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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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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는 한동안 쇼크웨이브 옆에서 내가 할일은 없느냐고 쫑알거리더니 쇼크웨이브의 "옵티머스, 자네 지능을 모욕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다차원공간 이동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자네에게도 있긴 한가?" 라는 말에 시무룩해져선 재즈가 준 초콜렛맛 에너존 음료에 러스트 스틱을 빨대삼아 마시며 구석에 앉아있었다.
"...쇼크웨이브가 기계만 만들면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응. 여기선 내가 할 일도 없는걸. 세계는 평화롭고, 전쟁은 끝났고, 사이버트론은 번성한 행성이 되었고... 시민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도 전부 해체되거나 갇혔다며.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에선 내가 새삼 철저하게 쓸모 없다 싶어서."
재즈는 오랜 친우의 모습을 똑 닮은 메크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른 세계의 옵티머스라면서, 왜 그 안에선 똑같은 스파크가 느껴질까. 왜 자신의 가치를 다른 이들이 그를 필요로 하느냐로 가름하려고 할까. 왜 당신은 평온을 얻으려 한다면서 결국 도망치지 못했을까. 그리고 당신의 평온은 왜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라 저 지하 깊은 곳으로 사라져 텅빈 관 안에 묻혀서야 찾을 수 있었을까.
"정말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면 하고 싶었던게 없어?"
"글쎄, 실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된다면 난 기록보관서의 사서가 되고 싶긴 했는데... 과한 소망이였나봐. 자유를 찾긴 했는데 내가 원하던 방식은 아니네."
재즈는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차라리 당신에게 다른 바램도 있었다는 걸 몰랐다면 좋았을 걸. 그는 도저히 눈 앞에 있는 다른 세계의 옵티머스와 그의 옵티머스를 따로 분리해서 볼 수가 없었다. 재즈는 울컥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억누르고 말했다.
"그냥...두 번 다신 평화로운 세상에선 네가 쓸모 없단 소리 하지 마."
옵티머스는 재즈의 얼굴을 살폈다. 바이저에 숨겨진 두 눈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모욕당한 듯한 감정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네 옵티머스를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
"아니, 미안해. 넌 내 옵티머스가 아니지. 내 잘못이야."
재즈는 사서가 되고싶었단 저 옵티머스의 말에서 평소 책을 좋아하던 그의 친우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 묻어둔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왜 다시 슬픔이 몰려오게 할까. 옵티머스에겐 그 죽음이 평안이었을텐데, 왜 우리에겐 슬픔이 남았을까. 그렇게도 남을 생각하던 그인데, 왜 남은 이들에겐 슬픔을 남기고 떠났을까.
"그렇게 프라임의 직위가 무거웠어?"
"아니라고 해봤자 별 소용 없겠지?"
"응."
"...난 모두를 돕는게 즐거워, 진심이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그게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잖아. 힘들때가 없는건 아냐,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하지만 나에겐 그 고민까지 기쁜 일이야. 그 이상의 삶을 꿈꿀 수 있고, 그걸 실제로 실현할 수 있고, 보이는 것 이상의 존재가 되어가는 길인데 내가 그걸 마다할리가 없잖아? 난 후회하지 않아. 원하던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슬프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리고 만일 네 옵티머스도 조금이라도 나랑 비슷하다면... 다른 이들을 구하고 죽는다면 그 이상의 영광이 없다고 생각했을거야."
재즈는 옵티머스의 어깨를 위로하듯 툭 쳤다.
"알아."
그게 우릴 슬프게 만드는 거니까.
옵티머스는 이세계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존재가 여기저기 얼굴을 비쳐봤자 사회에 혼란만 줄테고, 이 세계의 옵티머스가 죽고 나서 힘겹게 마음을 다독였을 오토봇들 앞에 나타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쇼크웨이브가 차원이동기를 완성하기 전까진 달리 갈 수 있는 곳도 없어서 그가 작업하는 동안 옆에 머물렀다.
"원래 이렇게 남에게 붙어있길 좋아하나?"
쇼크웨이브는 작업하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한숨을 쉬긴 했지만, 결코 귀찮지는 않은 목소리였다.
"내가 좀 심심한 걸 싫어하거든."
"그거야 확실하긴 하지."
옵티머스는 축 늘어져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긴 했는데... 내 것도 아닌 걸 꿈꿔서 좋을건 없을거 같아서."
"확실한가? 이 세계는 메가트론 각하도 전향했고, 이 세상엔 차별도 없고, 더 이상 전쟁도 없다. 이 세계엔 네가 원하던 것이 전부 있을텐데."
쇼크웨이브가 자기 작업물에서 눈을 떼고 옵티머스를 바라보았다. 한개 뿐인 눈에서 묘한 감정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난 그냥 메가트론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안걸로 됐어."
"사백만년동안 온 우주로 퍼진 내전을 벌인 뒤라는 소리도 들었을텐데."
"하지만 우리 세계의 메가트론은 아직은 기회가 있잖아.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목적은 어디까지나 탄압받는 행성들을 구제하는거라며, 정말 그렇다면... 난 아직은 대화로 해결해보고 싶어."
"대화로 해결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지? 자네가 폭력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자마자 의원들은 자넬 물어뜯기 시작했고, 가진 최소한의 권위마저 빼앗으려 들었고, 모욕하고 끌어내리며 가진 모든것을 빼앗으려 들지 않았나? 그리고 자네가 폭력 대신 대화를 택한 결과로 자네의 친구들 전체와 사이버트론인 전체가 댓가를 치뤄야했지. 그런데도 아직도 네 선택은 '대화'인가?"
쇼크웨이브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옵티머스에게 의문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무감각하고 평이하긴 했지만, 옵티머스는 그 말 안에서 적의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평화로운 선택이 존재한다면 시도는 해봐야지."
