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12262604
view 8052
2022.12.08 01:37
https://hygall.com/510765423


방문을 넘는 순간 매버릭은 고개를 들어 아이스와 눈을 맞추었고, 곧장 시선을 떨구었다.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무릎부터 발등까지 때때로 바닥을 스치며 기어갔다. 잠깐 사이에 발개진 무릎을 보며 아이스는 보호대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버릭은 고정된 목이 불편해 자꾸만 고개를 까닥였다. 스스로 목줄을 차고 - 심지어 처음 차보느라 차는데도 한참을 낑낑거릴 수밖에 없었다 - 기어서 아이스의 앞에 엎드리자니 새삼스레 긴장이 되고 부끄러웠다. 아이스의 발을 내려다보며 매버릭은 방을 가득 채운 정적을 견뎠다. 아이스는 아무 말도 없이 매버릭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침을 꼴깍 삼켰다.

“앉아.”

잠깐 삐그덕대던 매버릭이 엉덩이를 바닥으로 내려 앉았다. 두 손은 아직 땅을 짚은 채였고, 그러니 개처럼. 명령을 들은 개처럼. 매버릭이 눈짓으로 이걸 원한 게 맞는지 확인했고 아이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철퍼덕 앉은 탓에 조금 불편해 엉덩이를 들썩이며 자세를 다시 잡은 매버릭이 다시 고개를 까딱거렸다.

“불편해?”

목 전체를 감싸는 칼라가 편할 리 없었다.

“응.”

“그러라고 채워둔 거야.”

“..응.”

매버릭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매버릭이 아무리 아이스를 조른다고 해도, 매버릭은 곧잘 까먹었다. 매순간 매버릭의 위치를 상기시켜주는 장치 없이는.

“이제 넌 혼날 거야.”

“알고 있어.”

“왜 혼나는지 알아?”

“내가 말을 안 들어서?”

“구체적으로.”

아이스는 삐딱하게 앉아있는 채였다. 무릎이 쓸린 매버릭을 어루만져주지도, 용케 방으로 들어왔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지도 않았다. 아이스와 닿고 있지 않다는 게, 매버릭은 못마땅했고 애달팠다.

“내가.. 세이프워드를 너무 늦게 얘기했어.”

“그건 우리 사이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룰이야, 매버릭.”

매버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의 말투는 차분하고 담담했지만, 그래서 꼭 언제라도 떠날 것처럼 느껴졌다. 넌 이제 탈락이야.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규칙을 어겼으니 벌을 줄 거야. 서른 대.”

매버릭은 안도했고, 자신이 안도했다는 것에 놀라 척추가 찌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벌을 받는다고 안도하다니 완전 아이스스러운 변태잖아! 벌이라는데도 매버릭은 조금 즐거워졌다. 아이스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에.

매버릭의 사고 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하는 아이스는 매버릭을 일으켜 세우고 책상 앞으로 매버릭을 세워두었다. 다리 더 벌려. 더. 손은 책상 위로. 손바닥부터 팔꿈치까지 완전히 닿도록 허리를 숙여. 이제 책상에서 손 떼면 안 돼. 손을 떼면, 그건 무효야. 알아듣지? 아이스는 수학 공식을 설명하는 태도로 매버릭의 자세를 교정했다. 매버릭을 그렇게 두고 서랍에서 패들을 꺼낸 아이스는 허공에 두어번 패들을 휘둘렀다. 힐끔 뒤를 돌아본 매버릭이 체벌 도구를 확인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 번 경험해본 적이 있는 거였다. 서른대, 그정도면 뭐-

예고없이 아이스가 첫 대를 휘둘렀고, 매버릭은 숨을 멈추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이렇게 서른 대라고? 말도 안돼. 예전엔 분명히 이런 강도가 아니었는데. 고작 한 대로 매버릭의 살이 바르르 떨렸다.

“아이스?”

“그렇게 불러도 소용없어.”

매버릭의 목소리에 언뜻 물기가 서렸지만 세이프워드는 아니었다. 아이스는 착실하게 다음 매를 내리쳤다. 둘. 다리를 벌리고 있어 감출 수 있던 면적이 드러난 참이었다. 매버릭이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고통이 덜어지지 않아도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아이스, 나, 잠깐-“

“못 버티는 거 아니면 입 다물어, 매브, 너 이거 벌이야.”

“흐읍.”

또 매가 떨어지고, 매버릭은 차마 손은 떼지 못해 책상을 부볐다. 발뒤꿈치가 들썩거렸다. 딱 세 대만으로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책상 위로 문질렀다. 저번까지는 얘가 진짜 봐준 거구나. 놀아준 거구나. 온몸이 홧홧하게 뜨거웠다. 일곱대를 맞은 후에 매버릭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아이스.. 나 울어도 돼?”

이미 울고 있으면서 우물우물 물어보는 게 그런 질문이라 아이스는 저도 모르게 찢어지는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어차피 엎어져 있는 매버릭에게 보일 리가 없는데도.

