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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19:23

트포프에서 옵대장이 기억 잃고 메가카가 홀라당 데려간 이후의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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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https://hygall.com/609814247
4편: https://hygall.com/610276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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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론이 새로 영입한 신입 사서 메크, 오라이온 팩스가 실은 오토봇의 전 대장인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메크는 함선 내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를 오라이온 팩스라고 소개하며 누구든 손을 대는 자는 처벌할 것이라는 디셉티콘 수장의 무시무시한 경고가 있었으므로 대놓고 발설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옵티머스, 아니, 오라이온 팩스를 향한 일반 병사 메크들의 분노가 폭발하여 집단 습격이 일어난 직후의 진료실 베드에 오라이온이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휴면 상태가 되어 누워있었다. 동체 여기저기에 의료용 튜브가 덕지덕지 매달려있어 마치 거미줄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베드 바로 옆에는 디셉티콘의 수장이 뒷짐을 지고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메가트론은 치료용 베드에 휴면 상태로 누워 있는 오라이온의 모습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라이온의 손상은 대단히 심각했다. 다른 메크들의 트랜스 플루이드가 여기저기 끈적하게 묻어있고, 밸브와 스파이크의 플레이트는 덜걱거리며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있었다. 골반의 관절부가 삐걱거리며 어긋나 있다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얼굴 플레이트와 가슴부 윈드실드까지 놈들의 흔적이 가득 튀어있다. 심하게 긁혀나간 밸브 내벽과 노드는 물론이고 동체 전신에 성한 곳이 없었으며, 도색이 완전히 벗겨진 파츠도 한두 곳이 아니었다. 얼마나 함부로 해댔는지 흡사 한바탕 전투라도 치르고 온 듯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심각한 건 시스템 내부의 손상일 것이다. 강제로 지나치게 자극된 감각 센서와 쿨링팬이 과부하로 인해 멈춰버리고 내부 온도가 발화하기 직전까지 올라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대미지를 초래하고 말았다. 몇 사이클 정도 온전히 휴면 상태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니까.


 

휴면 상태로 누워있는 오라이온을 뒤로 하고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인 뒤 산채로 갈기갈기 분해해 버리고 싶었다. 너트와 볼트를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직접 풀어내며 찢어내듯 해체해 비명을 질러대는 고철 덩어리로 만들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라이온이 그런 걸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을, 메가트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뾰족한 치아 플레이트를 까드득 소리가 나도록 악물며 겨우 참아내느라 브레인 모듈이 쑤실 지경이었지만, 어쨌든 아직은 잘 참고 있는 중이었다.


 

놈들에게 습격당하기 전에 밸브씰을 취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손에서 놓칠까 두려워 차마 움켜잡지 못했던 오라이온이 그런 악몽으로 처음을 겪게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최소한의 위안이었다. 오라이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오라이온이 아직까지 다른 메크와 밸브를 사용한 인터페이스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조금은 놀라웠고.
 

오라이온이 프라임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세는 것조차 잊을 정도의 긴 사이클이 지났다. 지구에 들러붙어 사는 유기체들이라면 수십억 번쯤 새로 태어나고 죽어가는 정도의 기나긴 사이클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옵티머스 프라임의 밸브에 처음 들어간 스파이크가 메가트론의 것이라니.


 

메가트론은 케이온의 검투사였던 시절에 이미 스파이크가 닳도록 인터페이스를 해본 경험이 있었다. 절대로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광부 출신의 밑바닥 검투사가 정치판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인터페이스 쯤은 그저 출세의 도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으므로. 
 

권력자들은 우습게도 밑바닥 출신의 검투사에게 밸브를 쑤셔지고 싶어 했다. 메가트론은 오직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스파이크를 사용하긴 했으나, 높으신 분들을 자신의 아래에 깔아뭉갤 수 있는 상황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인터페이스가 끝나면 자신은 다시 야만적인 취급을 받는 케이온의 구덩이로 돌아가야 했기에 항상 뒷맛이 찝찝하기는 했지만. 
 

게다가 대부분은 자신의 흉악하고 거대한 스파이크에만 관심이 있었으므로 밸브를 놈들에게 대줄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 제안했다고 해도 자신의 성격상 거절했을 게 틀림없었다. 권력자 놈들의 뒤를 쑤셔대며 제압하는 건 조금은 짜릿했지만, 놈들에게 뒤를 대준다고? 
 

그 짓을 하느니 차라리 그 자리에서 놈의 헤드와 동체를 분리해버리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어쩌면 오라이온, 아니… 옵티머스도 그런 부류인가? 스파이크만을 사용한 인터페이스를 한 건가? 누군가의 밸브씰을 직접 뚫은 경험은 있지만, 밸브를 사용한 적은 없는? 
 

