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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0:41
바로 목숨을 구해준 이와 사랑에 빠진다는 저주였다.


이제는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없을 카잔스키 가문의 아주 먼 옛날에 살던 조상님때문에 내려진 저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 소공작은 코웃음을 쳤다. 그딴 말도 안 되는 저주가 다 있냐는 아들의 말에 카잔스키 공작은 피식 웃으며 "네 어머니가 날 마차사고에서 구해줬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러는 게냐?" 하고 말했지만 소공작 패트릑은 그거랑 이건 별개라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

하지만 패트릑 카잔스키는 사냥터에서 죽을뻔한 저를 구해준 조셉이라는 젊은 농노를 보고 사랑에 빠졌고, 혁명의 불길이 타오르기 직전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조셉과 함께 자유의 땅이라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태어난 그들의 아들 패터슨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뭐 그런 건 자기랑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딴 저주가 진짜라면 자기가 식인 사자로부터 구해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랑 사랑에 빠져야 정상이 아닌가? 라 생각했던 패터슨 카잔스키는 저주받은 망령이 사는 저택에 괴물을 퇴치하러 갔다가 그 괴물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매력적인 밤의 귀족과 사랑에 빠진 패터슨을 보며 패트릑은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하고 놀렸고, 패터슨은 두 분이 워낙 절 강하게 키우셔서 위험한 일이 없어 평생 모를 뻔했다고 하며 웃어넘겼다. 레스타는 저주라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보며 뭐라 말해줄까 하다가 "이건 먹니?" 하면서 갓 잡은 소의 피를 갖다준 조셉의 친절에 그것도 먹지만 더 맛있는 것도 줄 수 있냐며 웃다가 패터슨에게 붙잡혀 방으로 끌려가 다른 걸 먹게 되었다.


패터슨과 레스타의 두 아들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명은 흥미로운 동화라 생각을 했고, 다른 한 명은 흔들다리 효과라고 코웃음을 치며 넘겼다. 패트릑과 패터슨은 자신들과 똑같은 두 아이의 반응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이 흘러 패트릑이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 군인이 된 톰 카잔스키가 제 저택에 들인 독일군 대령과 사랑에 빠졌고 결혼까지 했을 때 조셉은 네 할아버지가 이 모습을 봤으면 좋아했을 거라고 말했다. 몽고메리는 형수 때문에 배에 총알구멍이 났으면서 구해줬다고 사랑에 빠진 걸 보면 형은 머저리 등신이라고 놀렸지만, 몇 년 뒤 몽고메리는 강직한 미인과 가냘픈 미인을 데리고 와서 집안을 발칵 뒤집었다. 수인 연구를 하러 가며 남긴 흔적을 따라 온 하포드와 몽고메리를 찾아오던 중 하포드를 발견한 리처가 수인들에게 죽을 뻔한 몽고메리를 구해줬다는 이야기에 조셉과 패터슨과 시니어슈슈가 두 명도 되냐며 고개를 갸웃할 때 레스타는 그럴 수 있다는 한마디로 모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왕할머니 조셉의 품에서 동화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삼형제 아이스, 닉, 크리스는 각각 재밌는 동화/낭만적인 이야기/과학적 증명이 필요한 일이라고 대답해서 또 한번 어른들을 웃게 만들었다.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미그기 격추 이후 매버릭을 보고 어른들이 얘기해줬던 카잔스키 가문의 저주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 이게 그거구나.'
미 해군 역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사진을 남기며 한 공개고백은 성공적이었고, 카잔스키 주니어는 결혼을 축하한다고 형수가 너무 이뻐서 아깝다고 하는 동생들에게 너희도 얼른 알게 되면 좋겠다는 두루뭉술한 말을 했다.

특급의 가호를 받아서 위험할 일이 별로 없는 닉은 자신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크리스를 보며 킬킬거렸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크리스가 자신을 구해준 사관생도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는 걸 즐겁게 구경하다가 콘서트 리허설을 하러 간 닉은 무대에서 떨어질 뻔한 스테판의 손을 잡고 생각했다. '아, 목숨을 구해준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저주는 사실 축복이구나.'

