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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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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평소와 같은 날이었음. 하이가드를 이끌고 센티넬의 에너존 수송 열차를 공격하여 에너존을 탈취하는 흔한 일상. 스타스크림은 멈춘 열차에서 에너존을 빼오는 부하들을 보고 있었지. 센티넬 이 지긋지긋한 자식...
"생명체 신호 감지."
사운드웨이브가 스타스크림을 불렀음. 스타스크림은 인상을 찡그리며 사운드웨이브에게 다가갔어. 열차에 경비라도 타고 있었나. 물건을 거칠게 치워내자 열차 구석에 작은 코그리스 메크가 숨어있는 게 보였지. 동체가 거의 부숴져 있었고 옵틱에는 세척액이 흐르고 있었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대로 숨어들었던 곳이 하필이면 에너존 수송 열차였던 모양임. 그 코그리스는 자신이 발견되자 완전히 패닉에 빠진 상태로 더욱 몸을 웅크렸어.
"코그리스: 치료 필요."
"뭐? 누군지도 모를 녀석한테 낭비할 자원은 없어."
"스타스크림."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지금도 이미 물자가 부족하고 센티넬과의 대치 상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음. 불쌍하다고 일일히 다 치료해주면 내 부하들은 뭘로 치료를 하냔 말이야. 리더의 깊고도 깊은 뜻을 모르는 사운드웨이브는 항의하듯 바이저를 번쩍이고 있음. 스타스크림은 그냥 쳐다보지 않는 쪽을 택했음.
"전투 프레임이군."
어느 새 다가온 쇼크웨이브가 코그리스를 살피더니 말했어.
"치료하고 코그만 새로 달아주면 바로 전력으로 쓸 수 있을 거다."
웨이브 두명이 스타스크림을 쳐다봄. 여기도 지긋지긋한 놈들이 있네. 스타스크림은 혀를 찼어.
"여분의 코그는?"
"저번 전투에서 작동이 멈춘 녀석들 것이 있다."
"그래. 데려가."
허락이 떨어지자 쇼크웨이브는 코그리스에게 다가갔지. 친절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강압적이지도 않았음. 손을 내밀고 기다리자 코그리스가 조심스럽게 쇼크웨이브의 손을 잡았음.
코그리스는 쇼크웨이브에게 의지하며 절뚝절뚝 걸어나왔음. 그리고 스타스크림 옆을 지나가며 그를 올려다 봤어. 스타스크림은 비죽히 웃었음.
"기만자의 성에서 탈출한 걸 축하한다."
코그리스의 황금빛 옵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음.
스타스크림이 오라이온을 데리고 온 곳은 아이아콘의 중심부였음.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로드 메가트론이 머무는 곳.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이 자신의 권력을 뽐내듯 화려하고 과시적인 생활을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심심한 곳일 듯. 덕분에 강박적일 정도로 깨끗하긴 함.
"상태는 어때."
구경에 정신이 없던 오라이온은 스타스크림의 말에 그쪽을 돌아봤음. 어떤 문 앞에 처음 보는 메크가 서있음. 아, 쇼크웨이브. 그 역시 한참 역사 데이터 뒤질 때 본 기억이 있음.
"평소와 같다. 이녀석은 뭐지?"
"실험용."
스타스크림의 불길한 발언에 오라이온은 정말 도망가고 싶었음. 쇼크웨이브는 오라이온을 들여다보더니 헤드를 기울였음.
"스타스크림. 이게 정말 통할 거라 생각하나?"
"안 통하면 어쩔 수 없지."
오라이온은 황당함에 스타스크림을 바라봄. 보라색 메크는 고개를 젓더니 오라이온에게 주사기 형태의 뭔가를 주었음.
"안에 들어가면 로드께서 계실 거다. 다가가서 이걸 투여해. 외장갑을 피해 꽂기만 하면 된다."
"이게 뭔데요?"
오라이온은 장치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폈음. 오라이온이 장치를 움직일 때마다 안에 들어있는 분홍색 액체가 흔들거림. 스타스크림은 오라이온이 장치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막았음.
"알아서 뭐하게. 시키는 대로 하기나 해."
"싫은데요. 이게 암살 시도가 아니란 보장이 있나요."
오라이온은 장치를 한손으로 흔들며 뻗댔음. 암살 시도건 아니건 오라이온에게 선택권은 없지만 아닌 건 아닌 거지. 쇼크웨이브는 오라이온의 의심이 모욕적이라는 듯 표정이 사나워졌음. 표정이 있는 헤드였구나. 어떻게 한 거지.
