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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2:01
씨발
벅 클레이븐,
아니, 게일 클레이븐은 유죄다. 

기강이 독일 상공에서 땅바닥으로 쳐박은 100전대라 할지라도 게일이 유죄라는 말에 동의할 부대원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버키의 애착인형이 커트로 인식되었듯 벅의 애착인형으로 불리는 허니 비는 생각이 달랐다. 

-

"대위님, 일어나셔야 합니다."

"...제발 꿈이라고 해줘."

"작전 회의 30분 전입니다." 

"Fuck..." 


허니는 자신을 깨우러 온 부대원의 발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지만,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한 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결국 협탁 위의 등이 켜지자 이불을 제낀 허니는 당장 몇 시간 뒤에 임무를 나가야하는 것이 꿈이길 바랐지만 이루어질 리가 없는 바람이었다. 


-

어제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커트와 함께 죽어라 달렸던 허니는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겨우 회의실로 들어섰다. 허니의 옆에는 몇 시간 전 누가누가 더 잘 버티나 대결에서 허니의 결승 상대였던 커트가 이젠 누가누가 안색이 더 구린가 대결을 하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리했다. 

임무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자 겨우 눈을 떠 정신을 차린 허니는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의 뒷모습에 괜히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쓰린 속보다 더 복잡해지는 머리에 허벅지를 꼬집으며 브리핑에 집중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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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그 정도야? 토라도 하고 와." 

허니가 허벅지를 꼬집는 걸 커트가 본 것인지 본인은 멀쩡한 척 많이 힘드냐며 물었고, 허니는 아직까지 부대 밖 바에서처럼 허세를 부리는 부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하딩의 브리핑이 끝나자 다들 시계를 맞춘 뒤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했다. 허니는 제 앞의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잽싸게 일어나 커트를 넘어 회의실을 나왔다. 


-

젠장, 하필...
임무가 시작되기 전 간단히라도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던 허니는 식당 앞 쓰러져 있던 두 개의 자전거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지 않은 본인을 탓했다. 배식 시간이 지나면 조리사에게 평소의 친분을 과시해야 겨우 간단한 음식이라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웬만하면 이 시간엔 식당에 오진 않지만, 최근 피해야 할 사람이 생긴 허니는 이 시간에 식당에 오는 것이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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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이리 와!" 

식당 문을 기점으로 다시 돌아서려던 허니는 어쩌면 가장 들키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자신을 호명하는 저 입을 원망하며 돌아가는 것도 글렀다는 생각에 애써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들어섰다.

조리사에게 평소 자랑하던 부대 근처 바 이용권을 들이민 허니는 무심하지만 정성이 담긴 오믈렛을 받을 수 있었고, 괜히 지금 한 테이블 빼곤 텅 빈 이 식당에서 그 테이블을 피해 다른 곳에 앉는 것도 이상하겠다 싶어 존 옆에 한 자리를 띄우곤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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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안 좋아보이던데 괜찮아?" 

제발 말 걸지는 마라. 제발. 오믈렛에 머리를 박고 먹고 있었던 허니에게 게일이 다정하게 질문을 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늘 다정한 게일이었지만 허니는 괜히 놀라 사레가 들렸고, 옆에 앉아 있던 존이 한심하다는 듯 허니의 등을 두들겼다. 


"존, 아프겠다." 


허니의 등에서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패주던 존을 말린 게일이 물컵과 손수건을 허니에게 건네자 허니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게일의 손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하자 컵과 손수건을 받았다. 컵 가득히 들어있던 물을 한 숨에 들이킨 허니는 소매로 입을 닦았고, 게일에게 다시 손수건을 돌려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이만,비딕에게 볼 일이 있어서..." 

"야, 오믈렛 반도 못 먹어놓고?" 


반도 못 먹은 오믈렛이 자신도 아깝긴 했지만 존의 접시에 동의없이 덜어낸 허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잽싸게 자리를 떴다. 발개진 목과 귀는 사레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애써 손으로 달래보려했다. 


