돌렸어. 삐딱한 표정의 제키가 뒷짐을 지고 그의 앞에 서있었지. 솔을 보느라 제키가 있는줄도 몰랐던 요드는 흠칫 놀랐지만 다시 웃음을 띄웠어. 요드의 싱글벙글 웃고있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제키의 표정을 보니 더 즐거워졌음.
- 표정 관리 좀 해요.
틱틱거리며 말을 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제 마스터 쪽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파다완을 보면서도 요드는 너그럽게 웃어줄 수 있었어. 오늘 저녁을 생각하면 그 무엇도 요드의 기분을 끌어내릴 수 없었겠지.
그런데 정말로 누워있기만 할줄이야. 그렇다고 엄청난걸 기대한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솔의 쿼터에 일찍 도착해 그 앞에서 십분을 넘게 서서 안절부절 못하던 요드가 약속한 시간에 문을 두드렸어. 가벼운 옷차림의 솔이 요드를 맞아줬고 잠깐 앉아서 차도 나눠마시고 얘길 하다 그럼 누워볼까? 하는 그의 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누웠단말야. 크지 않은 침대라 필연적으로 닿은 어깨에 요드는 오히려 몸이 굳어버렸어. 같은 침대에 눕다니. 이게 꿈인가...! 하지만 곧 누워서도 아까 하던 얘길 이어하는 솔 때문에 금방 현실로 끌어당겨와졌겠지.
- 네 마스터가 감 좋게 지진을 느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날 동행한 제다이들이 모두 큰 일을 치룰 뻔 했어.
- 제 마스터께서 하신 얘기랑 다르군요. 그분께선 마스터 솔의 빠른 지시가 없었으면 모두 화를 입었을거 하셨거든요.
- 참 겸손한 사람이야. 그렇지?
- 마스터 솔도 마찬가지구요.
요드의 말에 솔이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어.
- 그나저나 요즘 별 일 없지? 도통 안부를 묻지 못했군.
- 예, 그럼요. 마스터 솔은 어떠세요?
- 나 역시 얘기할만한 큰 일은 없네. 평온함은 감사한 일이지.
이렇게 함께 누워서 옛 얘기나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단 생각이 들어. 솔이 웃으며 말했고 그 말은 그대로 요드의 심장에 꽂혔어. 마스터께서 저와 어깰 붙이고 누워 얘기하는게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뜻이잖아. 어쩌면 얼굴을 보면서 하는것보다 천장을 보면서 하는 대화가 더 편안한거 아닐까 말하면서 하하 웃으면 요드도 따라서 웃었을 것. 하지만 솔이 느끼는것과 다르게 요드는 온 몸에 열이 끓고 긴장되어서 배 위로 맞잡아 올려놓은 손을 쉬지 않고 꿈지럭댔어. 솔의 낮고 안정된 목소리를 들으면 이 긴장이 가라앉아야하는가 아니던가. 잠깐 멈춘 대화 사이에 편안히 들이쉬고 내쉬는 솔의 숨에 귀기울이던 요드가 고민하다 입을 열었음.
- 마스터.
- 응.
- 바보같는 질문을 해도 됩니까?
- 세상에 바보같은 질문이란건 없단다, 요드.
여전히 바르게 누워 눈을 감고있는 솔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요드가 몸을 돌려 모로 누우며 침을 꼴딱 삼켰어. 제 옆에서 요드가 꾸물거리면서 몸을 돌려도 솔은 평온하게 누워있을 뿐이었음.
- 제가 마스터를 지켜보는걸 들킨것만 다섯번이 넘잖습니까,
- 아. 여기선 정정을 해야겠구나. 네게 말을 건게 다섯번일 뿐이지 날 지켜보는 너를 발견한건 열일곱번이란다. 네 기척을 느낀것까지 합치면 마흔번이 넘지.
정말...정말입니까....? 요드가 저도 모르게 멍청한 말투로 물었고 솔이 웃음으로 대답했어. 젠장, 요드는 창피함에 목이 달아오르는걸 느꼈어. 제가 졸졸 쫓아다닌 이가 보통 제다이가 아니란걸 알면서도 허술하게 굴었구나 싶어서 민망해졌음. 차곡차곡 달아오르는 모습을 솔은 말 없이 보며 웃어주었어.
- ...그런 제가 이상하다 생각되지 않으셨어요?
