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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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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꼬여 다시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유부녀가 된 허니를 마주하게된 데이비드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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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문 밖을 휘청거리며 뛰쳐나가는 허니를 붙잡았다. 헐렁한 나시 위에 얇은 가디건 한 장만을 걸친 채 맨발로 정신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허니가 고꾸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비드는 그의 손으로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눈물을 흘리는 허니의 얼굴을 보자 데이비드는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붙잡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붉게 짓물러져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그를 바라보는 얼굴을 보곤 데이비드는 당장이라도 허니의 입을 탐하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참아냈다. 

 

 

 

 

 

 

-

 

 

허니는 자선 파티 준비로 정신 없었다. 여기에 집 이사 준비까지 해야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가뜩이나 3년 전에 대표 이사자리까지 맡았는데 남편이란 작자는 여기저기 로비를 하러 다니는건지 집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물론 허니 입장에선 좋았다. 그의 괄시와 폭력을 받지 않아도 되었으니. 

 

꽤나 성대한 파티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기업가, 정치가 등 다양한 권위 있는 사람이 모인다면 분명 미스터 다임도 올테니까. 그리고 분명 이 소식은 데이비드 귀에 들어갔을거라 예상했고 허니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야근을 해도 밤을 새워가면서 파티를 준비한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그렇게 자신을 봐주길 원했던 데이비드가 눈 앞에 있었으니까. 

 

15년이란 세월은 참 긴 시간이였다는 걸 허니는 깨달았다. 어릴때는 느끼지 못했던 더 굵어진 얼굴의 선은 그를 더 잘생겨보이게 하였다. 다 늙은 자신의 남편인 딜런과  비교하지 않아도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얼굴이였다. 능청스럽게 허니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사랑하는 척 연기해오는 딜런에 그녀는 헛구역질이 나올뻔 하였지만 자신도 뻔뻔하게 사랑받는 부인인척 파티의 인사말을 하였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갔지만 푸른 눈동자가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허니는 느낄 수 있었다. 군복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 서서 군복을 입고 그녀를 바라보는 데이비드. ‘드디어 만났구나’ 싶은 생각에 허니는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설렘인지 희열인지, 정확한 감정은 허니도 몰랐지만.

 


‘너는 여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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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말 안 한건 피차일반이라고 맞받아치자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데이비드의 표정을 보고 풉하고 웃음을 터져나오는걸 간신히 참았다. 일부러 보란듯이 결혼반지를 낀 손으로 데이비드의 턱을 어릴때 자신이 해주었던 것처럼 살짝 만지자, 몸을 뒤로 물리는 그가 재미있었다. 

 

 

파티의 열기가 끝나갈 무렵 허니는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다니느라 광대가 당겨올 지경이였다. 찬바람이라도 쐬고 싶어 발코니로 나가서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저 멀리 데이비드 집의 발코니에서 그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를 발견하지 못 한 척 허니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였다. 그 순간 딜런이 자신의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허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

“뭐가 그렇게 싫은거지?”

“싫은게 아니ㄹ, 읍..!”

 

딜런이 그녀의 얼굴을 한 손으로 꽉 붙잡고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남들이 보기엔 애정을 나누는 부부같아 보였겠지만 방금 허니가 내쉰 한숨이 딜런의 화를 돋구었기에 나오는 거친 행동이였다. 

 

“웬 한숨이야. 파티도 잘 준비했으면서. 꽤나 고생했네.”

“이거 놓아주세요.”

“건방진 태도는 내가 고치라고 했지?”

“미안해요. 당신이 싫은게 아니고 피곤해서 그런거였어요. 믿어줄래요?”

“흠...요샌 참 고분고분 말 들으니까 좋잖아.”

 

 

얼굴을 꽉 붙잡은 채 속삭이는 딜런의 숨결이 소름끼쳤다. 그는 누가 옆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자 자연스레 볼에 입을 맞춰주면서 추우니까 빨리 들어오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이걸 지켜보는 데이비드 역시 둘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허니는 꽉 잡혀있었던 얼굴을 붙잡고 들어가는 딜런의 뒷모습을 강하게 노려보는 것 밖에 하지 못 하였다. 

 

파티가 끝나고 사용인들이 집을 정리하고 있을때 딜런은 어느새 골아떨어져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허니는 당장이라도 칼을 심장에 꽂아버리고 싶었지만 조용히 그의 옆자리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았다. 

