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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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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티콘의 비콘병사들이 아이아콘으로 침입하려 한다는 정보에 오토봇들이 거의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오토봇들이 아이아콘을 비우고 밖이 전투로 혼란스러운 사이, 디셉티콘의 비콘 병사 몇이 몰래 들어와 센티넬이 집권하던 시절 자료보관소 경비이던 메크들 몇을 죽이고 갔다는 소식이 옵티머스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상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재즈가 디셉티콘의 기지에서 거의 완성된 성간이동비행체를 발견했다는 보고 또한.
만일 디셉티콘이 성간이동 장치를 만든다고 해도 몇 사이클 이후일거라는 다수의 예측과는 달리, 성간이동비행장치를 만들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옵티머스의 예측대로였다. 그는 조금 더 자기 의견을 밀어붙였으면 달라졌을까 싶었지만, 사실 그렇다고 해도 디셉티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긴 힘든 일이었다. 아이아콘에선 센티넬이 쿠인테슨의 명령을 받고 주요 자료들을 거의 파기한 상태지만 디셉티콘측은 이미 진짜 프라임들이 아이아콘을 운영하던 시절의 지식들이 있었으며, 쇼크웨이브가 아이아콘의 진정한 황금기의 과학 지식의 정수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 이상은 아무리 자료를 복원한다 해도 디셉티콘보다 한발 늦을 수 밖에 없었다.
보고를 받은 옵티머스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었다, 지금 그가 하는 결정이 앞으로 수백만년간 사이버트론의 방향을 정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할 사항이지만 옵티머스의 가장 신뢰받는 조언자인 프라울에겐 불행하게도, 그는 한번 결심하면 뛰어들고 보는 성격이었다.
"정말로 떠나기 전에 직접 가봐야겠어."
"무슨 정당성이 있어서? 아이아콘에서 추방한건 프라임 너야. 아이아콘을 탈환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겠다는 걸 막을 합법적인 이유가 존재하질 않아."
"하지만 떠나고 나서 다른 행성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다른 행성의 지성체들이 같은 사이버트론인 때문에 착취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잖아. 디셉티콘이 미래에 사이버트론인을 온 우주의 정복자로 이름을 떨치게 만들 수도 있어. 넌 내가 너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아니, 네 예측이 틀렸단 소리가 아니야. 조금만 머리를 식혀. 모든 지성체가 우리 같지는 않아,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는 존재도 있지만 우주엔 우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짓밟혀 죽을 크기의 유기체들이 더 많다는 분석결과도 있는데-"
"그럼 더욱 우리가 막아야 하잖아."
"내 말 좀 들어. 우리가 가면 설령 좋은 의도에서 디셉티콘을 막으려고 한다고 해도,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해도 피해가 더 커지기만 할 뿐이야. 그렇게 되면 넌 다른 지성체들을 보호한게 아니라 디셉티콘과의 내전을 온 우주로 퍼트린게 될거라고. 우리한테 필요한건 위험한 일마다 뛰어들며 우릴 또 다른 전쟁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리더가 아니야, 네가 정의감과 선한 의도에서 움직이려 한다는건 우리 전부 알아. 하지만 그 정의감이 우릴 우주 전역으로 퍼진 수천년 수백만년의 전쟁으로 이끌 수도 있어."
옵티머스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프라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 혼자 갈게. 나 혼자 가서라도 마지막으로 설득이라도 해볼게."
프라울의 헬름에 열이 확 오르며 쿨링시스템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지금까지 내 말을 아무것도 안들은거야?!"
옵티머스는 등에 제트팩을 메고 이미 결심이 선 눈빛으로 말했다.
"그냥 이야기만 할거야, 마지막으로 설득은 해봐야겠어. 여태껏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지 않아서 내가 최악의 선택만 해온걸지도 몰라. 이야기만 하고 돌아온다고 약속할게. 그 다음은 같이 정하자. 옵티머스로서가 아니라, 난 친구로서 디에게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는 줘야 해. 최악의 상황이 생긴다 한들 날 죽이지는 않을거야. 그러니까, 뒤를 부탁해."
"잠깐, 내 말 좀- 오라이온!"
간절하게 불러봤지만, 이미 결심이 선 옵티머스는 프라울이 붙잡을 수도 없게 창문을 깨고 하늘로 날아온 뒤였다. 하필이면 주요 전력이 전부 아이아콘을 침입한 디셉티콘의 병사들과 각개전투하느라 자리를 웠을때인게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왜 옵티머스는 한발 자국 멀리 떨어져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 하지 않는걸까.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생명을 구하자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왜 안하는 걸까?
메가트론이 옵티머스가 이미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고 판을 짜놨을 확률 97%. 이 모든게 의도된건데 제발로 함정에 걸어들어가는 상황인건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프라울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오토봇 병사 몇에게 명령하며 제트팩과 그가 처음으로 필드에 나갈때 썼던 총 몇가지를 챙겼다.
"재즈에게 옵티머스가 돌아올 때 까지 통제권을 넘긴다고 전해. 난 옵티머스를 따라갈테니까."
오토봇병사들이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선형을 그리며 사라졌던 하늘로 자신도 뛰어들었다. 오토봇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어떻게 상관과 부관이 어떻게 하는 짓이 똑같을 수가 있냐.
옵티머스는 위장망토를 걸친채로 디셉티콘의 함선 앞에 섰다. 아직 시험작인 망토는 약간 시야를 흐리게 하는 정도에 그친데다 소음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라 곧장 눈치챈 디셉티콘 병사들이 옵티머스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지만 옵티머스는 침착하게 망토를 멋고 양 손을 들었다.
"메가트론과 이야기 하러 왔어."
마치 그들은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듯이 그를 함선 안으로 안내했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등장에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로 멍청하게 행동할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조롱이 묻어났다. 그의 냉정한 눈빛에서 그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존재가 아니라는게 스파크 깊은 곳 까지 느껴졌지만 옵티머스는 침착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변했는지, 정말 우리 사이에 아무런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건지, 왜 매번 대화를 하자고 해도 걷어찼던건지. 하지만 옵티머스는 이미 그 질문의 답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메가트론도 그 질문의 답을 할 가치를 못느낄 것이다. 서로 이미 전부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건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경비메크는 왜 죽인거야?"
