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090286
view 7290
2024.12.02 21:38
https://hygall.com/613002040
"너희 지금 뭐.."
"뭐하는 거야!!"
스모크스크린의 뒤에서 프라울이 튀어나왔음. 발을 굴리며 다가온 프라울은 오라이온의 위에 올라타 있는 디를 발로 걷어찰 듯.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오라이온을 강제로 취해서 뺏으면 어떡해?!"
"그런 짓 안 했어!"
"맞아 안 했어."
디가 씩씩대며 일어서는 동안 저 멀리에서 누군가 깡깡 소리를 내며 다가올 듯. 삽을 들고 있는 재즈였지.
"또 삽질하면 삽으로 때리려고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의심이 가득했던 프라울은 재즈의 말에 납득함. 재즈가 디를 위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재즈는 디를 이미 한번 배신한 전적도 있음.
디는 걷어차인 건으로 화를 내는 와중에 또 손은 다정하게 오라이온을 일으켜주고 있을 듯. 그 모습에 꿈틀한 스모크스크린이 빠르게 다가와서 오라이온의 반대쪽 팔을 잡았지.
"뭐야."
"뭐가? 내 애인 일으켜 주겠다는데 뭐 문제라도?"
디의 표정이 사나워졌고 스모크스크린은 웃는 표정을 유지했지만 영 밝아보이지만은 않았음. 오라이온이 일어서자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니 오라이온은 중간에 껴서 난감하겠지. 오라이온의 표정이 죽어가자 디가 으르렁대며 스모크스크린을 위협할 거임.
"팍스가 아파하잖아. 놔."
"그럼 네가 놓으면 되잖아."
"뭘 모르나본데 50사이클 동안 팍스 일으켜주는 담당은 나였어."
"감동적인 우정이네. 이제 나한테 맡겨둬."
둘은 서로를 노려보겠지. 그와중에 손에 힘 들어가서 오라이온이 진짜로 아파하니까 둘 다 손 놓을 듯. 자유가 된 오라이온은 프라울이 옆에 끼겠지.
"그럼 둘이 바닥을 뒹굴면서 뭐했는데."
"팍스가 스모크스크린이랑 헤어지겠다고 했어."
"뭐?!"
오라이온과 스모크스크린이 동시에 놀라겠지. 오라이온은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저었음. 하지만 디의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할 듯.
"현명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팍스."
"나..나는.."
오라이온은 아무리 생각해도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음. 디는 당연히 오라이온에게 소중한 메크야. 디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음. 하지만 스모크스크린도 정말 좋아해. 앞으로 더 많은 즐거운 일들이 남아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음.
"그만그만. 오라이온 좀 그만 괴롭혀."
재즈가 바닥에 삽을 깡깡 두들기며 말했지. 디는 재즈를 노려봤지만 싸울 것도 아니니 결국 물러섰음. 재즈는 잔뜩 날이 서있는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겠지. 뭐,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임. 오라이온은 그럴 정신이 아니고 프라울은 제정신이 아니니 나라도 정리해야지.
"차라리 잘 됐어. 그 이상한 작전 대신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재즈는 프라울과 오라이온의 옆에 섰지. 프라울이 뭐가 이상하냐며 짜증내는 소리는 무시하고 재즈는 디와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말했음.
"이제부터 오라이온이 너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거야. 하지만 누굴 선택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해야 해. 괜히 오라이온한테 상처주면 다신 오라이온 발끝도 못 보게 할 테니까."
오라이온이 당황해서 재즈의 팔을 살짝 붙잡았음. 재즈는 오라이온에게 고개를 돌리고 오라이온만 보이도록 슬쩍 미소지었지. 괜찮다고 안심시키듯이.
"..그게 가능하긴 해?"
"너만 그런 조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걸. 나도 여차하면 써먹을 수단은 가지고 있거든."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리자들 협박할 거리를 모아둔 게 있음. 큰 건은 아니지만 코그리스 몇명 보내는 것 정돈 어렵지 않다. 스모크스크린은 재즈가 진심이란 걸 알아보겠지. 이쪽 구역은 정말 만만치 않네 여러가지로.
"오라이온이 선택하기 전에 어필할 시간은 주겠어. 자, 시작."
재즈는 손가락을 튕겼지. 갑자기? 어필? 디와 스모크스크린이 심각해졌음. 오라이온은 아직도 쩔쩔매며 재즈를 붙잡고 있었지. 재즈는 오라이온의 손을 토닥거리며 속삭였음.