-

비행기로 향하는 트럭에서 바지 주머니에 있던 너덜해진 수첩을 꺼낸 허니는 오늘 임무를 다시 복기했다. 신병때부터 생긴 습관이 지금까지 자리 잡아 임무 나가기 전 하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복기가 끝나자 작전이 적힌 종이를 조각내어 찢어버린 허니는 트럭 밖으로 조각을 던져버렸다. 


"대위님,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종이는 왜 찢어버리시는 겁니까? 마을 애들이 가끔 주워서 그걸로 퍼즐 맞추는 것 같지 말입니다." 


허니의 맞은 편에 앉은 신병이 여태 가려웠지만 이제야 물어보는게 시원하다는 듯 물었다. 

종이를 찢어 버리는 이유는 뻔했다. 수첩을 들고 있으면 혹시나 포로로 잡혔을 때 미공군의 작전이 모두 들킬 수 있고, 혹은 대원들의 신상이 털릴 수도 있으니 모두 찢어버리는 것이다. 포로로 잡히는 것을 항상 염두해둬야 하는 전시상황인지라 그마저도 영어가 아닌 제 부모에게 배운 언어로 쓸 때가 많았지만 허니는 제 습관이 불러 올 파장이 두려웠다. 


"...애들 퍼즐 맞추라고 주는거야." 


마을 애들이야 영어가 아닌 언어로 쓰인 종이를 발견해봤자 그저 모양들로 조각을 맞출 뿐이니 상관없는 얘기였지만, 혹시나... 불안해진 허니는 제 습관을 고쳐야 한단 생각을 하며 정차한 트럭에서 내렸다. 


"허니."

"네?" 


트럭에서 내린 허니는 비행기로 향하려다 자기를 부른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신병의 말이 물고 들어온 잡생각에 누구의 목소리인지 자각을 못한 허니는 저 목소리를 못 알아보고 무심코 돌아 본 자신을 탓하며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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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능력 의심 안 해."

"..."

"그러니 너도 날 믿으면 널 의심하지 마." 


허니 앞으로 두발짝 다가 온 게일은 분주히 비행기에 올라타느라 이쪽엔 관심이 없는 대원들을 보며 허니의 볼을 한 손으로 쓸었다. 


"갔다와서 보자." 


넋이 빠진 허니를 본 게일은 정신 차리라는 듯 허니의 볼을 검지로 톡톡 두들기곤 돌아서 자신의 비행기로 유유히 향했다.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던 허니도 얼굴이 터질듯이 붉어진 채 급히 제 비행기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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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님, 왜 이렇게 늦으십니까?"

"미안 미안 사전 확인 끝났나?"

"예, 부기장님이 늦게 오시는 바람에 제가 다 했습니다." 


fuck fuck fuck...! 브레이디의 날 선 장난에도 받아 줄 생각을 못 한 허니는 그저 방금 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제 할 일을 하려 노력했다.


발개진 목과 귀를 손으로 달래지도 못한 채 며칠 전 밤 막사 뒤에서 키스하며 자신의 볼을 감싸오던 게일 클레이븐의 손이 오늘 다시 닿아온 것을 애써 무시하려 고개를 저었다. 








허니에게 진심인 게일이랑 게일이 그저 유죄짓 한다고 생각해서 회피하는 허니랑
서로 오해하고 삽질하고 후회하고 배맞고 결혼하고 임신하고 육아하는 그런 거 보고싶다.... 


게일너붕붕 오틴버너붕붕


 
2024.05.13 0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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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가 압해하지 않으면 밑붕들은 모두 죽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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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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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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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2: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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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 죽기싫으니까 제발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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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03: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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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막문단 압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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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2:5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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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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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8: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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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봐 센세 억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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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4 09: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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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까지 압해해줘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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