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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19:30
길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시골 숲 속에서 페드로하고 허니가 같이 사는 거지. 부부는 아니고 페드로 집에 허니가 입주도우미로 사는거임. 집의 위치도 위치다보니 둘은 다른 사람과 왕래없이 지내고 있고 가끔 페드로가 시내로 나가서 필요한 것을 사오는 정도만 할듯. 페드로는 프리랜서라서 한번 일을 나가면 며칠, 몇달 걸리는 날도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면 집에 있을 듯.
- 허니. 나 왔어.
장을 본 페드로가 짐을 잔뜩 들고오면 허니랑 쪼르르 달려와 짐정리를 도울거임. 허니는 식재료를 정리하고 선반에 넣거나 무거운 것들은 페드로가 정리할 듯. 짐정리가 끝날 때쯤 페드로는 허니에게 작은 종이가방을 건네고 허니는 얼떨결에 받아 종이상자를 열어봄. 그 안에는 도툼한 재질의 겨울용 원피스가 들어가 있었음. 허니가 당황해서 원피스를 페드로 쪽으로 보이면 페드로는 허니쪽으로 원피스를 밀며 말할듯
- 이번 겨울이 많이 춥다는군. 사이즈가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여긴 시내보다 훨씬 더 추울테니 따뜻하게 입고다녀야해.
허니는 페드로와 옷을 번갈아보다가 폰을 꺼내 자판을 빠르게 눌렀음.
'정말 따뜻할 거 같아요. 고마워요, 잘입을게요.'
겨울준비를 끝내지 못한 그들의 집에 하루아침에 추위가 시작되어 둘은 거실 난로 앞에서 밤을 지새야할 때도 있었을 거 같음. 기온이 더 떨어지는 밤이 되자 난방이 어딘가 잘못된 건지 작동되지 않았고 페드로는 방에서 이불과 옷을 둘둘 말아 침대 위에 웅크려있던 허니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 벽난로를 켰음. 페드로가 난로에 장작을 넣으며 불을 지피는 동안 허니는 따뜻한 음료를 만들었고, 둘은 난로 앞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몸을 녹였음.
- 난방이 고장날 줄 몰랐는데. 정말 미안해. 거실에서 자게하다니.
페드로의 사과에 허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방에서 가져온 책을 꺼냈음. 추운 겨울 날, 벽난로 앞에서 책을 읽어보고 싶었기에 챙겨온 것이었지. 물론 허니는 책이 없었기 때문에 그 책은 페드로의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었음. 벽난로 앞에 엎드린 채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지만 일렁거리는 벽난로의 불빛은 책을 읽기에는 불편했음. 허니가 인상까지 쓰며 책에 집중하자, 큰 손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손에서 책을 앗아갔음.
- 읽은지 오래된 책이네. 나도 다시 읽어볼까. 어디까지 읽고 있었지?
허니가 읽고 있던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자 페드로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책을 읽기 시작했음. 덕분에 편해진 허니는 페드로 옆에 가까이 다가가 바로 눕고서 그가 읽어주는 대로 내용을 상상할 수 있었지. 하지만 페드로의 목소리는 이야기꾼의 목소리보다 더 낮고 부드러워 허니의 눈을 감기게 만들었고, 허니의 두 눈이 감기고 그녀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자 페드로는 책을 덮었음. 자신도 모르게 허니의 이마에 키스를 할뻔 했던 페드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해주는 걸로 인사를 대신함.
- 잘 자, 허니.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음.
- 이런 여자를 보았소?
방문객은 누군가의 얼굴이 찍힌 사진을 꺼내보였고 페드로는 사진을 한 번 보고 답을 했음.
- 아니.
- 여기 이 집은 당신 혼자 사는 건가? 혹시...
- 난 이미 답을 했고 더 이상 답해 줄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아니면 나 대신 내 총이 대답을 해줄 수도 있을 것 같군.
날선 페드로의 태도에 불청객은 당황했고 곧 실례했다는 말은 남기고서는 떠남. 페드로는 남자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닫았고 구석에서 몸을 숨긴 채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허니와 눈이 마주쳤음.
- 별일 아니야. 괜찮아.
페드로의 말에 허니는 눈을 도르르 굴러더니 다시 일을 하러 주방으로 갔음. 혼자 남은 페드로는 이마를 문질렀음. 별일이긴 했지. 남자가 보여준 사진에는 허니의 얼굴이 찍혀있었고 남자의 태도나 행색을 보면 좋지 않은 쪽과 연관되어 있을 거 같았으니까. 허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음. 페드로가 일주일에 몇번 정도만 와줄 가정부를 구한다고 했지만 외지라서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업체에서는 이야기했었고, 허니는 연락도 없이 페드로의 집 앞에 가방하나 들고 서 있었음. 비도 오고 했기에 일단 집안으로 허니를 들이고 나서야 그녀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음. 그녀가 아마 이 먼 곳까지 온 데는 말을 하지 못해서 일을 구히기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했고 돌아갈 교통편도, 집도 없어보이는 허니에게 페드로는 입주도우미를 제안하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지내왔음.
그 날 저녁 둘의 식사시간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고 허니는 거의 죄인처럼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선 식사를 하고 있었음.페드로는 그런 허니를 보다가 입을 열었음.
- 일이 들어와서 며칠간 집을 비울거야.
페드로의 말에 허니는 놀란 눈으로 그를 봤고, 그녀는 매우 동요한 것처럼 보였음.
- 혹시 내가 없는 동안 오늘처럼 이상한 놈이 찾아온다면.
페드로는 허리 뒤춤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놨음.
- 이걸로 쏴버려. 시체나 뒤처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권총을 본 뒤로 얼어있는 허니와 다르게 페드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감
- 두명이상이면 니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땐 내 방 침대 밑에 벙커로 들어가서 기다려. 꼭 구하러 올테니까 겁먹지 말고.
페드로는 허니의 손을 잡아끌어 권총 위에 올리게 함. 낯선 감각에 허니가 움찔거렸지만 페드로는 허니의 손을 움켜쥐며 권총을 잡게 함.
- 허니, 난 널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거야. 그러니 너도 널 지키는 것만 생각해. 다른 건... 생각할 필요없어.
사실 페드로는 숲에 사는 용병이나 청부업자인데 사람을 죽이는 일에 회의를 느끼고 직접 투입되기 보다는 보조만 하면서 지냈을거 같음. 그런데 누가 허니를 다치거나 해한다? 그러면 아무렇지 않게 찾아가서 얼굴에 총알날리고 올듯.
추운 날에 필요한 건 페드로, 따뜻한 벽난로, 권총.
페드로 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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