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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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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음. 드디어 목적지가 저멀리 보이기 시작함.


"이런 오라이온 같은 짓을 하게 만들다니.."
"이런 건 오라이온이 해야지.."


프라울과 재즈는 동시에 비슷한 말을 뱉었음. 오라이온도 아니고 우린 지상에 나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왜 이 고생을 하게 됐나. 한탄하는 둘을 뒤로 하고 디는 멈춰있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목적지를 향해 걸어갈 거임. 이쪽은 오라이온 구하는 생각 외에는 안중에도 없어보이고.. 둘은 디를 터덜터덜 따라갔음. 


그리고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있던 셋은 눈 깜짝할 새에 납치당했지. 어디선가 나타난 비행체가 자신들을 낚아채자 셋은 큰 욕이 나올 뻔함. 비행 경로가 목적지를 향하는 걸 보며 급 차분해졌지만.


"코그리스가 지상엔 어쩐 일이냐. 그것도 이런 곳에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왕좌에 앉은 씨커가 거만하게 말을 걸었지. 뒤에서 프라울과 재즈가 한대씩 툭치자 디가 총대를 메고 일어섰음.


"당신들이 하이가드?"
"호오. 역사 공부는 했나보군."
"그건.. 아니, 됐고. 누가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
"누가?"


디는 위치 정보가 담긴 홀로그램 장치를 내밀었음. 마스크를 쓴 메크가 다가와서 장치를 받았지. 남색 메크는 장치를 스캔하는지 바이저가 붉게 빛났음.


"소유자: 울트라 매그너스."
"울트라 매그너스?!"


씨커가 왕좌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음.


"그자식 살아있었어?!"


씨커 뿐만이 아니라 하이가드들이 모두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짐. 울트라 매그너스라고 하는구나. 셋은 드디어 그 낯선 코그드의 이름을 알았지. 씨커는 씩씩대며 계단을 내려와 셋에게 윽박질렀음.


"그녀석이 너희를 왜 보냈지?"
"센티넬과 싸워야 하는데 도움을,"
"하, 센티넬!"


씨커는 극적으로 비웃음을 흘리더니 디에게 쏘아붙였음.


"가서 전해. 아직도 네가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말해라 스타스크림."


갑작스레 들린 음성에 모두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지. 언제 왔는지 울트라 매그너스가 그곳에 서있었음. 스타스크림은 인상을 콱 구기며 울트라 매그너스에게 날아갔어.


"뻔뻔하게도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군. 대체 내가 센티넬에 대해 몇번을 경고했지?"
"네가 경고하는 메크마다 내쫓았다면 아이아콘엔 아무도 남지 않았을 거다. 프라임을 포함해서!"


둘은 아주 오랜 앙금이 있는 듯 으르렁거리며 맞붙었음. 그나마 울트라 매그너스는 대화로 풀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스타스크림 쪽은 대화엔 관심 없는 것처럼 보였지. 몇마디 오가자마자 바로 주먹이 날아들었음. 울트라 매그너스도 곧바로 응전함.

하이가드들은 둘의 싸움에 열광하며 함성을 질렀음. 아니 지금 이럴 때야? 프라울이 황당하게 하이가드들을 둘러봤지만 이들에겐 그럴 때인가 봄. 지금 말해봤자 듣지도 않을 테니 일단 누구 하나는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프라울이 어느 쪽이 이길지 가늠하는 동안 디가 한창 싸움판인 곳엘 저벅저벅 걸어갔음.


"그만! 그만 싸워!!"


코그리스 답지 않은 성량이었지. 다들 놀라서 하던 걸 멈추고 디를 바라봤음. 디는 아이아콘이 있을 방향을 가리키며 발을 굴렀어.


"적은 저기 있잖아! 센티넬이 우리 적이라고! 당신들끼리 싸워서 뭐하자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친구가 센티넬의 미친 파티에서 무슨 꼴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안 그래도 오라이온에 대한 걱정으로 폭발 직전이던 디가 악을 질렀음. 감히 자신들의 싸움에 끼어든다고 마음에 안 들어하던 스타스크림은 파티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가 기울었지.


"파티?"
"...센티넬이 코그리스들을 데려다가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다."


울트라 매그너스의 말에 스타스크림이 매우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음.


"그자식 하다하다 그딴 짓까지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래. 저 친구 말대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군."


울트라 매그너스는 스타스크림을 놓았음. 그리고 손을 내밀었지.


"정중하게 부탁하겠다. 센티넬에게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구할 수 있도록 힘을 빌려줘."


스타스크림은 죽을 거 같은 표정으로 손을 내려다 봤음. 그 손에 닿지도 않을 거라는 듯 팔짱이나 꼈지.


"지휘권은 내 거야."
"...일단 지금은 인정해주지."


스타스크림과 울트라 매그너스가 짧게 협상하는 동안 재즈가 디에게 손을 올렸음.


"잘했어."


