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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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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딱히 천하무적은 아니였고 그냥 예전부터 날 엄청 좋아했다 그렇다고 인정하기 전부터도 나는 그냥 알았다
우리는 딱 일년하고도 몇달정도 더 도는 그정도의 나이차이가 났고 엄마들은 우리가 태어나기전부터도 알았고 그렇게 폴과 나는 꽤나 오래도록 우리의 평생토록 알았으니까 그오빠가 다른애들 생각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더 더더더 조용한 성격인것을 잘알고 있었는데
분명 그 진짜성격의 십분의 일만큼만 조용히 구는건데도 어쨌든 학교애들이 다들 폴이 조용한인간인걸 알고 있었다만.. 그렇게 서열질하기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어째서인지 건드리지 못할만큼의 어떤 의뭉스러운 구석을 그 속에 이만큼이나 품고 있는게 확실했다. 학교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만 보내거나 아님 누군가와 좀 어울린다 싶으면 허니비라는 여자애.... 그러니까 보통 나랑만 어울렸음에도 계집애같은애라고 시비가 걸리거나 하는일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어느순간 키가 쑥 크고 나서부터는 밥하고 농구밖에 모르는 이새끼들이 늘상 내 곁에 서있던 폴을 쏙 쏙 빼갔으니까 오히려 내쪽에서 그점이 거슬렸지.
..아, 내가 저런게 거슬렸고 폴은 한때는 농구와 밥밖에 모르는 새끼들 곁에서 농구밖에 모르는 새끼로 지냈는데도 왜 내가 아닌 폴이 날 엄청 좋아했다고 확신하냐고..
폴을 이상한 애라고 하는 애들이야 꽤 있었지만
그 옆에 바싹붙어 오래 지내다보면 정말로 물리적으로 이상할일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는건 나만 알고 있었다. 내가 어린마음에 토라져서 더는 보고싶지않다고 했던 애가 영영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일이라던가 선생님이 딱 하루만 아파서 과제검사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한 뒷날에 정말로 선생님이 딱 하루 아파서 과제검사가 하루 밀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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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붕붕은 물론 당시에는 폴이 뭔짓을 했다고 생각안했지
폴은 단지
다른곳으로 가서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라던가
ㅇㅇ선생님이 딱하루만 아팠으면 좋겠어? 라던가 하는식으로 평소같이 조곤조곤해서 너붕붕의 가벼운 투정같은 소리를 따라말해줬을 뿐이니까. 그건 단지 평소같은 다정함에, 여동생이 없는데도 마치 여동생이 있는듯한 짬에서 나오는 유구한 습관같은거였다. 앞서 말했듯 둘은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함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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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한건, 폴이 대학진학을 앞뒀고 허니는 아직은 좀 시간이 남아서 온갖자잘한 파티같은것에 관심이 가득할 무렵이였는데.
“아, 지워줘-”
누군가의 생일파티가 있었던 날 저쪽골목에서 이쪽 집앞 골목까지 이어진 실랑이에 허니가 조금 지치고 짜증도 나서 더이상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던데다가. 집앞 골목에는 어김없이 폴이 나와 이쪽으로 마주오는 중이였고 폴이 마중나와있다는 안도감에 마침내는 단전에서 짜증이 치밀어올라 “아까 그사진, 지우라고-” 하는 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무슨사진, 사진 한두장 아냐 못찾겠어” 하며 건성으로 앨범 훑어올렸다 내렸다 하는손짓에 너붕붕이 더더욱 안달이 나서 화면을 들여다봤는데. 사실 폴이 대화내용을 들은 이상 딱히 다리 노출이 심하게 심한듯이 잘못찍힌 사진이 지워지지않을걸로 걱정할건 없었다 은연중에 그렇게 안심한 동시에 다른이유로 덜컥 불안해졌다
“지워”
“사진을....! 지우라고!” 해야지...!
정말놀라 ‘꺅’하고 시작해서 뒷말은 다이어지지도 못하고 혀안쪽으로 말려 먹힐정도로 오히려 저를 보고 긴장을 다섯배는 더한채 다급하게 말하는 너붕붕을 보고 대인오씨가 “...‘사진을’” 하며 순순히 덧붙였었는데.
이건 허니와 폴 둘다, 이쯤되면 암묵적으로 뭔가를 알고있다는 뜻이였다
덧붙인 말에 다행이라는듯 한결 표정이 풀린틈에 폴은 이번엔 내놓으라고 했는데.