"자네가 겪은 모든 일 이후에도 말인가?"
"응."
"그래, 가장 빛나는 희망답군."
옵티머스는 쇼크웨이브의 목소리에서 어쩐지 먼 예전의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고로 휘말려서 왔다는 소리와는 다르게 쇼크웨이브는 의외로 금방 차원이동기를 완성했는데, 재즈와 프라울은 다른 이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옵티머스를 만나고 가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혹시나 우리에게 돌아왔을까, 하는 희망을 불어넣어 다시 슬픔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만."
프라울이 한참 망설이다가 옵티머스를 붙잡았다.
"...전에 한 말 진심이야?"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눈을 한번 바라보곤, 다정함과 슬픔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단 한톨의 거짓도 없이."
프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이었다. 다른 확인도, 그 이상의 욕심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죽어 없어진 존재를 붙잡아봤자 아무 소용 없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 옆에 머무르기를 바래봤자 그건 이뤄지지 못할 욕망에 불과하다.
"...그냥 그런 관계도 있는건가봐. 그냥 영원히 같은 곳만 바라보며 달리다가 마주치지는 않아도 괜찮은 관계가."
프라울이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자 옵티머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잘있어."
프라울은 흰 빛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옵티머스의 모습을 그가 사라지고도 한참 동안 눈에 담은채 서 있었다.
프라울은 재즈가 그를 가볍게 잡아당겨서야 정신을 차렸다.
"있잖아, 옵티머스 무덤 가볼래? 지구에 있는거."
"전에도 말했잖아. 텅빈 관에 가서 뭐해. 그리고 누구 죽은거 하나 보내주지 못해서 남은 놈들끼리 질질짜면서 서로 위안삼는거 딱 질색인데."
세상을 위해 희생한 옵티머스는 시체도 없이 사라졌으므로, 그의 관은 텅빈채 그가 가장 사랑했던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묻혔다. 그건 이미 장례식이 아니었다. 옵티머스를 상실한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안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그러니 프라울이 그 자리에 가는 대신 쇼크웨이브의 감옥에 찾아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회피였을까, 아니면 분노였을까.
"넌 그냥 옵티머스가 진짜로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던거잖아."
"내가 감정을 잘 다루진 못하지만, 그게 아냐. 난 진짜로 의미없는 짓이 싫었을 뿐이라고."
재즈는 프라울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진심이야. 난..."
프라울은 자기가 왜 장례식에 가지 않았는지 똑바로 마주해야했다. 그도 안다. 감정적 고통을 외면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건 아니라는 걸. 때로는 그냥 감정이 흘러나오게 내버려두는게 더 빠른 치유의 길이라는 걸. 아마 슬픔을 받아들이고 나면 좀 더 후련할테고, 그의 안에 남아있는 옵티머스의 모습들을 보내주기도 더욱 쉽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감정적 고통을 안에 묶어두고 그 어느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스스로를 학대하며 자긴 남들과 다르다고 되뇌이는 것만이 그의 감정처리 방식이었으므로.
"...난 옵티머스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 시체도 없는 텅 빈관에 묻힌 모습으로 기억하는게 아니라."
며칠 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가 갇혀있던 감옥에 아주 오랫만에 다시 찾아갔다. 무슨 마음으로 다시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쇼크웨이브의 감옥에 찾아갔던 날은 옵티머스의 장례식 날로, 수십 사이클도 더 된 일이었다. 그저 화를 내고 싶은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그랬는지 따지고 싶기야 했지만 물어봤자 돌아오는건 없을 거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마주하려면 왜인지 몰라도 다시 쇼크웨이브를 만나서 따지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봤자 소용 없겠지만, 적어도 따지고 소리지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찾아갔을때, 프라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바로 직감했다. 겉보기엔 쇼크웨이브는 그를 마지막으로 이 감옥에서 마주했을때와 똑같이 팔다리가 해체된채 꼼짝도 못하게 묶여있는 모습이었다.
"쇼크웨이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프라울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동체는 아주 진짜처럼 보였고, 거의 실제처럼 보였다. 거의. 프라울이 쇼크웨이브를 구속한 장치들을 풀자, 쇼크웨이브의 동체가 바닥에 형편없이 떨어졌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의 동체 조각중 하나를 집어들고, 플레이트 조각이 홀로그램의 빛으로 변환되어 자기 손안에서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젠장."
엘리타는 근 10 사이클만에 사이버트론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비록 오랫동안 사이버트론의 다른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관리하거나, 혹은 디셉티콘이 공격하는 행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공격받는 주민들을 구조하는 일이 힘겹기는 했다. 그는 디셉티콘이 힘에 의한 해방을 말하지만 실제로 어떤 짓을 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자기들의 이상을 위해선 작은 희생은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는 태도는 언제나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허무하게 잠정 화해를 해버린데에 대한 화가 치솟았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낙관주의를 잘 아는 친구 중 하나로서,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싸움이 계속 되어봤자 늘어나는건 피해자의 수 일 뿐이다. 돌아가면 옵티머스에게 잔뜩 현실을 알려주고 따지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감내한 일에 진심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않나 싶었다. 옵티머스는 낙관적인거지 비현실적인건 아니었으니까.
사이버트론은 아직 행성간이동기술이 그렇게 발달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적어도 엘리타가 떠날 때엔 그랬다- 엘리타는 타 행성의 우주선을 하나 빌려쓰고 있었는데, 꽤 색깔이 독특했으므로 오토봇들은 금세 엘리타가 돌아왔다는 걸 깨닫고 반겨주었다. 제일 먼저 튀어나온 알씨를 가볍게 안아준 뒤 재즈, 프라울과도 인사했다.
"오랜만에 돌아왔네."