"그냥 리차징 유도제다."
"메가트론이 리차징을 못하고 있어요?"
"자세한 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을 위한 일이라면 어느정도 도울 의향이 있었음. 하지만 협조를 구하면서 매우 비협조적으로 틱틱대는 스타스크림이 마음에 들지 않음.
"그런 거면 하이가드가 해도 되잖아요."
"그게 쉬웠으면 여기까지 안 왔지."
스타스크림의 퉁명스레 대답에 오라이온은 그때 본 메가트론을 떠올렸음. 안 그래도 불안하고 예민한 성정인데 리차징까지 못했다면 정말 난리도 아닐 거임. 하이가드도 고생이 많겠다 생각하며 주사기나 살펴보던 오라이온은 잠시 뒤 이 대화의 이상한 점을 감지했음.
"그럼 저는요?"
"그러니까 잘해봐."
스타스크림은 문을 열고 오라이온을 밀어넣었음. 오라이온이 뭘 더 물어볼 시간도 없었지. 바로 문이 닫히니 방 안은 빛 한점 없는 어둠 밖에 남지않았음.
문을 보며 투덜거리던 오라이온이 방 안을 향해 돌아선 순간 뭔가가 이곳을 향해 달려드는 소리가 났어. 오라이온은 거의 반사적으로 피하며 몸을 날렸지. 오라이온 대신 주먹에 맞은 벽이 거의 반파 됐음.
겨우 피한 오라이온이 기겁을 하며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붉은 옵틱이 형형히 빛나는 게 보였음. 그리고 반대의 입장에선, 어둠 속에 빛나는 파란 옵틱만 보였지. 그 푸른색을 감지한 메가트론의 옵틱이 더욱 붉은색으로 타올랐어.
"센티넬..."
"뭐? 네? 아니에요!"
당황한 오라이온이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었음. 메가트론은 엔진을 으르릉거리며 천천히 다가왔어.
"내가 분명 널 죽였는데..."
오라이온의 브레인 모듈이 메가트론에게 반으로 찢기는 센티넬의 영상을 재생했음. 캐논도 꺼내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그날을 재현하려는 듯함. 오라이온은 허리가 둘로 나뉘는 고통을 상상했다가 몸서리쳤음.
다행히 오라이온에겐 쇼크웨이브가 준 리차징 유도제가 있음. 어떻게든 리차징 유도제만 투여할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지. 현실적으로 메가트론을 잽싸게 피해 투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차라리 붙잡히는 게 나을 수도.
방향을 정한 오라이온은 온 힘을 다해 메가트론에게 달려들었어. 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메가트론은 뒤로 넘어갔지만 곧바로 정비를 갖추고 오라이온을 잡아챘음. 순식간에 자세가 역적됐어. 재빨리 장치를 꽂으려 했던 오라이온은 바닥에 헤드를 부딪혀 잠깐 정신을 못차렸지. 정말 잠깐이었는데 양 손이 붙잡혀 제압당했음.
오라이온은 제 위에 올라탄 메가트론을 보며 낭패스러웠지. 내가 메가트론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하이가드조차 제압하기가 힘들다는데 무슨 패기로 달려들었을까. 후회해도 이미 늦었음. 오라이온은 손목에 오는 압력 탓에 결국 장치도 놓쳐버렸지.
"메가트론! 날 봐요! 날 봐! 내가 센티넬처럼 보여?!"
오라이온은 할 수 있는 건 말 뿐이니 최선을 다해 외쳤음. 하지만 붉은 옵틱은 초점이 나간 채 돌아오지 않고 있어. 방이 어두워서 보이질 않나? 라이트를 키려고 해도 손이 필요해. 고민하던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지. 그리고 이를 악물고 잡아당기자 메가트론이 순간 휘청였음. 바닥을 짚느라 한쪽 손이 풀렸고 오라이온은 그대로 메가트론의 뒤통수에 손을 감아 당겼음. 둘의 이마가 부딪혔어.
이토록 가까워지니 서로의 옵틱에서 나온 빛으로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음. 파란 옵틱. 언젠가 메가트론의 희망 그 자체였던 가짜 프라임의 것. 그런데 그녀석의 것이 이렇게 반짝였던가. 메가트론은 제 붉은 빛에 물든 얼굴을 바라보았지. 본 적이 있는 얼굴임. 기억 회로의 혼선 때문에 누군지 바로 떠오르진 않지만...
