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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01:50
전원생존한 해피엔딩버전의 idw트포 세계임
희생없이 유니크론 물리쳤고 사이버트론도 무사히고 죽은캐 없고 지구인과 사이 좋고 모두 평화롭게 사는 중
시작은 영상 통신 하나 때문이었다.
로디머스가 로스라이트호의 일로 프라울에게 급하게 영상통신을 넣을 일이 있었다. 한참을 안받더니 몇번 다시 걸어서야 프라울이 뒤늦게 받았다. 프라울은 쉬는 중이였는지 그의 뒤로 리차징용 침대와 생각보다 큰 프라울의 개인 쿼터 모습이 보였다. 프라울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중요한 일이여야 할거야." 하곤,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로디무스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알아보겠다고 했다.
거의 통화를 끊을 무렵, 침대 위에서 뒤척이고 있는 옵티머스의 모습이 보였다. 대체 왜 옵티머스가 자기 부관의 침대 위에서 리차징을 하고 있는걸까. 그것도 로디무스가 알기론 마지막으로 옵티머스와 프라울이 만났을때 꽤 싸웠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전에 부관의 방에서 리차징같은, 그의 가장 유약한 순간을 부관에게 보이는 행동을 한 것 자체가 상당히 그답지 않았다.
"옵티머스는 왜 저래?"
"아, 스파클링 가진지 얼마 안됐거든."
프라울의 평온한 표정에 로디머스는 더 헷갈렸다. 예? 스파클링 임신이요? ...그 옵티머스가? 아무리 생각해도 옵티머스가 제정신으로 그런 일을 할 것 같지가 않았다. 로디머스는 이미 머리속으로 최악의 상황을 그리고 있었다.
"...대체 왜?"
프라울이 태연하게 답했다.
"스파클링 자연 임신 확률이 2.56%라서 괜찮을 줄 아니더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자연 임신 확률이 2.56%면 낮은거 아니냐?"
"그게 문제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런 일이 벌어진거냐고?!"
"스파클링이 자연적으로 챔버에 들어설 확률이 2.56%면 객관적으로 낮았다니까?"
"아 말이 안통하네!"
둘 다 답답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소리만 지르고 있자 메가트론이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가 화면을 보고 멈칫했다.
"함장, 프라울이 또-"
"내 말은 옵티머스가 무슨 짓을 당한거냐니까!"
"당하긴 뭘당해! 아까부터 설명하잖아, 객관적으로 낮은 수치였고 꼭 보호장치를 낄 필요가 없었다고!"
"다시 나갈까?"
전직 파괴대제의 물음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내 말은 스파크드 시킨 놈은 어디있냐고!"
"나지 누구야?"
"응?"
"뭐?"
방에 잠시 정적이 지나갔다.
누가 누굴 뭐라고요?
///
모든 일이 끝난뒤, 프라울과 옵티머스는 미뤄왔던 대화를 시작했다. 시작은 차분히 풀어나가려고 했으나 결국 끝엔 고성과 분노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신이 단 한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생각했으면 이 전쟁 자체가 안일어났을겁니다! 당신 탓이잖아! 제가 하는 말만 들어줬으면 이렇게까지 안됐을겁니다! 전쟁이 끝났으면 뭘해, 끝난건 아무것도 없는데! 아, 당신이 세상을 위기에서 구했다고 그거 참 잘됐네요! 애당초 날 신뢰만 해줬어도 위기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프라울은 한참 씩씩거리며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옵티머스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서 그의 분노를 받아줄 뿐이었다.
"난 자넬 신뢰하지 않은 적이 없다네, 프라울."
"그럼 왜 그렇게 절 힘들게 만드신겁니까, 프라임? 왜 정작 난... 당신 만큼은 저를 이해해주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옵티머스의 옵틱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자네야 말로 날 배신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내가 자네에게 보여준 신뢰는 아무 의미가 없었거나, 당연했던건가?"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왜 가장 제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때는 늘 저를 뒤에 두고 가시는 겁니까?"
"난 지금 자네 앞에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자네 말을 들어주고 있어."
///
"그렇게 해서 사랑에 빠진거야."