재즈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프라울은 무뚝뚝하게 가벼운 목례만 했다. 엘리타는 그의 태도에 더 이상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으므로 무시하고 다른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전장만 돌아다니니까 도통 사이버트론 소식을 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엘리타의 몸체는 전투의 흔적으로 꽤 낡아있었지만, 새 기름칠과 도색이 바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울트라 매그너스는?"
엘리타는 꽤 커진 오토봇들의 본부를 살펴보았다. 고문당한 부상이 심해서 돌아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컴배트론에 있을걸?"
"그 손으로? 고문당한 후유증이 꽤 컸을텐데."
엘리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지막으로 울트라매그너스를 봤을때, 울트라매그너스는 쇼크웨이브의 고문에 거의 해체되기 직전이었다.
"쇼크웨이브한테 붙잡혀서 고문당해서 말야, 한쪽 손은 완전히..."
"쇼크웨이브? 왜 난 이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는거지?"
재즈와 엘리타의 대화를 끊고 프라울이 눈살을 찌푸렸다.
"니가 내 상관은 아니니까? 너무 외진 행성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보고고 뭐고 판단할 여력도 없었고."
"니가 그런데도 쇼크웨이브를 살려보냈다는게 신기하긴 하네."
"안 살려보냈어. 내 동료를 살리느냐 적을 죽이느냐인데 별 다른 수도 없잖아."
프라울의 브레인 모듈 속이 강한 충격을 받은 것 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엘리타가 그런 부분을 잘 못 알았을리가 없는데...
"확실해?"
"어쩔 수 없었어. 그럼 동료를 죽게 놔둬?"
"아니 그게 아니라... 쇼크웨이브 살아있는데?"
네메시스의 실험실은 결코 옵티머스에게 익숙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낮선 평행우주에 있다가 그의 세계로 돌아오니 이 끔찍한 실험실마저 포근함이 느껴졌다.
"다음 번엔 제대로 테스트 해보고 날 부르던가 해주면 안될까?"
옵티머스가 바닥에 주저앉에 한숨을 돌리고 말했다.
"해보고 부른거다만."
옵티머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쇼크웨이브는 옵티머스를 자기 맞은편에 앉히고는 에너존 큐브를 하나 건넸다.
"이상한거 들어있는건 아니겠지?"
"진짜로 그냥 에너존 큐브일세."
옵티머스는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에너존 큐브를 받아먹었다.
"실은 아까 했던 대화를 계속 해보고 싶은데."
"메가트론에 대한거?"
옵티머스가 쇼크웨이브를 이상하단 눈빛으로 보았다.
"정말로 평화로운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시도를 해봐야 선택지가 생기는거잖아. 단순히 극단적인 잔인한 방법을 쓰게 하기 위해서 프라이머스가 나에게 매트릭스를 준 것 같진 않아. 그 이상이 되라고 한거지. 그러니까 나만큼은 노력해봐야지. 미련스럽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옵티머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낙천적이여서 좋군, 자넨 늘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기쁘니까."
그의 말은 다정한데도 어딘가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었다. 쇼크웨이브의 목소리는 언제나 무감각하고 음산한 구석이 있었지만, 이번은 왠지 옵티머스의 속 안에서부터 섬짓함이 퍼지는게 느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네가 그 희망을 끝까지 품은채로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걸 보고나니..."
쇼크웨이브의 목소리는 거의 옵티머스의 매트릭스를 망가트린 실험을 할 때 만큼이나 즐겁게 들렸다.
"그 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죽을것 같더군."
온 우주의 비밀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기분을 아는가? 그리고 그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은 어떤지 상상 할 수 있는가. 모든 우주의 비밀과 현실이 자신의 뜻대로 쓰일 수 있었는데, 약간의 실수로 그것을 전부 잃어야 하는 것은 어떨지 상상 할 수 있는가? 10 사이클은 긴 기간도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도 아니었다. 몸체도 움직일 수 없는 감옥에 분해되다시피 한채 갇혔지만, 사실 탈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방법의 문제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욕을 잃은게 문제일까.
-난 더 이상 어떤게 내 진짜 정체인지 알 수가 없게 됐어.
섀도우플레이를 당하기 이전이 진짜 나일까, 그 이후의 내 모습이 진짜일까.
-그 모습 전부 너야, 쇼크웨이브. 네가 겪은 모든 일, 네가 자기 자신에게 한 모든 짓, 네가 다른 이들에게 한 모든 일까지도 전부. 우리 정체를 정의하는건 우리 행동이야,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삶에서 슬픈 사실은 우린 우리가 원하는 모습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린 우리 자신의 모습을 고를 수 없다. 통제하려 노력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변수까지 전부 막아주지 못한다. 가끔은 자기가 얼마나 끔직하게 변해가는지 그냥 지켜보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답도 없을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영혼이 파괴되어간다는 고통을 견딘다면 당신은 더 큰 자유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한계까지 부수고, 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모든 것을 속에 우겨넣을 수 있다는 기쁨은 그 어느것으로도 설명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탈출하기로 마음먹게 된 원인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 물론 다른 우주의 지식과 그 진리를 전부 손에 넣는 것도 즐겁겠지만,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다른 가능성들이 무한히 존재하는 거라면, 어딘가에 내가 기억하던 그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우주가 있기도 한지, 아주, 아주 작은 호기심이 들었을 뿐이다.
수 많은 우주가 존재하지만 몇가지 불변의 법칙이 있다. 대부분의 우주에선 옵티머스 프라임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희생하고 죽는다. 그게 가장 끔찍한 버전의 그라고 해도, 그의 결말은 언제나 희생으로 끝난다. 자신을 버려가며 세상을 구하고, 정작 그는 그것을 영원히 누리지 못한다.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생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자신은 그걸 비극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을거라는 것 마저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보이는 건 과거에 대한 미련일까... 아직도 나에게 그런게 있는 줄 몰랐는데.
