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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3 23:25
노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거실로 향했다. 불을 켜지 않고 창문을 통해 희미한 달빛 아래 의존한채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익숙한 동선으로 거실 한쪽에 있는 선반 앞에 섰다.

선반 위에는 여러 개의 사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가족사진, 공연후 스태프 맴버들과 단체로 찍은 사진, 그리고 리암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 노엘은 손을 뻗어 리암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었다.

리암은 노엘의 곁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멈춰 섰다.

노엘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이 사진 위를 살짝 어루만졌다. 리암은 그 모습이 생전 자신에게 무뚝뚝하게 보여주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가슴이 아팠다.

“리암, 그거 알아?”

노엘의 낮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내가 널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그는 사진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암은 그 말을 들으며 노엘의 옆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노엘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스치듯 지나갔다.

“노엘, 나도 그리워.”

리암은 대답했지만, 노엘에게는 닿지 않았다.

노엘은 사진을 다시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손끝에서 미련이 묻어났지만, 그는 이내 등을 돌렸다. 그리고 거실 소파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리암은 형을 바라보며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존재가 형에게 전해질 수 없다는 현실이 그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노엘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넌 여전히 내 곁에 없네.”

리암은 형의 곁에 서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노엘, 난 여기에 있어.”

하지만 그 말은 또다시 허공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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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은 소파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다. 어둠 속에서 고요함만이 그의 곁을 채웠다. 마침내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선반 쪽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약통이 있었다.

그는 약통을 열어 수면제 한 알을 꺼냈다. 그 손길은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돌렸다. 물과 함께 약을 삼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리암은 형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노엘, 대체 저 약 뭐야?’

노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병뚜껑을 닫고, 약통을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노엘의 얼굴엔 감정이 없는 듯 보였지만, 리암은 그 안에 묻힌 슬픔을 알아볼 수 있었다.

“리암.. 널 다시 볼수 있을까?”

노엘이 작게 내뱉은 말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리암은 노엘의 곁에 다가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엘은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채 침실로 향했다. 그는 침대 위에 몸을 던지듯 누웠다. 어두운 방 안에서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리며 눈을 감았다.

수면제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났는지, 이내 그의 호흡은 안정되었다. 노엘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리암은 침대 옆에 서서 형을 내려다보았다. 한때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강인했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외로움과 슬픔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리암은 고개를 떨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노엘.”

그는 손을 뻗어 머리맡에 내려놓으려 했지만, 역시 닿을 수 없었다. 리암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 침대 옆에 앉았다. 노엘의 고요한 숨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는 노엘 그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곁에 있는데도, 노엘은 여전히 모르겠지…”

리암의 눈에는 노엘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이 아렸다. 밤은 깊어갔지만, 그의 마음속 슬픔은 더욱 짙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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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은 노엘의 침대 옆에 앉아 밤새 그를 지켜보았다. 노엘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표정은 편안하지 않았다. 이마에 주름이 잡힌 채로 무언가를 꿈꾸는 듯한 얼굴이었다.

“노엘,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리암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자신이 닿을 수는 없었지만, 노엘의 숨소리와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방 안의 어둠은 더 깊어졌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리암은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형의 고른 숨소리가 그나마 그를 안도하게 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는 죽은이에게는 이토록 소중하다는 사실을, 리암은 죽어서야 깨달았다.

리암은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쉬었다. 노엘의 손이 이불 밖으로 살짝 나와 있었다. 리암은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얹으려 했다.

물론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내 허공을 스치며 그 자리에 머물렀다.

“노엘, 내가 이렇게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리암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허공으로 흩어졌고, 노엘은 꿈속에 잠긴 채 미동도 없었다.

창밖으로 희미한 새벽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밤새 곁을 지켰지만, 리암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형, 때문이라면… 형이 조금만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는 노엘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라봤다. 새벽 공기가 서서히 방 안을 채우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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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녹음실에서 노엘과 리암은 또다시 사소한 일로 싸우고 있었다.주변에 있던 멤버들은 자주 싸우는 그들이라서 신경쓰지도 않고 그냥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리암은 얼굴이 붉어지며, “왜 멋대로 결정해?”고 쏘아붙였다.

“그게 뭐가 문제인데?” 노엘은 무표정하게 반문했지만, 목소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말 한마디에 서로의 말다툼은 다시 격해졌고, 결국 리암은 화가 나서 문을 쾅 하고 닫고 나갔다.

“젠장…”

노엘은 리암이 나간 문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손에 담배를 집어 들었다. 불이 붙은 담배에서 흘러나오는 연기가 그에게 마음의 안정을 줬다.

리암은 편의점으로 향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 화를 풀기 위해 캔맥주 하나를 집어 들고, 편의점 밖에서 그것을 원샷했다. 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그 순간만큼은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더 내쉬고, 화해의 의미로 형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노엘에게 사과의 뜻으로 전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그러나 그 순간 리암은 트럭운전자가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났고, 그의 몸은 공중으로 붕 떠서 떨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누군가는 급하게 구급차를 부르기 시작했다.

리암은 고통스러움에 신음하며, 눈을 감고 말했다.

"아프다… 근데 나 노엘에게 미안했다고 초콜릿 전해 줘야 하는데…"

그의 마지막 말은 흐릿하게 이어졌고, 리암의 세상은 어두워졌다. 피가 그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며 주변을 물들였다. 사고의 현장은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녹음실에서 리암을 기다리던 맴버들과 노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낯선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는 경찰이었다.

“안녕 하십니까? 경찰입니다. 리암 갤러거씨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으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노엘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은 마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듯 멍해졌고, 경찰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안타깝지만, 사고 현장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순간, 노엘은 전화기를 들고 있던 손을 놓칠 뻔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리암…”

그는 얼떨결에 병원 이름을 물어보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리암이 그의 곁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노엘은 눈앞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리암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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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은 경찰과 함께 안치실에 도착했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리암이 사고로 떠났다는 소식은 여전히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의사는 천천히 하얀 천을 걷어냈다. 그 순간, 노엘의 숨이 멎은 듯 했다. 창백해진 리암이 그의 눈앞에 누워 있었다. 마치 몇 시간 전, 녹음실에서 싸우던 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무런 생기도 없는 상태였다.

“리암…”

노엘은 그저 그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며 다가갔다. 그가 눈앞에 누워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리암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리암은 여전히 그를 향한 어떤 감정도 남기지 않은 채, 단지 차가운 시신으로 누워 있었다. 노엘은 그가 떠난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왜… 왜 그렇게 떠난 거야?”

노엘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리암의 차가운 손을 움켜잡았다. 그러나 리암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 전, 그와 싸우던 리암이 맞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일상적이었다. 작은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는 그런 일상. 그런데 지금,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노엘은 점점 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리암의 얼굴에 손을 대고.

“이럴 리가 없어…”

그는 자꾸만 그 말을 반복했다. 그저 이 현실이 꿈이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나 그의 손에 느껴지는 리암의 차가운 감촉은 현실을 명확하게 일깨워주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노엘은 다시 한번 리암의 얼굴을 바라보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노엘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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