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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가 드는 정이 무섭다는 걸 이렇게까지 체험할 생각이 없었는데. 매버릭은 풀썩, 한 팔로 눈을 가린 채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아까 있었던 대화 아닌 대화를 떠올렸다.

살짝 맺힌 땀과 그에 섞인 체향, 낮게 울리지만 화가 나 긁어내리는 목소리, 꿈틀거리던 팔의 핏줄까지. 떠올리기만 해도 어느새 살짝 뜨는 중심부에 매버릭은 한숨을 푹 쉬고 오른팔을 내렸다. 슥슥 문지르자 기다렸다는 듯 부풀어오르는 기둥에 눈을 꽉 감고 기계적으로 움직여댔다.

머리 속에 떠오른 아이스맨으로 벌써 아래를 만진 지 일주일째. 매버릭은 초반의 죄책감을 뒤로 한 채 몰려오는 쾌감을 만끽했다. 그는 쏟아진 하얀 액체를 닦아내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미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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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버릭은 난잡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애인을 자주 바꿔대고, 가볍게 구는 걸 선호하는 인간이었다. 반반한 외모는 그런 짧은 만남에 이용하기 안성맞춤이었고, 매달려오는 사람들을 쳐내기에도 완벽했다. 그런 그가 무려 일터의 누군가와 얽히고 싶어한다니. 매버릭의 전 애인들이 들었다면 그에게 몰려와 머리털을 모두 뽑아버렸을 것이었다.

아무튼 아이스맨은 매버릭에게 조금 달랐다. 해군에선 절대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다, 라는 매버릭만의 룰을 깨버리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의 존재였다. 그는 좆같은 소리만 해댔지만 외모는 꽤나 매버릭의 스타일이었다.

그 섹시한 입매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좋아하진 않았을텐데. 매버릭에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구스가 비웃었다. 구라치지 마, 너 그 새끼가 신음하는 거 듣고 싶다며.



그래, 뭐. 목소리도 존나 매버릭의 스타일이었다.
아무튼 그럼에도 매버릭은 못 말리는 파일럿이었기 때문에 제 본능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는 습관, 이게 아이스맨과 매버릭 사이의 가장 큰 벽이었다. 매버릭은 호감도 좀 따볼까? 하면 비행으로 와르르 무너트렸기 때문에 제로섬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세 번째 라커룸 다툼 때, 미친 척하고 달려 들어서 키스나 한 번 해볼 걸 그랬나. 매버릭은 까득까득 손톱을 깨물며 생각했다. 그의 앞엔 그가 좋아하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놓여져 있었지만 그는 생각을 하느라 아이스크림에 대해 완벽히 잊고 있었다. 구스는 그런 매버릭을 그냥 두고 식판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누군가 매버릭의 앞으로 와 앉았다.



"아이스맨?"
"자리, 앉을게."



피크타임이라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 아이스맨이 그의 앞에 앉자 매버릭은 또 다시 머리를 박박 긁었다. 부끄럽냐? 구스가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이자 매버릭은 구스의 옆구리를 푹 찌르고 얌전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들었다.



"슬라이더는?"
"아까 RIO들만 잠깐 무슨 교육 있다고 가던데, 구스. 넌?"
"헐, 미친! 까먹었어. 매브, 나 먼저 간다?"
"어? 어. 다녀와!"



구스가 호다닥 카페테리아를 빠져나가자 매버릭은 아이스맨과 단둘이, 마주하고,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묵묵히 식판만 보는 아이스맨에게 뭐라 말을 걸어야 할까?



"매버릭."
"어, 어?"
"그만 쳐다봐. 불편해."



윽, 들켰다. 그치만 물을 마시는 목젖이 꽤 섹시했는데. 매버릭은 입술을 씹어댔다. 아이스맨이 조용히 식사를 재개하는 동안, 매버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곁눈질로 아이스맨을 훑었다.

뭐, 짝사랑은 하는 놈이 진 채로 시작하는 거니까.







아이스매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