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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04:32
해포 줄거리변형주의 날조주의

해리포터 불의 잔 첫 시합 전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해리 포터는 오늘도 그 빛나는 투명망토를 쓰고 어딜 쏘다니다 오는 건지, 침대는 휑하게 비어있었다.
아마 오늘도 해리는 룸메이트들이 모두 잠든 뒤에야 들어올 예정인 것 같았다.


대체 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네빌의 코고는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쓰며, 론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베갯잎에 쓸린 이마의 상처가 따끔거리자, 론은 다시 가슴이 부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그 뱃지를 나한테 던질 수가!
비록 론 역시 해리를 볼 떄마다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긴 했지만, 해리가 그 정도로 화를 내는 모습은 그를 만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 해리를 만난 이후로...

해리는 본인의 유명세에 대해서 놀랄 정도로 무심한 면이 있었지만, 마법사 가정에서 자란 론은 해리 포터에 대한 얘기를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야 했다.
그래서,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해리를 만나기 전에는, 해리 포터는 무언가 올리버 우드나, 인정하기는 싫지만 빅터 크룸 같은 강인한 소년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실제로 만난 해리는, 물론 착해 보이긴 했지만-론의 생각보다는,
매우 작고 마른 모습이었다.

'살아남은 아이' 해리 포터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잊혀졌고, 론은 기차에서 만난 자신의 단짝 친구 해리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소심하다는 것,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 말고는 딱히 친구 사귀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호박 주스와 당밀 퍼지를 좋아한다는 것, 숙제를 귀찮아한다는 것, 체스는 영 못하지만 퀴디치는 끝내주게 잘한다는 것.
그리고 그 끔찍한 머글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

론은 인생에서 최고의 것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는 형제들과 같이 많은 것을 공유해야 했고, 중고 지팡이나 물려받은 올빼미, 작은 방에 만족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해리 포터가 겪은 것은 론이 겪은 것과는 너무 달라서, 때로는 론이 대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해리는 호그와트가 '집'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학교지 어떻게 집이 된단 말인가? 론은 해리의 사정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 깊이 이해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러니까, 2학년이 되기 전에 머글 자동차를 타고 해리를 그 망할 머글 집에서 구출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떻게 12살 소년을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론은 쇠창살이 달린 방에서 빠져나오는 해리의 발목을 잡던 그 돼지같은 작자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서프라이즈가 성공했다고 깔깔 웃는 형제들 사이에서, 론은 그 추악한 머글 가정으로부터 앞으로도 해리를 지켜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항상 사랑이 넘치는 엄마에게도 해리의 이야기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몰리는 때로 해리의 마음아픈 가정사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면서, 친구인 너가 잘 챙겨주라고 론에게 눈물을 훔치며 얘기하곤 했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론보다 키가 작은 해리가 론을 올려다보며 웃을 때, 론은 해리가 친구이면서도 동생같이 느껴지고는 했다.
(물론 셋이 남매로 태어났다면, 장녀는 무조건 제일 똑똑한 헤르미온느였을 것이라고 론은 확신했다.)


그래, 나도 해리를 도울 수 있어.
어쩌면 론은 우쭐한 감정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마법사 가정에서 자란 론은 해리한테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었고, 그 유명한 해리 포터가 자신을 제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을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격차는 벌어졌다.

론은 퀴디치 팀에도 들어가지 못했지만, 해리는 항상 우승을 이끌어내는 타고난 수색꾼이었으며 파이어볼트를 갖고 있었다.
론은 학교수업에서 특출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해리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었다.
(처음 해리가 패트로누스 이야기를 꺼낼 때 론은 속으로 경악했다. 그거 성인 마법사들만 쓰는 거 아닌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이 끝나면, 가끔 소곤대는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역시 해리 포터라서 좀 다른가 봐."
루핀 교수님도, 물론 해리 아버지의 친구긴 했지만, 해리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덤블도어 교장조차 해리를 예뻐했다! 론은 결국 해리가 학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건 덤블도어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론 위즐리가 살아남은 아이였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들을 해리 포터는 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론은 그 정도쯤은 넘어갈 수 있었다.
위즐리 가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난리치는 사람은 퍼시 위즐리 1명으로 족했다.
하지만 불의 잔에서 결국 해리 포터의 이름이 나왔을 때, 론을 정말로 괴롭게 한 것은