 

날이 밝아오자 허니는 딜런과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였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그의 태도에 내내 긴장을 하느라 허니는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옆에 앉아서 그가 밥을 다 먹을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의무적인 입맞춤이 끝나고 그가 집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잘 다녀오세요.”

“허튼 짓 하지마 허니.”

 

 

망할새끼. 허니는 속으로 욕을 삼키면서 유순한 부인의 역할을 오늘도 완벽히 연기하고 있었다. 억지로 먹었던 적은 양의 아침이였지만 속이 불편했기에 인상을 조금 찌푸린채 집 앞을 나서고 있었다. 대로에 주차된 차를 타기 위해 철제 현관을 여는 순간, 달리고 있던 데이비드를 마주쳤다.

 

 

“데이비드?”

“..응.”

“뭐해? 아침부터..”

“아침 훈련하는게 습관이 되가지고..잠깐 뛰고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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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군복차림과는 다른 깔끔한 트레이닝 복장을 입고 허니의 집 앞에 서있었다. 계속 뛰었던건지 약간 숨이 찬 듯 헛기침을 하는 데이비드였다. 고등학교 시절 기어코 허니와 함께 가겠다며 아침마다 그녀의 집 앞으로 뛰어오는 데이비드가 겹쳐보였는지, 허니는 픽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어릴때랑 아직도 똑같네. 정말 여전하구나.”

“그렇게 보이나.”

 

 

데이비드는 군대에서 감정따위 없는 인간이라는 말을 들으며 산다는 것은 절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점점 냉혈안이 되어간 데이비드의 모습은 보지 못 한 허니였기에 그 말을 할 수 있었다.

 

“출근해?”

“응. 운동 잘해.”

 

 

허니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기 전 데이비드의 어깨를 부드럽게 만지면서 말하였다. 데이비드는 허니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허니가 만졌던 자신의 왼쪽 팔 위에 손을 올렸다. 차가 아주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질때까지 지켜보던 그는 다시 뛰기 시작하였다. 

 

 

허니는 출근을 하자마자 쌓여있는 자료들과 밀린 회의 스케줄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서도 정신없이 그녀의 스케줄을 일러주면서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직원들도 지쳐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인지라 모두가 빨리 연휴를 보낼 생각에 눈빛은 들떠보였다. 

 

오늘 저녁은 딜런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이 사실에 골치가 아픈 허니였다. 결혼식 전날 결혼하기 싫다고 엉엉 울던 자신의 뺨을 내리치던 아버지와 다시 마주하기는 싫었지만, 허니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 올해까지만 버텨보자 다짐을 하였다. 이브인데도 대기업은 정신없이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도 허니의 넓은 아량으로 야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다들 환호하였다. 

 

물론 직원들을 보내고 허니 혼자 10시까지 남아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미리하였지만. 기사까지 먼저 보내고 홀로 운전해서 집에 들어가기 전 허니는 차에 내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몇 번이고 연기를 내뿜더니 가방에서 가글을 꺼내 입을 헹구고 향수까지 몇 번을 뿌렸다. 

 

 

“당신 왔어?”

“미안해요. 많이 늦었죠?”

“이브인데 그렇게 할 일이 많았어?”

“직원 하나가 실수하는 바람에, 미안해요. 밥은요?”

“먹었지. 당신은?”

“저도 아까 회사에서 먹었어요.”

“그럼 빨리 씻고 와.”

“..네. 빨리 할게요.”

 

씻고 오란 뜻을 알고있기에 허니는 인상을 찌푸릴뻔했지만 겨우 참아내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코트를 가정부에게 넘겨주던 그 순간 갑자기 딜런이 허니의 머리카락을 강하게 낚아채었다. 자신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갈뻔한 허니는 중심을 잡기 위해 버둥거렸다. 

 

 

“당신..담배 핀거 아니지?”

“으윽..아..아니에요. 비서가 담배를 피워서 냄새가 벤거라구요..!”

“흐음..그래. 아이를 배야할 몸인데, 그런 나쁜 것들은 안 하겠지. 당신이. 그치?”

“이거 놓아주세요.”

