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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6 21:14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1.https://hygall.com/613472990
"마크리누스."
부르는 목소리에 허니의 새 고용주이자 검투장의 주인인 마크리누스가 눈을떴어. 얼핏보면 잠에 빠진듯 하지만 그는 종종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지곤했어. 한번은 도대체 무얼 그리 떠올리는지 물었더니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 '가지지 못한 걸 떠올린다.'라고. 쓸데없는 공상을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곱게포장을 하다니, 조금은 그 답다고 허니는 생각했어. 이 독특한 고용주는 늘 아침마다 허니와 잡담하는걸 즐겼어. 대화 주제는 늘 다양했지. 검투장에대한 이야기는 물론 정치, 종교, 최신 유행까지. 가끔은 제자가 된것마냥 마크리누스는 허니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어. 고용주라기보단 꼭 스승같은 느낌이었지.
너저분한 책상위를 치우고 허니는 게임판을 올려놓았어. 로마에서 지금 유행중인 게임이라던데 꼭 한 나라의 축소판 같은 게임이었지. 사람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사업가라면 반드시 알고있어야 한다며 마크리누스가 가르쳐준 게임이었어. 첫 수는 언제나 마크리누스부터였지.
"이번 전쟁으로 쓸만한 노예들이 많이 들어왔다하더군."
허니 진영에 말을 올려놓으며 마크리누스가 말했어. '전쟁'이란 단어에 아카시우스가 떠오른 허니는 불편한 기색을 애써 숨기고 다음 수를 놓았지.
"직접 로마로 가실건가요?"
대답대신 마크리누스는 다음 수를 놓으며 긍정했어. 말을 하나 빼앗긴 허니는 입술을 깨물었지.
"다만 이번에는 같이갔으면 하는데."
표정은 숨겼을지 몰라도 떨리는 손은 감추기 어려운 법이었어. 마크리누스에게 과거 이야기를 밝힌 적은 없지만,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거야. 허니가 '로마'이야기를 꺼린다는 걸.
"글쎄요. 저까지 자릴 비우면 검투장은 어쩌시려구요."
또다시 마크리누스에게 말을 빼앗긴 허니는 너스레를 떨며 말을 놓았어. 최악의 수였지. 허점을 놓치지 않고 마크리누스 허니 진영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어.
"이번 전쟁에서 젊은 아카시우스가 큰 공을 세웠다던데."
"그런가요."
한번 파고든 수를 물릴 순 없었어. 허니는 패배의 뜻으로 마크리누스에게 두 손을 들었지.
"정말이지 이 게임은 정이 안가네요."
어물쩍 패를 정리하며 자리를 뜨려는데 마크리누스가 허니의 손목을 잡았어.
"언젠가 네가 물었었지, 로마에서 잘나갔던 놈들이아닌 왜 너였냐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마크리누스가 말을 이었어.
"네 눈에서 보였거든. 과거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하던 간절함이. 하지만 과거에 무얼 두고왔던 우린 그 과거로부터 평생 쫓겨다닐수밖에 없어."
도망치듯 떨어지려는 허니를 붙잡고 마크리누스가 귓가에 속삭였어.
"그러니 너도 나와 함께 로마로 가게될거야."
거절의 틈하나 보이지않는 명령을 내리고 마크리누스는 허니의 손에 칼이새겨진 말을 쥐어주었어.
-
-아카시우스! 아카시우스!
깊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카시우스의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렸어. 고된 전쟁을 끝마치고 아카시우스는 텅빈 저택으로 돌아와 몸을 눕혔지. 칼에 베인 얼굴이 따끔했지만 아카시우스는 몸을 돌려 벽에 그려진 낡은 벽화를 바라보았어. 연무장에서 검을 연습하던 어린시절 모습이었어. 노란 촛불빛에 일렁이던 벽화는 어설프게 검을 휘두르다 이내 옆에 있던 나무 아래로 거침없이 뛰어갔지. 지켜보고있을 누군가의 품에 안겨 벽화속 아카시우스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
차라리 전쟁터가 나을 정도로 이룰 수 없는 꿈의 끝은 고통스러웠지. 진실을 알고나서도 아카시우스의 마음은 변하지 못했어. 어딘가에 살아있으리란 얄팍한 희망으로. 지금도 이 제국 어딘가에 발을 디디고 살아갈 허니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카시우스는 지옥같은 전투를 견뎌냈어.
그림자처럼 어디든 따라붙는 그리움을 억지로 삼켜내며 아카시우스는 두 눈을 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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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너붕붕
아카시우스너붕붕
덴젤너붕붕
마크리누스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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