론 위즐리가 평생동안 갖고 싶어했던 것들-주변의 기대, 돈, 유명세-에 정작 해리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해리가 그를 속였다는 것에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리가 몰래 이름을 넣지 않았다는 론의 생각은 명확해지고 있었다.
사실은 론도 진심으로 불의 잔의 이름에 해리가 이름을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론이 불의 잔을 보면서 바라보던 갈망의 눈빛을 해리는 한번도 보인 적이 없기 떄문이었다.
친구를 속이고 몰래 불의 잔에 이름을 넣는 짓은 예컨대 론 위즐리 같은 멍청이들이나 생각할 법한 짓이었다.

그럼 도대체 이름을 누가 넣은 걸까? 해리의 팬클럽, 이를테면 콜린 크리비 같은 애들일까? 아니면....죽음을 먹는 자와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세상은 해리 포터를 가만두지 않는 걸까? 그리고 왜 난 해리 포터의 곁에 온전히 서 있을 수 없는 걸까?

기숙사 침실의 공기는 회색빛이었다. 희미한 달빛이 론 옆의, 아직 비어있는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문득 낮에 론을 찾아왔던 헤르미온느의 한심해하는 눈빛이 아른거렸다.
"내가 너랑 싸울 때 해리 기분이 이런 거였을까? 만약 그랬다면, 난 남은 평생을 너와 싸우지 않을 거라고 멀린에 대고 맹세하겠어."
"용건만 말해."
"론, 나도 대충 너가 어떤 기분인지는 알 것 같아. 난 머글 태생이고, 호그와트에 적응하기 위해서 <호그와트의 역사>를 백 번 넘게 읽어야 했어! 그럼에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었지. 너가 나한테 마녀 아니냐고 소리질렀던 1학년의 그 날 처럼 말이야.
하지만 지금 해리는 굉장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 너도 알잖아. 우리가 도와주어야 해."
"너는 해리랑만 다니고 있잖아. 너가 하면 되겠네."
"세상에, 불평하지 마, 론! 넌 시무스나 딘이랑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해리는 지금 전교생한테 오해를 받는 중이라고. 지금 너가 2학년 때보다도 더 애처럼 굴고 있는 거 아니? 해리가 슬리데린의 후손이라고 오해받던 때!"
"해리가 나에 관해서 무슨 얘기 안해?"
헤르미온느는 순간 질린 표정을 지었다. 론은 헤르미온느의 책망하는 눈빛을 무시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남자애들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단지, 지금 그 애는 너가 필요해 보여. 그리고 너에게만 미리 말해주는 건데, 첫 시험은....용이야."
".....용? 찰리 형이 연구하고 있는 그 용 말이야?"
"목소리 낮춰! 나와 해리는 용에 대항하기 위해서 알아보고 있어. 혹시 찰리에게 용에 대한 걸 좀 물어봐 줄 수 있니?"
"생각은 해 볼게."
"론, 제발 화해해. 나도 해리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너네가 화해하길 바래서 얘기하는 거야."

고개를 홱 돌린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멀어질 때까지 론은 꼴사납게 입을 벌리지 않기 위해서 애써야 했다.

용이라니! 그 무시무시한 불을 내뿜는 생명체랑 해리가 싸워야 한단 말인가!
용 앞에서는 무시무시한 덩치의 빅터 크룸조차도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
론보다도 작은 몸집의 해리가 용의 불길에 닿기라도 하면, 해리는 그야말로 통구이가 될 지도 몰랐다.

찰리한테 편지를 보내야 할까? 론의 가슴이 다시 따끔거렸다.
포터는 야비하다! 뱃지를 던지던 해리의 꼴사나운 모습이 떠올랐다.
나 없이 잘해 보라지, 뭐.
해리는 뒤통수에 볼드모트를 단 퀴렐 교수랑도 싸웠고, 바실리스크와 일기장 속 톰 리들과도 훌륭히 맞섰으며, 늑대인간과 디멘터가 있는 상황에서도 잘 빠져나왔다.
론 위즐리보다 잘난 해리 포터는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누구보다 똑똑한 헤르미온느가 옆에 있다면 더욱이.

그렇지만... 해리가 무사할 수 있을까?