"괜찮아. 그냥 즐겨."
"이걸 어떻게 즐길 수가 있어? 난 대체 누굴 골라야 할지.."
"오라이온. 쟤네는 너 절대 못 이겨.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재즈가 빙그레 웃었음. 내가.. 원하는 대로..? 오라이온의 옵틱이 흔들렸지.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먼저 나선 건 디였음. 디는 오라이온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
"네가 날 선택하지 않고 누굴 선택한다는 거야? 네 옆에는 내가 있는 게 당연하잖아. 네 옆에서 널 지켜주고 돌봐주는 건 언제나 나였고 앞으로도 나일 거야. 우리가 한 약속들 기억해?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해? 팍스. 저 잠깐 스쳐지나갈 놈 때문에 그걸 잊지 마."
디는 거짓 한점 없이 오라이온을 바라봤음. 오라이온도 물론 기억하지. 디와의 첫만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추억들을 한번도 잊은 적 없음. 디와 함께하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디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도. 디를 잃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상처입게 될지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느껴봤음. 디와는 절대로... 멀어지고 싶지 않아.
스모크스크린은 울망대는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옵틱을 좁혔지. 추억 어필이라 이거지.. 확실히 좋은 전략임. 함께한 시간으로 따지면 스모크스크린은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음. 같이 보낸 시간이 적으니 앞으로에 대한 것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고. 물론 난 평생이 가도 절대로 헤어져줄 생각 없지만 오라이온에겐 다르게 다가오겠지.
제법이지만 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을 향해 다가갔음. 그리고 무릎을 꿇고 오라이온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음.
"오라이온.. 정말 나랑 헤어질 거야..? 너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울먹대며 올려다보는 스모크스크린을 보며 오라이온은 옵틱이 휘둥그레 커지겠지.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의 복부에 얼굴을 파묻으며 처량하게 말했음.
"난 너 없으면 안 돼..."
웅얼웅얼 속삭이는 음성은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음.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저절로 찡해질 듯. 상실의 고통을 느껴본 오라이온은 그걸 스모크스크린이 겪게 된다고 생각하면 스파크가 갈라지는 것 같을 거임.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디는 워낙에 성실하고 성과도 좋고 인기도 많으니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만.. 스모키는..
오라이온은 자기 구역에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다며개수작을 부리는 외로워하던 스모크스크린을 기억했음. 대체 어떤 차가운 에너존을 가진 메크가 그 옵틱을 보고 헤어지자고 할 수가 있겠음.
호오. 프라울은 표정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오라이온을 보며 턱을 쓰다듬겠지. 과보호의 현신 같은 친구가 늘 옆에 붙어다니니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확실히 그런 낌새는 꾸준하게 있었어. 오라이온은 챙김받는 것보다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란 걸.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같은 구역 메크도 알기 힘든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공격해오다니...
"잠깐 심판, 저거 저래도 되는 거야? 스킨쉽을 하잖아."
디가 재즈에게 항의했음. 재즈는 참가자의 항의에 고민을 좀 해보겠지. 스킨쉽이라..
"당연히 되지. 이쪽은 애인인데."
"연인 사이에 스킨쉽으로 어필을 안 하면 뭘로 함?"
갑자기 쌍둥이가 심판석에 불쑥 끼어들었음.
"뭐야 너흰. 언제부터 와있었어?"
"좀 됐는데."
쌍둥이가 앞을 가리키니 어느 새 소규모로 모인 관중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쪽을 구경하고 있을 듯. 사실 어디 구석도 아니고 구역 넘어가는 길 한복판이라 어그로가 안 끌릴 수 없는 위치임.
"아 저쪽은 애인이야? 그럼 스킨쉽은 허용해줘야지."
"와 저쪽이 이기면 쟤는 평생 애인도 못 사귀고 친구랑 지내야 되네."
관중들이 수근수근 대는 소리가 들려왔지. 디는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고 재즈는 어깨를 으쓱였음.
"여론에 의하면 스킨쉽은 허용하는 게 맞겠네."
스모크스크린은 보란듯이 오라이온에게 더 엉겨서 복부에 얼굴을 부비작댈 듯. 오라이온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모크스크린을 쓰다듬겠지. 디의 이성회로가 뚝 끊겼음.
"아, 그래. 스킨쉽이 된다고?"
