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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17:01

 





대놓고 황수눤의 소나기 표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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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 엎드려 물을 만지며 노는 금발 소년을 보았을 때, 레트는 그가 세러신씨네 외손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덩치가 벌써 어른만이나 한 소년은 뉴욕에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한 것처럼 물에 손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그 소년은 물 속이나 물 가에서 놀고 있었다. 레트의 학교에서 목장까지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개울, 그것도 차가 지나는 작은 철제 다리 옆에서 그렇게 매번 물장난이었다. 레트는 여트 때처럼 지나치려다가 다리를 다 건너서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다리 아래의 소년을 내려다 보았다. 금발 소년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에 물을 가득 채우고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을 찬찬히 쳐다보고, 다시 또 물을 채우고는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물 속에 고기라도 지나가는 양 물 속을 재빨리 움켜내고는 한다.

처음엔 정신이 살짝 이상한 아이인가도 싶었다. 그러나 엊그제 저녁 식사 때 어머니가 "세러신네 외손자는 머리가 아주 좋아서, 그애 엄마가 하는 사업을 그애에게 물려줄 생각인가 보더군요." 라고 말하던 걸 들었다. 아버지는 그냥 흐응, 하고 예의상 듣는 척만 해 주고 말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것은 오히려 레트였다. 와이오밍, 아멜리아 카운티, 그 중에서도 와뱅의 이 작은 시골 마을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심지어 뉴욕에서 살다 왔다고 한다. 당연히 레트의 관심은 매일 물가에 나와 있던 남자아이에게 쏠렸다. 

그러나 뭐라고 건넬 말도 없고 그 소년이 레트에게 눈길도 준 적 없는데 아는 체 하기도 뭣하다. 매일 그렇게 혼자 놀면 심심하지 않을까, 같이 놀자고 해 볼까 그런 생각들이 머리 속에 떠돌았지만 한 마디도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레트는 괜히 자전거만 세워놓고 한참이나 뻘쭘하게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가 포기하고, 다시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보는데 소년이 물 속에서 뭔가를 하나 집어 내는 게 보였다. 작은 돌 같다. 레트가 자전거에 다시 올라타려는데 갑자기 소년이 벌떡 일어나더니만,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레트는 저도 모르게 돌을 피해 펄쩍 튀어 올랐다. 자전거 뒷 타이어에 맞고 떨어진 작은 조약돌을 집어드는데, 금발을 휘날리며 소년이 반대 방향으로 마구 내달렸다. 개울가 길 주위로 키가 높게 자란 갈대밭 사잇길로 들어선다. 아, 저기는... 레트는 급히 자전거를 타고 소년이 달려간 곳을 향해 쫓아갔다. 갈대밭 속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한낮 햇빛을 받아 따끈따끈한 독사들이 우글거릴지도 모르고 사나운 들고양이들이나 커다란 쥐들을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소년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 괜히 조마조마해져서 갈대밭으로 자전거를 달려 들어가려는데 저만치에서 키가 큰 갈대들이 휘청 휘청 움직였다. 소년이 갈대를 몇개 꺾어 들고 갈대밭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찬찬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늦여름 햇살이 소년이 들고 있는 갈대와 그의 금발 위에서 반짝거렸다. 키가 껑충하게 큰 소년 자신이 마치 갈대인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레트는 소년의 금색 머리카락과 갈대가 아주 보이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년이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 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레트는 그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부터는 일부러 좀더 늦게 자전거도 타지 않고 개울가를 지나기로 했다. 소년은 나와 있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허전했다. 그 다음 날은 늘 지나던 하교 시간에 다리를 건넜지만 소년은 개울가에 없었다. 소년이 보이지 않는 날이 계속될 수록 레트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잡았다. 점퍼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어느 날. 

