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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21:53


부르츠 할리파 119.

 

이단은 착잡하게 사빈 모로의 파일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고스트 프로토콜이 발동됐다. IMF는 이제 없다. 국장님도 돌아가셨고, 그는 위성, 은신처, 본부의 지원, 구출팀 모두 없는 맨바닥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세상의 멸망을 막아야 했다.

제인이야 예전부터 봐왔고 충분히 믿음직스럽지만, 현장요원으로서는 초짜인 벤지와 의욕 없어 보이는 '수석 분석가'라는 인간(윌리엄 브랜트)만을 데리고 이만한 스케일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이단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도 무거웠다.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 했지만 과연 잘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34분 후면 '코발트'의 조력자인 마리우스 위스트럼이 모로로부터 핵 발사 암호를 구매하기 위해 여기 도착한다.

 

 

 

 

 

"저기... 문제가 좀 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벤지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 전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투로 말을 꺼냈다.

 

"건물 외부를 통해 서버실로 들어가야 해."

 

 

? 이단이 사납게 고개를 쳐들었다.

 

 

"이 건물 서버 방화벽이 군대 수준이거든. 본부에 연락하면 간단하겠지만..."

 

본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벤지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서버실까지 최신보안시설이 네 겹이나 있어서 내부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함을 말간 얼굴로 설명했다. 이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단은 밀려오는 두통에 눈을 감았다 떴다. 젠장, 아주 머리가 꽃밭이군. 저 인간은 잘 하던 오퍼레이터 일이나 계속 할 것이지, 뭐하러 꾸역꾸역 현장직엘 와서 나에게 이런 정신적 큰 똥을 선사하는 거지?

 

 
 

"서버에 접속을 못하면 승강기도 감시카메라도 통제 못하잖아." 브랜트가 말했다.

 

"아니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비관적이야? 외부를 통해서 들어가면 된다니까?"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그 '외부를 통해서'를 실현시킬 건데?

 

이단은 벌컥 히스테리가 나오려는 것을 눌러삼켰다. 팀원에게 화를 내는 것은 미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는 30분 내로 어떻게든 이 장애물을 해결해야 했다. 이단은 심호흡을 한 후 침착하게 옵션들을 검토했다.

 

 

"환기구?"

 

"압력 센서가 있어."

"시간도 부족해."

 

 

 

알겠어. 알겠다고.

 

 

 

"승강기 통로는?"

 

"적외선 센서."

"역시나 시간이 부족해."

 

 

벤지와 브랜트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아주 둘이 쿵짝이 잘 맞는다.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입을 다물고 그 둘을 번갈아 보자, 벤지가 그 해맑은 눈을 반짝였다.

 

그가 창밖을 가리켰다.

 

 

   

...'외부'라는 게.

 

 


  

이단은 입을 살짝 벌리고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봤다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했다.

 

 

"...서버실이 몇 층이라고?"

 

 

 

 

*



 

 

 

"130. 열한 층 올라가서 일곱 번째 방이야." 벤지가 흡착 장갑을 껴주며 확인했다.

 

"이게 유리 절단기, 이게 서버 접속기. 잊어버리면 안 돼."

 

 

 

이단은 반쯤 혼이 나간 채로 벤지의 설명을 들었다. 전직 오퍼레이터여서인지, 소프트웨어나 장비 관련해서는 확실히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솔직히 여기서 자신 말고 누가 맨몸으로 부르츠 할리파 외벽을 흡착 장갑 하나만 믿고 등반하겠는가. 그나마 제인 정도가 할 만한데, 현재 그녀는 호텔 직원 유니폼을 빼돌리러 간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여기 있었으면 그녀에게 시켰을 거란 얘기는 아니고.

 

 

 

내가 진짜, 암벽등반도 아니고 119층에서 130층까지 매끈한 유리벽을 오르게 됐단 말이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피식피식 헛웃음만 흘리고 있자, 벤지가 잊고 있었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맞다, '그 버튼'은 어딨어? IMF 본부에 있으려나? 거긴 폐쇄됐을 텐데!"