내가 이렇게 되기 전 내 오라이온과는 아주 잠깐 알던 사이였다. 난 그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하지만 우리가 빛나는 시간을 나눈 것은 아주 짧았다. 난 그를 구하는 것이 미래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그 대신 잡히길 선택했고...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내 얼굴과 몸 성격은 다른이들이 원하는대로 재조립되었다. 그는 내가 그를 위해 큰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는 내가 생각한 수 많은 후보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니 그를 구하기 위해 내가 직접 얼굴과 감정을 버리는 형벌을 당한 것도 정말로 그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세상을 바꾸리란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내가 그런 기대를 건 사이버트로니안은 그 하나뿐만은 아니였고, 그냥 그가 제일 적합하다는 계산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오라이온이 나에게 느끼고 있을 안타까움과 별개로, 인격과 감정을 벗어 던진건 나를 오히려 해방시키고 내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가능성들을 전부 통째로 끌어냈다. 그것이 비록 남들에게 잔혹하게 비칠진 모르나, 그건 나에게 오히려 자유였다.
그리고 내가 변한 이후 그도 오랫동안 전쟁을 거쳐가며 변질되고, 깎여나가고, 무너져가고, 흔들려가며 본래의 빛을 점점 잃어갔다. 그럼에도 계속 희망을 버리지 못하며 전쟁으로 닳아가는 그의 동체 안에는 내가 한때 알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알던 쇼크웨이브는 생기로 가득 차 있었어. 세상을 비웃으며 바로 주먹을 날릴 성격 이었지. 하지만 그 쇼크웨이브는 그 의원이 뇌에 가위질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잘라내버렸을때 죽었어. 자네는 메스칼질 한번에 죽음을 맞았고, 그걸로 끝이었어. 하지만 난 수천번의 전투와 수천개의 상처들로 인해 서서히 죽어갔지.
그러니 우리는 이방인이야, 자넨 날 모르지. 이미 기억하던 우리의 과거 모습은 죽었고, 지금 서있는건 완전히 다른 무언가일 뿐이야. 그럼 자네는 왜 제일 중요한 순간마다 날 붙잡으려 들었던거지?
그는 종종 과거를 생각나게 했으나 그뿐이다. 그의 말은 날 되돌아오게 하긴 커녕 더 멀리 변질되게 만들었다. 그는 내 구원이 아니고, 나 역시 그의 구원이 아니다. 우린 우리에게 서로 재앙이지. 그러므로 난 내가 그 모든 일 이후에도 평행우주를 거닐며 살아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찾아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생각해낼 수 없었다.
내가 방황하며 이유를 잃어갈때, 난 한 우주에서 아주 젊은 메가트론을 만났다. 그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니라 오라이온 팍스를 돌려받길 원했다. 온 우주에 공포를 뿌리고 다닐 존재가 겨우 과거에 대한 미련에 붙들려 있는 것이 미련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난 이 우주의 진리를 손안에 넣는것과 가장 가까운 일이 매트릭스를 분석해보는 것이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뿐이다, 아마 이것은 과거에 다한 미련과 관계 없을 것이다. 그저 뜻이 일치했을 뿐이다. 그들은 이제 막 중요한 전력 중 하나였던 그들의 쇼크웨이브를 잃은 상태였고, 서로 원하는 것이 같으며 목적이 같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의 매트릭스에 상처를 내는 것. 전능한 신의 산물을 부수고, 신의 사자라는 프라임을 이 땅으로 끌어내려서, 꼭두각시에서 줄끊긴 인형으로 만들어 돌려받는 것. 비록 가장 원하는 모습의 오라이온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그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오라이온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우주를 정복해나가는 잔인한 정복자의 가면을 썼지만 그 안에 상처입은 영혼을 가지고 있을 뿐인 이 메가트론은 그저 과거의 가장 아름답던 한 일부만을 돌려받고 싶어 할 뿐이다, 그것이 비록 이룰 수 없는 소원일지라도. 하지만 난 그걸 원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이뤄줄 지식이 있었다. 난 수억수조년의 기다림도 견뎌냈다. 그러니 겨우 수십사이클 정도야 인내 할 수 있었다. 더 큰 계획을 위해서는.
옵티머스는 빠르게 상황을 재정의했다. 그의 감각이 뒤늦게 신호를 보냈다. 쇼크웨이브의 기술력은 이상 할 정도로 뛰어났다. 재즈가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데이터들까지도 쇼크웨이브에게만은 전부 있었다. 마치 그만큼은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 처럼. 모든 상황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도된 것이었다.
"평행우주엔 왜 갔던거야?"
옵티머스가 빠르게 눈치챈것을 본 쇼크웨이브는 내심 만족스러웠다, 이래야 오라이온 답지.
"가져올게 좀 있었거든... 이 세계 기술력으론 구현 불가능한게 있으니까."
"난 왜 데리고 갔어?"
"자네가 있어야 날 믿을거 아닌가, 오토봇들은 자네라면 사족을 못쓰니까. 겸사겸사 자넬 보고 그 프라울이 괴로워하면 더 좋고."
옵티머스는 속으로 자신을 탓하는 것 같은, 그의 눈에도 익숙한 표정을 지었다.
"네 진짜 정체가 뭐야?"
옵티머스의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이 오히려 즐거웠다.
"네 정체는 뭐냐니, 오라이온. 네 쇼크웨이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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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는 한동안 쇼크웨이브 옆에서 내가 할일은 없느냐고 쫑알거리더니 쇼크웨이브의 "옵티머스, 자네 지능을 모욕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다차원공간 이동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자네에게도 있긴 한가?" 라는 말에 시무룩해져선 재즈가 준 초콜렛맛 에너존 음료에 러스트 스틱을 빨대삼아 마시며 구석에 앉아있었다.