이 녀석은 분명...
"...동굴에서 만난 녀석이군."
메가트론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음. 이글대던 옵틱이 훅 가라앉음. 기억하는구나. 오라이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메가트론을 놓았음. 메가트론은 자신의 개인실 바닥에 누워있는 메크를 이상하게 쳐다봤음.
"뭘하는 거야 여기서."
"사실 나도 내가 뭘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오라이온은 긴장이 풀려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메가트론을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음.
"원래 만나는 메크마다 그렇게 다 죽이려고 들어요? 저 당신 두번 만났는데 두번 다 죽을 뻔 한 거 알아요?"
메가트론은 찡그리며 오라이온의 위에서 내려와 옆에 앉았음.
"네 옵틱이 재수없는 색이라 그래."
"메크들 대부분이 파란색인데요. 당신은 친구 사귀기는 글렀네요. 아, 그래서 하이가드들이 다 붉은 옵틱을 가지고 있는 건가."
오라이온은 드러누운 채로 쓸데없는 소리를 조잘거렸음. 건성으로라도 대답하던 메가트론이 조용해지고 붉게 빛나던 빛이 사라지자 오라이온은 그쪽을 돌아봤지. 어둠 속에서 메가트론이 벽에 기대어 옵틱을 감고 있었음.
한참 뒤 오라이온이 문 밖으로 나오니 한명이 더 늘어나 있었음. 사운드웨이브. 오라이온은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지만 이미 문이 닫혀서 도망칠 구석이 없었음.
"봤지? 멀쩡하잖아."
스타스크림이 가볍게 말하자 사운드웨이브가 그쪽을 돌아봄. 바이저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노려보는 것 같음. 둘이 싸우기라도 했나.
"자. 그럼 우리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지?"
스타스크림이 위협적으로 오라이온에게 다가왔음. 오라이온은 최대한 문에 동체를 붙임.
"제가 완벽히 설명할 수 있어요."
"해봐 그럼."
"이 모든 게 엄청난 우연 때문에..."
"닥쳐."
로드 메가트론께서 전투력 낮은 어린 메크에게 꽤 무르단 걸 알아냈으니 그쪽으로 연구를 더 해보면 되겠지. 하지만 이건 필요 없음. 이런 수상하고 말 안 듣는 녀석을 로드 곁에 붙여둘 순 없잖아.
스타스크림은 작은 자비심을 베풀어 적어도 한번에 끝내주려고 했음. 그때 오라이온이 손에 들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어.
"뭐야 그건."
"이거요? 아까 주셨잖아요."
오라이온은 리차징 유도제를 스타스크림에게 건넸지. 스타스크림은 장치를 받아 살폈음. 액체가 그대로 들어있어.
"이걸.. 사용하지 않은 거냐?"
오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였음. 세명의 하이가드가 오라이온을 바라봤어. 그 이상한 분위기에 오라이온은 그냥 다시 메가트론의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음.
이윽고 스타스크림과 쇼크웨이브가 뭔가의 시선교환을 시작했음. 그리고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의 통신 장치에 손을 대고 누군가를 호출했지. 잠시 뒤 재즈가 나타났어. 재즈는 셋과 함께 있는 오라이온을 보며 살짝 기절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음.
스타스크림은 그 이상 오라이온에게 질문하지 않았음. 죽이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재즈가 오라이온을 데리고 돌아가는 걸 의미심장하게 봤을 뿐임. 재즈는 오라이온을 데리고 돌아가다가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뒤에야 오라이온을 살피며 말을 걸었음.
"무슨 일이 있었어? 이상한 짓 당하진 않은 거야?"
오라이온은 동체 상태를 확인하는 재즈에게 괜찮다고 손을 저었음.
"괜찮아. 메가트론하고 이야기만 좀 했어."
"뭐?"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걱정할 거 같아서 최대한 순화했는데도 재즈가 심각해졌음.
"메가트론과 있었어?"
"리차징을 못한다고 하길래..."
"거길 널 들여보냈단 말이야?!"
오라이온은 재즈가 화난 걸 처음 봤음. 오라이온은 당황했지.
"그냥 이야기만 했어."
"그럼 이건 뭔데?!"
재즈가 오라이온의 손을 들어보였음. 아까 잡힌 탓에 생긴 부상이 손목에 그대로 남아있음. 이건 또 언제 봤지. 오라이온은 머쓱하게 시선을 피했음.
"화를 좀 내긴 했는데 금방 진정했어."