그것도 아니면 사이버트로니안으로서 굳이 인터페이스 같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인가?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기는 하지. 케이온의 구덩이에서 검투사로 하급 인생을 살았던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는 황금도시 아이아콘의 시민이었으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건가. 오라이온이 그동안 쭉 메가트로너스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말을. 그래서 프라임이 되고 나서도 지금까지 인터페이스를 하지 않은 것인가? 

옵티머스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답을 알기는 어려웠다. 메가트론은 사고 회로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했지만, 옵티머스가 오라이온으로 돌아온 이상 대답을 들을 수는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만약 눈앞에 있는 게 옵티머스 프라임이었더라도 인터페이스를 했느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런 의문 따위는 메모리 프로세서 구석에 밀어두는 수밖에.

 

메가트론은 옵틱을 감고 언짢은 듯 낮게 보이스 박스를 울렸다.

놈들의 데이터는 사운드웨이브가 모두 기록했으니 모조리 잡아들여 그 자리에서 처형하면 된다. 감히 메가트론의 것을 망가뜨렸으니 자비로운 처형 정도로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지만, 그 때문에 오라이온의 휴면 상태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었던 건 예기치 않은 수확이었다.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었던 계획을 바로 실행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 때, 진료실의 문이 위아래로 열리고 사운드웨이브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메가트론은 뒷짐을 지고 선 채로 사운드웨이브를 향해 턱짓을 했다.


 

"왔나, 사운드웨이브. 바로 열어라."


 

"....."


 

사운드웨이브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상체 플레이트에서 튀어나온 기다란 촉수 두 개가 오라이온의 상체 플레이트의 안쪽 깊은 곳으로 파고들자, 가슴부 파츠가 좌우로 스르륵 열리더니 스파크 챔버와 함께 리더십의 매트릭스가 성스러운 빛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 서서 뒷짐을 지고 그것을 지켜보던 메가트론은 대단히 역겨운 광경이라도 본 듯 눈썹 플레이트를 확 찌푸렸다.


 

"흥. 불길한 빛을 뿜어대는군."


 

그토록 원했지만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모든 것을 앗아가고 복수심과 증오만을 심어준 저주받은 것.
 

리더십의 매트릭스. 
 

심기가 불쾌해진 메가트론이 날카로운 치아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당장 거기서 꺼내!!"

 

주군의 명령에 응답하듯 사운드웨이브의 촉수 두 개가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단부에 달린 집게 모양의 쇠손가락이 매트릭스를 집어 들어 옆에 놓인 수술대 위로 가져갔다. 메가트론은 험악한 인상을 한 채로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매트릭스를 마치 쓰레기라도 되는 듯 대충 던져놓은 사운드웨이브의 촉수가 다시 꿈틀거리며 오라이온의 헤드 뒤쪽으로 향한다.


 

"이 칩을 삽입해라."


 

그렇게 말하고 메가트론은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 손바닥을 사운드웨이브에게 펴 보였다. 메가트론의 커다란 손 위에는 일반 옵틱으로는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의 네모난 보라색 칩이 놓여있었는데, 사운드웨이브는 촉수의 말단부에 달린 쇠집게를 모아서 뾰족하게 만든 뒤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 상태로 오라이온의 헤드 뒤쪽으로 깊이 침투하여 브레인 모듈에 칩을 부착하고 다시 촉수를 빼냈다. 헤드 안쪽에 직접 침투하는 것은 대단히 정교하고 위험한 작업이므로 사운드웨이브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면 군의관인 넉아웃 정도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메가트론은 넉아웃에게 이 일을 명령하고 싶지 않았다. 넉아웃이 어딘가 묘하게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케이온 시절부터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사운드웨이브를 제외한 다른 메크에게 오라이온의 헤드 내부를 헤집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주 잘했다, 사운드웨이브."


 

"......"


 

"매트릭스는 오라이온의 눈에 띄지 않게 엄중히 보관하도록. 그것에 손도 대고 싶지 않다."


 

그 말에 사운드웨이브가 기다란 날개 모양의 팔 플레이트를 뻗어 수술대 위에 놓인 리더십의 매트릭스를 집어 들더니, 레이저비크를 가슴부 플레이트에서 분리했다. 뒷짐을 지고 서 있던 메가트론은 사운드웨이브가 무엇을 하려는지 단번에 알아채고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흐음. 꼭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사운드웨이브는 레이저비크가 분리되어 움푹 파인 자신의 상체 안쪽에 매트릭스를 숨기고 레이저비크를 다시 장착했다. 