 

폭력적인 장면이 연출되자 가정부는 눈치껏 코트를 들고 세탁방으로 향하였다. 놓아달라는 말에 딜런은 확 놓았고 그 덕에 중심을 잃고 넘어질뻔 하였다. 다행히 입이 무거워서 몇 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가정부가 이 일을 어디가서 말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이 집의 그 누구도 오늘같은 일을 놀라지 않았다. 처음에 고용되었을때는 딜런의 폭력적인 모습에 다들 놀랐으나 침묵하라는 의미인 웃돈으로 얹어주는 임금에 모두 입을 열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니는 더러운 기분을 안고 샤워를 끝냈다. 딜런은 왜 이렇게 오래걸렸냐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허니는 순순히 입고 있던 샤워가운을 벗고 그에게 다가갔다.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왕복운동이 시작되었다. 허공에 덜렁거리는 다리를 보면서 허니는 이 역겨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빌 뿐이였다. 

 

 

 

 

크리스마스에는 허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집에 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딜런과 아버지는 정치, 주식, 사업 얘기를 게걸스럽게 할 뿐, 둘을 제외하고 허니와 어머니는 조용히 밥을 먹었다. 딜런이 내년에 아기를 가질 생각이라는 말을 꺼내자 당황하는 어머니와, 잘 생각했다는 아버지의 대답이 이어질 뿐이였다. 

 

“그래 이제 슬슬 가질 때가 되지 않았냐.”

“아직 그래도 허니가 젊지 않나요?”

“장모님, 노산일수록 아이한테 안 좋으니까요. 저희가 잘 상의해서 결정한 일입니다. 걱정마세요. 하하.”

 

이 대화에 자신은 그 무엇도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딜런의 비위만 맞추면 될 뿐. 아이는 자기가 낳는것도 아니면서 뭐 저리 쉽게 말하는지 아버지와 딜런에게 쌍욕을 하고 싶었지만 허니는 조용히 밥을 먹는 것을 선택했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남자 둘은 술을 마셔야겠다며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허니는 거실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어머니가 정말 아이를 낳을거냐는 질문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짓말이였지만. 허니는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이 더러운 연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미래를 계획하는 두 남자의 대화가 듣기 싫어 허니는 잠시 바람을 쐬겠다며 발코니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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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발코니에는 데이비드가 담배를 입에 문 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도 자신을 봤을지 허니는 궁금해졌다. 그가 연기를 내쉬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때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허니는 핸드폰을 쳐다봤다. 발신자를 보자 허니는 다시 고개를 들어 데이비드를 바라보았다.

 

 

{데이빗}

 

다시 앞을 보니 자신을 바라본 채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데이비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15년만의 전화통화였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 직접 대화를 했지만 지금 허니도, 데이비드도 둘 다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저 멀리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허니가 제발 전화를 받기를 원했다. 연결음이 이어지자 그는 그녀가 전화를 무시할 거라 생각했지만, 연결음이 끊기기 직전 핸드폰에서 허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 데이비드.

- 전화 받았네.

- ..받지 말았어야 하는건가?

- 아니. 그냥 놀라서.

- ..왜 전화했어?

-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 그거 때문에?

 - 오늘 잘 지냈나 해서.

- 가족들이랑 밥 먹었어. 너는?

 

 

전화를 수백번 넘길 때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허니와 데이비드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핸드폰 너머 들리는 서로의 목소리에 둘은 바로 옆집인데도 수화기를 붙잡고 2시간, 3시간을 통화하던 어릴때의 기억들이 느껴졌다. 

 

- 나도 그냥 다같이 저녁 먹었어.

- 내일은 뭐해?

- ‘남편’이랑 같이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어. 예약했거든.

- 즐겁겠네.

-...그치. 너는? 너도 가족이랑 보내?

- 어. 아침 먹고 복귀할거야.

- 아침에? 왜 이렇게 빨리 가?

- 다음날 오전까지 도착하기로 해서.

- 그래.. 잘 가.

- 그래서, 얼굴 못..볼 거 같아서 전화했어.

- 이젠 옆집이잖아. 너가 휴가 오면 언제든 여기 있을거야. 몸 조심해.

 

 

허니는 전화를 끊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데이비드가 자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있는 것을 알지만 허니는 뒤를 돌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의 것이 되니, 이젠 아쉬워졌나 싶은 허니는 데이비드의 표정을 상상하였다.