 

"도움요청기?"

 

브랜트가 고개를 들었다.

 

 

"국장님께서 챙긴 것까지는 아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 팀에 전달할 예정이셨겠지."

 

브랜트의 얼굴이 침통해졌다"지금쯤 모스크바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겠군."

 

 

 

이단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 버튼'의 크진 않지만 아주 작지도 않은 사이즈를 고려하면, 국장님의 정장에 딱히 평소와 다른 주름이 없었던 것을 보아 안주머니에 넣진 않으셨을 거다. 아마 서류가방이나 자동차 서랍에 있었겠지. 그가 추격자들을 따돌리려 더미로 사용한 시체와 함께 '그 버튼'이 강물에 떠내려가진 않았을 거라는 소리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여기에 없는 건 맞다. 그들은 IMF'수호천사'를 부를 수 없다.

 

 

"이럴 수가! 그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건데! 네가 안 챙기고 뭐했어?"

"강물 아래서 안 죽느라 바빴지!"

"'그 버튼'이 곧 우리의 여분의 목숨임을 알았어야지!"

 


 

이단은 쫑알쫑알 도움요청기의 부재를 아까워하는 벤지를 무시하고 뚫린 창 쪽으로 다가섰다.

 

'그 버튼'IMF에 나타난 지는 약 5, 사용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이다. 5년 전에 그들은 '수호천사' 없이도 잘만 해내고 있었다. 이단이 생각하기로는, '그 버튼' 이후로 그들은 너무 해이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까지 어느 정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직업상 독립적이지 못하게 되는 건 생존에 치명적이다.

 

 

이단은 '수호천사' 없이 수행해야만 했던 수많은 미션들을 떠올렸다. 특히 '그 버튼'이 나타나기 직전의, 악몽 같았던 토끼발 미션을.

도움요청기가 조금만 일찍 있었더라면 일이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진 않았겠지. 자신의 약혼이 그렇게 시작부터 삐걱거리지 않았을 것이고, 줄리아의 존재가 뒷세계에 알음알음 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5년 만에 타의적으로 결혼생활이 끝장나지도 않았을 거다.

 

수호천사가 잘못한 일은 없다. 그는 그냥, 이단이 필요로 했던 것보다 아주 조금 늦게 나타났을 뿐이고, 그가 정한 규칙대로 버튼을 누르는 자에게만 잠시 그 날개를 덮어주었을 뿐이다. 이단도 그 보호를 두 번이나 받지 않았나. 정말로, 그는 IMF에게 감사만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이단은 도저히 벤지나 다른 요원들처럼 수호천사를 향해 온전하게 환영하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속 한 켠에는 언제나 정당하지 못한 원망 한 조각이 남아있을 테니까.

 

 

 
 

이단은 굳은 얼굴로 벤지를 돌아보았다.

 

"5년 전까지는 '그 버튼' 없이도 잘만 살았어."

 

거짓말이다. 그는 아직도 머리에 기폭장치가 심어진 채 죽었다 살아나는 꿈을 꾼다.

 

"이번에도 그런 미션 중 하나일 뿐이야."

 

 

이단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하자, 벤지가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의 눈이 동경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얘는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단은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고글을 쓰고, 창 외벽에 손을 갖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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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 빌드업충 미쳤나 진짜 이쯤 쓰면 너붕붕이 나올 줄 알았는데 ༼;´༎ຶ ۝ ༎ຶ ༽ ༼;´༎ຶ ۝ ༎ຶ ༽ 
그리고 벤지 싫어하는 거 아님 벤지 사랑함 벤지 최고 사단이 예민함 표현하려다보니 이렇게 됨 벤지 던 사랑해



미임파
이단너붕붕?
탐찌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