프라울이 답지 않게 약간 설레하는 표정으로 말을 마쳤다. 이야기를 듣는 메가트론과 로디머스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방금 그 대화내용에서 사랑에 빠질 만한 부분이 어디있는데?"
로디머스가 정상메크라면 누구라도 지적할 만한 부분을 지적했다.
"아, 더 말해줘?"
///
옵티머스도 프라울도 둘 다 인터페이스 경험은 없었지만 아마 어두운 골목에서 할만한 일은 아닐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프라울 역시 희미한 이성으로 어느 곳에선 숭배되는 존재의 처음을 범하는 자리가 이런 더러운 뒷골목이라는건 당치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그의 논리회로를 무시하고 인터페이스 쾌락 신호를 처리하는 센서가 그의 브레인모듈을 지배하게 만들었다.
"해본적은 없지만 데이터로는 잘 알고 있으니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프라임."
"설마 나랑 하고서도 나한테 그렇게 계속 그런식으로 말할거야?"
프라울이 씩 웃으며 속삭였다.
"당연히 아니지, 오라이온."
프라울의 손이 거침없이 옵티머스의 밸브로 향했다.
///
"그만, 그만, 그만. 그 정도로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는 뜻은 아니였네."
메가트론이 이마를 짚으며 외쳤다. 로디무스는 이미 구석에서 오디오리셉터를 손으로 가리고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메가트론의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얼굴을 보는 프라울의 표정이 어쩐지 뿌듯해보이는게 기분나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이겼네."
프라울이 비아냥 거리는 표정으로 메가트론을 보곤 메가트론이 무슨 뜻이냐고 화내기도 전에 통신을 끊었다.
메가트론과 옵티머스가 오래전에 가졌던 관계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진 몰라도 그건 아주 예전 일이다. 사백만년도 넘은 때의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걸 아직도 담아두고 있었나? 뭐 저런 속 좁은 메크가 다있지? 근데 옵티머스는 저런 놈에게서 뭘 본거야? 하는 생각에 잠시 울컥했으나 메가트론은 연습한대로 다시 화를 가라앉혔다. 속으로 '옵티머스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줘야해. 그게 오토봇 방식이지, 그게 아무리 멍청한 결정이더라도...'라고 수십번쯤 메가트론이 속으로 외우며 화를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아니지 않냐?!"
메가트론의 목소리에서 침착함과 품위가 완전히 사라졌다.
///
사이버트론인과 지구인들이 평화롭게 섞여 살게 된 이후에 지구에 머물며 인간의 재건과 지구로 이주해온 사이버트론인과의 교류를 돕는 일을 하며, 쉬는 날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재즈의 삶은 꽤 평화로웠다. 거의 그가 전쟁 전에 원하던 것 처럼. 딱 하나만 빼고.
옵티머스의 몸에는 오늘도 흰색과 검은색의 도색이 묻어나있었고 프라울의 검고 흰 동체는 붉은색과 푸른빛의 도색으로 얼룩져있었다. 매일 다른 위치에 새로... 특히 옵티머스의 허벅지와 가슴부분, 인터페이스패널 쪽은 거의 프라울의 도색과 비슷할 정도였다.
재즈는 매일 헬름을 부여잡고 고민했다.
물론 인간들이야 저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근데 인간들이 바보도 아니고 저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게 말이 돼? 아냐 모를거야... 근데 온 몸에 저렇게 범벅을 하고 다니는데? 저렇게 문란한 모습인데 다른 종족이라고 해도 저걸 모른다는게 말이 돼? 인간은 그렇다 치자, 지구로 이주해온 사이버트론인들은 무슨 뜻인지 다 안다고. 오죽하면 다들 옵티머스랑 차마 시선을 못 마주치겠냐.
프라울과 옵티머스라니, 상상도 못해 본 조합이지만 자기들이 행복하다면야 재즈는 얼마든지 축복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보기 민망했다.
프라울과 옵티머스는 재즈의 친구이기도 했지만, 오랜 전쟁동안 대부분 동료이자 상관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막 인터페이스의 쾌락을 깨달은 자기 상관에게 인터페이스 매너를 가르쳐야 하게 생긴 자기 처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았다.