 

전화를 하던 데이비드는 남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거라는 허니에 대답에 주먹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이 꼴사나운 모습을 떨어져 있어서 그녀가 못 봤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휴가를 겨우 4일을 받아온 자신을 후회하며 데이비드 역시 침실로 들어갔다. 

 

 

“뭐 그리 서둘러서 가는거냐. 아무리 파병이라지만 1년에 3일 오는 거를.”

 

저녁까진 먹고가야하는거 아니냐고 타박하는 아버지에 일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거짓말을 치는 아침 식사 시간이였다. 데이지는 데이비드의 거짓말을 눈치 챈 건지 뭐라 하는 아버지를 말렸다. 그의 머리 속에는 허니가 이제 자신의 옆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바로 군대로 돌아가야한다는 사실만 가득찰 뿐이였다. 누가봐도 무성의한 데이비드의 대꾸에 아버지는 혀를 차며 하던 잔소리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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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되는 짐을 들고 나온 데이비드가 정문 앞을 나서자, 핸드백을 들고 기사를 기다리고 있는 허니를 볼 수 있었다. 긴 다리로 성큼거리면서 허니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발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벌써 출발해? 되게 빠르네.”

“어..”

“얼굴이라도 봐서 다행이네. 못 볼 줄 알았거든.”

“가는 거 아냐.”

“뭐?”

“방금 연락이 왔어, 비행기가 눈때문에 연착이 심해서 취소됐다고.”

“그럼 언제 다시 가?”

“내일 비행기 예약했어.”

 

 

데이비드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였다. 충동적인 일은 질색하는 그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짓말에 본인도 놀랐다. 10시 비행기는 멀쩡하게 공항에 있었고,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날이였다. 그럼에도 그는 허니에게 거짓을 고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오늘 잘 보내”

“너는,”

“허니! 어, 데이비드가 있었군요.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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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십니까.”

“그 짐은 뭡니까? 어디 휴가라도 가세요?”

“복귀 해야하는데 비행기가 날씨 때문에 취소되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저희는 오늘 데이트 할 거라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허니 가자.”

 

딜런은 허니의 어깨를 노골적으로 만지면서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차가 그들의 앞에 도착하자 딜런과 허니는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씨발..’


 

 

허니를 더 보겠다고 멍청하게 거짓말이 튀어나왔지만 딜런이 그녀를 데리고 떠나가버리니,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며 욕을 삼켰다. 다시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니 모두가 눈이 휘동그레 지면서 무슨 일이냐고 하였다.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데이비드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결국 부대에 전화를 하여 휴가를 더 연장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전화를 받은 상사는 웬일이냐며 알았다고 하였다. 

 

 

지루한 크리스마스 날이였다. 데이비드는 어릴때에도 크리스마스때 크게 파티한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허니가 함께 있었다. 허니의 집에서 큰 트리 앞에 앉아 선물을 함께 뜯어보며 놀았던 추억이 지루한 집에 있으니 다시금 상기되었다. 데이지는 약속이 있다며 아침을 먹자마자 나가버렸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내에 나가서 쇼핑을 하겠다며 30분 전에 집을 떠났다. 

 

 

데이비드는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거나 하였다.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이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오랜만에 주어진 자유시간에 그는 딱히 할 것을 찾지 못 하고 있었다. 다시금 방으로 들어간 그는 침대 옆 협탁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뒤집어져 있는 액자가 하나 들어있었고 그것을 다시 돌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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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크리스마스! 데이빗 )

 

사진 위에 허니가 휘갈겨 쓴 글씨가 적혀있고 둘이 선물 포장을 뜯으면서 웃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16살때의 둘의 앳된 모습을 보며 데이비드는 생각에 잠겼다. 이 사진은 항상 그의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져 있었지만 허니와의 연락을 포기하고 그녀를 자신의 인생에서 놓아줬을때 서랍으로 집어넣었다. 

 

데이비드는 다시금 그 사진을 협탁 위로 올려놓았다. 그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저녁이 될때쯤 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네 가족이 오랜만에 다같이 밥을 먹는다며 어머니는 눈치를 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데이비드는 허니가 언제 집에 도착할지를 생각할 뿐이였다. 9시가 되어서야 발코니에 서있던 그가 허니의 집 대문에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두워진 터라 둘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허니가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데이비드는 그녀가 오늘도 다시 발코니로 나와주진 않을까 생각을 했다. 10시, 11시가 되어도 나오지 않는 허니에 결국 그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늦게라도 그녀가 나올까 데이비드는 문을 열어놓고 침대에 누웠다. 