하교 길에 자전거를 멈추고 레트는 전에 소년이 앉아 물장난을 하던 물가 바위에 앉아 보았다. 물 속에 손을 담갔다. 개울물은 여름에도 차고 시리다. 세수를 하고 물 속을 들여다 보았다. 목장일을 하고 말을 타고 황소를 타는데도 그는 다른 와뱅 아이들처럼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타지도 않고 늘 창백해 보이는 얼굴이다. 오히려 그 뉴욕에서 왔다는 남자애가 더 햇빛을 잘 받은 얼굴이다. 싫었다. 여리고 고운 얼굴이라고 동네 아이들이 미스 애벗이라고 불러대는 것도 정말 지겹다.

레트는 두 손으로 물을 첨벙거리다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년이 저만치 낡은 다리를 건너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숨어서 날 엿보고 있었던 건가. 레트는 울컥 창피해져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위 틈에 발이 끼는 바람에 헛디뎌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더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이쪽 길에는 갈대밭도 없다. 그냥 키가 작은 들풀과 엉겅퀴 꽃과 삐죽삐죽한 잡초만 가득한 평지다. 전에 없이 엉겅퀴 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미간이 아찔했다.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코피였다. 레트는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다.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었다.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년이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체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그 앞에서 한 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 길 가듯이 건너던 징검다리를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야."


못들은 체 했다. 다리 위로 올라섰다. 


"야. 이게 무슨 조개냐?"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이마를 덮은 금발 사이로 소년의 맑고 밝은 눈과 마주쳤다. 얼른 소년의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얼룩말 조개."

"이름도 참 엉망이네. 네가 지어낸 거 아냐?"


레트는 대답하지 않았고, 곧 갈림길에 왔다. 여기서 소년은 아래편으로 한 1km쯤, 레트는 윗쪽으로 한 3km쯤 길을 가야 한다. 자전거를 놓아두고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소년이 돌연 걸음을 멈추며,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어?"


들판 끝을 가리켰다.


"없어."

"저기 가 보지 않을래?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서 못 살겠어."

"저렇게 보여도 멀어."

"얼면 얼마나 멀다고? 뉴욕 있을 땐 걸어서 먼 데까지 다니곤 그랬어."


소년의 눈이 금세 "바보, 바보!" 할 것만 같았다. 밀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소년이 밀밭을 가로지르는 줄을 흔들었다. 새들이 몇 마리 날아간다. '참,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소 풀을 먹여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야, 재밌네."


소년이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 댄다. 허수아비가 자꾸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소년의 왼쪽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었다. 저만큼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소년이 그리로 달려간다. 그 뒤를 레트도 달렸다. 오늘 같은 날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소년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쪽빛으로 높게 갠 하늘이 레트의 눈 앞에서 맴을 돈다. 어지럽다.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대머리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다 보니, 소년은 지금 자기가 지나쳐 온 허수아비를 흔들고 있다. 좀 전 허수아비보다 더 우쭐거린다. 밀밭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소년이 먼저 뛰어 건넜다.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크롬웰씨네 목장이다. 건초를 쌓아 놓은 목장 어귀를 지났다. 


"저게 뭐냐?"

"사탕무우."

"맛있냐?"

"그럼."

"하나 먹어 봐도 돼?"


레트는 크롬웰씨네 사탕무우 밭으로 들어가 무우 두 밑을 뽑아왔다.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년에게 한개 건넨다. 그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먼저 대강이를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쩍 깨문다. 소년도 따라 했다.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쓰잖아, 임마."


하며 집어던지고 만다.


"이건 더럽게도 맛 없네. 나도 못 먹겠다."


레트가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산이 가까워졌다. 단풍이 눈에 따가웠다.


"야아!"


소년이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레트가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소년이 꽃을 꺾는 게 보였다. 레트는 소년의 곁으로 다가가 보았다. 소년이 안고 있는 꽃들을 하나 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불러준다.


"이게 들국화, 이게 엉겅퀴꽃, 이게 발삼루트......"

"엉겅퀴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라색이 좋아. .... 그런데 이 빨간 꽃은 뭐지?"