디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아 옵틱이 이글거렸지. 정말로, 둘이 싸움을 멈추지 않았으면 싸움판에 난입이라도 했을 거임. 자신은 코그리스고 저쪽은 코그드고 이젠 그딴 거 신경도 안 쓰임. 오라이온만 구할 수 있다면 뭐든 상관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를 끝낸 둘이 셋에게 다가왔음.


"너흰 어쩔 거야?"
"당연히 저희도 따라갑니다."


재즈가 엄지 손가락을 올렸음. 가봤자 별로 도움 안 될 텐데. 프라울은 심드렁했지. 스타스크림 또한 흥미 없이 셋을 내려다 봤지만 안 데려가면 저를 죽이겠다는 옵틱으로 이글이글 쳐다보는 디를 보며 고개가 살짝 기울었음.


"....좋아, 병력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지. 쇼크웨이브."


스타스크림의 부름에 옵틱이 하나뿐인 메크가 다가왔음.


"이놈들한테 코그 좀 달아줘."


코그? 셋의 옵틱이 반짝 빛났음.


















오라이온은 리차징에서 깨어났음. 지친 동체는 리차징을 요구했지만 더이상 모드를 유지할 수가 없었지. 오라이온은 반사적으로 복부를 움켜잡았음. 동체 내부에서 변형이 심하게 느껴짐. 아까랑 느낌이 달라.


"윽..!"


오라이온이 높은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었음. 괴악한 감각에 허리가 절로 휨. 안쪽에.. 안쪽에 뭐가 있어? 오라이온은 동체를 덜덜 떨며 아래를 확인했음. 다리 사이에선 윤활액과 에너존이 섞여 줄줄 새어나오고 있음.

오라이온은 생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음. 지금 이순간에도 밸브 내부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짐. 오라이온은 패닉에 빠져 밸브 안쪽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지. 하지만 안에 뭐가 있는 게 아니었음. 단지 밸브 내부가 우글우글 변형되고 있을 뿐. 그 감각이 손가락에 그대로 느껴짐. 맙소사. 온갖 사고를 치며 웬만한 광부들보단 이상한 꼴 많이 봤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문제가 다름.

오라이온은 끔찍한 기분에 시달리며 손가락을 빼냈음. 손을 대니 예민한 내부가 너무 아파. 하지만 손을 빼봤자 괴로운 건 마찬가지임. 오라이온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했지.


"도와줄까?"


어느 새 다가온 그 코그리스가 오라이온에게 물었음. 그 옆에는 메크들이 뭐라도 해보라는 듯이 코그리스를 붙잡고 있을 듯. 오라이온의 옆에 붙어서 리차징을 하다가 오라이온이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여 당황한 기색들이 역력함.

오라이온은 옆에서 누가 말이라도 거니 사고할 만한 정신력을 간신히 긁어모을 수 있었지. 그러고보니.. 도와주겠다는 게.. 오라이온은 간절한 표정으로 코그리스를 바라봤음. 그 표정을 읽은 코그리스가 오라이온에게 다가왔지. 그리곤 오라이온의 다리 사이로 들어와 밸브의 노드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음.

오라이온은 그저 고통스럽던 감각이 신경 회로를 타고 오르는 쾌락 신호로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음. 코그리스가 조금이라도 움직임을 멈추면 다시 고통이 몰려왔어. 오라이온은 반사적으로 코그리스의 손을 붙잡았지. 애원조의 신음 소리에 코그리스는 익숙한 듯 손을 움직였음.


"아, 아으.. 으응.. 좋아, 디..!"
"디?"


무아지경으로 쾌락에 빠져있던 오라이온이 퍼뜩 정신을 차린 건 코그리스가 되묻는 음성 때문이었음. 오라이온은 안개라도 낀 것 같은 브레인 모듈로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음. 디.. 디가 아니야.. 오라이온은 흔들리는 옵틱으로 코그리스를 밀어냈음.


"괜찮으니까 나한테 맡겨. 발작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러고 있을 순 없잖아."
"내가, 내가 할게."


오라이온은 고통 때문에 세척액이 흐르는 옵틱으로 뭔가를 바라듯이 코그리스를 쳐다보는 걸 멈추지 못하면서도 입으로는 거절을 말했음.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벌써 지쳐있으면서."
"그래도 내가 할게.."


오라이온은 이를 악물고 무릎을 세웠음. 그리고 코그리스가 하던 대로 제 노드를 문질렀지. 하지만 과한 쾌락에 자꾸만 손이 떨리고 힘이 풀려. 완전히 지쳐버리기 전에 빠르게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이의 손을 빌려야 할지 모름.