애초에 사진첩에서 나와서는 안될 사진의 내용을 확인해넘기고는 말을 조금 바꿨다 “사진 당장 지워, 그리고 지워져” 엄청나게 앞뒤없이 이상한 말이였지만 가로등 아래서 봐도 창백한게 보일정도로 너붕붕은 겁을 먹었고
그건 또 실제로 일어나버려서 사진을 지운 이틀뒤 술에 약을 타서 노는 형들이랑 잘못 어울리다 한밤중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문을 들은뒤로 그남자애는 다들 영영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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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말을 하지 말라고 절대하지말라고 부탁한건 아니였다 무슨일이 일어나게 하면 안된다고 부탁한거였지
폴이 먼저 대학생이되고 그 얼마 뒤 허니까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뉴스에서 ‘그 이상한 일들’을 용어까지 정해놓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일들과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폴은 센티넬이였으니까 나라의 무슨무슨 기관에 등록되어야만 했는데 허니는 그게 무턱대고 싫었다. 그게 너무 싫은일인거 같다는 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즈음부터 점점점 아예 입을 닫은채로 지낸다고 해도 딱히 불평할 이유가 없었지. 무슨일이 일어나는것보다는 폴의 목소리를 못듣는편이 낫다고 생각할정도였다
주변에서 센티넬로 밝혀진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이 군소속이였다
‘폴은 군대에 어울리지않아 뻑하면 파병도 앞세워 보내서 사람을 죽이는곳이야’
사람을 죽이는 그런 비슷한일이 몇번 있었다는걸 너붕붕 또한 모르지않는데도 저렇게 한번씩 다짐을 시키듯 이야기했는데 사실 자의로 입을 닫아버린것이기도 했던 폴은 어차피 지금은 작가였고. 말이 필요할일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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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날을 기점으로 남편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웃들에게도 글쓰는 사람으로만 알려져있던 엄청 다정하고 말은 못하는 안타까운 남편이, 동네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던 앤더슨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성이 끊겨서 정작 허니를 일으키는 일은 뒤로 미루기까지 하고서 물었다고
“..죽고싶어?”
문제는, 질문에는 대답이 따라올일이였고 그러니까 질문이 훨씬더 위험할수도 있었다 언제나 그랬지
너붕붕이 예전 그때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 앤더슨은 저말에 ‘아닙니다 살고싶어요’ 라고 할 인물이 아니였으니까
너무 당연하게도 “죽여봐” 하는 대답이 경솔하게 튀어나왔다
센티넬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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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딱히 천하무적은 아니였고 그냥 예전부터 날 엄청 좋아했다 그렇다고 인정하기 전부터도 나는 그냥 알았다
우리는 딱 일년하고도 몇달정도 더 도는 그정도의 나이차이가 났고 엄마들은 우리가 태어나기전부터도 알았고 그렇게 폴과 나는 꽤나 오래도록 우리의 평생토록 알았으니까 그오빠가 다른애들 생각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더 더더더 조용한 성격인것을 잘알고 있었는데
분명 그 진짜성격의 십분의 일만큼만 조용히 구는건데도 어쨌든 학교애들이 다들 폴이 조용한인간인걸 알고 있었다만.. 그렇게 서열질하기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어째서인지 건드리지 못할만큼의 어떤 의뭉스러운 구석을 그 속에 이만큼이나 품고 있는게 확실했다. 학교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만 보내거나 아님 누군가와 좀 어울린다 싶으면 허니비라는 여자애.... 그러니까 보통 나랑만 어울렸음에도 계집애같은애라고 시비가 걸리거나 하는일은 한번도 없었고. 오히려 어느순간 키가 쑥 크고 나서부터는 밥하고 농구밖에 모르는 이새끼들이 늘상 내 곁에 서있던 폴을 쏙 쏙 빼갔으니까 오히려 내쪽에서 그점이 거슬렸지.
..아, 내가 저런게 거슬렸고 폴은 한때는 농구와 밥밖에 모르는 새끼들 곁에서 농구밖에 모르는 새끼로 지냈는데도 왜 내가 아닌 폴이 날 엄청 좋아했다고 확신하냐고..
폴을 이상한 애라고 하는 애들이야 꽤 있었지만
그 옆에 바싹붙어 오래 지내다보면 정말로 물리적으로 이상할일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는건 나만 알고 있었다. 내가 어린마음에 토라져서 더는 보고싶지않다고 했던 애가 영영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일이라던가 선생님이 딱 하루만 아파서 과제검사를 미뤘으면 좋겠다고 한 뒷날에 정말로 선생님이 딱 하루 아파서 과제검사가 하루 밀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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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붕붕은 물론 당시에는 폴이 뭔짓을 했다고 생각안했지
폴은 단지
다른곳으로 가서 안보고 살았으면 좋겠어? 라던가
ㅇㅇ선생님이 딱하루만 아팠으면 좋겠어? 라던가 하는식으로 평소같이 조곤조곤해서 너붕붕의 가벼운 투정같은 소리를 따라말해줬을 뿐이니까. 그건 단지 평소같은 다정함에, 여동생이 없는데도 마치 여동생이 있는듯한 짬에서 나오는 유구한 습관같은거였다. 앞서 말했듯 둘은 태어나면서부터 거의 함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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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한건, 폴이 대학진학을 앞뒀고 허니는 아직은 좀 시간이 남아서 온갖자잘한 파티같은것에 관심이 가득할 무렵이였는데.