실로 감쪽같았다.
 

이제 그 누구도 망할 매트릭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을 테지. 메가트론은 만족스러운 듯 커다란 상체를 들썩이며 웃었다.


 

"흐하하하!! 잘했다, 사운드웨이브. 이제 넉아웃을 불러와라. 물러가도 좋다."


 

사운드웨이브는 고개를 얕게 끄덕이고는 평소와 똑같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언제봐도 믿음직한 부관이다. 아마도 네메시스 함선 내에서 메가트론이 가장 신뢰하는, 그리고 가장 유능한 부하일 것이다. 게다가 두 메크의 인연은 케이온의 구덩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단히 오래되고 끈끈한 것이었으므로 메가트론은 사운드웨이브를 제외하고는 함선 내의 누구도 진정으로 믿지 않는다고 할 수 있었다. 
 

사운드웨이브가 보이스 박스를 사용하여 말하지 않고 과묵하다는 점도 아주 칭찬할 만했다. 스타스크림처럼 입에 발린 소리나 종잇장처럼 얕은 거짓말을 해대거나, 넉아웃처럼 허구한 날 도색에 대한 불평만 들어놓는 보이스 박스는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조용하면서도 능력이 뛰어나고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과묵한 부관이자 오래된 친구. 
 

사운드웨이브가 없었다면 디셉티콘이 지금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메가트론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오래된 친구라...... 한 때 그렇게 불렀던 이가 또 있었지.

친우. 형제. 오라이온. 


 

나를 배신한 나의 오라이온.


 

두 메크가 각각 검투사와 사서였던 시절의 관계는 친우라고 밖에 정의할 수 없었다. 아이아콘 기록보관소의 사서 메크가 무패의 챔피언이자 혁명가에게 보낸 짧은 메시지는 흥미를 돋우기에는 충분했다.


 

[당신의 사상은 흥미롭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의 말을 듣고 있어요. 대화를 합시다.]


 

그리고 그 딱딱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읽은 순간 메가트로너스는 깨달았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대단히 고지식한 자라는 사실을. 게다가 사서라니, 지루하기 짝이 없을 것만 같은 직함이 아닌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서가 흥미롭긴 했지만 자신의 사상에 얼마나 동조해줄지는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후에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다듬고 때로는 토론에 열중하는 등 어느 정도는 가까워졌다.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사상을 부딪혀가며 다듬어 주기도 했다. 
 

메가트로너스는 기록보관소의 일개 사서가 자신의 연설로 인해 서서히 인식을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누군가를 오롯이 자신의 색으로 물들인다는 것은, 자신감 넘치는 메가트로너스에게 일종의 흥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오라이온 팩스가 메가트로너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몰랐다. 반대로 오라이온 팩스에게 메가트로너스가 끼칠 영향도.


 

그리고 둘의 만남이 사이버트론 전체의 운명을, 나아가 온 우주의 운명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각자 아이아콘과 케이온에서 메시지만으로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오라이온이 힘들게 시간을 내어 케이온으로 직접 찾아오고, 푸르고 선명한 옵틱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순간—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되어 반갑네. 메가트로너스.'


 

메가트로너스는 일류 검투사의 야수 같은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메가트로너스가 보기에 연약하기 짝이 없는 사서는 동체와는 달리 낮고 깊은 울림이 있는 음성을 가졌다. 선량하고 다정한 음색. 그러면서도 듣는 이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신뢰감을 주어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은 감히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선천적인 재능이다. 맑고 푸른 옵틱은 선량하고 부드럽지만 강인함과 끈기를 품고 있었다. 
 

오라이온의 모습을 옵틱에 직접 담은 순간, 메가트로너스의 브레인 모듈이 동체의 전신에 온갖 신호를 쏘아대고 있었다.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오라이온의 어깨에 새겨진 자신의 디셉티콘 마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메가트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하든 자네는 또다시 날 배신하겠지."


 

메가트론은 입꼬리를 비릿하게 뒤틀며 웃었다.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오라이온이 언젠가 기억을 되찾고 결국 자신의 손에서 또 떠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게 오라이온을 오라이온으로 만드는 본질이므로. 그가 프라임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므로.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국은 또다시 자신의 곁을 떠나고, 자신을 배신하고,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 서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것을 늦출 수 있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잃어버린 그를 잠시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 찰나의 사이클이라도….. 나의 오라이온으로 있어 준다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휴면 상태에 빠진 오라이온을 내려보는 메가트론의 핏빛 옵틱이 형형한 빛을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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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는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이제 진료실에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넉아웃은 애원하다시피 오라이온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오라이온은 디셉티콘의 자그마한 군의관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오라이온이 진료실에 들러 넉아웃에게 동체를 점검받을 때마다 메가트론이 바로 옆에 뒷짐을 지고 서서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넉아웃. 오라이온의 헤드는 스캔할 필요 없다. 알겠나?’