옵티머스의 첫 질문은 지극히도 사적인 것이였다. 메가트론은 아주 약간 흠칫하는 듯 했다. 마치 옵티머스가 사적인 질문을 할 줄 몰랐던 것 처럼. 오토봇들의 전력을 빼돌린 귀한 시간을 겨우 옵티머스가 오라이온이던 시절 모욕을 준 경비 몇을 해하자고 쓴 것을 공적인 이유로 만들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행동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으므로. 메가트론은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차갑게 답했다.
"이미 알고 있을텐데."
옵티머스는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게 아직도 날 신경 쓰긴 하고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누구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 방침에는 따라 줄 수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앞으로 사이버트론의 숭고한 프라임 노릇을 하고 싶으면 그 녀석들은 없는게 나을텐데. 안그래?"
"이미 재판에서 센티넬의 행적과 무관하다고 판결 받은 메크들이였어. 죽일 필요는 없었어."
옵티머스는 메가트론이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을 죽인게 아닌걸 알면서도 진짜 이유를 직접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피가 자기 손에 묻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녀석들은 네가 진짜 매트릭스를 쥐고 있다고 해도 상관 하지 않았겠지? 네가 어떤 모습이 되었던간에 네가 광부였다는 사실만 중요하게 여기면서, 네가 한때 그들의 자비 아래 있어서 뭐든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을거다. 네가 프라임 된 이후에 만났을때도 태도만 조금 변했을뿐 널 보는 시선은 그대로 였을테고."
옵티머스는 아직 코그없는 광부이던 시절 거의 강압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를 요구했던 경비메크 중 한명을 자신이 프라임이 된 이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기가 한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았던건지, 옵티머스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눈빛에서 비아냥이 묻어났었다. 오히려 자기가 전부 꿰뚫어보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한 오만함으로 응시하던 눈빛을 기억했다.
"그래, 네가 어떤 변화를 했건 네 시작이 미천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을테지."
옵티머스의 고개가 떨어지자,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턱을 붙잡고 혼란스러워 하는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계급이라는 거니까."
옵티머스의 뒤를 따라온 프라울은 어떻게 해야 함선에 몰래 들어 갈 수 있을지를 계산중이였다. 그가 경비를 뚫고 몰래 잡입할 확률은 4% 이하, 도전할 가치가 없다시피 했다. 프라울은 자기 위에서 붉고 파란 비행체가 다가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거 유감이네, 너희가 잘되길 바랬거든. 근데, 일은 일이라서 말이지."
스타스크림은 프라울의 얼굴을 보고 재미있다는듯 이죽거리며 그를 함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저 이죽거리는 얼굴에 네 구식브레인모듈 처리능력으로 유감이 무슨 뜻인지 알다니 그거 놀랍다고 싶었지만 프라울은 가까스로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스타스크림이 프라울을 끌고 오자, 메가트론의 앞에 묶여있던 옵티머스는 옵틱을 크게 떴다. 프라울은 놀라는 옵티머스의 얼굴이 기가 찼다. 그럼 내가 자길 따라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나?
"난 옵티머스를 데리러 왔을 뿐이다. 옵티머스가 뭐라고 했건 너희가 이 행성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우리 주관이 아니지, 그가 하는 말이 오토봇 전체의 결정은 아니야. 옵티머스를 내보내면 우리도 너흴 뒤쫒진 않겠다고 약속하지."
프라울은 뻔히 보이는 블러핑인걸 알면서도 메가트론의 손 바로 아래 놓인 옵티머스를 빼내기 위해선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하지만 프라울이 함선 위에 탄 뒤로, 옵티머스의 생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너흰 애당초 우릴 뒤쫒을 여력이 안될텐데."
메가트론은 벌레를 보는 눈빛으로 프라울을 내려다봤다. 물론, 프라울이 거기에 기죽을 메크는 아니었지만.
"그럼 더욱 우릴 여기 둘 이유가 없겠네."
그 순간 함선의 문이 닫혔고, 프라울은 그 순간 자기 눈앞에 보이는 아주 희박한 생존 확률에 모든 계획을 걸 수 밖에 없게되었다.
"잘됐군. 안그래도 미끼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우린 쿠인테슨의 본 행성을 쳐서 완전히 멸종시킬거니까."
옵티머스는 흔들리는 옵틱으로 메가트론을 응시했다.
"우리가 쿠인테슨을 공격한건 우리 행성에 침입했기 때문이야, 본 행성까지 쫒아가서 일족 전체를 멸족시키는건 단순히 복수일 뿐이잖아."
"그럼 저 일족이 사이버트론을 망가트릴때까지 침입한 개체와 싸우는 것 외엔 안할 생각이었던건가? 단순히 사이버트론에 침입하는걸 막는 것 만으론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을텐데. 저 종족을 제거하지 않고는 사이버트론인들이 앞으로 나아갈 일은 없어."
메가트론의 말에 옵티머스의 표정이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변해갔다.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최악의 상황을 이미 가정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내심 정말로 그런 짓을 하리라 믿지는 않았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옵티머스의 안에 있는 마지막 기대가 꺼져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쿠인테슨의 본 행성 쿠인테사로 도착하자 약간 열린 문 아래로 우글거리는 쿠인테슨들이 보였다. 쇼크웨이브와 사운드웨이브는 각가 옵티머스와 프라울을 거의 아래로 떨어트릴 기세로 붙잡고 있었다. 옵티머스의 시선은 더 이상 메가트론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기를 따라와준 프라울을 응시할 뿐. 미래를 예감한 둘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메가트론의 눈 안에는 이미 죽은 오라이온의 시체가 옵티머스의 얼굴과 겹쳤다.
"...내가 왜 이미 죽은 유령을 설득시키려고 애쓰는지 모르겠군."
메가트론이 한숨을 쉬며 손짓하자,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쿠인테슨들이 우글거리는 행성 표면으로 추락해갔다. 추락과 동시에 옵티머스가 묶인 손목을 풀더니 프라울을 자기 몸으로 감싸며 충격에서 보호했다.
