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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0:58
적 있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이제 "루스터랑 사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기"인....
루스터행맨 루행
나의 여우는 때로는 너무 새햐얗던 채라, 종종 나를 이렇게나 궁지로 내몬다.
"루스터, 너 행맨 결혼식에 갈거야?"
"........뭐?"
"아니, 청첩장 못 받았어? 걔 다다음달인가, 결혼한다던데."
"......하... 아니, 못받았는데."
".....그래? 뭐, 너랑 친해진지 얼마 안되서 결혼식에 초대하긴 좀 그랬나봐."
친해진 지 얼마안되긴, 개뿔... 안친한 사람이랑 침대까지 뒹구냐고, 루스터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니, 슬픔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래, 동료의 말마따나 그와 행맨은 친해진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침대에 함께 누운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짧은 기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신이 질렸다면 헤어짐을 고하면 될 일이고, 결혼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고,
그 어느 선택에서도 루스터의 대답은 한결같겠지만.
'네 뜻대로 해, 행이.'
그래서 나를 이렇게도.
-
"어, 오! 왔어, 루스터? 이번 고구마가 진짜 맛있더라, 나 벌써 4개째야!"
"....안녕, 행이."
"오늘 좀... 음, 꼬리가 축 쳐졌네?"
"이런 건 시무룩하다고 하는 거야. 아님 서운하다던가."
"아! 인간 식으로는 그렇게 말하는구나~, 오늘 좀 서운해보이네?"
"동료한테 들었는데, 너 결혼한다며"
"응, 다다음달.. 둘쨋주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그야, 이런건 예의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사귀는 사이를 내 결혼식에 데리고 가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렇게 대답한 행맨은 눈앞에 놓인 고구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냠냠거렸다. 왜 저런 것까지 귀여운건지, 내 여우는.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볼게. 내가 만약, 그 결혼식을 모른다면 그 결혼식 뒤에도 나를 계속 만날 생각이었어?"
"음? 그 결혼식에 신경쓸 필요없어. 그냥 가문 간의 결혼식이고, 되게 형식적인 거야. 왜 이렇게 신경을 써?"
"......하아.."
그래, 행맨은 여우였다. 아무튼 인간은 아닌.
"나는 행맨, 네가 나와 결혼할 줄 알았어."
"왜? 나는 너한테 그런 말했던 적 없는데?"
그 대답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런 말은 없었지 분명.
"네가 항상... 내 아이가 낳고 싶다고 했잖아."
"그야, 넌 내가 본 인간 중에서 제일 멋지고, 듬직하고.... 음, 아무튼 이상적인 수컷이야! 그런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은 건 여우의 본능이랄까~"
"....행이, 그런거였다면 여기선 말을 좀 조심해야겠어. 인간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그게 결혼하자는 간접적인 뜻이라고 생각해."
"왜지? 아이는 누구나 낳고 싶은 거잖아?"
"....인간들은 좀 달라. 아이를 갖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가족을 이루자는 뜻이고, 그 가족을 이루려면 결혼을 해야하는 거야."
"음, 이해는 잘 안되지만 아무튼 알겠어! 너는 나와 결혼하고 싶었다는 거잖아!"
"그래, 그리고 네 쪽도 그런 줄 알았고, 나는 우리가 미래를 꿈꿀 만큼 진지한 사이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잖아."
".....그래서?"
"....행맨, 인간은 결혼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걸 불륜으로 바라봐, 매우 시선이 안좋지. 여우도 일부일처제니까 알지 않아?"
"그건 평범한 계급의 여우들 얘기지, 나 같은 윗계급 여우들은 시각이 좀 달라. 우리는 우수한 여우를 낳는 게 제1의 목표라서 결혼은 그저 의무일뿐, 제일 중요한 건 누구의 여우가 가장...."
"알겠어, 행맨. 내가 여우사회를 잘 몰랐고, 너도 인간사회를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야, 그치?"
행맨은 한걸음 멀어지려는 루스터를 자기도 모르게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았다.
"근데 행맨,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어.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가족과 함께 살고싶어. 나는 그걸 너와 꿈꾼 거고, 이건 이루어 질 수 없으니 우리는...."
"하지마."
"....헤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아니야."
"행맨, 너의 결혼식은 의무이고, 청첩장까지 돌려 이제 무를 수 없으니 우리가 헤어지는 게 맞아."