"......"
아, 오라이온은 옵틱을 꿈뻑였음. 최대한 작게 중얼거리긴 했지만 재즈가 욕을 했어. 이것도 처음 보는 광경임.
돌아가는 길에 재즈는 생각이 많아 보였음. 항상 가벼운 태도로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오늘은 조용하기만 함. 라쳇도 그렇고 왜 다들 메가트론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으로 반응할까.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뭐 어떻게 안 죽고 잘 진정시킨다면 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재즈."
"...응?"
재즈는 오라이온이 쭈뼛대는 걸 발견하곤 화나지 않았다고 티를 내며 애써 입꼬리를 올렸음.
"센티넬의 시대에 있었던 코그드들을 지금도 원망해?"
메가트론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을 살았던 재즈에게 물어본다면 메가트론의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이 있을지도 모름. 재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오라이온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어.
"잘 모르겠어."
"모른다고?"
"말 그대로, 그냥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어. 처음에 진실을 듣고 화가 난 건 맞지만 그후론 나도 살아남기 바빴거든."
오라이온은 이해할 수 없었지.
"누가 재즈를 죽이려고 했어?"
재즈는 쓰게 웃었음.
"그때 메가트론이 돌아온 뒤 죽은 건 코그드 뿐만이 아니야. 지금 광산에서 일하는 것도 전부 그 시절의 코그드가 아니고."
오라이온은 누군가 헤드를 때린 기분이었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나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어. 사실 지금도 딱히 다르진 않지."
"하지만 메가트론이 증오하는 건 센티넬과 그때의 코그드잖아. 왜.."
"오라이온."
재즈가 빙그레 미소지었음.
"나 메가트론의 코그리스 시절을 알고 있어."
오라이온의 옵틱이 휘둥그레 커졌지.
"우린 같은 구역에서 일했거든. 그때의 메가트론은 우리 구역에서 가장 성실하던 녀석이었어. 그리고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광팬이었고.. 센티넬 프라임을 아주 따랐지."
오라이온은 성실하게 일만 하는 메가트론의 이미지가 영 상상되질 않았음. 센티넬을 따르는 모습도.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광팬인 건... 뭔가 짐작가는 메모리가 있긴 하다.
"난 그녀석이 얼마나 신실하고 얌전히 순종했는지 옆에서 봤으니까 그 배신감에 대해서도 짐작은 가. 센티넬, 코그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코그리스, 그냥 그곳에 존재했을 뿐인 누군가. 거기에 더해 사이버트론 전부를 다 태워버린다 해도 분노는 멎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분명 방법이 있지 않을까? 매트릭스를 찾는다면..."
오라이온이 다급하게 말하자 재즈가 오라이온에게 천천히 다가왔지.
"오라이온. 해결 방법이 뭐든 그걸 네가 할 필요는 없어."
오라이온은 재즈의 오롯한 걱정에 스파크가 아팠지만 물러설 수 없었음.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들어."
"....."
재즈는 오라이온을 가만히 바라봤지. 그 얼굴엔 애석함과 슬픔, 그리고 어쩐지 자랑스러움이 있었어.
"그럴지도 모르지... 너라면."
재즈가 오라이온의 손을 잡았음.
"그래. 알겠어."
"재즈?"
"당분간 날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오라이온.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지만 제발... 너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줘."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입만 달싹이는 동안 재즈는 오라이온의 손을 놓고 트랜스폼을 하더니 어딘가로 떠났음. 오라이온은 그 모습을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메가오라 메옵
그날은 평소와 같은 날이었음. 하이가드를 이끌고 센티넬의 에너존 수송 열차를 공격하여 에너존을 탈취하는 흔한 일상. 스타스크림은 멈춘 열차에서 에너존을 빼오는 부하들을 보고 있었지. 센티넬 이 지긋지긋한 자식...
"생명체 신호 감지."
사운드웨이브가 스타스크림을 불렀음. 스타스크림은 인상을 찡그리며 사운드웨이브에게 다가갔어. 열차에 경비라도 타고 있었나. 물건을 거칠게 치워내자 열차 구석에 작은 코그리스 메크가 숨어있는 게 보였지. 동체가 거의 부숴져 있었고 옵틱에는 세척액이 흐르고 있었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되는 대로 숨어들었던 곳이 하필이면 에너존 수송 열차였던 모양임. 그 코그리스는 자신이 발견되자 완전히 패닉에 빠진 상태로 더욱 몸을 웅크렸어.