"...쇼크웨이브가 기계만 만들면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응. 여기선 내가 할 일도 없는걸. 세계는 평화롭고, 전쟁은 끝났고, 사이버트론은 번성한 행성이 되었고... 시민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도 전부 해체되거나 갇혔다며.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에선 내가 새삼 철저하게 쓸모 없다 싶어서."
재즈는 오랜 친우의 모습을 똑 닮은 메크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른 세계의 옵티머스라면서, 왜 그 안에선 똑같은 스파크가 느껴질까. 왜 자신의 가치를 다른 이들이 그를 필요로 하느냐로 가름하려고 할까. 왜 당신은 평온을 얻으려 한다면서 결국 도망치지 못했을까. 그리고 당신의 평온은 왜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라 저 지하 깊은 곳으로 사라져 텅빈 관 안에 묻혀서야 찾을 수 있었을까.
"정말로 평화로운 세상이 되면 하고 싶었던게 없어?"
"글쎄, 실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된다면 난 기록보관서의 사서가 되고 싶긴 했는데... 과한 소망이였나봐. 자유를 찾긴 했는데 내가 원하던 방식은 아니네."
재즈는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차라리 당신에게 다른 바램도 있었다는 걸 몰랐다면 좋았을 걸. 그는 도저히 눈 앞에 있는 다른 세계의 옵티머스와 그의 옵티머스를 따로 분리해서 볼 수가 없었다. 재즈는 울컥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억누르고 말했다.
"그냥...두 번 다신 평화로운 세상에선 네가 쓸모 없단 소리 하지 마."
옵티머스는 재즈의 얼굴을 살폈다. 바이저에 숨겨진 두 눈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모욕당한 듯한 감정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네 옵티머스를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
"아니, 미안해. 넌 내 옵티머스가 아니지. 내 잘못이야."
재즈는 사서가 되고싶었단 저 옵티머스의 말에서 평소 책을 좋아하던 그의 친우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다 묻어둔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왜 다시 슬픔이 몰려오게 할까. 옵티머스에겐 그 죽음이 평안이었을텐데, 왜 우리에겐 슬픔이 남았을까. 그렇게도 남을 생각하던 그인데, 왜 남은 이들에겐 슬픔을 남기고 떠났을까.
"그렇게 프라임의 직위가 무거웠어?"
"아니라고 해봤자 별 소용 없겠지?"
"응."
"...난 모두를 돕는게 즐거워, 진심이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그게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잖아. 힘들때가 없는건 아냐,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하지만 나에겐 그 고민까지 기쁜 일이야. 그 이상의 삶을 꿈꿀 수 있고, 그걸 실제로 실현할 수 있고, 보이는 것 이상의 존재가 되어가는 길인데 내가 그걸 마다할리가 없잖아? 난 후회하지 않아. 원하던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슬프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그리고 만일 네 옵티머스도 조금이라도 나랑 비슷하다면... 다른 이들을 구하고 죽는다면 그 이상의 영광이 없다고 생각했을거야."
재즈는 옵티머스의 어깨를 위로하듯 툭 쳤다.
"알아."
그게 우릴 슬프게 만드는 거니까.
옵티머스는 이세계가 궁금하긴 했지만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존재가 여기저기 얼굴을 비쳐봤자 사회에 혼란만 줄테고, 이 세계의 옵티머스가 죽고 나서 힘겹게 마음을 다독였을 오토봇들 앞에 나타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쇼크웨이브가 차원이동기를 완성하기 전까진 달리 갈 수 있는 곳도 없어서 그가 작업하는 동안 옆에 머물렀다.
"원래 이렇게 남에게 붙어있길 좋아하나?"
쇼크웨이브는 작업하면서 돌아보지도 않고 한숨을 쉬긴 했지만, 결코 귀찮지는 않은 목소리였다.
"내가 좀 심심한 걸 싫어하거든."
"그거야 확실하긴 하지."
옵티머스는 축 늘어져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긴 했는데... 내 것도 아닌 걸 꿈꿔서 좋을건 없을거 같아서."
"확실한가? 이 세계는 메가트론 각하도 전향했고, 이 세상엔 차별도 없고, 더 이상 전쟁도 없다. 이 세계엔 네가 원하던 것이 전부 있을텐데."
쇼크웨이브가 자기 작업물에서 눈을 떼고 옵티머스를 바라보았다. 한개 뿐인 눈에서 묘한 감정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난 그냥 메가트론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안걸로 됐어."
"사백만년동안 온 우주로 퍼진 내전을 벌인 뒤라는 소리도 들었을텐데."
"하지만 우리 세계의 메가트론은 아직은 기회가 있잖아.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목적은 어디까지나 탄압받는 행성들을 구제하는거라며, 정말 그렇다면... 난 아직은 대화로 해결해보고 싶어."
"대화로 해결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지? 자네가 폭력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자마자 의원들은 자넬 물어뜯기 시작했고, 가진 최소한의 권위마저 빼앗으려 들었고, 모욕하고 끌어내리며 가진 모든것을 빼앗으려 들지 않았나? 그리고 자네가 폭력 대신 대화를 택한 결과로 자네의 친구들 전체와 사이버트론인 전체가 댓가를 치뤄야했지. 그런데도 아직도 네 선택은 '대화'인가?"
쇼크웨이브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옵티머스에게 의문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무감각하고 평이하긴 했지만, 옵티머스는 그 말 안에서 적의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평화로운 선택이 존재한다면 시도는 해봐야지."
"자네가 겪은 모든 일 이후에도 말인가?"
"응."
"그래, 가장 빛나는 희망답군."