“우는 걸 어떻게 참겠어, 매브. 우는 건 괜찮은데 자세를 좀 똑바로 할까? 지금 엉망인데.”

매버릭은 코를 훌쩍이면서도 꾸물꾸물 땀에 미끌어져 흐트러진 자세를 정비했다. 열 다섯대 째. 아이스는 쉬어가겠냐 물었고 매버릭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매버릭은 매가 떨어질때마다 흠칫 놀라 몸을 굳히고 열기와 고통이 퍼지는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스의 손이 잠깐 머리통에 닿자, 더 서러웠는지 아파, 아이스, 나 너무 아파, 하고 또 울었다. 다섯 대를 더 때리자 엉덩이는 이미 새빨갛게 부은 후였다. 매버릭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하며 용서를 빌고 온몸을 꼬면서도 용케 책상에 얹어둔 손을 떼지 않았다.

“그만 울어, 매버릭. 뭘 잘했다고 울어.”

아이스가 잠시 매를 멈추고 손을 엉덩이 위로 올렸다.

“지금도 한 대 때린 거 아냐..?”

히끅거리면서도 매버릭이 내뱉은 말에 아이스는 뭐?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매버릭은 잔뜩 쫄아 엉덩이에 힘을 주고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방금, 방금 손 댄 것도 때린거지? 어?”

아이스는 매버릭의 계산법이 신박해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로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스의 손에도 적잖은 열이 올라왔을텐데도 매버릭의 엉덩이의 열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손바닥, 발바닥. 남은 열 대는 어디에 맞을래?”

아이스가 매버릭의 어깨를 잡아끌어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매버릭이 몸이 잘게 떨렸다.

“추워?”

“아니, 춥진 않은데 그냥-”

“벌 받을 때라고 세이프워드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매버릭의 눈이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그렇다고 벌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다시 시무룩해진 매버릭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냥 벌 다 받을래. 발바닥..?”

아이스는 매버릭에게 책상 위로 올라가 엎드릴 것을 지시했고, 눈물을 슥 닦아낸 매버릭이 자세를 잡았다. 패들은 케인으러 바뀌었다.

“똑바로 버텨, 잘못 맞으면 부러진다.”

대화를 하느라 조금 풀어진 분위기에 매버릭은 약간이나마 약해진 강도를 기대했으나 발바닥에 떨어지는 매질은 정말 악소리 나올만큼 아파서 남은 대수를 맞는 동안 또 미친듯이 잘못을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약속한 서른 대가 끝나고 잉잉대며 안기는 매버릭을 가볍게 들어올린 아이스는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곧장 코너의 벽 앞에 세워뒀다.

“20분 코너타임. 손 들어. 그렇지. 내가 신호 줄때까지.”

“끝난 거 아냐?”

“끝을 왜 네가 정해, 매버릭. 손 내려가면 시간 추가야.”


조금은 얼렁뚱땅인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눈물방울을 꼬리에 매단 매버릭을 단호하게 떨어뜨리고 아이스는 멀찍이 서 그 뒤태를 감상했다. 훌쩍이느라 들썩이는 어깨와 벌겋게 부어오른 엉덩이, 꼼지락대는 발가락 모든 게 다 장관이었다. 그 꼴통이 저렇게 있다는 걸 누가 믿을까.

시간이 지나고 아이스는 매버릭을 돌려세웠다.

“더 할 수 있어?”

“아니야.. 이제 레드야.”

“앞으로 객기부리지 마, 매브. 브레스 컨트롤 하다 죽고싶지 않으면.”

“안해. 정말이야.”

매버릭이 본능적으로 손을 내려 엉덩이를 가렸다. 피식 웃은 아이스가 목에 칼라를 벗기고서는 땀에 전 이마에 입을 맞췄다.

“고생했어, 피트.”

“나.. 나 조금 더 울어도 돼?”

금방 다정해진 표정과 행동에 긴장이 풀린 매버릭이 다시 물었고, 이때는 아이스도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목줄을 차고 있지 않을 땐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매버릭은 서러움을 쏟아냈다. 너 진짜 나쁜놈이야. 로 시작해서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로 끝나는 레파토리가 스무 번 쯤 반복된 이후에야 눈물이 옅어졌다.

“근데 너 단호한 것도 되게 섹시한 거 알아?”

마지막 말이 이래서야. 아이스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반응에 귀를 살짝 깨물었다.

“알아.”

“오, 재수없어!”

“가만히 있어. 얼음 떨어지잖아.”

매버릭이 일부러 엉덩이를 흔들었고, 아이스는 체벌 대신 입맞춤 세례를 퍼부으며 장단을 맞추었다.





통제욕구 큰 아이스랑 말 잘 듣는 매버릭으로 아이스매브
길잃음..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르는 걸 읽어줘서 고맙읒니다
오타 많음 비문 많음 퇴고 안함 노잼주의
2023.10.20 09:29
ㅇㅇ
모바일
센세 돌아올거지ㅠㅠㅠㅠㅠㅠㅠ
[Code: 2842]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