그의 말에 하하 하고 솔이 소리내서 웃었고, 요드는 부드럽게 움직이는 턱 라인과 볼록 올라가는 뺨, 그리고 곡선을 그리며 휘는 눈꼬리와 눈가의 주름을 찬찬히 살펴보며 모든 움직임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담았지. 솔은 그 시선을 느끼면서 몸을 돌려 요드를 마주보았어. 요드의 반짝이는 눈을 보다 눈썹 위로 내려온 드레드를 살짝 넘겨주었음. 반듯한 이마와 눈썹 뼈가 드러나며 잘생긴 얼굴이 그늘 하나 없이 드러났음. 요드가 못참고 헙 하고 숨을 들이쉰것은 모르는척 해주었어.
- 나도 한때는 어렸고, 애정을 갖게되는 것들이 있었단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쉽게 숨겨지지 않다는걸 거절을 통해서 배웠지.
- 아...!
- 거절을 당하는건 아무리 겪어도 쉬워지지 않는 감정인걸 알지. 그렇기때문에 대부분은 그 감정 자체를 숨기게 된단다. 나도 마찬가지야.
요드는 솔의 말에 심장이 세차게 뛰는걸 느꼈어. 솔과의 사이가 멀지 않아 귀기울이면 펄떡거리는 소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들정도였음. 솔과 눈을 마주한 채, 한때 그 역시도 감정을 거절당하는게 두려워 드러내지 않았다는 얘길 듣는건 놀라웠고 한편으론 꽤 위안이 되었어.
- 그래서 나는 그걸 드러내는 이들을 응원하지. 너처럼 말이야. 비록 마흔번을 넘게 지켜만 보았지만 결국엔 입 밖으로 냈으니.
솔의 웃음기 섞인 말에 요드가 아아아 하고 바보같은 소릴 못참고 내면서 고갤 푹 숙였어. 솔은 제 턱끝에 닿아 간질이는 요드의 머리칼을 느끼면서 팔을 뻗어 어깨를 도닥여주었어. 옷을 여러겹 겹쳐입는 어깨가 불에 댄것처럼 뜨거웠어.
- 제가...
요드가 고갤 쳐박은채 웅얼거리면서 말했고 솔은 그의 말을 잘 듣기 위해 같이 고갤 내렸어. 그 움직임에 침구가 바스락거리자 요드가 번쩍 고갤 들었어. 한뼘 간격을 두고 가까워진 얼굴에 더 달아오를곳도 없어보이던 얼굴이 훅 붉어졌지만 눈을 피하진 않았어.
- 마스터께서는... 제가 감정을 숨기는 대신 드러내는 것이 괜찮단 말씀이세요?
솔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야 말로 정말 바보같는 질문이로구나 하고 굳이 덧붙이진 않았음.
- 말했잖니. 나는 그런 이들을 응원한단다. 그게 요드 너라면 더욱이.
요드는 솔의 부드러운 표정을 넋놓고 바라보았어. 마음 깊은데서부터 솟아오른 존경과 애정이 머리꼭지까지 차올라 터져버릴 것 같았음. 지금이라면 괜찮은걸까, 셀 수 없는 많은 날을 곁에서 바라보며 키워온 이 마음을 감히 흘려도 되는걸까. 하지만 올곧게 저를 바라보는 얼굴에 확신이 들었음. 지금이 생각만 해왔던 그 순간이어야만 했어.
- 마스터, 아니 솔,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이 마음이 작아지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당신을 좋아해요.
요드가 거의 한숨을 쉬는것처럼 느리게 말했어. 두 눈은 설렘과 두려움에 가득 차서 넘실거리고 있었음. 말을 마치고 앙 다문 입술과 이를 악 물어서 강하게 드러난 턱, 크게 숨을 삼켜 꿀렁이는 목까지 찬찬히 느끼던 솔은 요드의 고백에 놀라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올려 긴장한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음.
- 이 얘기 한번 듣기 정말 힘들구나. 제키 말로는 이대로 두었다간 당장이라도 폭주해서 광장에서 외칠 기세라고 하던데.
대체 마스터께 무슨 소릴 하는거냐, 파다완! 요드가 속으로 화를 터뜨렸다가 곧 제 뺨을 부드럽게 쓸어오는 엄지손가락에 온 감각을 집중했어. 솔은 대답 대신 요드의 뺨과 조금 벌어져있는 입꼬리를 어루만져주다가 고갤 들어 뺨 위에 작게 입을 맞추었어. 요드는 거의 정신이 나갈 것 같았음.
- 이런 과분하고 따듯한 애정은 처음이라 내가 그에 준하는걸 돌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아, 아마 저 말을 듣고 정신이 정말로 나갔었지 싶음.
요드솔 애콜 별전쟁 ㅈㅇ https://haep.club/54909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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