"각하, 프라임이 지금 사망한다면 저희 계획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쇼크웨이브가 정중하게 건의했다. 메가트론은 쿠인테사의 표면에서 우글거리는 쿠인테슨의 군대와 싸우려 에너존도끼를 손에 쥔 옵티머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대답했다.
"살아남을거다."
옵티머스는 싸우는 것 외엔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프라울은 옵티머스의 사각에서 들어오는 쿠인테슨들을 저격하며 보조했고, 옵티머스는 뛰어난 전사였다. 그리고 쿠인테슨의 본 행성인데도 군대의 수가 많지 않은 걸로 보아 디셉티콘이 쿠인테사에서 쿠인테슨들과 싸워왔을 거란 예측이 들었다. 그래도 둘이서는 턱도 없을게 뻔한데다,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디셉티콘들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프라울은 지금 당장 자신의 배틀컴퓨터를 최대한 활용하며 싸우는 것 외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옵티머스의 생존확률은 여전히 10% 미만인 것에 비해 프라울 자신의 생존 확률은 80~90% 사이를 오가며 안정적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옵티머스는 살아남지 못하는데 자신만 살아남을 이유가 존재할리 없지 않은가.
계속 사각에서 옵티머스를 돕는 프라울이 거슬렸던건지, 쿠인테슨 하나가 프라울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그의 옵틱과 헬름 윗쪽이 약간 손상되었다.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옵틱 한쪽이 산산조각나는 장면을 보며 금방이라도 비명을 지를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옵티머스의 표정이 굳은 의지를 다진듯한 차분한 얼굴로 변해 매트릭스를 보호하고 있던 유리를 스스로 깨버렸다. 그와 동시에 쿠인테슨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그의 몸 위를 덮쳤다. 프라울은 순간 옵티머스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라울이 도울 수도 없을 정도의 수가 옵티머스의 동체 위로 달려들고 있었다. 프라울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하는 동안, 옵티머스를 덮친 쿠인테슨들 사이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옵티머스는 자신을 억누르는 쿠인테슨들을 밀고 일어나며 가슴 속 매트릭스의 에너지를 남은 쿠인테사에게 쏘아 올렸다. 신성한 푸른 빛의 기둥이 칙칙한 쿠인테사의 하늘을 가르며, 쿠인테슨 병력 대부분을 증발시켰다.
힘을 다 소진한 옵티머스가 비틀거리자, 프라울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옵티머스의 팔과 다리의 손상이 심각했다. 동체도 많이 깨졌고 매트릭스를 보호하는 가슴의 유리는 이미 전부 파괴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깨진 얼굴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체가 오프라인될만큼의 상처가 아님에도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한쪽 옵틱이 깨진데 더욱 신경을 쓰는 모양이었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가 전투로 손상되고 지쳐 더이상 싸울 힘이 없는 둘을 회수하러 다가오는 것을 보며 비틀거리는 옵티머스를 단단히 붙잡았다.
쇼크웨이브는 메가트론이 명령한대로 프라울이 옵티머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명확히 볼 수 있는 감옥에 가둬두고 거의 옵틱이 꺼져가기 직전인 옵티머스를 실험대 위에 눕혔다.
"각하께선 만일 매트릭스가 프라이머스가 존재하는 사이버트론에서만 작동하는 거라면 대체 왜 쿠인테슨이 리더쉽의 매트릭스를 노리는건지 궁금해하셨지. 그리고 몇번의 정찰과 쿠인테사에서의 전투, 첩보전을 통해 확인했다. 그들에게도 매트릭스를 활용해 에너존을 생성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쇼크웨이브의 눈 하나밖에 없는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 아래에서도 그의 흥분과 즐거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가 실험장치를 작동시킴과 동시에 전기가 일어나며 거대한 실험장치의 칼날같은 끝이 옵티머스의 가슴 안 매트릭스를 향해 내리 꽂혔다. 옵티머스가 비명을 지르며 미약한 힘으로 발버둥쳤지만 그에게 남은 힘으로 탈출하기는 이미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프라울의 절망이 섞인 푸른 옵틱은 차가운 시선으로 옵티머스를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의 붉은눈과 마주쳤다. 옵티머스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젖은 몸부림, 그리고 메가트론의 차가운 눈빛이 프라울의 브레인모듈에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스타스크림의 표정은 즐겁기만 해 보였다. 저들은 아마 겨우 옵티머스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기울었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많은 걸 뒤바꿔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래서 저 둘이 잘되길 바랬지, 새로운 주인께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련을 떨쳐야 앞으로 더 위대한 일을 하실테니까. 당장은 내가 전한 말들에 분노하셨을지 몰라도 결국은 주인께서도 미래를 위해 올린 말이라는걸 이해하셨으니까. 옵티머스를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의 차가운 눈을 흘긋 본 스타스크림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실험은 사운드웨이브가 쿠인테사에도 에너존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관측결과와 프라임이 자리를 비운 사이버트론의 에너존 역시 변함없이 유지되어 있다는 보고를 올려서야 끝났다. 프라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매트릭스가 계속 지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옵티머스가 존재하는 이상은 에너존은 흐를 것이다.
메가트론은 친히 이미 반쯤 죽어가기 시작한 옵티머스를 실험대 위에서 끌어내려 프라울이 갇힌 감옥 안에 던져두었다. 프라울은 실험의 여파로 옵티머스의 파괴된 동체를 내려다보며 그를 끌어안았다. 그는 천천히 증오가 담긴 눈으로 메가트론을 올려다보며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만일 이런짓을 하고도 오라이온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줄 안다면 넌 미친거야."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거란 망상은 언제 하게 됐는지 모르겠군."
메가트론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고 감옥 문을 닫았다.
그들이 멀어진걸 확인하고 나서 프라울은 옵티머스의 동체를 살폈다. 생각만큼 죽을 만큼의 손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팔과 다리가 손상되어 걸을 수 없는 이상 둘이 탈출하는건 불가능했다.
탈출 확률 0%, 옵티머스 프라임 생존 확률 0%. 그의 브레인모듈과 뛰어난 배틀컴퓨터등 모든 부속장치에도 불구하고 탈출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때 옵티머스가 남은 힘으로 에너존 도끼를 꺼냈다.