오라이온은 노드를 문지르며 밸브 내부로 다시 손가락을 쑤셔넣었지. 여러가지로 혹사된 내부는 뜨겁고 어딜 만져도 민감했음. 쾌락이 올라온 탓인지 아까처럼 아프진 않았지만 너무 민감해. 오라이온은 감각 회로를 달리는 쾌감과 고통을 느끼며 억지로 손가락을 움직였음.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안쪽이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거 같음. 내부가 자극될 때마다 신경회로가 하나씩 터져나가는 것 같아. 몇번이고 멈추고 싶었지만 목적 하나에만 집중하며 어떻게든 행위를 이어나갔음.


"읏, 아, 으윽.."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이 혼자서 헐떡대는 걸 지켜봤음. 자신도 겪어봐서 아는 거지만 그건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님. 감각이 너무 지나쳐서 힘들 텐데 굳이 혼자하겠다 고집부리는 모습이 미련하면서도 뭔가.. 기분이 이상함. 고집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메크만 할 수 있는 행동이라서 일까.

오라이온은 과한 쾌락과 고통에 거의 흐느껴 울면서도 끝내 코그리스에게 도움을 부탁하진 않았음. 코그리스도 오라이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볼 뿐 오라이온이 싫다하니 나서진 않음. 한바탕 과부하가 지나가며 냉각수와 뭔가가 잔뜩 섞인 액체들이 밸브에서 쏟아져 나오자 오라이온은 증상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늘어져선 천장만 바라봤지. 오라이온이 진정된 듯 보이자 메크들이 다가와 오라이온을 기웃댔음.


"닦아줄까?"
"...괜찮아. 그냥 나한테 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이 힘겹게 손을 드는 걸 봤지.


"뭘? 내 혀를?"
"혀?"


오라이온이 아주 살짝 고개를 들어 코그리스를 보고 있자니 모여있던 메크들 중 하나가 오라이온의 더러워진 허벅지를 핥기 시작함. 혀가 닿자마자 오라이온이 비명을 지르며 퍼드득 일어섰음. 그 난리를 겪고 기운도 좋네. 코그리스가 옵틱을 꿈뻑거리자 오라이온은 메크들로부터 제 밸브를 양손으로 가리곤 앉았음.


"닦아준다는 게 이거야? 천 같은 거 없어?!"


오라이온은 지쳐서 반은 감긴 옵틱을 하고도 슬금슬금 물러섰지. 코그리스는 강요하진 않겠다는 듯 양 손을 들어보였음. 진짜 아무것도 없나봄. 그래보이긴 함. 오라이온은 제 아래를 내려다봤음. 이걸 그대로 내버려 둘 순 없음. 감염될 위험도 있고.. 손으로 닦는다고 해도 한계가...


"싫은 건 알겠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어."
"...부탁할게."


오라이온은 옵틱을 질끈 감고 다리를 벌렸음. 코그리스는 메크들을 부드럽게 물리고 오라이온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지. 더러워진 곳에 혀가 닿을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동체나 달뜬 한숨이 느껴지는 게 이상하게 우쭐한 기분이 들 거임. 상황을 지켜보던 메크들은 이게 야한 일이라고 판단했는지 코그리스와 오라이온에게 들러붙기 시작했음. 코그리스는 익숙하게 반응했지만 오라이온은 이런 끈적한 스킨쉽엔 경험이 많지 않아 몹시 곤혹스러웠지.

대충 정리가 된 후에도 밸브가 다시 윤활액을 흘렸지만 오라이온은 급하게 패널을 닫았음.


"고마워."
"부끄러워서 그래? 아니면 무슨 신념이라도?"
"그건 아니고.. 그냥.. 친구가 안 좋아할 거 같아서.."


오라이온이 메크들을 강하지 않게 밀어내는 동안 코그리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음.


"친구? 그냥 친구라고?"
"음, 절친이야."


오라이온이 덧붙였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되는 건 아님. 그거 참 복잡한 절친이 다 있네.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이 자꾸만 자신에게 엉겨붙는 메크를 떼어내는 걸 반쯤 포기하고 내버려두는 걸 바라봤음.


"어차피 다시 만나지도 못할 텐데 그 친구가 뭐가 중요해?"
"만날 거야."


오라이온은 전력이 거의 오프된 상태에서도 코그리스를 보며 씨익 웃었음. 코그리스는 옵틱을 꿈뻑였지. 정말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구나. 그 지옥같은 변형 발작을 굳이 혼자서 해결할 정도로 완전히 믿고 있어.

코그리스는 리차징에 빠진 오라이온을 보며 스파크가 빠르게 뛰기 시작했음. 전부 포기했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지만 스파크는 솔직했지.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어. 코그리스는 묻어뒀던 승부사 기질이 깨어나는 걸 느꼈음.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을 알고 있었음. 광부들 중에 오라이온 팍스를 모르는 메크가 얼마나 될까. 사고만 친다는 악명도 많이 들었어. 신뢰하기에 괜찮은 메크는 분명히 아니지.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게 삶의 마지막 도박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오라이온에게 걸어보고 싶음.


확률이 적은 곳에 거는 건 언제나 짜릿하니까.





디오라 오라이온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