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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23:11
1.

"그 사람을... 사랑해, 킴?"



킴은 내 말에 한참이나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사랑을 한다면 모를수가 없을텐데 저렇게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 무엇보다 무거운 것 같던 정적을 깨보려 막 입을 열었을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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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아니라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결연한 표정으로 고민을 마치고 내게 대답하는 킴에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들이 혀끝에 맴돌 뿐이었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떻지. 사람이 너무 놀라면 사고가 마비된다던데 지금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축하... 축하해줘야 해. 그런 생각에 입꼬리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면 자연스러운 표정이 아닌 어딘가 어그러진 얼굴이 된다는 걸 알지 못한 건 아니다. 다만... 온 몸에 있던 힘이 쭉 빠질 정도로 맥이 빠지는 대답이라서. 그런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그렇구나..."


무엇인가 대꾸를 하려 겨우 낸 목소리도 볼품없이 사정없이 떨리는 게 내게도 들렸다. 설상가상으로 눈가에 열이 몰리더니 이내 시야가 뿌옇게 가려지기 시작했다. 손까지 까딱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이 빠진 상태여서 팔을 올려 눈물을 닦아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꼬리는 한껏 올린채로, 꼴 사납게 그냥 거기 앉아있었다.


내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려 나를 본 킴은 제법 놀란 얼굴로 굳어있었다. 그렇지. 내가 킴 앞에서 우는 걸 보인건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없으니까 놀랄만할거야. 평소라면 킴에게 괜찮다는 말이나 했어야 하는데 나는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더는 볼품 없는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가로 향했다. 문을 닫기 전에는 조그맣게 미안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야 이건 내가 배운 레이디의 소양에 무척이나 어긋나는 방식이었다. 저택을 찾아온 손님을 배웅하지도 않고 이리 무례하게 먼저 자리를 물리다니. 그럼에도 킴 앞에서 내가 우는 모습을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내 방에 들어와서는 한참을... 킴이 사랑한다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딱 두 개 존재하는 공작가의 또래 아이들 답게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교류가 잦았다. 또 신분 때문에 우리는 일찍이 약혼을 한 사이이기도 했다. 킴은 나의 하나뿐인 소꿉친구답게 내게 아주 무르고 다정했는데 다른 영애들에게 듣기로 그건 일반적인 킴의 태도가 아니랬다.


그래서 나는 바보같이 믿고 기대하고 있었다. 언젠가 킴 또한 나를 사랑하기를. 생각해보면 저번에 만찬회에서 우연히 어떤 레이디를 만났을 때 킴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르기도 했다. 한번도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우선시하지 않았는데 그 레이디 앞에서는 달랐다.


제일 놀랐던 건 평소에는 그 무엇보다 예법을 운운하며 내게 먼저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나보다 더 먼저 쳐내던 킴이, 평소처럼 그 레이디의 무례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예법을 운운하는 내게 그만하라며 조그맣게 속삭이기도 했지. 당시에는 그저 킴이 내게 차갑게 읍조리는게 놀라서 당황했었는데 내가 지적하던게 그 레이디여서 였던 거였구나.


킴은 늘 내 편이었는데. 다시금 울적해지는 기분에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2.

최근의 울적한 기분을 달래려 평소 교류가 잦은 영애들을 만나 자리를 만드니 그간 내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실은 중요했던 얘기들이 새삼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필시 킴의 그 사람일 레이디 쥴스를 만나러 친히 저택을 방문한 참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나를 보고 조금 놀란 듯 싶어 보였지만 이내 응접실로 안내하더니 향이 좋아 종종 즐기는 은방울꽃 차를 대접했다. 차를 마시며 잠시 정적을 즐기고 말을 건네니 레이디 쥴스는 내가 생각하던 사람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저는 그쪽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조금은 내게 쩔쩔매야 하는것 아닌가? 나를 앞에 두고도 태연한 레이디 쥴스의 태도에 욱하는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무심코 내 속마음을 내뱉었다.


"네."


레이디 쥴스는 또 다시 여상하게 짧은 대답을 남기고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댈 뿐이었다.


"제 말 제대로 듣고 계신 거 맞아요?"
"네."
"제가 방금 그쪽을 마음에 들지 않아한다고 했는데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게 뭐야. 킴은 왜 저런 여자를 좋아하는거지? 저 여자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어 곤란할만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럼 킴도 당신이 이런 여자라는 걸 알고 있어요?"
"여기서 소공작님 얘기가 왜 나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야 킴이,"


그야 킴이, 킴에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절대 말 하지 못했다. 그러고 또 한참을 찻잔에 입만 가져다 대었다를 반복했더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나는 차분히 입을 떼었다.


"혹시... 킴을 어떻게 생각해요?"
"좋으신 분이지요."
"그런거 말고 다른거... 킴을 사랑하지 않아요?"
"제가...요?"


처음 보는 레이디 쥴스의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야 내가 방금까지 한 짓이 매우 유치하고, 궁극적으로는 킴과 레이디 쥴스의 거리를 아주 좁힐만한 해프닝처럼 흘러갈 거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분한 마음에 다시 눈가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레이디 쥴스는 킴을 전혀 사랑하고 있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치만 킴인데... 어떻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킴이 왜 저런 사람에게 사랑을 갈구해야 하지. 내 소중한 소꿉친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분한 마음에 치맛자락을 움켜쥐니 눈 앞에 대뜸 하얀색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내게 손수건을 내밀고 있는 레이디 쥴스가 보였다.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내밀어진 손을 내치고 싶었으나 그렇다면 저 사람의 손이 아플수도 있으니까 그것보다는 그저 자리에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응접실 바깥으로 나오니 막 들어오는 킴이 보였다. 울컥하는 마음에 나를 보고 환하게 미소짓는 킴의 인사를 무시하고 대기하고 있던 나의 마차에 올라탔다.