옵티머스는 쇼크웨이브의 목소리에서 어쩐지 먼 예전의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사고로 휘말려서 왔다는 소리와는 다르게 쇼크웨이브는 의외로 금방 차원이동기를 완성했는데, 재즈와 프라울은 다른 이들이 다른 세계에서 온 옵티머스를 만나고 가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혹시나 우리에게 돌아왔을까, 하는 희망을 불어넣어 다시 슬픔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만."
프라울이 한참 망설이다가 옵티머스를 붙잡았다.
"...전에 한 말 진심이야?"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눈을 한번 바라보곤, 다정함과 슬픔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단 한톨의 거짓도 없이."
프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이었다. 다른 확인도, 그 이상의 욕심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죽어 없어진 존재를 붙잡아봤자 아무 소용 없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 옆에 머무르기를 바래봤자 그건 이뤄지지 못할 욕망에 불과하다.
"...그냥 그런 관계도 있는건가봐. 그냥 영원히 같은 곳만 바라보며 달리다가 마주치지는 않아도 괜찮은 관계가."
프라울이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중얼거리자 옵티머스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잘있어."
프라울은 흰 빛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옵티머스의 모습을 그가 사라지고도 한참 동안 눈에 담은채 서 있었다.
프라울은 재즈가 그를 가볍게 잡아당겨서야 정신을 차렸다.
"있잖아, 옵티머스 무덤 가볼래? 지구에 있는거."
"전에도 말했잖아. 텅빈 관에 가서 뭐해. 그리고 누구 죽은거 하나 보내주지 못해서 남은 놈들끼리 질질짜면서 서로 위안삼는거 딱 질색인데."
세상을 위해 희생한 옵티머스는 시체도 없이 사라졌으므로, 그의 관은 텅빈채 그가 가장 사랑했던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묻혔다. 그건 이미 장례식이 아니었다. 옵티머스를 상실한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안하는 자리였을 뿐이다. 그러니 프라울이 그 자리에 가는 대신 쇼크웨이브의 감옥에 찾아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회피였을까, 아니면 분노였을까.
"넌 그냥 옵티머스가 진짜로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던거잖아."
"내가 감정을 잘 다루진 못하지만, 그게 아냐. 난 진짜로 의미없는 짓이 싫었을 뿐이라고."
재즈는 프라울이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진심이야. 난..."
프라울은 자기가 왜 장례식에 가지 않았는지 똑바로 마주해야했다. 그도 안다. 감정적 고통을 외면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건 아니라는 걸. 때로는 그냥 감정이 흘러나오게 내버려두는게 더 빠른 치유의 길이라는 걸. 아마 슬픔을 받아들이고 나면 좀 더 후련할테고, 그의 안에 남아있는 옵티머스의 모습들을 보내주기도 더욱 쉽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감정적 고통을 안에 묶어두고 그 어느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스스로를 학대하며 자긴 남들과 다르다고 되뇌이는 것만이 그의 감정처리 방식이었으므로.
"...난 옵티머스를 살아있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어. 시체도 없는 텅 빈관에 묻힌 모습으로 기억하는게 아니라."
며칠 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가 갇혀있던 감옥에 아주 오랫만에 다시 찾아갔다. 무슨 마음으로 다시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쇼크웨이브의 감옥에 찾아갔던 날은 옵티머스의 장례식 날로, 수십 사이클도 더 된 일이었다. 그저 화를 내고 싶은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왜 그랬는지 따지고 싶기야 했지만 물어봤자 돌아오는건 없을 거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마주하려면 왜인지 몰라도 다시 쇼크웨이브를 만나서 따지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봤자 소용 없겠지만, 적어도 따지고 소리지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찾아갔을때, 프라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걸 바로 직감했다. 겉보기엔 쇼크웨이브는 그를 마지막으로 이 감옥에서 마주했을때와 똑같이 팔다리가 해체된채 꼼짝도 못하게 묶여있는 모습이었다.
"쇼크웨이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프라울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동체는 아주 진짜처럼 보였고, 거의 실제처럼 보였다. 거의. 프라울이 쇼크웨이브를 구속한 장치들을 풀자, 쇼크웨이브의 동체가 바닥에 형편없이 떨어졌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의 동체 조각중 하나를 집어들고, 플레이트 조각이 홀로그램의 빛으로 변환되어 자기 손안에서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젠장."
엘리타는 근 10 사이클만에 사이버트론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비록 오랫동안 사이버트론의 다른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관리하거나, 혹은 디셉티콘이 공격하는 행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공격받는 주민들을 구조하는 일이 힘겹기는 했다. 그는 디셉티콘이 힘에 의한 해방을 말하지만 실제로 어떤 짓을 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자기들의 이상을 위해선 작은 희생은 당연히 감내해야 한다는 태도는 언제나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허무하게 잠정 화해를 해버린데에 대한 화가 치솟았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낙관주의를 잘 아는 친구 중 하나로서,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싸움이 계속 되어봤자 늘어나는건 피해자의 수 일 뿐이다. 돌아가면 옵티머스에게 잔뜩 현실을 알려주고 따지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평화를 위한 일이라고 감내한 일에 진심으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않나 싶었다. 옵티머스는 낙관적인거지 비현실적인건 아니었으니까.
사이버트론은 아직 행성간이동기술이 그렇게 발달한 상황이 아니었으므로-적어도 엘리타가 떠날 때엔 그랬다- 엘리타는 타 행성의 우주선을 하나 빌려쓰고 있었는데, 꽤 색깔이 독특했으므로 오토봇들은 금세 엘리타가 돌아왔다는 걸 깨닫고 반겨주었다. 제일 먼저 튀어나온 알씨를 가볍게 안아준 뒤 재즈, 프라울과도 인사했다.
