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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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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장의 종이쪼가리가 뭐라고. 두 사람의 평온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뒤바꼈어. 제일 먼저 집안에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사라졌지.
두 사람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그 날 저녁이었어. 병원을 함께 찾았고, 담당의사의 과할정도로 친절한 설명을 듣고 온 밤이었어. 추가검사를 받기 위한 날짜를 예약했고, 매버릭이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아이스의 병명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 진료실을 나오면서 매버릭이 먼저 아이스 손을 잡았어. 아이스의 엄지손가락이 그런 매버릭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었고, 매버릭은 별말을 하지 않았지. 괜찮아질거야, 혹은 별일 아냐 등 두 사람 다 보통의 사람들이 주고받는 위로는 건너뛰었어. 어쩌면 이게 오래도록 목숨을 내놓고 비행하던 사람들의 오랜 버릇인지도 모르겠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이를 하늘 위로 올려보내고 느꼈던 그 무기력감을 이제는 다른 의미로 감내하는 중이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어쩌면 무사히 돌아오라는 아이스의 간절한 염원이 매번 매버릭을 무사히 돌려보내준게 아닐까 싶어서 말야. 그렇다면 인간이 한없이 무기력한건 아니잖아. 아이스가 그래줬던 것처럼, 이제는 매버릭이 아이스를 기다릴거야. 처음 느껴보는 무기력감을 감내하며, 부디 내 남자가 무탈하게 곁을 오래도록 지켜주길 바라는 염원. 



............이제 우린 이렇게 살거야.


매버릭이 날이 시퍼런 가위를 들고선 뚜벅 뚜벅 걸어가 서재며 거실, 그리고 침대 전화선을 싹뚝 잘라버렸을 땐 아이스는 매버릭의 40년 넘는 세월동안 한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매버릭의 다른 면을 보았겠지. 그는 두동강난 선을 내보이며 씨익 웃었고 아이스는 처음으로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 지 난감해하고 있었어. 좋아해줘야하나, 아님 걱정해줘야하나. 뭐라 말해야하지.
매버릭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었고 아이스도 굳이 묻지 않았어. 의기양양하게 세레모니마냥 두동강 난 전화선을 휴지통에 냅다 버리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모습까지 아이스는 그저 눈으로만 담았지. 





...............그러자.




방금의 그 서슬퍼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다람쥐야. 엉켜들어오는 매버릭을 마주 안으며 아이스는 입술에 닿는 그의 모든 곳에 쪽쪽 입맞추기 바빠. 두 사람은 별다른 말없이 일상으로 돌아간 상황처럼 보여. 그들의 일상에 당연하다는 듯 자리잡았던 남들과의 전화질이 사라졌을 뿐이야. 그 사이를 두 사람이 함께 꾸미는 취미가 촘촘히 메우고 있지. 아이스가 책을 읽고 있으면 매버릭이 비행잡지를 들고 쫄레 쫄레 찾아와 어깨에 기대 읽기 시작했고, 아이스가 요리를 하고 있으면 매버릭은 핸드폰을 키고선 아이스가 요리하고 잇는 재료의 효능에 대해 읊어대기 시작했지. 매버릭이 씻으러 들어가면 아이스도 말없이 쫓아 들어갔고, 두 사람은 그전보다 함께 목욕하는 빈도가 늘었어. 
따끈한 물을 받아놓고 욕조에 두 사람이 포개어 누워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가장 맘에 드는 취미였지. 쫑알대던 매버릭도 이때는 조용히 침묵을 즐기곤 해. 아이스 가슴팍에 기대 가슴털을 살살 어루만지거나, 손을 붙잡고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두 사람 다 휴식같은 시간을 보내곤 했지.
하지만 아이스가 이 느릿한 일상속에서도 매버릭의 불안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냐. 아이스와의 목욕을 왜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가끔 아이스가 매버릭을 부를때 서너번은 불러야 대답하는지, 모르는척 굴고 있지만 사실은 전부 알고 있다고.



괜찮을거야. 날 믿어, 맵. 추가검진 전날, 같이 침대에 누워 아이스가 속삭였어. 그래야지. 매버릭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다리를 쭉 폈어. 
나 너무 졸려. 매버릭은 작게 속삭이고선 아이스 품을 파고들었지. 아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매버릭을 마주 안았어. 
그리고 오래도록 두 사람은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들었지. 정확히는 잠에 빠져드는 척 연기했어. 두 사람 다 밤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 그저 안고만 있었지. 하루에도 몇번씩 자신을 부르는 아이스의 목소리에 시야가 흐릿하기를 반복해. 잘자라는 방금의 그 따뜻한 목소리도 너무 소중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것 같아. 그 다정한 목소리를 영영 듣지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어. 무서워. 매버릭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서는 다시 아이스의 품을 파고들었지. 아이스, 나 무서워. 그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는데. 소리없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조용히 흘리며 매버릭은 들킬까 호흡만 가다듬었어. 








아이스매브 



 
2024.06.27 09:4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 무섭지ㅠㅠㅠ 나도 슬프고 무서운데 매브는 얼마나 무섭겠냐ㅠㅠㅠㅠ 그리고 아이스 마음도 엄청 아프겠다ㅠㅠㅠ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닐텐데ㅠㅠㅠㅠ
[Code: a23a]
2024.06.27 12:05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 아이스 얼렁 나아라 ㅜㅜㅜㅜㅜㅜ
[Code: 6d0a]
2024.06.27 12:55
ㅇㅇ
모바일
하ㅠㅠㅠ전화선 끊는 매브.. 집에서만이라도 누구의 방해없이 온전히 둘의시간을 가지고싶어서그런거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스얼렁나아라222ㅠㅠㅠㅠㅠㅠ
[Code: 3ad4]
2024.06.27 13:11
ㅇㅇ
모바일
에휴 맵이 소리없이 눈물 뚝뚝 흘리는거 아이스가 모를리가 없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스 당장 완치 갈기라고 !!!!!! 아맵 알콩달콩 은퇴길만 걸어야 한다고
[Code: 17cb]
2024.06.27 16:58
ㅇㅇ
매브 저렇게 불안해 하잖아 온전한 아이스 돌려주라 병마야
[Code: a431]
2024.06.28 00:26
ㅇㅇ
모바일
매브 아이스와의 온전한 시간을 위해 전화선도 끊어버리고 그와 함께 하는 평온한 일상을 즐기는 모습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아이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다 느껴져 아이스 괜찮을거야 괜찮다고 말해줘 센세 ㅠㅠㅠ
[Code: 73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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