"인디언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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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인디언 붓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동네 남자아이들이 들꽃을 꺾으며 즐거워 하는 건 본 적이 없다. 그랬다가는 두고 두고 비웃음을 당하며 걷어차일 것이다. 레트만큼이나 키가 크고 어깨도 건장한 소년은, 그러나 꽃을 안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햇빛이 반사해 빛나는 금발과 녹색 눈이 빨갛고 노랗고 보라색인 꽃들과 총 천연으로 어울려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 괜히 가슴이 선득거려서 레트는 소년에게서 몸을 돌려 저만치 꽃 한 움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년에게 건넨다. 그러나 소년은


"하나도 버리지 마라."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맞은 편 산기슭에 띄엄띄엄 목재집이 하나 둘 씩 있다.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 앉았다. 유달리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따가운 오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꽃이지?"

"마편초."

"꼭 라일락 같네. 뉴욕 우리 학교에 큰 라일락 나무가 있었거든. 보라색 꽃을 보니까 라일락 밑에서 친구들이랑 놀던 생각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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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꽃송이가 많이 달린 줄기를 잡고 힘을 주어 당기기 시작한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레트가 놀라 달려갔다. 소년이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아 이끌어 올리며, 레트는 덩치만 커다랗지 힘은 없는 듯한 도시 소년 대신 제가 꺾어다 줄 것을 잘못했다고 뉘우친다. 소년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내맺혔다. 레트는 저도 모르게 생채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머리 위 소년에게서 헉 하고 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러다가 레트는 홱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간다. 좀 만에 숨이 차 돌아온 레트는


"이걸 바르면 낫는다."


라며 질경이 잎 몇개를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더니 퉤 뱉어내어 손으로 주물주물해서는 소년의 무릎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마편초 무더기 있는 데로 내려가, 꽃 많이 달린 몇 줄기를 잘 끊어 가지고 올라온다. 소년은 자기 무릎에 레트가 씹어서 얹어놓은 질경이 풀을 아직도 내려다 보는 중이었다. 레트는 마편초 꽃줄기들을 소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저기 송아지가 있어. 저기 가 보자."


검은 송아지였다. 귀에 박힌 인식표를 보니 태어난 지 오래지 않은 듯 하다. 레트가 송아지 고삐를 바투 잡아쥐고 등을 긁어주는 체 하다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년의 금빛 얼굴이, 흰 스웨터가, 남색 반바지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년이 흉내내지 못할, 레트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놈들, 여기서 뭣들 하는 거냐?'


나이 지긋한 카우보이 하나가 저 쪽에서 소리를 지르며 말을 타고 달려왔다. 놀라서 송아지 등에서 뛰어내렸다. 어린 송아지를 타서 허리가 상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그런데 크롬웰씨네 일손인 카우보이는 소년 쪽을 한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잡아끌면서 말할 뿐이다.


"어서들 집으로 돌아가라. 소나기가 올라."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서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 밖에.

그러나 오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다 부서져 있었다.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년을 들어서게 했다. 소년의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햇빛에 그을려 강한 것 같아도 도시 놈은 어쩔 수 없다. 레트는 입고 있던 얇은 점퍼를 벗어 소년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소년은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번 쳐다보았을 뿐, 레트가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는 안고 온 꽃묶음 속에서 가지가 꺾이고 꽃이 일그러진 송이를 골라 발 밑에 버린다. 소년이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레트는 사탕수수밭 쪽으로 달려갔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옆에 나앉은 레트는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레트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년이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년이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년이 안고 있던 꽃묶음이 망그러졌다. 그러나 소년은 상관없는 듯 했다. 비에 젖은 레트의 몸 냄새가 확 코에 끼얹어졌을 것이다. 레트는 오늘 아침에 말을 타며 땀을 많이 흘렸던 걸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 소년은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레트의 체온으로 인해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진 듯 했다.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개울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물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레트는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가 입고 있는 스웨터도 반바지도 고급스럽고 비싼 것이겠지. 흙탕물이 들면 잘 지지도 않을 것이다. 레트는 등을 돌려 댔다. 