 

‘예? 어….. 알겠습니다. 로드 메가트론.’


 

진료실 구석에서 도색을 손보고 있던 넉아웃에게 혼자 찾아온 메가트론이 내린 명령이었다. 과부하로 인한 과열 때문에 헤드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데….. 
 

그러나 디셉티콘 수장이 바로 앞에서 시뻘건 옵틱을 빛내며 내린 명령을 어길 만한 배짱도, 이유도 넉아웃에게는 없었다. 동체의 다른 곳은 전부 멀쩡하니 이제 괜찮겠지, 뭐. 
 

둘 사이에 또 뭔가 일이 있군…. 정도만 짐작하고 모른 척 하기로 한다. 아니, 정말로 사양하고 싶다니까. 저 둘 사이에 휘말리는 건. 

안 그래도 디셉티콘 내에서 최근 넉아웃의 지위는 위태로웠으므로 최대한 몸을 사리고 싶었기도 하고. 더 이상 메가트론의 옵틱 밖에 나서 좋을 것은 없으니까.


 

넉아웃은 상관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옵틱에서 시뻘건 레이저를 쏘아대는 통에 죽을 맛이었지만, 옵.... 오라이온은 선천적으로 좀 둔한 모양인지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여하튼 이제는 진짜로 해방이라는 생각에 오라이온이 메가트론과 함께 진료실을 나서는 뒷모습을 충분히 음미했다. 저 튼튼한 배기통과 팔뚝을 이제는 만져볼 일이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메가트론의 이글거리는 옵틱에서 해방된 것은 대단히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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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온은 진료실을 나와서 자료실로 걸어가는 내내 메가트로너스가 자신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 안고 있어서 무진장 불편했다. 차마 말은 못하고 그의 팔 안에서 동체를 조금 움직이며 불편함을 소극적으로 표시했지만, 메가트로너스는 그럴 때마다 오라이온을 내려보며 씨익 웃기만 하더니 두터운 팔에 더욱 힘을 주어 자신의 동체에 바짝 끌어당겼다. 이제는 거의 메가트로너스에게 안기다시피 한 오라이온은 할 수 없이 힘을 빼고 그에게 완전히 기댄 채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넓은 전함의 복도를 그 상태로 얼마나 걸었을까, 자료실 문 앞에 도착하자 메가트로너스가 오라이온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당분간은 자료실에서 나오지 말고 프로젝트 아이아콘을 진행해주게. 잘 알겠지만 한시가 급하네.“


 

“알겠습니다. 로드 메가트론.”
 

 

오라이온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자료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위아래로 열렸던 문이 꽉 맞물리며 닫히고, 메가트론은 핏빛 옵틱을 가늘게 뜨고 속삭이듯 말했다.


 

“사운드웨이브.”
 

 

그러자 어느샌가 등 뒤에 사운드웨이브가 서 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메가트론은 익숙한 듯 뒤돌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침입자가 있다고?”


 

“……..”
 

 

사운드웨이브가 통신으로 메가트론에게만 전달한 모양이었다.
오토봇 하나가 전함에 침입했다는 보고였다.
메가트론이 뒷짐을 지고 서서 턱짓을 하자, 사운드웨이브의 바이저 마스크에 바이크 한 대가 전함 내 복도를 미친 듯이 질주하는 화면이 재생되었다.


 

“알시로군.”


 

오라이온에게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숨겨야 한다. 그를 또다시 놓칠 수 없다. 절대로.
 

메가트론은 날카로운 치아 플레이트를 드러내며 나지막하게, 그러나 힘주어 명령을 내렸다.


 

”오라이온이 알아서는 안 된다. 조용히 알시를 바깥으로 에스코트하도록.”


 

사운드웨이브가 바이저 마스크의 영상을 끄고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


 

최고의 롸벗남편 사웨는 유능하다 매트릭스도 숨겨주고 칩도 심어주고 알씨도 에스코트해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가카 사웨 없었으면 어쩔뻔
아 기억잃은 오라이온이 기절한 틈에 칩 정도는 겸사겸사 심을 수도 있는거 아닐까요?(?)
그나저나 메가카도 나름 바쁘다 명령도 내리고 칩 심어놓은 오라이온 앞에서 연기랑 거짓말도 잘 해야하고 오라이온 가둬놓고 디셉티콘 일도 처리해야하고 

메가옵티 메가오라 메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