프라울과 옵티머스는 지구에 새로 이주한 사이버트론인들과 지구인들의 평화협정 마무리를 위해 들렀을 뿐이라 몇 주 뒤면 이제 다시 사이버트론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지구엔 그래도 그렇게 많은 사이버트로니안이 사는건 아니었던데다 지구인들이야 사이버트론인의 생리는 커녕 그들이 외계생명체라는 사실을 아는 인간도 많은건 아니었으니 설령 서로 몸에 도색 좀 묻히고 다닌다고 문란하다 생각할 인간은 없겠지만 사이버트론은 다르다. 돌아가자마자 기자들이 인섹티콘처럼 몰려들것이다.
거긴 확실히 다 알잖아, 프라울과 옵티머스가 사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알리는거랑 그 둘이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 매일 인터페이스하고 있다고 여기저기 광고하고 다니는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재즈는 차마 옵티머스에게 직접 그걸 지적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프라울을 불러 말했다.
"네가 그... 인터페이스 매너에 대해서까진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보통은 인터페이스 후에 상대방에게 묻은 도색을 지워주고 긁힌 부분은 칠해주는게 매너야."
"아는데?"
프라울이 왜 당연한걸 말하고 그러냐며 귀찮아 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좀 알려지라고 냅두는 거야."
"옵티머스는?"
"옵티머스가 그런거까지 알겠냐. 모르지."
재즈의 바이저 아래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또 할말 없으면 간다."
재즈는 프라울의 신나서 들썩이기까지 하는 도어윙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옵티머스, 당신 잘못 걸린거 같아요.
///
자기 쿼터로 돌아온 프라울은 침대 위에서 쉬고 있는 옵티머스를 한참 기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거야, 드디어.
옵티머스가 스파클링을 갖게 된건 계산외긴 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 둘의 스파클링이면 똑똑하고 용감하고 이성적이고 선량할테니까. 그리고 함께 책임져야 할 스파클링까지 있으면 옵티머스는 더더욱 나에게서 못벗어나겠지. 스파크드된 캐리어에 대해서 여러 데이터를 읽어본 결과, 리차징을 좀 오래하거나 평소보다 동력이 떨어져보이는건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옵티머스가 전보다 좀 더 약해진 것 같은건 걱정이긴 했지만, 스파크드된 이후로 좀 의존적이 된 옵티머스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평생 이렇게 나에게 기대만 주면 좋을텐데.
"계속 지켜보지 않아도 난 멀쩡해."
옵티머스는 프라울이 계속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걸 다른 뜻으로 오인한 모양이었지만 프라울은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협상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긴 했는데, 좀 더 있을까? 사이버트론보단 지구를 더 좋아했잖아."
"하지만 일정이..."
"내가 그 일정 관리하는 오토봇이거든, 괜찮아 몇 주 정도는."
"언제부터 네가 그런 사소한 일까지 전부 했어?"
프라울은 원래도 옵티머스의 일에 관여하기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 사소한 일들을 맡는걸 좋아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건 옵티머스에게도 조금 생소한 모습이었다.
"어차피 계속 붙어있을거니까 이런건 내가 네 옆에서 컨디션 봐가면서 조절하는게 나을거 같아서."
사실 프라울은 옵티머스 옆에 자기말고 다른 메크가 붙어있는게 싫어서 일부러 다른 오토봇 일을 빼앗아 온거였지만 곧이곧대로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쉬어, 오늘 하루 일은 전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고마워."
옵티머스를 내려다보는 프라울의 얼굴은 거의 자애롭기까지 해보였다. 이제 원하던 걸 전부 손 안에 넣었는데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다.
자 이제... 어떻게 또 옵티머스를 몰래 감시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늘 내가 옆에 있을 수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난 네 옆에 없을때도 네 모든 대화내용과 네 모든 움직임과 네 모든 순간을 알고 싶어. 당연히 그래야해. 넌 내거니까, 너도 내가 좋은거면 너도 당연히 이해해 주겠지?
프라울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감시 계획을 여유롭게 짰다.
어째 프라울만 행복한 세계관 같은데 모두가 행복한 세계관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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