저 사람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 킴. 해주고 싶은 얘기는 조용히 가슴 속에 묻어둔 채로.






3.

"안 먹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몽셀 거리의 파이인데도?"
"... 안 먹어."
"허니."


이불에 푹 파묻혀 내게 파이를 권하는 킴을 외면했다. 킴은 침대 옆에 의자를 놔두고 앉은 채였다. 몇 번을 권유하던 파이를 내가 끝끝내 거부하자 오랜만에 킴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저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 진짜 화가 났다는 뜻인데.


"왜... 애초에 나는 진짜 안 먹고 싶은 걸수도 있는데 왜 싫다는 사람을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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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던 몸을 돌리며 웅얼웅얼 변명을 쏟아내니 웃음을 참고 있는듯한 킴이 시야에 들어왔다.


"너, 너 지금 웃어?"


누구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상처받을까봐 혼자 끙끙대고 있는데. 지금 웃어?


"푸핫. 허니 비 진짜."


내 질문이 트리거라도 되는 듯 빵 터진 킴을 잔뜩 흘겨 보며 그간 속상했던 일들을 나도 모르게 털어놓았다. 사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은 아니었다. 킴이라면, 그러니까 킴 로시는 내가 이러면 언제든 내 어리광을 받아줄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도 너 사람 보는 눈은 있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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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뜻이야?"
"레이디 쥴스 말이야...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 맞지? 이번에 내가 가서 봤는데 글쎄 되먹지도 않는 말들로 시비 거는 나한테도 손수건을 주더라고. 정말 좋은 사람... 킴? 킴 로시?"


내가 푸념처럼 늘어놓는 말을 듣고 굳은 킴에 의아해 이름을 부르니 초점이 잡히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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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레이디 쥴스를 좋아한다고?"
"그래! 저번에 내가 너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때 네가 목숨을 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저번에 레이디 쥴스네 저택에 찾아갔을 때도 네가 그 집에 방문했었고."
"허니 비. 허니. 잠깐만."
"뭔데 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레이디 쥴스가 아니야."
"거짓말 하지마 이 거짓말쟁이야! 네가 레이디 쥴스를 좋아하는 건 땅도 알고 하늘도 알아."
"도대체 누가 땅이고 하늘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건 레이디 쥴스가 아니라고 네게 맹세할 수 있어."
"그럼, 그럼 도대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
"..."
"아니 레이디 쥴스의 저택에 저번에 찾아왔잖아 그건 뭐였는데?"
"그건 상의 할 일이 있어서..."
"만찬회에서 나한테 차갑게 말했던 건?"
"그건... 레이디 쥴스를 너한테 가깝게 오지 못하게 하려고..."
"왜?"
"레이디 쥴스가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뭘?"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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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둘이 예쁘게 연애하는 거 보고싶다.








물론 허니 레이디 쥴스에게 사과함. 레이디 쥴스는 허니랑 킴로시랑 둘이 서로 좋아하면서 삽질하는거 구경한 내 죄다~ 하면서 흔쾌히 사과 받아주고 절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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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몰래 보면서 좋아서 웃음 참는데 허니한테 들키기는 싫어서 고개 돌리는 척 하면서 웃는 킴로시짤~




킴로시너붕붕
2024.04.27 2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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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 이대로 끝내지마 ㅠㅠ
[Code: 40c6]
2024.04.28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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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네요 ㅠㅠㅠㅠㅠ억나더 ㅠㅠㅠㅠㅠ
[Code: 9f0f]
2024.04.28 00: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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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ㄱㅇㅇ ㅠㅠㅠㅠㅠㅠㅠ어나더제발요
[Code: ce17]
2024.04.28 01:1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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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센세 어나더
[Code: 632b]
2024.04.28 01: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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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귀엽다ㅜㅜㅠㅠㅜ둘이 예쁘게 연애하는거 저도 보고싶어요 센세 어나더 제발ㅜㅜㅠ
[Code: dd42]
2024.04.28 03: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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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킴 너무 귀엽다 ㅠㅠ 센세 둘이 사귀는 것도 보여줘요...억나더.....
[Code: 3b8f]
2024.04.28 09: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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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나더 ㅠㅠㅠㅠ
[Code: 08b2]
2024.04.28 11: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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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개좋다ㅜㅠ
[Code: 3c58]
2024.04.28 11:11
ㅇㅇ
모바일
더줘..제발 더줘....
[Code: 3c58]
2024.04.28 1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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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달콤하다....... 쏘스윗.......... 달콤한....... 이가녹는............ 하.......... 센세 이제 어떻게 연애하는지도 자세히 알려주실거죠!!!!!!!!
[Code: 53b8]
2024.04.28 18:32
ㅇㅇ
맛잘알....
[Code: cc3e]
2024.04.30 17:14
ㅇㅇ
이런거 더... 제발 더... ㅠ
[Code: f0e3]
2024.04.30 18:18
ㅇㅇ
거짓말 하지마 이 거짓말쟁이야! ㄱㅇ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95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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