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472990
view 1284
2024.12.05 23:24
아카시우스너붕붕마크리누스로 지독하게 얽힌 세 사람이 bgsd
허니는 아카시우스네 유모 딸이었어. 아카시우스 저택에 또래는 단 둘뿐이라 자연스럽게 둘은 남매처럼 자라왔겠지. 장군 집안 아들답게 연무장에서 아카시우스가 검술 연습을 하면, 허니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그 모습을 땅바닥에 그리곤 했었어. 작았던 그림이 점점 커지고 아카시우스의 방에 허니가 그린 벽화들이 빼곡해졌을 무렵, 아카시우스는 잠든 허니를 보며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겠다 생각했어. 하지만 둘의 신분은 달랐고, 그 벽은 좀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었지.주인의 변덕에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게 바로 노예였으니까. 그동안 허니가 아카시우스와 어울려 다닐 수 있던 것도 아카시우스 부모님이 다른 귀족들에비해 조금 더 너그러웠을 뿐이지, 그들또한 선을 넘는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멀어지길 선택한건 아카시우스였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카시우스는 허니를 피해 밤늦게까지 집밖에서 시간을 보냈지. 갑작스러웠지만 아카시우스의 마음을 눈치챈허니는 자신이 그린 벽화를 멍하니 바라보며 서러움을 애써 삼켰어. 이제는 서로 마주쳐도 어색해져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어색해졌지만,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서로뿐이었어. 애써 벌어진 사이를 망치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하지만 아카시우스의 혼처가 정해졌던 그날만큼은 허니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숨길 수 없었어. 심부름을 끝내고 저택에 오자마자 허니의 어머니 유모는 해맑은 얼굴로 말했지.
'드디어 도련님의 혼처가 정해졌구나.'하고 말이야.
고생해서 따온 올리브 나무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고, 새파랗게 질린 허니를 보자 어머니의 두 눈동자가 커다래졌어. 충격에 굳은 허니를 붙잡고 어머니가 다그쳤지. 다른이면 몰라도 ‘아카시우스 도련님만큼은 안된다고’말이야.
약혼 소식에 모두가 들떴던 밤, 허니의 어머니는 아카시우스 부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부탁을 하였어. 슬슬 허니가 눈에 거슬렸던 아카시우스의 부인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지. 다만 조건을 붙였어. 날이 밝기 전까지 쥐도새도 모르게 조용히 꺼지라고 말이야. 서둘러 짐을 챙기고 허니는 마지막으로 축하연회장 한 가운데 서있는 아카시우스의 얼굴을 바라보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카시우스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허니는 아카시우스 저택을 떠났어.
-
허니가 사라진걸 알게된 아카시우스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방에 틀어박혀 울부짖었어. 이럴 걸 예상했듯 아카시우스 부인은 그동안 숨겨왔던 더러운 비밀을 아들에게 모조리 털어놓았지. 마치 앙갚음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야. 그제서야 아카시우스는 모든게 이해되는것만 같았어. 같은 노예지만 왜 허니만큼은 고된 노동에서 자유로웠는지. 왜 스스럼없이 자신과 지내도록 내버려뒀는지 말이야.
절망에 주저앉은 아카시우스에게 부인이 말했어. 약혼에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하는 순간, 허니에게 자객을 보내겠다고. 아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평생 다시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희망이 죽음보다는 나으니까.
-
아카시우스 부인의 친정이자, 허니 어머니의 고향에 온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어. 로마에 있었을때 마냥 희었던 허니는 바닷가 햇빛에 보기좋게 그을렸지. 아카시우스 저택을 떠난 뒤로 허니는 새삶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 아카시우스가 가르쳐준 덕분에 간단한 셈을 할줄 알았던 허니는 집 근처 검투장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 사나운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검투장에 어머니는 기겁하며 말렸지만, 과거의 모습을 떨쳐내는 허니를 보며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어. 더군다나 허니의 '고용주'는 제법 괜찮은 남자 같았거든. 일개 직원에게 경호원까지 붙여줄 정도로 너그러운 고용주는 찾기 어려우니 말이야.
그날도 검투장으로 출근하려던 허니는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걸 보았어. 호기심에 허니는 사람들 무리로 향했지. 무리 중앙에는 말을 탄 군인이 뿔피리를 불며 승전보를 알리고 있었어. 황제가 바뀐 후로 로마는 끊임없이 정복전쟁을 벌였고, 승전때마다 각지로 전령을 보내 로마의 업적을 알렸지. 지겨운 승전보여 뒤돌아서려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렸어. ‘마르쿠스 아카시우스’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이름이었지.
그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일거야. 승전 벽보에 붙은 아카시우스의 초상을 보던 허니는 저릿한 손끝을 떨치고 뒤돌아섰어. 애써 지웠던 과거의 그림자에서 도망치듯 허니는 경호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검투장으로 향했지.
"마크리누스."
부르는 목소리에 허니의 새 고용주이자 검투장의 주인 마크리누스가 눈을떴어.