"날 죽여줘."
탈출 성공 확률 50% 옵티머스 프라임 생존확률 50%. 프라울은 잠시 브레인모듈이 정지할 뻔 했지만 곧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매트릭스가 사이버트론 밖에서도 작동된다면, 매트릭스로 인해 부활 할 수 있는 것도 동등할 것이다. 부활하면 망가진 동체도 수복될테고, 적어도 둘이 탈출 할 만큼은 확률이 올라간다. 계산은 완벽하다. 따라서, 프라울은 왜 도끼를 받아드는 자기 손이 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라울은 생각했다. 만일 내가 잘못된 계산을 한거라면, 만일 매트릭스의 어떠한 특수성으로 인해 이번엔 옵티머스가 살아돌아오지 않는다면... 수 많은 계산이 오가는 자신의 눈을 옵티머스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상관하지 않는거다. 만일 자신이 정말로 죽어 나 혼자 무사히 탈출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는 그것으로 족하니까.
옵티머스의 목을 도끼날 아래에 두고나서야 내가 그를 볼때마다 드는 스파크 챔버 안의 간질거림이 무슨 뜻인지, 그의 미소를 볼때마다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는 무슨 뜻이였는지, 내가 혼란 스러울 때마다 그가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어주던건 왜인지, 내 차갑고 날카로운 말들 아래에서도 그가 늘 나조차 알지 못했던 한줌의 친절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들까지, 모든 퍼즐이 얽히고 섥혀 한가지의 답을 도출해냈다.
"사랑해."
옵티머스는 금방이라도 사라질듯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답했다.
"나도 알아."
그리고 곧 도끼날이 옵티머스의 목을 갈랐다. 옵티머스의 피가 프라울의 얼굴에 튀며 그의 옵틱이 꺼졌다. 옵티머스의 꺼진 옵틱을 바라본 순간 프라울은 스파크가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프라울이 그의 죽은 얼굴을 바라보며 스파크 안의 통증을 느낄 무렵, 푸른 빛이 옵티머스의 몸을 감싸며 그의 망가진 동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곧장 옵티머스는 멀쩡해진 몸으로 다시 서더니 에너존 도끼로 감옥을 부쉈다.
"쿠인테사의 빈 함선이 있을거야, 그걸 타고 탈출하자."
프라울은 얼굴에 묻은 옵티머스의 피를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스크림은 탈출자들을 추적하지 않는 자신의 어린 주인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전 프라임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이 유용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메가트론은 스타스크림 말 속에 아직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있느냐는 속뜻이 있다는걸 금방 눈치챘다. 메가트론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곳을 기점으로 영역을 넓혀가면 앞으론 프라이머스의 산물에 기대야 할 일도 없을 거다."
그리고 과거의 향수로 자비를 베푸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거다, 오라이온.
사이버트론의 표면은 에너존이 다시 흐르게 된 이후 꽤 많이 회복되었고, 금속이 아닌 신기한 자연물도 꽤 많이 자라있는게 사실 즐겁게 탐험해볼만한 장소였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여긴 거의 전투지였다. 그들은 지상에 나오면 언제나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므로 스페셜 오퍼레이션 팀은 언제까지고 지상에서 대기하라는 상관, 재즈의 명령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재즈는 꼼짝도 앉고 서있기만 했고, 그들이 그를 안 이래 가장 화나보여 말도 걸기 힘들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쿠인테사의 함선이 보이자, 황급히 조준하려 했지만 재즈는 손짓으로 총을 거두라 명령했다. 함선의 문이 열리고 옵틱 한쪽이 나간 프라울과 몸은 멀쩡하지만 진이 빠져 그의 부축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가 보여서야 재즈의 분노한 차가운 얼굴이 조금 풀렸다. 재즈는 프라울의 품에서 옵티머스를 받아들고는 속삭였다.
"두 번 다신 내 백업 없이 떠날 생각하지 마, 알겠어?"
옵티머스는 지친 얼굴로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정신을 잃었다.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우린 멀쩡하다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오토봇 전원의 강요로 인해 의무실에 앉아있었다. 옵티머스는 좀 자면 괜찮아진다고 우겼고, 프라울은 옵틱하나 없어진거 가지고 난리치지 말라고 화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들의 항의를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의무실에 있던 둘은 모두가 떠나고 조용해지자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한참동안 마주앉아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프라울이 아주 힘겹게 꺼낸 말은 옵티머스의 모든 예상을 빗나가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그 녀석을 사랑하기라도 해?"
옵티머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프라울이 눈치채지 못했을 줄 알았다는 듯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알아. 그래, 그렇겠지..."
프라울은 옵티머스에게 답을 요구할 만한 자격이없었다. 그가 자신을 냉혹한 현실에서 그 이상을 꿈꾸게 해준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으므로. 그러니 그는 그에게 내가 보인 만큼의 마음을 당신에게서 받고싶다고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 원하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지금 그가 이해하는 것은 그저 옵티머스가 살아있어서 안심되고, 그가 자신의 곁에 있어준게 고맙다는 사실 뿐이었다.
"네가 살아있어서 기뻐."
그렇게 말하는 프라울은 약간 침울하게도 보였고 침착한 것 뿐이게도 보였다. 옵티머스는 여전히 프라울의 속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라울이 왜 그를 그 이상으로 추궁하지 않는지는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냥 그것 뿐이야."
옵티머스는 조심스레 프라울의 손을 잡았다. 손 끝에서 퍼지는 따스한 온기가 무슨 뜻인지 프라울은 온전히 계산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가끔은 숫자로 치환해 낼 수 없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마치 그냥 그가 무사한 것 만으로도 기뻐지는 것 처럼.
프라옵티
디셉티콘의 비콘병사들이 아이아콘으로 침입하려 한다는 정보에 오토봇들이 거의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오토봇들이 아이아콘을 비우고 밖이 전투로 혼란스러운 사이, 디셉티콘의 비콘 병사 몇이 몰래 들어와 센티넬이 집권하던 시절 자료보관소 경비이던 메크들 몇을 죽이고 갔다는 소식이 옵티머스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상에서 상황을 살펴보던 재즈가 디셉티콘의 기지에서 거의 완성된 성간이동비행체를 발견했다는 보고 또한.