“아, 지워줘-”
누군가의 생일파티가 있었던 날 저쪽골목에서 이쪽 집앞 골목까지 이어진 실랑이에 허니가 조금 지치고 짜증도 나서 더이상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던데다가. 집앞 골목에는 어김없이 폴이 나와 이쪽으로 마주오는 중이였고 폴이 마중나와있다는 안도감에 마침내는 단전에서 짜증이 치밀어올라 “아까 그사진, 지우라고-” 하는 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무슨사진, 사진 한두장 아냐 못찾겠어” 하며 건성으로 앨범 훑어올렸다 내렸다 하는손짓에 너붕붕이 더더욱 안달이 나서 화면을 들여다봤는데. 사실 폴이 대화내용을 들은 이상 딱히 다리 노출이 심하게 심한듯이 잘못찍힌 사진이 지워지지않을걸로 걱정할건 없었다 은연중에 그렇게 안심한 동시에 다른이유로 덜컥 불안해졌다
“지워”
“사진을....! 지우라고!” 해야지...!
정말놀라 ‘꺅’하고 시작해서 뒷말은 다이어지지도 못하고 혀안쪽으로 말려 먹힐정도로 오히려 저를 보고 긴장을 다섯배는 더한채 다급하게 말하는 너붕붕을 보고 대인오씨가 “...‘사진을’” 하며 순순히 덧붙였었는데.
이건 허니와 폴 둘다, 이쯤되면 암묵적으로 뭔가를 알고있다는 뜻이였다
덧붙인 말에 다행이라는듯 한결 표정이 풀린틈에 폴은 이번엔 내놓으라고 했는데.
애초에 사진첩에서 나와서는 안될 사진의 내용을 확인해넘기고는 말을 조금 바꿨다 “사진 당장 지워, 그리고 지워져” 엄청나게 앞뒤없이 이상한 말이였지만 가로등 아래서 봐도 창백한게 보일정도로 너붕붕은 겁을 먹었고
그건 또 실제로 일어나버려서 사진을 지운 이틀뒤 술에 약을 타서 노는 형들이랑 잘못 어울리다 한밤중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문을 들은뒤로 그남자애는 다들 영영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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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말을 하지 말라고 절대하지말라고 부탁한건 아니였다 무슨일이 일어나게 하면 안된다고 부탁한거였지
폴이 먼저 대학생이되고 그 얼마 뒤 허니까지 성인이 되고 나서야
뉴스에서 ‘그 이상한 일들’을 용어까지 정해놓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일들과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폴은 센티넬이였으니까 나라의 무슨무슨 기관에 등록되어야만 했는데 허니는 그게 무턱대고 싫었다. 그게 너무 싫은일인거 같다는 감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즈음부터 점점점 아예 입을 닫은채로 지낸다고 해도 딱히 불평할 이유가 없었지. 무슨일이 일어나는것보다는 폴의 목소리를 못듣는편이 낫다고 생각할정도였다
주변에서 센티넬로 밝혀진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이 군소속이였다
‘폴은 군대에 어울리지않아 뻑하면 파병도 앞세워 보내서 사람을 죽이는곳이야’
사람을 죽이는 그런 비슷한일이 몇번 있었다는걸 너붕붕 또한 모르지않는데도 저렇게 한번씩 다짐을 시키듯 이야기했는데 사실 자의로 입을 닫아버린것이기도 했던 폴은 어차피 지금은 작가였고. 말이 필요할일은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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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날을 기점으로 남편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웃들에게도 글쓰는 사람으로만 알려져있던 엄청 다정하고 말은 못하는 안타까운 남편이, 동네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던 앤더슨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성이 끊겨서 정작 허니를 일으키는 일은 뒤로 미루기까지 하고서 물었다고
“..죽고싶어?”
문제는, 질문에는 대답이 따라올일이였고 그러니까 질문이 훨씬더 위험할수도 있었다 언제나 그랬지
너붕붕이 예전 그때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 앤더슨은 저말에 ‘아닙니다 살고싶어요’ 라고 할 인물이 아니였으니까
너무 당연하게도 “죽여봐” 하는 대답이 경솔하게 튀어나왔다
센티넬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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