힘으로 디를 이길 수 있는 메크는 코그리스 중엔 없지. 오라이온에게 안겨있는 스모크스크린을 강제로 떼어낸 디는 오라이온의 턱을 잡았음. 그리고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입을 맞출 듯.
주변이 환호인지 경악인지로 소란스러워졌음. 디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디는 그 오랜 세월 오라이온과 친구였지만 그와 입을 맞추는 상상은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음. 그런데 충동적으로 입을 맞춰보니 마치 진작 이랬어야 했던 것처럼 만족감과 안정감이 몰려오겠지.
디는 벙쪄있는 오라이온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음.
"그 망할 연인이 반드시 필요한 거면 그것도 내가 해줄 수 있어."
오라이온은 얼굴이 새빨갛게 과열된 채로 거의 겁에 질려서 프라울을 돌아볼 듯.
"아 괜찮아. 아까 헤어졌어."
프라울이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음. 대체 언제?? 오라이온은 혼란스러웠지. 왜 저렇게 쿨한 거지? 요즘의 연애는 이런 건가?
그동안 스모크스크린은 재즈에게 타임 제스처를 취해보였음.
"이건 반칙이지! 쟤는 오라이온이랑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정당한 애인이 멀쩡히 옵틱을 뜨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글쎄. 오라이온한테 물어보지 뭐. 오라이온."
"어, 어?"
"싫었어?"
오라이온은 재즈의 말에 한참 입을 뻐끔이더니 대답도 못하고 양 손에 얼굴을 묻었음. 재즈는 스모크스크린에게 미소지었지.
"그렇다네."
스모크스크린은 입술을 깨물었음. 예상 못한 반응은 아님. 어쨌든 오라이온은 자각을 못했을 뿐 디를 좋아했으니까.
"오. 이제 둘이랑 다 키스는 해 본 거네."
"그럼 당연히 비교 들어가야지."
쌍둥이가 키득거리며 오라이온의 양 옆에 섰음.
"그래서, 키스는 누가 더 잘 해?"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음.
"그걸 꼭 비교해야 돼?"
"당연하지. 연인을 고를 때 아주 중요한 문제야."
"사실 중요한 건 인터페이스지만 그건 아직 안 해봤지?"
쌍둥이의 스테레오 폭격에 오라이온은 헤드를 손으로 감쌌지. 도와줄 메크를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재즈도 좀 재밌어 보이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뿐임. 이걸 말을 해야한단 말이야? 누가 더 키스를 잘했냐니.. 그건..
"스모키가 더..."
오라이온은 드릴로 작은 구멍이라도 뚫어서 들어가고 싶었음. 스모크스크린은 의기양양하게 디를 바라봤지. 디는 언짢은 표정이 되었음. 사실 결과는 예상함. 방금 그게 봇생 통틀어서 첫키슨데 잘 할 리가 없지. 짜증이 난 건 갑작스런 애칭의 습격 때문이다.
"흐음. 이렇게 되면 스모크스크린의 승리인가."
"잠깐, 무슨 소리야! 디가 지금은 키스를 못할 지 몰라도 앞으로는 다를 거라고!"
"맞아 디가 얼마나 빨리 배우는데! 그리고 쟤 피지컬을 봐!"
"좀만 가르쳐주면 키스고 밤일이고 무조건 잘하지!"
관중석에서 항의가 날아들었음. 누군가 보니 디와 같은 구역의 코그리스 광부들임.
"절대 지지 마 디! 우리는 네 편이야!"
"오라이온 뺏기면 안 돼!"
"모두들..!"
디는 감동으로 입을 틀어막았지. 그래, 나와 오라이온의 사이는 같은 구역의 모두가 증인이야. 어디서 굴러들어온 녀석한테 무너질 관계가 아니라고.
스모크스크린은 응원의 목소리와 함께 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여론을 보며 주먹을 쥐었음. 역시 역사가 긴 만큼 저쪽은 팬이 많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혼자서라도 이 싸움을 계속해야만..!
"뭐하는 거야 스모크스크린! 네가 그러고도 우리 구역 최고의 사고뭉치야?!"
반대편 관중석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음. 놀란 스모크스크린이 고개를 들자 그쪽에 스모크스크린과 같은 구역의 광부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지.
"너희들..?"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게 너잖아!"
"뭘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일어나서 물어뜯으라고! 옆구역 범생이한테 지지 마!"