만일 디셉티콘이 성간이동 장치를 만든다고 해도 몇 사이클 이후일거라는 다수의 예측과는 달리, 성간이동비행장치를 만들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은 모양이다. 옵티머스의 예측대로였다. 그는 조금 더 자기 의견을 밀어붙였으면 달라졌을까 싶었지만, 사실 그렇다고 해도 디셉티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긴 힘든 일이었다. 아이아콘에선 센티넬이 쿠인테슨의 명령을 받고 주요 자료들을 거의 파기한 상태지만 디셉티콘측은 이미 진짜 프라임들이 아이아콘을 운영하던 시절의 지식들이 있었으며, 쇼크웨이브가 아이아콘의 진정한 황금기의 과학 지식의 정수를 전부 기억하고 있는 이상은 아무리 자료를 복원한다 해도 디셉티콘보다 한발 늦을 수 밖에 없었다.
보고를 받은 옵티머스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었다, 지금 그가 하는 결정이 앞으로 수백만년간 사이버트론의 방향을 정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할 사항이지만 옵티머스의 가장 신뢰받는 조언자인 프라울에겐 불행하게도, 그는 한번 결심하면 뛰어들고 보는 성격이었다.
"정말로 떠나기 전에 직접 가봐야겠어."
"무슨 정당성이 있어서? 아이아콘에서 추방한건 프라임 너야. 아이아콘을 탈환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겠다는 걸 막을 합법적인 이유가 존재하질 않아."
"하지만 떠나고 나서 다른 행성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다른 행성의 지성체들이 같은 사이버트론인 때문에 착취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잖아. 디셉티콘이 미래에 사이버트론인을 온 우주의 정복자로 이름을 떨치게 만들 수도 있어. 넌 내가 너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아니, 네 예측이 틀렸단 소리가 아니야. 조금만 머리를 식혀. 모든 지성체가 우리 같지는 않아,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는 존재도 있지만 우주엔 우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짓밟혀 죽을 크기의 유기체들이 더 많다는 분석결과도 있는데-"
"그럼 더욱 우리가 막아야 하잖아."
"내 말 좀 들어. 우리가 가면 설령 좋은 의도에서 디셉티콘을 막으려고 한다고 해도, 우리가 아무리 조심한다해도 피해가 더 커지기만 할 뿐이야. 그렇게 되면 넌 다른 지성체들을 보호한게 아니라 디셉티콘과의 내전을 온 우주로 퍼트린게 될거라고. 우리한테 필요한건 위험한 일마다 뛰어들며 우릴 또 다른 전쟁으로 이끌지도 모르는 리더가 아니야, 네가 정의감과 선한 의도에서 움직이려 한다는건 우리 전부 알아. 하지만 그 정의감이 우릴 우주 전역으로 퍼진 수천년 수백만년의 전쟁으로 이끌 수도 있어."
옵티머스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으로 프라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 혼자 갈게. 나 혼자 가서라도 마지막으로 설득이라도 해볼게."
프라울의 헬름에 열이 확 오르며 쿨링시스템이 미친듯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지금까지 내 말을 아무것도 안들은거야?!"
옵티머스는 등에 제트팩을 메고 이미 결심이 선 눈빛으로 말했다.
"그냥 이야기만 할거야, 마지막으로 설득은 해봐야겠어. 여태껏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지 않아서 내가 최악의 선택만 해온걸지도 몰라. 이야기만 하고 돌아온다고 약속할게. 그 다음은 같이 정하자. 옵티머스로서가 아니라, 난 친구로서 디에게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는 줘야 해. 최악의 상황이 생긴다 한들 날 죽이지는 않을거야. 그러니까, 뒤를 부탁해."
"잠깐, 내 말 좀- 오라이온!"
간절하게 불러봤지만, 이미 결심이 선 옵티머스는 프라울이 붙잡을 수도 없게 창문을 깨고 하늘로 날아온 뒤였다. 하필이면 주요 전력이 전부 아이아콘을 침입한 디셉티콘의 병사들과 각개전투하느라 자리를 웠을때인게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왜 옵티머스는 한발 자국 멀리 떨어져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 하지 않는걸까.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생명을 구하자고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왜 안하는 걸까?
메가트론이 옵티머스가 이미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고 판을 짜놨을 확률 97%. 이 모든게 의도된건데 제발로 함정에 걸어들어가는 상황인건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따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프라울은 밖에 대기하고 있는 오토봇 병사 몇에게 명령하며 제트팩과 그가 처음으로 필드에 나갈때 썼던 총 몇가지를 챙겼다.
"재즈에게 옵티머스가 돌아올 때 까지 통제권을 넘긴다고 전해. 난 옵티머스를 따라갈테니까."
오토봇병사들이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선형을 그리며 사라졌던 하늘로 자신도 뛰어들었다. 오토봇 병사들은 투덜거렸다. 어떻게 상관과 부관이 어떻게 하는 짓이 똑같을 수가 있냐.
옵티머스는 위장망토를 걸친채로 디셉티콘의 함선 앞에 섰다. 아직 시험작인 망토는 약간 시야를 흐리게 하는 정도에 그친데다 소음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라 곧장 눈치챈 디셉티콘 병사들이 옵티머스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지만 옵티머스는 침착하게 망토를 멋고 양 손을 들었다.
"메가트론과 이야기 하러 왔어."
마치 그들은 이 상황을 예측했다는듯이 그를 함선 안으로 안내했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등장에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로 멍청하게 행동할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조롱이 묻어났다. 그의 냉정한 눈빛에서 그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존재가 아니라는게 스파크 깊은 곳 까지 느껴졌지만 옵티머스는 침착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변했는지, 정말 우리 사이에 아무런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건지, 왜 매번 대화를 하자고 해도 걷어찼던건지. 하지만 옵티머스는 이미 그 질문의 답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메가트론도 그 질문의 답을 할 가치를 못느낄 것이다. 서로 이미 전부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건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경비메크는 왜 죽인거야?"
