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92188952
view 1209
2024.04.27 17:17
플레이 다음날, 대장님은 평상시와 같이 침착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팀 프라임이 다같이 모인 저녁식사에서는 스모크스크린을 옆자리에 딱 붙혀서 앉히기도 했다. 마치 가족에게 연인을 소개하는 식사 자리 같았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최근 가까워보이는 둘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오르기 시작했다. 알씨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그렇게 나란히 계시니까 손만 안 잡았지 애인 사이 같은걸요.”


끝자리에서 재활 시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벌크헤드와 라쳇을 포함하여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대장님은 온화하게 미소 짓더니 대답하기 위해서 립 플레이트를 벌렸다. 스모크스크린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마냥 신날 거라고만 여겼지 다른 상상은 끼어들 여지가 없던 그 순간이었는데, 막상 때가 닥치자 긴장해서 테이블 밑으로 몰래 손바닥을 쥐어짜게 되었다. 대장님의 손이 그 위를 부드럽게 감싸왔다.


“제대로 보았군. 스모크스크린과 좋은 감정을 나누고 있네.”


그 다음부터는 스모크스크린이 팀에 합류한 이래 역대 최고로 말이 많아진 대원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였냐, 혹시 그 때도 사귀고 계셨던 거냐,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아직도 몰래카메라 같다, 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냐, 다정하다니 그건 쟤보다는 대장님한테 어울리는 말 아니냐, 아니다 쟤도 보기보다 속이 깊긴 하다, 어쨌든 대장님 옵틱에서 세척액 나오게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둘이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을 시에도 가만 두지 않겠다 등등. 플레이 때를 포함해서 대장님이 세척액 펑펑 흘리게 만든 게 이미 열 번은 족히 되는 것 같지만 고통의 눈물이 아니니, 아니 고통의 눈물은 맞겠다. 서러움의 눈물이, 아니 어쩌면 그것도 맞을지도... 엄밀히 말해서 불행의 눈물은 아니니 계산에 넣지 않기로 했다. 웃기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도 관절부에 기름칠이 덜 된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 녀석 왜 이렇게 얼어있어? 꼭 휠잭 꼬맹이 시절 같네?”


벌크헤드가 등을 억세게 내려치며 물어볼 정도였나보다. 아무래도 도어윙을 수리받아야 할 것 같아졌다.


“옆에 있는 누구씨가 그렇게 좋나보지. 참… 좋을 때다, 좋을 때야.”


알씨가 놀리듯이 맞받아쳤고,


[스모크스크린이 대장님을 진짜로 많이 생각하긴 해요. 예전에 실연당했을 때 얘기 들어보면 프로세서 알고리즘이 거의 대장님으로만 이루어졌나 싶을 수준...]


설상가상으로 비가 불명예스러운 과거를 들먹이며 쐐기를 박았다.


“그 생각이 좋은 쪽이어야 할 텐데. 아직 너무 어려서 말이야, 철도 한참 들어야하고.”


다행히 라쳇의 핀잔에 오기가 발동하면서 쪽팔리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라쳇의 타겟은 자신이었을 텐데 왜인지 대장님이 양심의 가책을 받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모크스크린은 그의 가슴에 동체를 비스듬히 기대면서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의도치 않은 척 테이블 밑으로 밸브가 있을 자리를 짚은 채였다.


“대장님은 제 어디가 성숙한지 아주 잘 알고 계시는데, 그쵸?”


대장님이 그에게만 들릴만큼 작은 소리로 숨을 들이켰다. 성적인 농담임을 알아들은 건 나머지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난섞인 야유의 소리가 우뢰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끄러워하는 대장님의 모습을 낯설고 신기한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었다. 흠, 그건 좀 별로였다. 스모크스크린은 앞으로 외간 메크 앞에서 대장님의 그런 모습을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 후 동굴에서 범블비와 함께 바리케이드를 또 만날 기회가 있었다. 범블비는 다리 사이가 불편한 것처럼 조금 발을 절었고, 반대로 바리케이드는 비행체 타입으로 개조되기라도 한 건지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커플간의 그 민감한 문제가 해소된 것 같았다. 범블비도 스모크스크린에게 다시는 절대로 인터페이스에 관한 고민을 토로하지 않고 있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하나 경고해줄 게 있어서야.”