론은 병동에 누워 있는 해리를 상상했다. 그건 상상만으로도 썩 유쾌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누군가가 병동에 실려간다면 그건 드레이코 말포이 같은 족속들이어야 했지, 해리와 같이 착하고, 영웅적인 친구가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다.
어차피 편지는 내일 써도 되는 거니까...
생각을 미루기로 한 론은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투명망토를 쓴 해리가 들어오기 전까지, 침실은 네빌의 코고는 소리 외에는 적막이 흘렀다.






해포 읽을 때마다 해리->론은 너무나도 잘 보이는데 론->해리는 서술이 부족해서 아쉬워서 쓴 날조...

이러고 헝가리 혼테일이랑 싸우는 해리 보고 눈깔 뒤집어졌을 론...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을 듯

불의잔에서 해리가 본인 얼마나 의지하는지도 호수에 묶이고 나서야 알았을 듯 해리는 너가 심판진한테 부정이라고 소리지르는거에 감동받아서 점수 낮게받은것도 신경 1도 안썼다고 론 위즐리야...


론해리의 질투와 우정 항상 너무 좋아 둘은 진짜 가족같은 게 있음
골든트리오 영원히 사랑한다

해포 해리포터
2022.12.04 08: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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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원작에서 생략된 부분 지금 읽고 있는 것 같애...

하지만 불의 잔에서 결국 해리 포터의 이름이 나왔을 때, 론을 정말로 괴롭게 한 것은 론 위즐리가 평생동안 갖고 싶어했던 것들-주변의 기대, 돈, 유명세-에 정작 해리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

—> 이 부분 특히 띵하다ㅋㅋ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 포인트에서 론이 더 괴롭고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겠구나.. 아.. 상황이 다른데 성향까지 달라서..

해리가 거짓말 안 했다는 거 알면서도 론이 냉전 상태를 한 달이나 질질 끈 이유가 궁금했거든. 쿨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굴어도 괜찮을 텐데 걍 옆에라도 있어주지 대화라도 하지 싶어서.. 근데 그 솔직한 것 자체가 론한테 힘든 일이라서 시간이 필요했나벼
원작같은 글 써 줘서 고마워..!
드래곤 나온다는 거 알고 바로 해리 걱정하는 부분도 론 짠하고 너무 귀엽다ㅋㅋ
[Code: 893f]
2022.12.04 09: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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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너무좋다 고마워센세
[Code: a9f0]
2022.12.04 09:22
ㅇㅇ
모바일
넘 재밌다… 생각보다 소심하다는 부분부터 체스는 영 못하지만 퀴디치는 끝내주게 잘한다는 거까지 넘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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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10:1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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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Code: 2b3e]
2022.12.04 13:13
ㅇㅇ
모바일
ㄱㅆ 수정함...! ㄱㅅㄱㅅ
[Code: 73da]
2022.12.04 10:20
ㅇㅇ
모바일
어떡함 존나 눈물나...ㅠㅠㅠㅠ
[Code: 0ad8]
2022.12.04 10:30
ㅇㅇ
모바일
진짜...진짜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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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12: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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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너무좋다.......... 너무 좋아 진짜...............해포 다시 읽으러 가야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3fe]
2022.12.04 15:20
ㅇㅇ
으아앙...ㅠㅠㅠㅠㅠㅠ아가들 우정 영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dda]
2022.12.04 15: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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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은 그 추악한 머글 가정으로부터 앞으로도 해리를 지켜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도대체 왜 세상은 해리 포터를 가만두지 않는 걸까? 그리고 왜 난 해리 포터의 곁에 온전히 서 있을 수 없는 걸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론해리 우정 내가 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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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16: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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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롤링센세 사랑해,,,,
[Code: 90ae]
2022.12.21 21: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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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론도 진심으로 불의 잔의 이름에 해리가 이름을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론이 불의 잔을 보면서 바라보던 갈망의 눈빛을 해리는 한번도 보인 적이 없기 떄문이었다.
친구를 속이고 몰래 불의 잔에 이름을 넣는 짓은 예컨대 론 위즐리 같은 멍청이들이나 생각할 법한 짓이었다.

해리에 대해 잘 아는 론, 그리고 멍청한건 자기 자신이라고 자책하는거 너무 맴찢이야...... 진짜 론이 마냥 단편적인 질투만 해서 해리랑 싸웠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론 입장에서 묘사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센세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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