 

 

 

-

 

“당신 또 그때처럼 집에만 박혀있고 싶은거야?”

“쿨럭, 크헉..! 으윽..”

“일어나!”

 

행복할 크리스마스날에 또 이렇게 맞고있다니, 허니는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나오지도 않았다. 배를 강하게 맞은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꺽꺽거리는 숨과 신음을 내질렀다. 

 

“내가 약 잘 챙겨먹으라고 했지. 뭐? 까먹어?”

“오늘만 그런거에요. 레스토랑 대기 시간이 길어질 줄 몰랐어서 못 챙긴,”

“일어나서 빨리 약 먹어. 버러지같은 회사 살려냈으면 밥값을 하란말이야!”

 

딜런은 으악스럽게 허니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억지로 그녀가 일어나게 하였다.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약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가 격분하며 허니의 배를 주먹으로 내리쳤기 때문에 이 사단이 일어났다. 기사는 익숙하다는 듯 딜런의 짐을 소파에 올려두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는 허니의 멱살을 잡고 부엌으로 질질 끌고가 찬장을 뒤져 노란색 약통을 꺼냈다. 그 안에서 하얀 알약을 2개 꺼내 허니에게 건냈다.

 

“삼켜. 혹시라도 토할 생각은 하지 말고.”

“네.”

 

허니는 순순히 약을 삼켰다. 그러곤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손목을 딜런이 붙잡았다. 어찌나 세게 잡았던건지 허니는 저절로 윽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뭐해? 여기서 2시간 앉아있어. 내가 지켜볼거니까. 토하러 가는거 아니야?”

“..아니에요. 옷 갈아입고 싶어서 그래요.”

“여기서 2시간 기다렸다가 가.”

“하지,”

“당신 또 그때처럼 되고 싶은거지?”

 

 

딜런의 말에 허니는 결국 코트도 벗지 못 한채 부엌 테이블에 앉아있어야했다. 딜런은 그 앞에 타이머를 맞추고 노트북을 가져와 본인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끔찍했던 2시간이 지나고 허니는 겨우 안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사모님, 여기 잠옷 준비해놨습니다.”

“…고마워요.”

 

살벌한 분위기에 사용인들도 모두 숨 죽이고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 딜런은 2시간이 끝났다는 타이머 소리가 들리자 흡족스럽게 웃으면서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다. 허니는 잠옷을 갈아입는다는 핑계로 안방 문을 잠그고 화장실로 들어가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토해내기 시작했다.

 

“웁- 우웩..! 하..씨발..”

 

 

아무리 손가락을 깊숙히 집어넣어도 알약이 나오지 않자 허니는 결국 욕을 내뱉었다. 위액만 나올뿐 아무것도 없는 변기 안을 보자 허니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먹으면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는 이 약이 죽도록 싫었다. 

 

레스토랑을 예약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약을 못 챙겨 먹어 결국 그의 앞에서 다 먹어야만 했다. 레스토랑을 저주하며 허니는 포기하지 않고 토해내려고 하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지 못하였다. 언제부턴가 허니는 정신병자가 되어있었다. 자신도 몰랐던 조울증과 우울증 병명이 진단서에 적혀있었고 억지로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강한 약들을 먹어야만했다. 딜런의 감독 하에.

 

 

결국 허니는 안방 문 잠금을 풀 수 밖에 없었다. 곧 그가 올라올테니. 토하려는 시도를 했단 것을 알면은 또 맞을지도 몰랐다. 서재에서 와인을 마신건지 안방에 들어온 그가 술냄새를 풍기면서 침대 위로 엎어졌다. 

 

“빨리 불 꺼. 잘거니까.”

“네. 저 잠깐 발코니에 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잠이 안 와서요.” 

“하여튼 유난스러워 당신은.”

 

 

허니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그의 볼에 의무적으로 입을 맞췄다. 그는 유순한 자신의 아내가 퍽 만족스러운건지 순순히 허니를 보내주었다. 허니는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구역질 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같이 느껴졌다. 몽롱함에 취해 그의 옆에 널부러져 자고싶지 않았다. 

