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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2 22:11
*아래 ㄱㅇ노래 듣다가 생각나서 쓰는 글






- 고객님이 전화를 받으실 수 없어…


습관적으로 거는 나, 당연히 받지 않는 너. 무미건조한 자동 응답의 목소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데, 한때 사랑을 속삭이던 네 목소리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간다. 문자를 보낼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보내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메시지 창을 올려봐도 내가 보낸 문자만 한가득. 네 답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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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간을 좀 갖자."

"....."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으면 해."


여전히 그날의 마지막 장면이 선명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을 마주 보며 그렇게 말하던 너. 한때는 사랑한다고 말하던 네가, 함께한 시간이 소중하다던 네가.... 그날 이후, 밤마다 떠오르던 네 목소리.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시간을 갖자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일어나 앉은 밤이 몇 날 며칠인지도 모른다.

 

나는 기다렸다. 네가 그저 잠시 혼란스러워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몇 주, 몇 달이 지나면 결국 돌아올 거라고, 우리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널 떠올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시간을 가졌다. 우리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 눈을 보면서 이야기했잖아. 두 달이 지났지만- 연락은 여전히 없고, 네가 돌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매일, 매 순간 새로워지던 너의 조각은 새로워지지 않고 자꾸자꾸 낡아져만 갔다.





_



 

유명인과의 연애는 이런 것이다. 두 달째 연락이 없는 사람의 소식도 알 수 있다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헐리우드 일간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 다른 여자와 함께 손을 잡고 웃고 있는 네 모습. 내 머릿속에 선명한 마지막 모습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 보이는 너.

나한테 어떻게 이래.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네 웃는 얼굴이 나를 이렇게 짓밟을 수도 있구나.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여자가.... 내 흔적을 다 지워줬나봐, 너는 그래서 괜찮은가보다...

나는, 괜찮지 않은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네 말만 믿고 버티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억겁의 시간이 주어진대도 너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을 거다.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 것도 나, 시간을 가진 것도 나뿐인 거다. 나를 시간 속에 가둔 너는 그사이에 나를 잊고, 내 존재를 잊고, 다른 사랑을 찾았다. 그렇게 행복하냐고, 입이 귀까지 걸려있는 네 사진 위로 눈물이 툭, 툭 떨어졌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대답을 듣고 싶었다. 이제는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가 갖기로 했던 시간이 끝난 거냐고, 우리 관계가 이렇게 끝이 나는 거라면.... 네게 확답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실낱같은 가능성을 바랐는지도.....

 
신호음이 두 번 울리더니, 네가 전화를 받았다. 한때 그토록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너무도 차갑고 무감정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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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한 마디에 꾹꾹 눌러온 질문이 터져 나왔다.


"그때… 정말 시간을 갖자는 말이 그런 뜻이었어? 우리 관계를 생각해 보겠다던 네 말, 내가 다 잘못 생각했던 거야?"


잠시 침묵하던 너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때는... 좀 혼란스러웠어. 처음에는 정말 시간을 갖자는 의미였어."


처음에는. 그렇게 담담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내가 견뎌온 슬픔과 혼란스러운 밤들이,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던 기약 없는 시간들이 너에게는 그렇게 무덤덤한 것이었을까. 목 끝까지 차오른 마음을, 찰랑거리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물었다.


"이제는 확신이 서는 거야?"


너는 길게 한숨을 쉬고 건조하게 말했다.


"그래... 미안해. 나는 이제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해지고 싶다고..... 이제, 행복해지고 싶다고. 네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며 내 마지막 가능성을 산산이 부쉈다. '허니 비는 내 행복이라서 둘 다 ㅎ으로 시작하나 봐' 그렇게 말하던 네 행복에는 내가 더 이상 없구나. 한없이 허무해졌다. 내가 없어야 행복하다는 네 말에 비참함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올라왔다. 차가운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꺼냈다.


"네가 행복하다면 됐다는 말은 안 할게. 넌 절대 불행할 일은 없겠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 되니까.

전화를 끊고 찬 바람이 부는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눈을 감고 네 기억을 떠나보냈다. 기다림 속에 갇혀 있던 시간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제는 너를 놓아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허니비는, 진짜로 라이언 레이놀즈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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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야 미안하다 그치만 님이 이렇게나 핫해서 싸늘한 거 보고싶은 걸 어떡해...






놀즈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