"....나는, 난 몰랐어. 내가, 내가 사과할테니까 우리 안 헤어지면 안돼?"
행맨은 다른 한 손에 들려있던 고구마가 툭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멀어지는 루스터를 붙잡았다. 하지만 루스터는 퍽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의 불륜남으로, 알릴 수 없는 아버지로 남고 싶지 않아.
-
루스터의 마지막 말을 깨달은 건 아주 최근의 일이었다. 그 사이 행맨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문이 정해준 결혼식과 결혼 생활은 매우, 매우 힘들었다. 그러니까, 루스터와의 연애가 그리웠다는 이야기이다. 여우사회에서 이혼은 엄격하지만, 또 엄청 쉽기도 했다. 적어도 행맨에게는 그러했다. 너덜해진 몸으로 지쳐 방황하던 행맨에게 도움을 줬던 이는 인간과 결혼한 어떤 여우였다. 그 여우는 우수한 여우로 자라기 위해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해왔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달라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다고 했다.
여우가 아닌 인간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 여우는 누군가의 불륜남이나 알릴 수 없는 아버지가 되지 않아도 되서 매우 기뻤다고 했다.
그리하여 용기를 내어 그의 집 앞에 선 것이었다. 이런 몸이라면 그는 내치지 않을테니.
띵동, 영원할 것처럼 짧던 기다림이 끝나고 고개를 마주한 루스터에게 행맨은 웃어보였다.
"안녕"
예상대로 루스터는 행맨을 내치지 않았다. 대신 미간을 아주 깊게 찌푸렸을 뿐이다.
"....잘 살라고 보내줬더니 어디서 이렇게 예쁜 얼굴을 다 해쳐서 왔어."
낮게 깔린 목소리와 그에 대비되는 따뜻한 손이 행맨의 뺨을 감쌌다. 행맨은 마주오는 손바닥에 뺨을 부비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 안 들여보내줄거야?"
루스터는 말없이 몸을 비켜주었다.
여전히 루스터는 루스터네, 행맨은 살핏 웃음을 짓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스터와 헤어진 후 오랜만에 지어보는 웃음이었다.
루스터행맨 루행
나의 여우는 때로는 너무 새햐얗던 채라, 종종 나를 이렇게나 궁지로 내몬다.
"루스터, 너 행맨 결혼식에 갈거야?"
"........뭐?"
"아니, 청첩장 못 받았어? 걔 다다음달인가, 결혼한다던데."
"......하... 아니, 못받았는데."
".....그래? 뭐, 너랑 친해진지 얼마 안되서 결혼식에 초대하긴 좀 그랬나봐."
친해진 지 얼마안되긴, 개뿔... 안친한 사람이랑 침대까지 뒹구냐고, 루스터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니, 슬픔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래, 동료의 말마따나 그와 행맨은 친해진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침대에 함께 누운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짧은 기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상도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자신이 질렸다면 헤어짐을 고하면 될 일이고, 결혼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고,
그 어느 선택에서도 루스터의 대답은 한결같겠지만.
'네 뜻대로 해, 행이.'
그래서 나를 이렇게도.
-
"어, 오! 왔어, 루스터? 이번 고구마가 진짜 맛있더라, 나 벌써 4개째야!"
"....안녕, 행이."
"오늘 좀... 음, 꼬리가 축 쳐졌네?"
"이런 건 시무룩하다고 하는 거야. 아님 서운하다던가."
"아! 인간 식으로는 그렇게 말하는구나~, 오늘 좀 서운해보이네?"
"동료한테 들었는데, 너 결혼한다며"
"응, 다다음달.. 둘쨋주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그야, 이런건 예의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사귀는 사이를 내 결혼식에 데리고 가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렇게 대답한 행맨은 눈앞에 놓인 고구마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냠냠거렸다. 왜 저런 것까지 귀여운건지, 내 여우는.
"....그럼 질문을 좀 바꿔볼게. 내가 만약, 그 결혼식을 모른다면 그 결혼식 뒤에도 나를 계속 만날 생각이었어?"
"음? 그 결혼식에 신경쓸 필요없어. 그냥 가문 간의 결혼식이고, 되게 형식적인 거야. 왜 이렇게 신경을 써?"
"......하아.."
그래, 행맨은 여우였다. 아무튼 인간은 아닌.