"흥, 딱히 네 편을 들어주는 건 아니거든? 네가 쟤랑 사귀면서 많이 얌전해졌으니까.. 헤어지면 또 사고칠까봐 이러는 거야!"
스모크스크린의 구역까지 참전하자 여론의 반응은 또 알 수 없이 흘러갔음. 스모크스크린은 잠시라도 주춤했던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지. 그래. 나에게도 동료가 있었어!
소규모였던 관중은 어느 새 통로를 꽉 메울 만큼 메크가 많아졌지. 관중들이 자기들끼리도 싸우기 시작하자 통제가 되지 않을 지경임. 단순한 치정싸움이 극도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현장에서 재즈는 삽에 기댄 채 헛웃음을 흘렸지. 컨텐츠 부족은 언제나 광부들의 고질적인 문제긴 하다.
"이대로는 판결을 내린다해도 문제가 있겠어."
프라울이 재즈를 쿡 찌르며 말했음. 재즈는 동의함. 아까까지만 해도 디랑 스모크스크린만 협박하면 끝이었는데 이 규모의 메크가 승복하지 않는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음. 오라이온의 선택을 받은 메크는 물론이고 오라이온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되겠지.
"이제와서 재판을 그만둬도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방법은..."
"이들이 납득할 만한 권위가 있는 메크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프라울은 혀를 찼음.
"이것 좀 보십시오."
에어라크니드는 센티넬에게 데이터 패드를 건넸음. 센티넬은 패드를 확인했지. 코그리스의 민원임. 내용을 대충 확인한 센티넬은 인상을 찌푸렸음.
"이건 또 뭐야. 얘네는 내가 한가로워 보이나? 이런 건 그냥 밑에서 잘라내."
"물론 그래야겠지만 규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최소 광산 2개 구역 이상이 얽혀 있습니다."
"2개 구역?? 삼각관계 치정 문제에??"
센티넬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음.
"뭐 이런... 정말 쓸데없고, 하찮고, 완전 재밌겠군."
센티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
"판을 크게 벌려 에어라크니드! 굴러들어온 빅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에어라크니드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음.
디오라 스뫀오라
"너희 지금 뭐.."
"뭐하는 거야!!"
스모크스크린의 뒤에서 프라울이 튀어나왔음. 발을 굴리며 다가온 프라울은 오라이온의 위에 올라타 있는 디를 발로 걷어찰 듯.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오라이온을 강제로 취해서 뺏으면 어떡해?!"
"그런 짓 안 했어!"
"맞아 안 했어."
디가 씩씩대며 일어서는 동안 저 멀리에서 누군가 깡깡 소리를 내며 다가올 듯. 삽을 들고 있는 재즈였지.
"또 삽질하면 삽으로 때리려고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의심이 가득했던 프라울은 재즈의 말에 납득함. 재즈가 디를 위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재즈는 디를 이미 한번 배신한 전적도 있음.
디는 걷어차인 건으로 화를 내는 와중에 또 손은 다정하게 오라이온을 일으켜주고 있을 듯. 그 모습에 꿈틀한 스모크스크린이 빠르게 다가와서 오라이온의 반대쪽 팔을 잡았지.
"뭐야."
"뭐가? 내 애인 일으켜 주겠다는데 뭐 문제라도?"
디의 표정이 사나워졌고 스모크스크린은 웃는 표정을 유지했지만 영 밝아보이지만은 않았음. 오라이온이 일어서자 서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니 오라이온은 중간에 껴서 난감하겠지. 오라이온의 표정이 죽어가자 디가 으르렁대며 스모크스크린을 위협할 거임.
"팍스가 아파하잖아. 놔."
"그럼 네가 놓으면 되잖아."
"뭘 모르나본데 50사이클 동안 팍스 일으켜주는 담당은 나였어."
"감동적인 우정이네. 이제 나한테 맡겨둬."
둘은 서로를 노려보겠지. 그와중에 손에 힘 들어가서 오라이온이 진짜로 아파하니까 둘 다 손 놓을 듯. 자유가 된 오라이온은 프라울이 옆에 끼겠지.
"그럼 둘이 바닥을 뒹굴면서 뭐했는데."
"팍스가 스모크스크린이랑 헤어지겠다고 했어."
"뭐?!"
오라이온과 스모크스크린이 동시에 놀라겠지. 오라이온은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저었음. 하지만 디의 날카로운 시선에 움찔할 듯.