"내가 너보다 무겁고 힘이 셀텐데 업히라고?"


소년이 어이 없다는 듯 쨍한 목소리로 물었다. 레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옷 다 망쳐도 좋아? 흙탕물이 들어서 돌아가면 어디서 뭘 하고 다녔냐고 혼나고 걱정 들을텐데. 아님 뭐, 벗고 건너든지."


소년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국 레트의 등에 업혀왔다.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소년의 무게를 버티며 물 속으로 한발 한발 옮긴다. 레트의 청바지 허벅지까지 물이 올라왔다. 신고 있던 운동화에 강물이 닿자 소년은 으으윽 소리를 내며 레트의 목을 끌어안았다.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그 뒤로 소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레트가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가 봐도 뵈지 않았다. 학교 끝나고 읍내를 돌아다녀 보거나 비디오 가게 주위를 엿보기도 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날도 레트는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그랬더니 이쪽 개울둑에 소년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레트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좀 아팠어."


어쩐지 소년의 얼굴이 핼쓱해져 있었다. 늘 잘 그을린 금색으로 보기 좋은 안색이었는데.


"이제 다 나았어?"

"아직도..."

"그럼 누워 있어야지."

"하도 갑갑해서 나왔어. 참, 그날 재밌었어.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네."


소년이 흰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 본다. 거기에 연보라색 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년이 가만히 한쪽 보조개를 떠올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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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무슨 물 같아?"


레트는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냈어. 그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혔잖아. 그때 내가 들고 있던 마편초가 네 등에 짜부라져서 옮은 물이야."


레트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정도라면 그가 입었던 옷에도 물이 들어 있을 테지만 자기 옷 상태가 어떤지 신경쓰지 않고 대충 빨아 입노라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소년은


"오늘 아침에 집에 있는 복숭아 나무에서 땄어."


복숭아 한개를 내어준다. 레트는 주춤한다.


"먹어 봐. 증조 할아버지가 심으셨다는데, 아주 달아." 


레트는 손을 내밀며 머쓱하게 중얼거렸다.


"알이 굵네."

"너희 집에도 과일나무가 있어?"

"우리 집은 목장이라 과일나무는 ... 아, 체리가 있다. 지금 다 열렸어. 따다 줄까?"

"나한테 준다고? 너네 체리."

"어... 뭐, 네가 먹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래. 꼭 가져다 줘."


소년이 베시시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이 보기 좋기도 하고 어쩐지 쑥스러워서 레트는 고개를 돌렸다. 소년이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저, 외할아버지가 농장을 접고 이사가신대."


레트는 예전부터 어른들의 이야기를 주워 들어서, 세러신네 딸이 사업수완이 아주 좋아서 뉴욕에서 꽤 잘 살고 있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다. 진작부터 부모를 뉴욕으로 모셔 가려고 했으나 손사레를 쳐오던 것을, 이번에는 드디어 고향을 떠나게 하는 데 성공했나 보다.


"왜 그런지 난 여길 떠나는 게 싫어졌어.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전에 없이 소년의 녹색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소년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레트는 속으로 소년이 떠난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그렇건만 레트는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복숭아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이날 밤, 레트는 몰래 자기 농장 끝으로 갔다. 낮에 봐두었던 체리 나무로 올라갔다. 그리고, 봐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체리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가슴이 선뜩했다.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는 체리 나무다. 허락없이 따먹는 것도 혼날 텐데 나뭇가지가 상하게 때리면 정말로 며칠동안은 근신행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체리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마구 작대기를 내리치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디뎠다.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체리가 터져 옷에 물이 드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근처에서 제일 단 우리집 체리를 어서 소년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이랑 만날 약속을 따로 안한 것이다. 바보 같은 것. 바보 같은 것. 어머니가 세러신씨네 집 전화번호야 알고 있겠지만, 레트가 전화를 해 달라고 하면 좀 이상하게 볼 것이다. 아무도 친해지지 않은 그 집 외손자랑 언제 말을 텄는지, 얼마나 친한지 캐물으시겠지. 그냥 친구라고 해 두면 될 텐데, 어쩐지 레트는 소년과 친해졌다는 걸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가 소년에게 느끼는 이 간질간질한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면 결코 안될 것 같은 위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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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레트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멀쑥한 정장으로 차려입고 손에 커다란 음식 그릇을 들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들고 있는 사기 그릇을 들어 보였다.


