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1105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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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00:49
동체 하나가 겨우 몸을 구겨넣을 정도로 좁고 오목한 구덩이 안에서 오라이온이 고개만 빼꼼 내민채 쪼그려 앉아있는거지. 디! 반갑게 이름을 부르면서 손을 흔드는 오라이온은 그 상태로 실없는 일상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음. 디 자신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구덩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오라이온과 한참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기겁하면서 꿈에서 깨는게 보고싶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괴랄한 내용에 멍청하니 앉아서 숨만 고르다 뭔가에 홀린듯이 리차징 베드에서 일어나 중앙의 우물로 향하는 메가트론... 저 멀리서부터 옵틱에 비추는 시꺼먼 공허가 지금 가는 곳의 경사가 얼마나 깊은지 알려주고 있어 메가트론은 영문 모를 절망감을 느끼겠지.
우물은 건물 하나를 뽑아서 떨궈도 채워지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가파랐어.
당연히 그 속엔 자길 반겨주는 오라이온 팍스도 존재하지 않았고.
거대한 유기체가 아가리를 벌린 것 처럼 뻥 뚫린 우물의 가장자리에 서서 한없이 이어지는 검은 허공을 바라보는 메가트론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으면 좋겠다
메가트론이 하이가드들을 데리고 사이버트론을 완전히 장악한지 열 솔라 사이클이 되는 날이었음
그 뒤로 옛 추억의 탈을 쓴 악몽을 꾸면서 리차징을 종료하면 말없이 우물로 향하는 짓을 반복하는 메가트론..... 꿈에서는 자기 의지로 오라이온을 꺼낼수도 다른 주제의 대화를 시도할 수도 없어서 고통받기를 반복하는
빌어먹게 작은 구덩이와 이제는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광부 시절 오라이온과의 장난들이 전부 현실과 정반대라서 결국 자기 자신 안에 남아있는 나약함을 인정하고 비웃겠지.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우물을 바라보다 꿈에서 했던 것 처럼 천천히 동체를 굽혔는데 저 안쪽에서 디!라고 외치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손을 헛디딜뻔한 메가트론이 보고싶다
디오라 메가옵티 메가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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