옵티머스의 첫 질문은 지극히도 사적인 것이였다. 메가트론은 아주 약간 흠칫하는 듯 했다. 마치 옵티머스가 사적인 질문을 할 줄 몰랐던 것 처럼. 오토봇들의 전력을 빼돌린 귀한 시간을 겨우 옵티머스가 오라이온이던 시절 모욕을 준 경비 몇을 해하자고 쓴 것을 공적인 이유로 만들 수 있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행동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었으므로. 메가트론은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차갑게 답했다.
"이미 알고 있을텐데."
옵티머스는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게 아직도 날 신경 쓰긴 하고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누구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 방침에는 따라 줄 수 없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앞으로 사이버트론의 숭고한 프라임 노릇을 하고 싶으면 그 녀석들은 없는게 나을텐데. 안그래?"
"이미 재판에서 센티넬의 행적과 무관하다고 판결 받은 메크들이였어. 죽일 필요는 없었어."
옵티머스는 메가트론이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을 죽인게 아닌걸 알면서도 진짜 이유를 직접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그들의 피가 자기 손에 묻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녀석들은 네가 진짜 매트릭스를 쥐고 있다고 해도 상관 하지 않았겠지? 네가 어떤 모습이 되었던간에 네가 광부였다는 사실만 중요하게 여기면서, 네가 한때 그들의 자비 아래 있어서 뭐든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을거다. 네가 프라임 된 이후에 만났을때도 태도만 조금 변했을뿐 널 보는 시선은 그대로 였을테고."
옵티머스는 아직 코그없는 광부이던 시절 거의 강압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를 요구했던 경비메크 중 한명을 자신이 프라임이 된 이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기가 한 일을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았던건지, 옵티머스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눈빛에서 비아냥이 묻어났었다. 오히려 자기가 전부 꿰뚫어보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한 오만함으로 응시하던 눈빛을 기억했다.
"그래, 네가 어떤 변화를 했건 네 시작이 미천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을테지."
옵티머스의 고개가 떨어지자, 메가트론은 옵티머스의 턱을 붙잡고 혼란스러워 하는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게 계급이라는 거니까."
옵티머스의 뒤를 따라온 프라울은 어떻게 해야 함선에 몰래 들어 갈 수 있을지를 계산중이였다. 그가 경비를 뚫고 몰래 잡입할 확률은 4% 이하, 도전할 가치가 없다시피 했다. 프라울은 자기 위에서 붉고 파란 비행체가 다가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거 유감이네, 너희가 잘되길 바랬거든. 근데, 일은 일이라서 말이지."
스타스크림은 프라울의 얼굴을 보고 재미있다는듯 이죽거리며 그를 함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저 이죽거리는 얼굴에 네 구식브레인모듈 처리능력으로 유감이 무슨 뜻인지 알다니 그거 놀랍다고 싶었지만 프라울은 가까스로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스타스크림이 프라울을 끌고 오자, 메가트론의 앞에 묶여있던 옵티머스는 옵틱을 크게 떴다. 프라울은 놀라는 옵티머스의 얼굴이 기가 찼다. 그럼 내가 자길 따라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나?
"난 옵티머스를 데리러 왔을 뿐이다. 옵티머스가 뭐라고 했건 너희가 이 행성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우리 주관이 아니지, 그가 하는 말이 오토봇 전체의 결정은 아니야. 옵티머스를 내보내면 우리도 너흴 뒤쫒진 않겠다고 약속하지."
프라울은 뻔히 보이는 블러핑인걸 알면서도 메가트론의 손 바로 아래 놓인 옵티머스를 빼내기 위해선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하지만 프라울이 함선 위에 탄 뒤로, 옵티머스의 생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너흰 애당초 우릴 뒤쫒을 여력이 안될텐데."
메가트론은 벌레를 보는 눈빛으로 프라울을 내려다봤다. 물론, 프라울이 거기에 기죽을 메크는 아니었지만.
"그럼 더욱 우릴 여기 둘 이유가 없겠네."
그 순간 함선의 문이 닫혔고, 프라울은 그 순간 자기 눈앞에 보이는 아주 희박한 생존 확률에 모든 계획을 걸 수 밖에 없게되었다.
"잘됐군. 안그래도 미끼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우린 쿠인테슨의 본 행성을 쳐서 완전히 멸종시킬거니까."
옵티머스는 흔들리는 옵틱으로 메가트론을 응시했다.
"우리가 쿠인테슨을 공격한건 우리 행성에 침입했기 때문이야, 본 행성까지 쫒아가서 일족 전체를 멸족시키는건 단순히 복수일 뿐이잖아."
"그럼 저 일족이 사이버트론을 망가트릴때까지 침입한 개체와 싸우는 것 외엔 안할 생각이었던건가? 단순히 사이버트론에 침입하는걸 막는 것 만으론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을텐데. 저 종족을 제거하지 않고는 사이버트론인들이 앞으로 나아갈 일은 없어."
메가트론의 말에 옵티머스의 표정이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변해갔다. 프라울은 옵티머스가 최악의 상황을 이미 가정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내심 정말로 그런 짓을 하리라 믿지는 않았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옵티머스의 안에 있는 마지막 기대가 꺼져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쿠인테슨의 본 행성 쿠인테사로 도착하자 약간 열린 문 아래로 우글거리는 쿠인테슨들이 보였다. 쇼크웨이브와 사운드웨이브는 각가 옵티머스와 프라울을 거의 아래로 떨어트릴 기세로 붙잡고 있었다. 옵티머스의 시선은 더 이상 메가트론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기를 따라와준 프라울을 응시할 뿐. 미래를 예감한 둘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메가트론의 눈 안에는 이미 죽은 오라이온의 시체가 옵티머스의 얼굴과 겹쳤다.
"...내가 왜 이미 죽은 유령을 설득시키려고 애쓰는지 모르겠군."
메가트론이 한숨을 쉬며 손짓하자,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쿠인테슨들이 우글거리는 행성 표면으로 추락해갔다. 추락과 동시에 옵티머스가 묶인 손목을 풀더니 프라울을 자기 몸으로 감싸며 충격에서 보호했다.