"내가 이런 걸 들고 다니면 좀 창피하지 않겠어?"


어머니가 챙이 긴 모자를 머리에 쓰시며 거울을 들여다 본다.


"내가 들기엔 너무 무겁잖아요. 어차피 내가 만든 건 줄 다 알 텐데 뭐."


레트는 어머니한테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세러신네에 다녀 오려고. 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서 모이기로 했거든. 네가 먹을 건 오븐에 남아 있으니 꺼내 먹으렴."

"그럼 좀 더 맛있는 걸로 가져가시지 그러세요. 소고기 말린 거나..."


레트의 말에 아버지는 삐죽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러신씨 같은 부잣집에 소고기 말린 게 무슨 필요가 있겠니. 그저 이웃이니 정성만 표시하면 되지."


레트는 공연히 얼굴이 붉어져서 가방을 집어던지고는 헛간으로 가 말 등만 긁어 주었다.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레트는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대밭에서 바라보는 세러신씨네 농장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세러신씨네가 아예 뉴욕으로 다 이사를 간다는 것이다. 드넓은 들판에서 말 달리고 살던 노인들이 거기 가서는 심심해서 어떻게 사실까, 부모님은 걱정했다. 

레트는 저도 모르게 이제 많이 윤기가 빠진 주머니 속 체리를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대를 휘어 꺾고 있었다.

그날밤, 레트는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 뿐이었다. 내일 세러신씨와 소년이 이사하는 걸 가 보나 어쩌나. 가면 그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냥 구경 온 척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휘황찬란하고 복잡하고 재미있는 일 투성이인 뉴욕으로 돌아가면 소년은 레트 같은 시골 남자애는 바로 잊어버릴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가 레트를 아예 잊어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러 부엌으로 내려갔다. 아버지가 부엌 의자에 앉아 계시는데 어머니가 마침 문을 열고 집에 돌아오던 참이었다. 


"허, 참 별일도."


어머니가 모자를 벗어 문간에 걸어두며 웃었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있다고 혼날까 봐 레트는 계단 난간에 몸을 숨겼다. 가죽 벨트를 손보던 아버지가 물었다. 


"왜,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소?"

"왜, 엊그제 세러신 부인이 이사갈 때 짐만 많아진다고 가지고 있던 옷이랑 자질구레한 것들은 전부 교회에 기부했잖아요. 교회에서 그걸 팔아서 올 크리스마스 때 기금으로 쓰려고 했거든요. 오늘 저녁에 교회에서 그걸 처분하는 바자회가 열렸는데 아 왜, 그 남자애가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이미 사람들이 들고 사가고 있는 옷들을 다 뺏어서 헤집는 게 아니겠어요."

"왜? 뭐 팔면 안되는 게 있었나?"