대화를 주고받던 중 바리케이드의 낯빛이 진지해졌다. 얘기인즉슨 그 하이힐 신은 디셉티콘 간부가 인섹티콘을 조종하는 기계를 개발해서 반란을 도모하고 있었으나, 최근 실패했다는 거였다. 어떻게든 메가트론의 환심을 다시 사기 위해서 오토봇 도축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게 반란을 에너존 마시듯 일으키는 메크라면 처형하는 게 낫지 않아? 너희 변질자 처단하는 조직까지 따로 있다며, 왜 메가트론이 매번 사면해주는데?”

“나도 진심으로 그게 궁금하다…”


어쨌든 공습이나 인질 납치가 언제 벌어질지 모르니 정찰시 몸을 사리라고 했다. 스모크스크린은 범블비와 잠시 시선을 주고받았다. 팀 프라임은 디셉티콘 최대 규모의 에너존 정제 시설을 파괴할 작전을 최종 점검하는 단계에 있었다. 에너존 채취 속도에만 초점을 맞춘 토목 공사로 인해서 유기 생태계가 상당수 황폐화되기 시작한 아이다호 주가 그 배경이었다. 스타스크림을 필두로 한 심상찮은 전운의 변화에 대해서는 알씨가 업데이트 해주고 있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대장님도 이번만큼은 선제 공격을 할 계획이었다.


“알아들었냐? 조심해라.”

“엉.”

“자기도 제발 조심해. 당분간 아이다호 쪽은 피하고, 알았지?”

“또 쓸데없는 걱정한다. 내가 얼마나 운 좋은지 알잖아. 언제나 기가 막히게 위험을 비껴가는 행운의 메크라고.”

“그래도 조심해. 나 걱정시키지 마, 제발..”


애달픈 포옹 후 입맞춤을 나누는 둘로부터 옵틱을 돌려주면서, 스모크스크린은 엘리트 가드 훈련을 받을 적에 몇 번이고 외치던 구호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위하여, 옵티머스 프라임을 위하여, 옵티머스 프라임을 위하여. 옵티머스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치기와 동경을 조립해서 맹목적인 열정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대장님이 보셨더라면 ‘사이버트론을 위하여’로 구호를 정정하려고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두 구호가 동의어라는 것을 스모크스크린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오래 전에 종말해버린 모성 따위는 살아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하위개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었다. 이번과 같이 중대한 작전에서라면 더욱 더 그랬다.






트포 스뫀옵티
약바리범블
2024.04.27 17:22
ㅇㅇ
센세 최고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015]
2024.04.27 18:24
ㅇㅇ
모바일
하이힐 신은 디셉티콘 간부에서 터졌다가 바리케이드 안위가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센세 스뫀옵티 바리범블 모두 행복해야 8ㅁ8
[Code: 123d]
2024.04.27 22:56
ㅇㅇ
모바일
아 따뜻한데 왜 이렇게 아슬아슬하냐...ㅠㅠㅜㅜ 다들 행복해야하는데
[Code: 6dfc]
2024.04.27 23:13
ㅇㅇ
모바일
아 너무 좋아서 스크롤 다시 올렸다가 내리기 반복함……… 센세 정말 최고야
[Code: 4c05]
2024.04.28 00:04
ㅇㅇ
모바일
오래 전에 종말해버린 모성 따위는 살아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하위개념에 불과하다는 사실<기절할거같애......
[Code: f68e]
2024.04.28 00:44
ㅇㅇ
모바일
센세가 와서 내 주말이 행복해졌어
[Code: deef]
2024.04.28 00:48
ㅇㅇ
모바일
분명 행복하고 훈훈한 한 때인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모두 행복해야해 8ㅁ8
[Code: deef]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