"각하, 프라임이 지금 사망한다면 저희 계획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쇼크웨이브가 정중하게 건의했다. 메가트론은 쿠인테사의 표면에서 우글거리는 쿠인테슨의 군대와 싸우려 에너존도끼를 손에 쥔 옵티머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대답했다.
"살아남을거다."
옵티머스는 싸우는 것 외엔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프라울은 옵티머스의 사각에서 들어오는 쿠인테슨들을 저격하며 보조했고, 옵티머스는 뛰어난 전사였다. 그리고 쿠인테슨의 본 행성인데도 군대의 수가 많지 않은 걸로 보아 디셉티콘이 쿠인테사에서 쿠인테슨들과 싸워왔을 거란 예측이 들었다. 그래도 둘이서는 턱도 없을게 뻔한데다,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디셉티콘들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프라울은 지금 당장 자신의 배틀컴퓨터를 최대한 활용하며 싸우는 것 외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옵티머스의 생존확률은 여전히 10% 미만인 것에 비해 프라울 자신의 생존 확률은 80~90% 사이를 오가며 안정적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옵티머스는 살아남지 못하는데 자신만 살아남을 이유가 존재할리 없지 않은가.
계속 사각에서 옵티머스를 돕는 프라울이 거슬렸던건지, 쿠인테슨 하나가 프라울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그의 옵틱과 헬름 윗쪽이 약간 손상되었다.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옵틱 한쪽이 산산조각나는 장면을 보며 금방이라도 비명을 지를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옵티머스의 표정이 굳은 의지를 다진듯한 차분한 얼굴로 변해 매트릭스를 보호하고 있던 유리를 스스로 깨버렸다. 그와 동시에 쿠인테슨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그의 몸 위를 덮쳤다. 프라울은 순간 옵티머스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라울이 도울 수도 없을 정도의 수가 옵티머스의 동체 위로 달려들고 있었다. 프라울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 하는 동안, 옵티머스를 덮친 쿠인테슨들 사이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옵티머스는 자신을 억누르는 쿠인테슨들을 밀고 일어나며 가슴 속 매트릭스의 에너지를 남은 쿠인테사에게 쏘아 올렸다. 신성한 푸른 빛의 기둥이 칙칙한 쿠인테사의 하늘을 가르며, 쿠인테슨 병력 대부분을 증발시켰다.
힘을 다 소진한 옵티머스가 비틀거리자, 프라울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옵티머스의 팔과 다리의 손상이 심각했다. 동체도 많이 깨졌고 매트릭스를 보호하는 가슴의 유리는 이미 전부 파괴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도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깨진 얼굴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체가 오프라인될만큼의 상처가 아님에도 옵티머스는 프라울의 한쪽 옵틱이 깨진데 더욱 신경을 쓰는 모양이었다. 프라울은 쇼크웨이브가 전투로 손상되고 지쳐 더이상 싸울 힘이 없는 둘을 회수하러 다가오는 것을 보며 비틀거리는 옵티머스를 단단히 붙잡았다.
쇼크웨이브는 메가트론이 명령한대로 프라울이 옵티머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건지 명확히 볼 수 있는 감옥에 가둬두고 거의 옵틱이 꺼져가기 직전인 옵티머스를 실험대 위에 눕혔다.
"각하께선 만일 매트릭스가 프라이머스가 존재하는 사이버트론에서만 작동하는 거라면 대체 왜 쿠인테슨이 리더쉽의 매트릭스를 노리는건지 궁금해하셨지. 그리고 몇번의 정찰과 쿠인테사에서의 전투, 첩보전을 통해 확인했다. 그들에게도 매트릭스를 활용해 에너존을 생성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쇼크웨이브의 눈 하나밖에 없는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 아래에서도 그의 흥분과 즐거움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가 실험장치를 작동시킴과 동시에 전기가 일어나며 거대한 실험장치의 칼날같은 끝이 옵티머스의 가슴 안 매트릭스를 향해 내리 꽂혔다. 옵티머스가 비명을 지르며 미약한 힘으로 발버둥쳤지만 그에게 남은 힘으로 탈출하기는 이미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프라울의 절망이 섞인 푸른 옵틱은 차가운 시선으로 옵티머스를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의 붉은눈과 마주쳤다. 옵티머스의 비명소리와 고통에 젖은 몸부림, 그리고 메가트론의 차가운 눈빛이 프라울의 브레인모듈에 생생하게 각인되었다.
스타스크림의 표정은 즐겁기만 해 보였다. 저들은 아마 겨우 옵티머스의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기울었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많은 걸 뒤바꿔놓았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래서 저 둘이 잘되길 바랬지, 새로운 주인께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련을 떨쳐야 앞으로 더 위대한 일을 하실테니까. 당장은 내가 전한 말들에 분노하셨을지 몰라도 결국은 주인께서도 미래를 위해 올린 말이라는걸 이해하셨으니까. 옵티머스를 내려다보는 메가트론의 차가운 눈을 흘긋 본 스타스크림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실험은 사운드웨이브가 쿠인테사에도 에너존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관측결과와 프라임이 자리를 비운 사이버트론의 에너존 역시 변함없이 유지되어 있다는 보고를 올려서야 끝났다. 프라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매트릭스가 계속 지속해서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옵티머스가 존재하는 이상은 에너존은 흐를 것이다.
메가트론은 친히 이미 반쯤 죽어가기 시작한 옵티머스를 실험대 위에서 끌어내려 프라울이 갇힌 감옥 안에 던져두었다. 프라울은 실험의 여파로 옵티머스의 파괴된 동체를 내려다보며 그를 끌어안았다. 그는 천천히 증오가 담긴 눈으로 메가트론을 올려다보며 으르렁 거리듯 말했다.
"만일 이런짓을 하고도 오라이온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줄 안다면 넌 미친거야."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거란 망상은 언제 하게 됐는지 모르겠군."
메가트론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고 감옥 문을 닫았다.
그들이 멀어진걸 확인하고 나서 프라울은 옵티머스의 동체를 살폈다. 생각만큼 죽을 만큼의 손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옵티머스의 팔과 다리가 손상되어 걸을 수 없는 이상 둘이 탈출하는건 불가능했다.