"그런가 봐요. 키도 커다란 남자애가 아주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면서 들고 있는 옷들을 다 뺏어 보더니 결국은 없다고 마구 화를 내지 뭐예요. 나중에 세러신 부인이 손자를 달래면서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걔가 찾는 옷에 보라색 풀물이 들어서 누구 주지도 못하겠길래 태워버렸다고 하더라구요. 남자애가 아주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트럭으로 터덜터덜 은행에 다녀오던 레트는 개울을 건너던 다리 맡에서 문득 차를 멈추었다. 10여년이 흐르는 동안 바뀐 것도 없는 그 개울가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트는 열린 차창으로 눈을 찡그리며 쳐다보았다. 멀찌감치 젊은 남자 하나가 코트를 입고 개울가에 앉아 물에 손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가을도 다 지나 개울물은 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차가울 텐데. 게다가 남자는 잠깐 물만 만져보겠다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닌 듯 했다. 한참이나 물만 참방거리며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레트의 가슴 속에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묘하게 그립고 낯익은 모습이다. 저걸 어디서 봤더라. 아니, 어디서 봤을까 하고 모르는 척, 궁금해 하는 척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그 모습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떨리는 손으로 차의 시동을 껐다. 나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차에서 내려섰다. 카우보이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남자가 웅크려 앉은 곳을 향해 걷는다.

차 문 소리를 들은 것인지 남자가 고개를 들어 레트 쪽을 바라보았다. 레트의 심장이 덜컹거린다. 잘 빗어넘긴 금발머리와 넓은 이마에 가을 햇빛이 반짝인다. 눈이 부신지 찌푸린 눈에 웃음기가 떠오르는 게 보인다. 레트는 근처까지 다가가 멈춰 섰다. 충동적으로 나오긴 했으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소년이- 아니, 이제는 청년이 웃차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레트와 비슷한 키지만 코트를 입은 그의 어깨와 가슴팍은 레트보다 훨씬 두툼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청년이 한쪽 입꼬리를 씩 말아올리며 말했다.


"여길 떠나지 않고 있었군."


레트는 대답 없이 넓은 들판과 산과 하늘을 둘러보았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으나 차마 그의 늙은 부모와 어린애 같은 형과 손길이 필요한 목장을 버리고 갈 수 없었다. 남자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트가 손을 내려다 보자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이젠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인사를 해야지. 첫 마디가 '이 바보!'여서는 안되잖아."

"그건 네가 했던 소리지."

"그러니까 말야. 반가워, 난 마크 레이놀즈라고 해."

"난... "


레트는 아직도 내밀고 있는 손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주 잡았다. 개울물을 가지고 놀던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손을 맞잡자 남자가 그 손에 힘을 주며 레트 대신 말했다.


"넌 레트 애벗."

"알고 있었어?"

"네가 저 다리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그날부터 알고 있었어."


레트는 네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고 대답하는 게 예의에 어긋날 것 같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일부러 소년- 마크의 이름을 알지 않으려고 피해다녔다. 그에게 남은 소년의 이미지에 이름까지 더해져서, 그게 어느 여름날의 환상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되어버릴까 두려워서였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 레트가 손을 빼내려 했으나 마크는 그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나한테 줄 게 있을 텐데. 그걸 받으러 왔어."

"내가? 내가 너한테 줄 게 있었어?"


마크가 또 씩 웃는다. 이 녀석은 뉴욕에서 상대방을 약올리는 기술을 배워온 모양이다. 레트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하자 마크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체리를 준다고 했잖아."

"여름도 다 지나서 체리 떨어진 지가 언젠데 그 소리야."


레트가 아아, 하면서 핏 웃었다. 그러나 마크는 진득한 눈으로 레트를 쳐다볼 뿐이다.


"난 그 약속 하나만 보고 지내왔는걸."


마크가 갑자기 와락 손을 잡아당겼으므로 레트는 속절없이 마크 쪽으로 휘청거리며 끌려가야 했다. 넓은 마크의 가슴팍에 부딪친 순간, 레트가 몸을 바로잡기도 전에 마크의 손이 레트의 허리를 감는다. 햇빛을 받아 더 연해진 녹색눈이 레트를 삼킬 듯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눈빛 때문인지, 아니면 햇빛을 반사해서 너무 눈부신 물결 때문인지, 레트는 어지러워져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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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맨밥 파월풀먼 마크레트