"현명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팍스."
"나..나는.."
오라이온은 아무리 생각해도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음. 디는 당연히 오라이온에게 소중한 메크야. 디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도 없음. 하지만 스모크스크린도 정말 좋아해. 앞으로 더 많은 즐거운 일들이 남아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헤어지고 싶지 않음.
"그만그만. 오라이온 좀 그만 괴롭혀."
재즈가 바닥에 삽을 깡깡 두들기며 말했지. 디는 재즈를 노려봤지만 싸울 것도 아니니 결국 물러섰음. 재즈는 잔뜩 날이 서있는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겠지. 뭐,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임. 오라이온은 그럴 정신이 아니고 프라울은 제정신이 아니니 나라도 정리해야지.
"차라리 잘 됐어. 그 이상한 작전 대신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재즈는 프라울과 오라이온의 옆에 섰지. 프라울이 뭐가 이상하냐며 짜증내는 소리는 무시하고 재즈는 디와 스모크스크린을 향해 말했음.
"이제부터 오라이온이 너희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거야. 하지만 누굴 선택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해야 해. 괜히 오라이온한테 상처주면 다신 오라이온 발끝도 못 보게 할 테니까."
오라이온이 당황해서 재즈의 팔을 살짝 붙잡았음. 재즈는 오라이온에게 고개를 돌리고 오라이온만 보이도록 슬쩍 미소지었지. 괜찮다고 안심시키듯이.
"..그게 가능하긴 해?"
"너만 그런 조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걸. 나도 여차하면 써먹을 수단은 가지고 있거든."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리자들 협박할 거리를 모아둔 게 있음. 큰 건은 아니지만 코그리스 몇명 보내는 것 정돈 어렵지 않다. 스모크스크린은 재즈가 진심이란 걸 알아보겠지. 이쪽 구역은 정말 만만치 않네 여러가지로.
"오라이온이 선택하기 전에 어필할 시간은 주겠어. 자, 시작."
재즈는 손가락을 튕겼지. 갑자기? 어필? 디와 스모크스크린이 심각해졌음. 오라이온은 아직도 쩔쩔매며 재즈를 붙잡고 있었지. 재즈는 오라이온의 손을 토닥거리며 속삭였음.
"괜찮아. 그냥 즐겨."
"이걸 어떻게 즐길 수가 있어? 난 대체 누굴 골라야 할지.."
"오라이온. 쟤네는 너 절대 못 이겨. 결국 네가 원하는 대로 될 거야."
재즈가 빙그레 웃었음. 내가.. 원하는 대로..? 오라이온의 옵틱이 흔들렸지.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먼저 나선 건 디였음. 디는 오라이온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
"네가 날 선택하지 않고 누굴 선택한다는 거야? 네 옆에는 내가 있는 게 당연하잖아. 네 옆에서 널 지켜주고 돌봐주는 건 언제나 나였고 앞으로도 나일 거야. 우리가 한 약속들 기억해?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들을 기억해? 팍스. 저 잠깐 스쳐지나갈 놈 때문에 그걸 잊지 마."
디는 거짓 한점 없이 오라이온을 바라봤음. 오라이온도 물론 기억하지. 디와의 첫만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모든 추억들을 한번도 잊은 적 없음. 디와 함께하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디가 자신에게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도. 디를 잃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상처입게 될지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느껴봤음. 디와는 절대로... 멀어지고 싶지 않아.
스모크스크린은 울망대는 오라이온을 바라보며 옵틱을 좁혔지. 추억 어필이라 이거지.. 확실히 좋은 전략임. 함께한 시간으로 따지면 스모크스크린은 압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음. 같이 보낸 시간이 적으니 앞으로에 대한 것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고. 물론 난 평생이 가도 절대로 헤어져줄 생각 없지만 오라이온에겐 다르게 다가오겠지.
제법이지만 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을 향해 다가갔음. 그리고 무릎을 꿇고 오라이온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음.
"오라이온.. 정말 나랑 헤어질 거야..? 너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울먹대며 올려다보는 스모크스크린을 보며 오라이온은 옵틱이 휘둥그레 커지겠지. 스모크스크린은 오라이온의 복부에 얼굴을 파묻으며 처량하게 말했음.
"난 너 없으면 안 돼..."