 

허니는 자신도 모르게 미친듯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발코니가 아닌 현관문을 박차고 맨발로 정원을 내달리고 있었다. 힘이 빠지는 동시에도 그 감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계속해서 발버둥쳤다. 잔디밭에 몇 번이나 쳐박히면서 다시 일어나 흐느적 거리는 몸에 힘을 주면서 달렸다.

 

철제 대문을 겨우 열어 대로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허니는 누군가 자신을 강하게 낚아채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이 미친 기행을 들킨건가 싶어서 허니는 놓으라고 발버둥 치려고 하였다. 약효가 이미 돌았기에 전혀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이 짓을 들켰으니 또 집에 갇혀지내야 할까? 허니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손찌검이 아닌 부드러운 손길이였다. 어질해지는 정신을 다잡고 자신의 얼굴을 쓸어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리기 위해 허니는 안간힘을 써서 정신을 집중하였다. 

“허니. 너,”

“흐윽..흐으..흑..“

“너 왜 그래. 어디 아픈거야?”

“데, 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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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달라붙은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볼에서 떼어내주며 데이비드는 허니의 몸을 살펴보았다. 가디건을 걸쳤다곤 하나 12월의 추운 날씨는 그녀의 몸을 얼음장처럼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발코니에 허니가 나올까 기대하였던 데이비드는 1시쯤 현관문이 열리는 작은 소리에 눈을 뜨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허니가 그녀의 집 정원에서 엎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고 그는 빠르게 집을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철제 문을 기어코 열고 빠져나온 허니의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엉망이 된 모습에 데이비드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구급차를 불러야해?”

“아니, 아니야..그냥..흐엉..!”

“허니, 남편을 불러야,”

“하지마!”

 

이런 와중에도 이성을 찾는 데이비드는 남편을 불러야하지 않겠냐고 말을 꺼냈지만 말도 제대로 못 하던 허니가 남편이라는 말이 나오자 귀신같이 소리를 질렀다. 급기야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리자 데이비드는 알겠다고 말하면서 다시 허니를 안심시켰다. 

 

“너 지금 몸이 얼음장 같아.”

“알아...흐윽..아는데...”  

“울지마, 눈물때문에 더 볼이 차가워질거야.”

“흐으...데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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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어릴적 곤경에 처하면 데이빗이라고 그를 부르면서 도와달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래 지금 이 얼굴처럼. 데이비드는 그녀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리 안간힘을 쓰면서 한 밤중에 달리고 있었을까하는 의문과 함께 당장이라도 바스라질것 같은 허니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큰 손으로 차가운 다정스럽게 그녀의 뺨을 쓸어주면서도 젖어있는 허니의 입술을 헤집어 놓고싶다는 쓰레기같은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얘네 언제 불륜하지

가렛너붕붕 다임너붕붕 

2024.04.24 01:41
ㅇㅇ
내 센세가 성실수인이라니 붕키 너무 기뻐ㅠㅠㅠㅠ 오늘도 존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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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1:43
ㅇㅇ
모바일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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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2: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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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려고 내가 새벽까지 깨어있었던거구나 헠헠 허니는 불쌍한데 다임 구르는거는 왜 맛있지ㅌㅌㅌㅌㅌ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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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2:50
ㅇㅇ
모바일
미쳤다 헐레벌떡 달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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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2:51
ㅇㅇ
모바일
센세 나 쓰레기같은거 너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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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3:02
ㅇㅇ
모바일
맛있다 ㅁ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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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4: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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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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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4:21
ㅇㅇ
모바일
개쓰레기랑 억지로 사는구나 너무 안됐어 어떡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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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08: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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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ㅁㅊ거아니냐진짜 개쓰레기랑 살아서 어떡해 그냥 다임이랑 살아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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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0:06
ㅇㅇ
너무 재밌어요 센세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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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1:03
ㅇㅇ
모바일
허니를 구해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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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1:44
ㅇㅇ
모바일
센세 사랑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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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9:37
ㅇㅇ
모바일
딜런 개쓰레기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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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0:12
ㅇㅇ
모바일
아 개재밌어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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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2:22
ㅇㅇ
모바일
남편새끠 주겨줘 데이빗 ㅜㅜ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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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7:44
ㅇㅇ
모바일
존잼이야센세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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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8:30
ㅇㅇ
모바일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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