 
2024.04.19 17:2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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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유ㅠㅠㅠㅠㅠㅠ 이거 쩐다ㅠㅠㅠㅠ 와씨 나 소년 잘못될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다시 만났어 심지어 그 소년이 마크라고 소개할때 소름 쫙 돋음 내가 마크레트 없어서 못먹는거 어떻게 알고ㅠㅠㅜㅠㅜㅜㅜ 니가 저 다리를 건널때부터 레트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거 보고 다시 위로 올라가서 읽었잖아 안보는척 하면서 계속 레트를 의식하고 있었구나 레트가 마크를 계속 관찰했던거처럼... 그런데 다가오지는 않으니까 심술나서 이바보! 하고 돌을 던졌나ㅠㅠㅠㅠ 그 조약돌을 주워서 챙긴 레트 마음도 미치겠다 너무 설레ㅠㅠㅠㅠㅠ
[Code: a77d]
2024.04.19 17:2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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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찾는 옷에 보라색 풀물이 들어서 누구 주지도 못하겠길래 태워버렸다고 하더라구요. 남자애가 아주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하 미친.... 사랑한다는 말 하나 없이 절절한 첫사랑을 어쩜 이렇게 잘표현해요 센세는? 어떻게 이런 달란트를 받았을까ㅠㅠㅠㅠㅠ 앞으로 나한테는 이게 오리지날이고 순문학이다ㅠㅠㅠ
[Code: a77d]
2024.04.19 17: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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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체리를 준다고 했잖아."
"난 그 약속 하나만 보고 지내왔는걸."

후.... 어릴땐 마크주려고 자기집 체리나무를 털어놓고도 전해주지 못하는 레트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지금 어른이 되어서 마크가 저 얘기를 하니까.... 나만 음란마귀아니지? 내 센세의 큰뜻이 담긴 설정인거지? 레트야 빨리 맡겨놓은 체리 마크 주자
[Code: a77d]
2024.04.19 1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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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소년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숨죽여 있었네ㅠㅠ 마크 어릴때 병약했었구나… 그래 뉴욕에서 운동 많이하고 벌크업하느라 애썼다 약속한 체리 받아가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센세 마크레트라니 이 귀한걸ㅜㅜ 감사함다 코맙음다ㅠㅠ
[Code: 2a18]
2024.04.19 18: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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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존좋.. 이건 문학이다..
[Code: 2aeb]
2024.04.19 19: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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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잖아요 선생님ㅠㅠㅠㅠㅠㅠ 뉴욕갔던 금발소년이 마크였어 레트의 체리를 받으러 다시 왔어ㅠㅠㅠㅠ
[Code: 5de0]
2024.04.19 19: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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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ygall.com/img/511197294
[Code: 5de0]
2024.04.20 0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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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마크레트라니 너무 간질간질해 센세ㅠㅠㅠㅠ 레트가 복숭아의 단맛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진짜 가슴이 미어진다ㅠㅠㅠ 레트 얼른 마크한테 체리 주자
[Code: a9c4]
2024.04.20 02: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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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마크레트ㅜㅜ마크야 얼른 레트 체리 가져가
[Code: f7b0]
2024.04.20 22: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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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좋다 센세.... 이래서 클래식이고 고전이구나ㅠㅠㅠㅠㅠㅠ 마크레트 왤케 아련하고 좋냐ㅠㅠㅠㅠ
[Code: 5b14]
2024.04.21 19: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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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였구나 ㅠㅠㅠㅠㅠㅠㅠ 풀물든 옷이 버려져서 속상해하고 슬퍼하는것만 봐도 마크가 레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절절하게 느껴졌음 하 ㅠㅠ10년 전의 기억을 잊지 않고 레트를 찾으러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니다니 너무 좋다 진짜....
[Code: ee1a]
2024.04.22 22: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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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연약해보이단 소년이 너무 씹탑된거아니야 마크라니 ㅎㅎ
[Code: 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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