탈출 확률 0%, 옵티머스 프라임 생존 확률 0%. 그의 브레인모듈과 뛰어난 배틀컴퓨터등 모든 부속장치에도 불구하고 탈출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때 옵티머스가 남은 힘으로 에너존 도끼를 꺼냈다.
"날 죽여줘."
탈출 성공 확률 50% 옵티머스 프라임 생존확률 50%. 프라울은 잠시 브레인모듈이 정지할 뻔 했지만 곧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매트릭스가 사이버트론 밖에서도 작동된다면, 매트릭스로 인해 부활 할 수 있는 것도 동등할 것이다. 부활하면 망가진 동체도 수복될테고, 적어도 둘이 탈출 할 만큼은 확률이 올라간다. 계산은 완벽하다. 따라서, 프라울은 왜 도끼를 받아드는 자기 손이 떨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프라울은 생각했다. 만일 내가 잘못된 계산을 한거라면, 만일 매트릭스의 어떠한 특수성으로 인해 이번엔 옵티머스가 살아돌아오지 않는다면... 수 많은 계산이 오가는 자신의 눈을 옵티머스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상관하지 않는거다. 만일 자신이 정말로 죽어 나 혼자 무사히 탈출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는 그것으로 족하니까.
옵티머스의 목을 도끼날 아래에 두고나서야 내가 그를 볼때마다 드는 스파크 챔버 안의 간질거림이 무슨 뜻인지, 그의 미소를 볼때마다 밀려오는 생각의 파도는 무슨 뜻이였는지, 내가 혼란 스러울 때마다 그가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어주던건 왜인지, 내 차갑고 날카로운 말들 아래에서도 그가 늘 나조차 알지 못했던 한줌의 친절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들까지, 모든 퍼즐이 얽히고 섥혀 한가지의 답을 도출해냈다.
"사랑해."
옵티머스는 금방이라도 사라질듯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답했다.
"나도 알아."
그리고 곧 도끼날이 옵티머스의 목을 갈랐다. 옵티머스의 피가 프라울의 얼굴에 튀며 그의 옵틱이 꺼졌다. 옵티머스의 꺼진 옵틱을 바라본 순간 프라울은 스파크가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프라울이 그의 죽은 얼굴을 바라보며 스파크 안의 통증을 느낄 무렵, 푸른 빛이 옵티머스의 몸을 감싸며 그의 망가진 동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곧장 옵티머스는 멀쩡해진 몸으로 다시 서더니 에너존 도끼로 감옥을 부쉈다.
"쿠인테사의 빈 함선이 있을거야, 그걸 타고 탈출하자."
프라울은 얼굴에 묻은 옵티머스의 피를 닦아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스크림은 탈출자들을 추적하지 않는 자신의 어린 주인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전 프라임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이 유용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메가트론은 스타스크림 말 속에 아직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있느냐는 속뜻이 있다는걸 금방 눈치챘다. 메가트론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곳을 기점으로 영역을 넓혀가면 앞으론 프라이머스의 산물에 기대야 할 일도 없을 거다."
그리고 과거의 향수로 자비를 베푸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거다, 오라이온.
사이버트론의 표면은 에너존이 다시 흐르게 된 이후 꽤 많이 회복되었고, 금속이 아닌 신기한 자연물도 꽤 많이 자라있는게 사실 즐겁게 탐험해볼만한 장소였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여긴 거의 전투지였다. 그들은 지상에 나오면 언제나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므로 스페셜 오퍼레이션 팀은 언제까지고 지상에서 대기하라는 상관, 재즈의 명령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재즈는 꼼짝도 앉고 서있기만 했고, 그들이 그를 안 이래 가장 화나보여 말도 걸기 힘들었다. 한참의 기다림 끝에 쿠인테사의 함선이 보이자, 황급히 조준하려 했지만 재즈는 손짓으로 총을 거두라 명령했다. 함선의 문이 열리고 옵틱 한쪽이 나간 프라울과 몸은 멀쩡하지만 진이 빠져 그의 부축을 받고 있는 옵티머스가 보여서야 재즈의 분노한 차가운 얼굴이 조금 풀렸다. 재즈는 프라울의 품에서 옵티머스를 받아들고는 속삭였다.
"두 번 다신 내 백업 없이 떠날 생각하지 마, 알겠어?"
옵티머스는 지친 얼굴로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정신을 잃었다.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우린 멀쩡하다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오토봇 전원의 강요로 인해 의무실에 앉아있었다. 옵티머스는 좀 자면 괜찮아진다고 우겼고, 프라울은 옵틱하나 없어진거 가지고 난리치지 말라고 화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들의 항의를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의무실에 있던 둘은 모두가 떠나고 조용해지자 옵티머스와 프라울은 한참동안 마주앉아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프라울이 아주 힘겹게 꺼낸 말은 옵티머스의 모든 예상을 빗나가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그 녀석을 사랑하기라도 해?"
옵티머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프라울이 눈치채지 못했을 줄 알았다는 듯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야."
"알아. 그래, 그렇겠지..."
프라울은 옵티머스에게 답을 요구할 만한 자격이없었다. 그가 자신을 냉혹한 현실에서 그 이상을 꿈꾸게 해준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으므로. 그러니 그는 그에게 내가 보인 만큼의 마음을 당신에게서 받고싶다고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 원하는지도 확실치 않았다. 지금 그가 이해하는 것은 그저 옵티머스가 살아있어서 안심되고, 그가 자신의 곁에 있어준게 고맙다는 사실 뿐이었다.
"네가 살아있어서 기뻐."
그렇게 말하는 프라울은 약간 침울하게도 보였고 침착한 것 뿐이게도 보였다. 옵티머스는 여전히 프라울의 속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라울이 왜 그를 그 이상으로 추궁하지 않는지는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냥 그것 뿐이야."
옵티머스는 조심스레 프라울의 손을 잡았다. 손 끝에서 퍼지는 따스한 온기가 무슨 뜻인지 프라울은 온전히 계산해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가끔은 숫자로 치환해 낼 수 없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마치 그냥 그가 무사한 것 만으로도 기뻐지는 것 처럼.
프라옵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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