웅얼웅얼 속삭이는 음성은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음.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저절로 찡해질 듯. 상실의 고통을 느껴본 오라이온은 그걸 스모크스크린이 겪게 된다고 생각하면 스파크가 갈라지는 것 같을 거임.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디는 워낙에 성실하고 성과도 좋고 인기도 많으니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만.. 스모키는..
오라이온은 자기 구역에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다며
호오. 프라울은 표정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오라이온을 보며 턱을 쓰다듬겠지. 과보호의 현신 같은 친구가 늘 옆에 붙어다니니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확실히 그런 낌새는 꾸준하게 있었어. 오라이온은 챙김받는 것보다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란 걸.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같은 구역 메크도 알기 힘든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공격해오다니...
"잠깐 심판, 저거 저래도 되는 거야? 스킨쉽을 하잖아."
디가 재즈에게 항의했음. 재즈는 참가자의 항의에 고민을 좀 해보겠지. 스킨쉽이라..
"당연히 되지. 이쪽은 애인인데."
"연인 사이에 스킨쉽으로 어필을 안 하면 뭘로 함?"
갑자기 쌍둥이가 심판석에 불쑥 끼어들었음.
"뭐야 너흰. 언제부터 와있었어?"
"좀 됐는데."
쌍둥이가 앞을 가리키니 어느 새 소규모로 모인 관중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쪽을 구경하고 있을 듯. 사실 어디 구석도 아니고 구역 넘어가는 길 한복판이라 어그로가 안 끌릴 수 없는 위치임.
"아 저쪽은 애인이야? 그럼 스킨쉽은 허용해줘야지."
"와 저쪽이 이기면 쟤는 평생 애인도 못 사귀고 친구랑 지내야 되네."
관중들이 수근수근 대는 소리가 들려왔지. 디는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고 재즈는 어깨를 으쓱였음.
"여론에 의하면 스킨쉽은 허용하는 게 맞겠네."
스모크스크린은 보란듯이 오라이온에게 더 엉겨서 복부에 얼굴을 부비작댈 듯. 오라이온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모크스크린을 쓰다듬겠지. 디의 이성회로가 뚝 끊겼음.
"아, 그래. 스킨쉽이 된다고?"
힘으로 디를 이길 수 있는 메크는 코그리스 중엔 없지. 오라이온에게 안겨있는 스모크스크린을 강제로 떼어낸 디는 오라이온의 턱을 잡았음. 그리고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입을 맞출 듯.
주변이 환호인지 경악인지로 소란스러워졌음. 디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디는 그 오랜 세월 오라이온과 친구였지만 그와 입을 맞추는 상상은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음. 그런데 충동적으로 입을 맞춰보니 마치 진작 이랬어야 했던 것처럼 만족감과 안정감이 몰려오겠지.
디는 벙쪄있는 오라이온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음.
"그 망할 연인이 반드시 필요한 거면 그것도 내가 해줄 수 있어."
오라이온은 얼굴이 새빨갛게 과열된 채로 거의 겁에 질려서 프라울을 돌아볼 듯.
"아 괜찮아. 아까 헤어졌어."
프라울이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음. 대체 언제?? 오라이온은 혼란스러웠지. 왜 저렇게 쿨한 거지? 요즘의 연애는 이런 건가?
그동안 스모크스크린은 재즈에게 타임 제스처를 취해보였음.
"이건 반칙이지! 쟤는 오라이온이랑 사귀는 것도 아니잖아! 정당한 애인이 멀쩡히 옵틱을 뜨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글쎄. 오라이온한테 물어보지 뭐. 오라이온."
"어, 어?"
"싫었어?"
오라이온은 재즈의 말에 한참 입을 뻐끔이더니 대답도 못하고 양 손에 얼굴을 묻었음. 재즈는 스모크스크린에게 미소지었지.
"그렇다네."
스모크스크린은 입술을 깨물었음. 예상 못한 반응은 아님. 어쨌든 오라이온은 자각을 못했을 뿐 디를 좋아했으니까.
"오. 이제 둘이랑 다 키스는 해 본 거네."
"그럼 당연히 비교 들어가야지."
쌍둥이가 키득거리며 오라이온의 양 옆에 섰음.
"그래서, 키스는 누가 더 잘 해?"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음.
"그걸 꼭 비교해야 돼?"
"당연하지. 연인을 고를 때 아주 중요한 문제야."
"사실 중요한 건 인터페이스지만 그건 아직 안 해봤지?"