괜찮냐고 다친 곳 없냐고 묻는 스테판과 방금 뭐였냐고 너 괜찮냐고 달려오는 스탭들 사이에서 닉은 스테판에게 진하게 키스하며 "스테피, 우리 가문의 저주는 죽기 전에 꼭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고 맺어지라는 축복이었어요. 나랑 결혼해줄래요?" 하고 어마무시한 발언을 해서 모두를 놀라게했다.


세상을 둘러보던 패터슨레스타는 두 분의 둘째 손자와 막내 손자도 곧 결혼한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게 됐다.

"닉과 크리스도 짝을 찾았네요."
"내가 말했잖아, 그거 저주가 아닌 축복이라고."
"근데 왜 저주라고 알려졌을까요?"
"전에 신분제 사회 때 너네 조상 중 하나가 신분차이로 맺어지지 못해서 그때부터 와전된 거라고 조셉이 알려줬어."
"어머니가요? 제게는 말씀 안 해주셨는데요?"
"축복 때문에 밤의 귀족인 내가 힘들어할까봐 너랑 결혼한다고 찾아간 날 말해줬어. 근데 내가 그건 날 해하는 게 아니라 나도 보호해주는 힘이라고 하니까 안심하면서 둘이 행복하라고 웃더라. 근데 너는 모르게 두랬어. 네가 저주라고 믿는게 재밌었대."
"그럼 몬티는요?"
"걔는 태고의 존재들은 상상 못할 위험한 일을 해서 축복이 중첩된 거야. 가끔 못 받거나 좀 강하게 받는 애들도 있어."
"아..."



톰 카잔스키 주니어는 이불을 덮고 눈을 반짝이며 그 얘기 해달라는 어린 아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주 먼 옛날에 숲에 들어갔다가 요정을 만난 사람이 있었대. 그 사람은 요정이랑 친구가 돼서 즐겁게 지냈지만 거기서 평범한 인간이라서 계속 숲에 머물 수가 없어서 숲에서 나왔어. 그걸 모르는 요정은 친구가 떠난 걸 알고 슬퍼하며 신한테 빌었지. '제 친구가 저를 다시 떠올리고 돌아오게 해주세요' 얼마 후 요정의 친구가 다시 숲으로 찾아왔지만 심하게 다친 상태였어.

요정은 친구를 열심히 보살폈고, 다 나은 요정과 친구는 행복하게 살았지. 그리고 평범한 인간인 친구가 죽기 전날 요정은 친구의 손을 잡고 말했대. '이 인간과 같은 피가 흐르는 이들은 삶의 위기 속에서 마음을 깨닫고, 그 마음을 가져간 이와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축복을 내린 요정은 친구와 함께 영원한 잠에 빠졌다고 해. 이게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야. 우리 대니도 나중에 그런 사람을 만날 거야."



아이스매브 크오
패트릑조셉 패터슨레스타
몽고메리리처 몽고메리하포드
닉스테판 크리스딱복
2024.05.18 10:54
ㅇㅇ
모바일
너무 아름다운 동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인간과 같은 피가 흐르는 이들은 삶의 위기 속에서 마음을 깨닫고, 그 마음을 가져간 이와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잭요정의 소원대로 카잔스키들은 삶의 위기 속에서 자신을 구하고 그 마음을 가져간 반려들과 영원히 사랑에 빠지는 축복을 받은거구나 ㅠㅠㅠㅠㅠㅠ
[Code: 3772]
2024.05.18 10:54
ㅇㅇ
모바일
와중에 중첩된 축복을 받은 몽고메리 두 배로 부럽다 ㅋㅋㅋㅋㅋㅋ
[Code: 3772]
2024.05.18 11:26
ㅇㅇ
와 센세 이거 너무 이쁜 동화잖아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6a8]
2024.05.18 2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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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따뜻하고 진짜 옛날 유럽에서 전해져올 것 같은 이야기야...
[Code: 0d25]
2024.05.19 02:56
ㅇㅇ
모바일
센세 ㅠㅠㅠ 진짜 최고
카잔스키가문의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고 아름다운이야기다ㅠㅠㅠ
[Code: 87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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