"오랜만에 돌아왔네."
재즈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프라울은 무뚝뚝하게 가벼운 목례만 했다. 엘리타는 그의 태도에 더 이상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으므로 무시하고 다른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전장만 돌아다니니까 도통 사이버트론 소식을 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엘리타의 몸체는 전투의 흔적으로 꽤 낡아있었지만, 새 기름칠과 도색이 바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울트라 매그너스는?"
엘리타는 꽤 커진 오토봇들의 본부를 살펴보았다. 고문당한 부상이 심해서 돌아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컴배트론에 있을걸?"
"그 손으로? 고문당한 후유증이 꽤 컸을텐데."
엘리타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지막으로 울트라매그너스를 봤을때, 울트라매그너스는 쇼크웨이브의 고문에 거의 해체되기 직전이었다.
"쇼크웨이브한테 붙잡혀서 고문당해서 말야, 한쪽 손은 완전히..."
"쇼크웨이브? 왜 난 이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는거지?"
재즈와 엘리타의 대화를 끊고 프라울이 눈살을 찌푸렸다.
"니가 내 상관은 아니니까? 너무 외진 행성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보고고 뭐고 판단할 여력도 없었고."
"니가 그런데도 쇼크웨이브를 살려보냈다는게 신기하긴 하네."
"안 살려보냈어. 내 동료를 살리느냐 적을 죽이느냐인데 별 다른 수도 없잖아."
프라울의 브레인 모듈 속이 강한 충격을 받은 것 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엘리타가 그런 부분을 잘 못 알았을리가 없는데...
"확실해?"
"어쩔 수 없었어. 그럼 동료를 죽게 놔둬?"
"아니 그게 아니라... 쇼크웨이브 살아있는데?"
네메시스의 실험실은 결코 옵티머스에게 익숙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낮선 평행우주에 있다가 그의 세계로 돌아오니 이 끔찍한 실험실마저 포근함이 느껴졌다.
"다음 번엔 제대로 테스트 해보고 날 부르던가 해주면 안될까?"
옵티머스가 바닥에 주저앉에 한숨을 돌리고 말했다.
"해보고 부른거다만."
옵티머스가 고개를 갸웃하자, 쇼크웨이브는 옵티머스를 자기 맞은편에 앉히고는 에너존 큐브를 하나 건넸다.
"이상한거 들어있는건 아니겠지?"
"진짜로 그냥 에너존 큐브일세."
옵티머스는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에너존 큐브를 받아먹었다.
"실은 아까 했던 대화를 계속 해보고 싶은데."
"메가트론에 대한거?"
옵티머스가 쇼크웨이브를 이상하단 눈빛으로 보았다.
"정말로 평화로운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그래도 시도를 해봐야 선택지가 생기는거잖아. 단순히 극단적인 잔인한 방법을 쓰게 하기 위해서 프라이머스가 나에게 매트릭스를 준 것 같진 않아. 그 이상이 되라고 한거지. 그러니까 나만큼은 노력해봐야지. 미련스럽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옵티머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낙천적이여서 좋군, 자넨 늘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기쁘니까."
그의 말은 다정한데도 어딘가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었다. 쇼크웨이브의 목소리는 언제나 무감각하고 음산한 구석이 있었지만, 이번은 왠지 옵티머스의 속 안에서부터 섬짓함이 퍼지는게 느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네가 그 희망을 끝까지 품은채로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걸 보고나니..."
쇼크웨이브의 목소리는 거의 옵티머스의 매트릭스를 망가트린 실험을 할 때 만큼이나 즐겁게 들렸다.
"그 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죽을것 같더군."
온 우주의 비밀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기분을 아는가? 그리고 그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은 어떤지 상상 할 수 있는가. 모든 우주의 비밀과 현실이 자신의 뜻대로 쓰일 수 있었는데, 약간의 실수로 그것을 전부 잃어야 하는 것은 어떨지 상상 할 수 있는가? 10 사이클은 긴 기간도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도 아니었다. 몸체도 움직일 수 없는 감옥에 분해되다시피 한채 갇혔지만, 사실 탈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방법의 문제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욕을 잃은게 문제일까.
-난 더 이상 어떤게 내 진짜 정체인지 알 수가 없게 됐어.
섀도우플레이를 당하기 이전이 진짜 나일까, 그 이후의 내 모습이 진짜일까.
-그 모습 전부 너야, 쇼크웨이브. 네가 겪은 모든 일, 네가 자기 자신에게 한 모든 짓, 네가 다른 이들에게 한 모든 일까지도 전부. 우리 정체를 정의하는건 우리 행동이야,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라.
삶에서 슬픈 사실은 우린 우리가 원하는 모습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린 우리 자신의 모습을 고를 수 없다. 통제하려 노력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든 변수까지 전부 막아주지 못한다. 가끔은 자기가 얼마나 끔직하게 변해가는지 그냥 지켜보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답도 없을때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영혼이 파괴되어간다는 고통을 견딘다면 당신은 더 큰 자유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한계까지 부수고, 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모든 것을 속에 우겨넣을 수 있다는 기쁨은 그 어느것으로도 설명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탈출하기로 마음먹게 된 원인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매우 사소한 것이었다. 물론 다른 우주의 지식과 그 진리를 전부 손에 넣는 것도 즐겁겠지만,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다른 가능성들이 무한히 존재하는 거라면, 어딘가에 내가 기억하던 그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우주가 있기도 한지, 아주, 아주 작은 호기심이 들었을 뿐이다.
