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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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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ㅈㅇ 짦음ㅈㅇ 



비가 온다. 물렁해진 세상은 영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진다. 산 자들이 평온화된 것처럼 침울해진다. 진흙에 발등이 덮일 때 나는 청빈하고, 남루해진다. 심문관도 한낱 비 맞은 처량한 신세에 불과한 데일스 엘프가 된다.

오늘 같은 날이면 나는 폭포를 찾게 된다. 신발을 벗고 종아리가 잠길 때까지 걸어들어가 한참을 우두커니 앉아 물살이 흐르는 양을 구경하게 된다. 특별히 청승이나 떨자고 이러는 건 아니다. 나는 비가 오는 감각, 물이 흘러가는 감각, 세상이 물러지는 감각을 좋아한다. 무엇이든 씻겨 내려줄 것 같은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과 엘프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평등하다.

인간. 나는 솀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엘프가 갖는 폐쇄성은 인간의 특권을 보다 강화하는 특별한 힘을 가진다. 고립되어서는 무엇도 변화할 수 없다. 우리 부족의 수호자가 나를 처음 콘클라베에 보낸 이유이다. 

작년 이맘때에 같은 폭포를 찾았을 때 내 옆에는 솔라스가 있었다. 얼굴에 문신은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내 얼굴에 새겨진 노예의 낙인을 지울 때 그 배교자의 눈빛은 얼마나 갸륵했던가. 나는 그를 얼마나 믿었던가. 그가 고별을 전하던 순간조차 나는 솔라스가 내 곁에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게 그만큼의 신의가 있었다. 

그도 지금 나와 같은 비를 맞고 있을까.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여전히 그 때 생각을 한다. 흘러가버린 순간은 비가역적이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다시 한 번 그와 얼굴을 맞대고 입맞추기를 소망한다. 기억이 양방향으로 통하는 문과 같다는 말을 믿고 싶어진다. 

팔을 떼어간 순간 그의 앞날에 지옥만이 펼쳐질 것을 알았다. 그의 악의가 세상을 망쳐놓을 것을 알았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살아서 재회할 수 없다면, 우리 언젠가 더 나쁜 곳에서 다시 만나리라고....... 
2024.06.17 23: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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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문장 미쳤다... 살아서 재회할 수 없다면 더 나쁜곳에서 다시 만난다니 ㅠㅠㅠㅠㅠㅠㅠ 독백은 담담한데 심장 깊숙히 먹먹해짐 ㅠㅠㅠㅠ
[Code: a6b3]
2024.06.17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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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ㅜㅜㅜㅜㅜㅜㅜㅠ솔라벨란 무순이라니 너무 좋아요 센세ㅜㅜㅠㅜ
[Code: 4a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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