쌍둥이의 스테레오 폭격에 오라이온은 헤드를 손으로 감쌌지. 도와줄 메크를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재즈도 좀 재밌어 보이는 표정으로 보고 있을 뿐임. 이걸 말을 해야한단 말이야? 누가 더 키스를 잘했냐니.. 그건..
"스모키가 더..."
오라이온은 드릴로 작은 구멍이라도 뚫어서 들어가고 싶었음. 스모크스크린은 의기양양하게 디를 바라봤지. 디는 언짢은 표정이 되었음. 사실 결과는 예상함. 방금 그게 봇생 통틀어서 첫키슨데 잘 할 리가 없지. 짜증이 난 건 갑작스런 애칭의 습격 때문이다.
"흐음. 이렇게 되면 스모크스크린의 승리인가."
"잠깐, 무슨 소리야! 디가 지금은 키스를 못할 지 몰라도 앞으로는 다를 거라고!"
"맞아 디가 얼마나 빨리 배우는데! 그리고 쟤 피지컬을 봐!"
"좀만 가르쳐주면 키스고 밤일이고 무조건 잘하지!"
관중석에서 항의가 날아들었음. 누군가 보니 디와 같은 구역의 코그리스 광부들임.
"절대 지지 마 디! 우리는 네 편이야!"
"오라이온 뺏기면 안 돼!"
"모두들..!"
디는 감동으로 입을 틀어막았지. 그래, 나와 오라이온의 사이는 같은 구역의 모두가 증인이야. 어디서 굴러들어온 녀석한테 무너질 관계가 아니라고.
스모크스크린은 응원의 목소리와 함께 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여론을 보며 주먹을 쥐었음. 역시 역사가 긴 만큼 저쪽은 팬이 많다. 하지만 괜찮아. 나는 혼자서라도 이 싸움을 계속해야만..!
"뭐하는 거야 스모크스크린! 네가 그러고도 우리 구역 최고의 사고뭉치야?!"
반대편 관중석에서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음. 놀란 스모크스크린이 고개를 들자 그쪽에 스모크스크린과 같은 구역의 광부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지.
"너희들..?"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그게 너잖아!"
"뭘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하고 있어! 일어나서 물어뜯으라고! 옆구역 범생이한테 지지 마!"
"흥, 딱히 네 편을 들어주는 건 아니거든? 네가 쟤랑 사귀면서 많이 얌전해졌으니까.. 헤어지면 또 사고칠까봐 이러는 거야!"
스모크스크린의 구역까지 참전하자 여론의 반응은 또 알 수 없이 흘러갔음. 스모크스크린은 잠시라도 주춤했던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지. 그래. 나에게도 동료가 있었어!
소규모였던 관중은 어느 새 통로를 꽉 메울 만큼 메크가 많아졌지. 관중들이 자기들끼리도 싸우기 시작하자 통제가 되지 않을 지경임. 단순한 치정싸움이 극도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현장에서 재즈는 삽에 기댄 채 헛웃음을 흘렸지. 컨텐츠 부족은 언제나 광부들의 고질적인 문제긴 하다.
"이대로는 판결을 내린다해도 문제가 있겠어."
프라울이 재즈를 쿡 찌르며 말했음. 재즈는 동의함. 아까까지만 해도 디랑 스모크스크린만 협박하면 끝이었는데 이 규모의 메크가 승복하지 않는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음. 오라이온의 선택을 받은 메크는 물론이고 오라이온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되겠지.
"이제와서 재판을 그만둬도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방법은..."
"이들이 납득할 만한 권위가 있는 메크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프라울은 혀를 찼음.
"이것 좀 보십시오."
에어라크니드는 센티넬에게 데이터 패드를 건넸음. 센티넬은 패드를 확인했지. 코그리스의 민원임. 내용을 대충 확인한 센티넬은 인상을 찌푸렸음.
"이건 또 뭐야. 얘네는 내가 한가로워 보이나? 이런 건 그냥 밑에서 잘라내."
"물론 그래야겠지만 규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최소 광산 2개 구역 이상이 얽혀 있습니다."
"2개 구역?? 삼각관계 치정 문제에??"
센티넬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음.
"뭐 이런... 정말 쓸데없고, 하찮고, 완전 재밌겠군."
센티넬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
"판을 크게 벌려 에어라크니드! 굴러들어온 빅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에어라크니드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났음.
디오라 스뫀오라
[Code: f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