수 많은 우주가 존재하지만 몇가지 불변의 법칙이 있다. 대부분의 우주에선 옵티머스 프라임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희생하고 죽는다. 그게 가장 끔찍한 버전의 그라고 해도, 그의 결말은 언제나 희생으로 끝난다. 자신을 버려가며 세상을 구하고, 정작 그는 그것을 영원히 누리지 못한다.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생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자신은 그걸 비극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을거라는 것 마저 매혹적이었다. 그렇게 보이는 건 과거에 대한 미련일까... 아직도 나에게 그런게 있는 줄 몰랐는데.
내가 이렇게 되기 전 내 오라이온과는 아주 잠깐 알던 사이였다. 난 그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하지만 우리가 빛나는 시간을 나눈 것은 아주 짧았다. 난 그를 구하는 것이 미래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그 대신 잡히길 선택했고...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내 얼굴과 몸 성격은 다른이들이 원하는대로 재조립되었다. 그는 내가 그를 위해 큰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는 내가 생각한 수 많은 후보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니 그를 구하기 위해 내가 직접 얼굴과 감정을 버리는 형벌을 당한 것도 정말로 그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세상을 바꾸리란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내가 그런 기대를 건 사이버트로니안은 그 하나뿐만은 아니였고, 그냥 그가 제일 적합하다는 계산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오라이온이 나에게 느끼고 있을 안타까움과 별개로, 인격과 감정을 벗어 던진건 나를 오히려 해방시키고 내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가능성들을 전부 통째로 끌어냈다. 그것이 비록 남들에게 잔혹하게 비칠진 모르나, 그건 나에게 오히려 자유였다.
그리고 내가 변한 이후 그도 오랫동안 전쟁을 거쳐가며 변질되고, 깎여나가고, 무너져가고, 흔들려가며 본래의 빛을 점점 잃어갔다. 그럼에도 계속 희망을 버리지 못하며 전쟁으로 닳아가는 그의 동체 안에는 내가 한때 알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알던 쇼크웨이브는 생기로 가득 차 있었어. 세상을 비웃으며 바로 주먹을 날릴 성격 이었지. 하지만 그 쇼크웨이브는 그 의원이 뇌에 가위질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잘라내버렸을때 죽었어. 자네는 메스칼질 한번에 죽음을 맞았고, 그걸로 끝이었어. 하지만 난 수천번의 전투와 수천개의 상처들로 인해 서서히 죽어갔지.
그러니 우리는 이방인이야, 자넨 날 모르지. 이미 기억하던 우리의 과거 모습은 죽었고, 지금 서있는건 완전히 다른 무언가일 뿐이야. 그럼 자네는 왜 제일 중요한 순간마다 날 붙잡으려 들었던거지?
그는 종종 과거를 생각나게 했으나 그뿐이다. 그의 말은 날 되돌아오게 하긴 커녕 더 멀리 변질되게 만들었다. 그는 내 구원이 아니고, 나 역시 그의 구원이 아니다. 우린 우리에게 서로 재앙이지. 그러므로 난 내가 그 모든 일 이후에도 평행우주를 거닐며 살아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찾아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생각해낼 수 없었다.
내가 방황하며 이유를 잃어갈때, 난 한 우주에서 아주 젊은 메가트론을 만났다. 그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아니라 오라이온 팍스를 돌려받길 원했다. 온 우주에 공포를 뿌리고 다닐 존재가 겨우 과거에 대한 미련에 붙들려 있는 것이 미련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난 이 우주의 진리를 손안에 넣는것과 가장 가까운 일이 매트릭스를 분석해보는 것이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뿐이다, 아마 이것은 과거에 다한 미련과 관계 없을 것이다. 그저 뜻이 일치했을 뿐이다. 그들은 이제 막 중요한 전력 중 하나였던 그들의 쇼크웨이브를 잃은 상태였고, 서로 원하는 것이 같으며 목적이 같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의 매트릭스에 상처를 내는 것. 전능한 신의 산물을 부수고, 신의 사자라는 프라임을 이 땅으로 끌어내려서, 꼭두각시에서 줄끊긴 인형으로 만들어 돌려받는 것. 비록 가장 원하는 모습의 오라이온은 아니겠지만, 그것이 그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오라이온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우주를 정복해나가는 잔인한 정복자의 가면을 썼지만 그 안에 상처입은 영혼을 가지고 있을 뿐인 이 메가트론은 그저 과거의 가장 아름답던 한 일부만을 돌려받고 싶어 할 뿐이다, 그것이 비록 이룰 수 없는 소원일지라도. 하지만 난 그걸 원하는 것과 가장 가깝게 이뤄줄 지식이 있었다. 난 수억수조년의 기다림도 견뎌냈다. 그러니 겨우 수십사이클 정도야 인내 할 수 있었다. 더 큰 계획을 위해서는.
옵티머스는 빠르게 상황을 재정의했다. 그의 감각이 뒤늦게 신호를 보냈다. 쇼크웨이브의 기술력은 이상 할 정도로 뛰어났다. 재즈가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는 데이터들까지도 쇼크웨이브에게만은 전부 있었다. 마치 그만큼은 이미 모든 진실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 처럼. 모든 상황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도된 것이었다.
"평행우주엔 왜 갔던거야?"
옵티머스가 빠르게 눈치챈것을 본 쇼크웨이브는 내심 만족스러웠다, 이래야 오라이온 답지.
"가져올게 좀 있었거든... 이 세계 기술력으론 구현 불가능한게 있으니까."
"난 왜 데리고 갔어?"
"자네가 있어야 날 믿을거 아닌가, 오토봇들은 자네라면 사족을 못쓰니까. 겸사겸사 자넬 보고 그 프라울이 괴로워하면 더 좋고."
옵티머스는 속으로 자신을 탓하는 것 같은, 그의 눈에도 익숙한 표정을 지었다.
"네 진짜 정체가 뭐야?"
옵티머스의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이 오히려 즐거웠다.
"네 정체는 뭐냐니, 오라이온. 네 쇼크웨이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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