"나는 행맨, 네가 나와 결혼할 줄 알았어."
"왜? 나는 너한테 그런 말했던 적 없는데?"
그 대답에 숨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런 말은 없었지 분명.
"네가 항상... 내 아이가 낳고 싶다고 했잖아."
"그야, 넌 내가 본 인간 중에서 제일 멋지고, 듬직하고.... 음, 아무튼 이상적인 수컷이야! 그런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은 건 여우의 본능이랄까~"
"....행이, 그런거였다면 여기선 말을 좀 조심해야겠어. 인간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그게 결혼하자는 간접적인 뜻이라고 생각해."
"왜지? 아이는 누구나 낳고 싶은 거잖아?"
"....인간들은 좀 달라. 아이를 갖고 싶다고 얘기하는 건 가족을 이루자는 뜻이고, 그 가족을 이루려면 결혼을 해야하는 거야."
"음, 이해는 잘 안되지만 아무튼 알겠어! 너는 나와 결혼하고 싶었다는 거잖아!"
"그래, 그리고 네 쪽도 그런 줄 알았고, 나는 우리가 미래를 꿈꿀 만큼 진지한 사이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잖아."
".....그래서?"
"....행맨, 인간은 결혼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걸 불륜으로 바라봐, 매우 시선이 안좋지. 여우도 일부일처제니까 알지 않아?"
"그건 평범한 계급의 여우들 얘기지, 나 같은 윗계급 여우들은 시각이 좀 달라. 우리는 우수한 여우를 낳는 게 제1의 목표라서 결혼은 그저 의무일뿐, 제일 중요한 건 누구의 여우가 가장...."
"알겠어, 행맨. 내가 여우사회를 잘 몰랐고, 너도 인간사회를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야, 그치?"
행맨은 한걸음 멀어지려는 루스터를 자기도 모르게 붙잡았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았다.
"근데 행맨,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어.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의 가족과 함께 살고싶어. 나는 그걸 너와 꿈꾼 거고, 이건 이루어 질 수 없으니 우리는...."
"하지마."
"....헤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아니야."
"행맨, 너의 결혼식은 의무이고, 청첩장까지 돌려 이제 무를 수 없으니 우리가 헤어지는 게 맞아."
"....나는, 난 몰랐어. 내가, 내가 사과할테니까 우리 안 헤어지면 안돼?"
행맨은 다른 한 손에 들려있던 고구마가 툭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멀어지는 루스터를 붙잡았다. 하지만 루스터는 퍽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의 불륜남으로, 알릴 수 없는 아버지로 남고 싶지 않아.
-
루스터의 마지막 말을 깨달은 건 아주 최근의 일이었다. 그 사이 행맨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문이 정해준 결혼식과 결혼 생활은 매우, 매우 힘들었다. 그러니까, 루스터와의 연애가 그리웠다는 이야기이다. 여우사회에서 이혼은 엄격하지만, 또 엄청 쉽기도 했다. 적어도 행맨에게는 그러했다. 너덜해진 몸으로 지쳐 방황하던 행맨에게 도움을 줬던 이는 인간과 결혼한 어떤 여우였다. 그 여우는 우수한 여우로 자라기 위해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해왔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달라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많이 원망했다고 했다.
여우가 아닌 인간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 여우는 누군가의 불륜남이나 알릴 수 없는 아버지가 되지 않아도 되서 매우 기뻤다고 했다.
그리하여 용기를 내어 그의 집 앞에 선 것이었다. 이런 몸이라면 그는 내치지 않을테니.
띵동, 영원할 것처럼 짧던 기다림이 끝나고 고개를 마주한 루스터에게 행맨은 웃어보였다.
"안녕"
예상대로 루스터는 행맨을 내치지 않았다. 대신 미간을 아주 깊게 찌푸렸을 뿐이다.
"....잘 살라고 보내줬더니 어디서 이렇게 예쁜 얼굴을 다 해쳐서 왔어."
낮게 깔린 목소리와 그에 대비되는 따뜻한 손이 행맨의 뺨을 감쌌다. 행맨은 마주오는 손바닥에 뺨을 부비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 안 들여보내줄거야?"
루스터는 말없이 몸을 비켜주었다.
여전히 루스터는 루스터네, 행맨은 살핏 웃음을 짓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스터와 헤어진 후 오랜만에 지어보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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