허니는 아카시우스네 유모 딸이었어. 아카시우스 저택에 또래는 단 둘뿐이라 자연스럽게 둘은 남매처럼 자라왔겠지. 장군 집안 아들답게 연무장에서 아카시우스가 검술 연습을 하면, 허니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그 모습을 땅바닥에 그리곤 했었어. 작았던 그림이 점점 커지고 아카시우스의 방에 허니가 그린 벽화들이 빼곡해졌을 무렵, 아카시우스는 잠든 허니를 보며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겠다 생각했어. 하지만 둘의 신분은 달랐고, 그 벽은 좀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었지.주인의 변덕에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는 게 바로 노예였으니까. 그동안 허니가 아카시우스와 어울려 다닐 수 있던 것도 아카시우스 부모님이 다른 귀족들에비해 조금 더 너그러웠을 뿐이지, 그들또한 선을 넘는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사람들이었어.
그래서 멀어지길 선택한건 아카시우스였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카시우스는 허니를 피해 밤늦게까지 집밖에서 시간을 보냈지. 갑작스러웠지만 아카시우스의 마음을 눈치챈허니는 자신이 그린 벽화를 멍하니 바라보며 서러움을 애써 삼켰어. 이제는 서로 마주쳐도 어색해져 인사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어색해졌지만,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서로뿐이었어. 애써 벌어진 사이를 망치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하지만 아카시우스의 혼처가 정해졌던 그날만큼은 허니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숨길 수 없었어. 심부름을 끝내고 저택에 오자마자 허니의 어머니 유모는 해맑은 얼굴로 말했지.
'드디어 도련님의 혼처가 정해졌구나.'하고 말이야.
고생해서 따온 올리브 나무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고, 새파랗게 질린 허니를 보자 어머니의 두 눈동자가 커다래졌어. 충격에 굳은 허니를 붙잡고 어머니가 다그쳤지. 다른이면 몰라도 ‘아카시우스 도련님만큼은 안된다고’말이야.
약혼 소식에 모두가 들떴던 밤, 허니의 어머니는 아카시우스 부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 부탁을 하였어. 슬슬 허니가 눈에 거슬렸던 아카시우스의 부인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지. 다만 조건을 붙였어. 날이 밝기 전까지 쥐도새도 모르게 조용히 꺼지라고 말이야. 서둘러 짐을 챙기고 허니는 마지막으로 축하연회장 한 가운데 서있는 아카시우스의 얼굴을 바라보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카시우스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허니는 아카시우스 저택을 떠났어.
-
허니가 사라진걸 알게된 아카시우스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방에 틀어박혀 울부짖었어. 이럴 걸 예상했듯 아카시우스 부인은 그동안 숨겨왔던 더러운 비밀을 아들에게 모조리 털어놓았지. 마치 앙갚음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야. 그제서야 아카시우스는 모든게 이해되는것만 같았어. 같은 노예지만 왜 허니만큼은 고된 노동에서 자유로웠는지. 왜 스스럼없이 자신과 지내도록 내버려뒀는지 말이야.
절망에 주저앉은 아카시우스에게 부인이 말했어. 약혼에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하는 순간, 허니에게 자객을 보내겠다고. 아카시우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평생 다시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희망이 죽음보다는 나으니까.
-
아카시우스 부인의 친정이자, 허니 어머니의 고향에 온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어. 로마에 있었을때 마냥 희었던 허니는 바닷가 햇빛에 보기좋게 그을렸지. 아카시우스 저택을 떠난 뒤로 허니는 새삶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 아카시우스가 가르쳐준 덕분에 간단한 셈을 할줄 알았던 허니는 집 근처 검투장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 사나운 남자들로 득실거리는 검투장에 어머니는 기겁하며 말렸지만, 과거의 모습을 떨쳐내는 허니를 보며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어. 더군다나 허니의 '고용주'는 제법 괜찮은 남자 같았거든. 일개 직원에게 경호원까지 붙여줄 정도로 너그러운 고용주는 찾기 어려우니 말이야.
그날도 검투장으로 출근하려던 허니는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걸 보았어. 호기심에 허니는 사람들 무리로 향했지. 무리 중앙에는 말을 탄 군인이 뿔피리를 불며 승전보를 알리고 있었어. 황제가 바뀐 후로 로마는 끊임없이 정복전쟁을 벌였고, 승전때마다 각지로 전령을 보내 로마의 업적을 알렸지. 지겨운 승전보여 뒤돌아서려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렸어. ‘마르쿠스 아카시우스’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이름이었지.
그의 소식이 궁금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일거야. 승전 벽보에 붙은 아카시우스의 초상을 보던 허니는 저릿한 손끝을 떨치고 뒤돌아섰어. 애써 지웠던 과거의 그림자에서 도망치듯 허니는 경호원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검투장으로 향했지.
"마크리누스."
부르는 목소리에 허니의 새 고용주이자 검투장의 주인 마크리누스가 눈을떴어.
[Code: cd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