"코그리스: 치료 필요."
"뭐? 누군지도 모를 녀석한테 낭비할 자원은 없어."
"스타스크림."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지금도 이미 물자가 부족하고 센티넬과의 대치 상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음. 불쌍하다고 일일히 다 치료해주면 내 부하들은 뭘로 치료를 하냔 말이야. 리더의 깊고도 깊은 뜻을 모르는 사운드웨이브는 항의하듯 바이저를 번쩍이고 있음. 스타스크림은 그냥 쳐다보지 않는 쪽을 택했음.
"전투 프레임이군."
어느 새 다가온 쇼크웨이브가 코그리스를 살피더니 말했어.
"치료하고 코그만 새로 달아주면 바로 전력으로 쓸 수 있을 거다."
웨이브 두명이 스타스크림을 쳐다봄. 여기도 지긋지긋한 놈들이 있네. 스타스크림은 혀를 찼어.
"여분의 코그는?"
"저번 전투에서 작동이 멈춘 녀석들 것이 있다."
"그래. 데려가."
허락이 떨어지자 쇼크웨이브는 코그리스에게 다가갔지. 친절한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강압적이지도 않았음. 손을 내밀고 기다리자 코그리스가 조심스럽게 쇼크웨이브의 손을 잡았음.
코그리스는 쇼크웨이브에게 의지하며 절뚝절뚝 걸어나왔음. 그리고 스타스크림 옆을 지나가며 그를 올려다 봤어. 스타스크림은 비죽히 웃었음.
"기만자의 성에서 탈출한 걸 축하한다."
코그리스의 황금빛 옵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음.
스타스크림이 오라이온을 데리고 온 곳은 아이아콘의 중심부였음.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로드 메가트론이 머무는 곳.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이 자신의 권력을 뽐내듯 화려하고 과시적인 생활을 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심심한 곳일 듯. 덕분에 강박적일 정도로 깨끗하긴 함.
"상태는 어때."
구경에 정신이 없던 오라이온은 스타스크림의 말에 그쪽을 돌아봤음. 어떤 문 앞에 처음 보는 메크가 서있음. 아, 쇼크웨이브. 그 역시 한참 역사 데이터 뒤질 때 본 기억이 있음.
"평소와 같다. 이녀석은 뭐지?"
"실험용."
스타스크림의 불길한 발언에 오라이온은 정말 도망가고 싶었음. 쇼크웨이브는 오라이온을 들여다보더니 헤드를 기울였음.
"스타스크림. 이게 정말 통할 거라 생각하나?"
"안 통하면 어쩔 수 없지."
오라이온은 황당함에 스타스크림을 바라봄. 보라색 메크는 고개를 젓더니 오라이온에게 주사기 형태의 뭔가를 주었음.
"안에 들어가면 로드께서 계실 거다. 다가가서 이걸 투여해. 외장갑을 피해 꽂기만 하면 된다."
"이게 뭔데요?"
오라이온은 장치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폈음. 오라이온이 장치를 움직일 때마다 안에 들어있는 분홍색 액체가 흔들거림. 스타스크림은 오라이온이 장치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막았음.
"알아서 뭐하게. 시키는 대로 하기나 해."
"싫은데요. 이게 암살 시도가 아니란 보장이 있나요."
오라이온은 장치를 한손으로 흔들며 뻗댔음. 암살 시도건 아니건 오라이온에게 선택권은 없지만 아닌 건 아닌 거지. 쇼크웨이브는 오라이온의 의심이 모욕적이라는 듯 표정이 사나워졌음. 표정이 있는 헤드였구나. 어떻게 한 거지.
"그냥 리차징 유도제다."
"메가트론이 리차징을 못하고 있어요?"
"자세한 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을 위한 일이라면 어느정도 도울 의향이 있었음. 하지만 협조를 구하면서 매우 비협조적으로 틱틱대는 스타스크림이 마음에 들지 않음.
"그런 거면 하이가드가 해도 되잖아요."
"그게 쉬웠으면 여기까지 안 왔지."
스타스크림의 퉁명스레 대답에 오라이온은 그때 본 메가트론을 떠올렸음. 안 그래도 불안하고 예민한 성정인데 리차징까지 못했다면 정말 난리도 아닐 거임. 하이가드도 고생이 많겠다 생각하며 주사기나 살펴보던 오라이온은 잠시 뒤 이 대화의 이상한 점을 감지했음.
"그럼 저는요?"
"그러니까 잘해봐."
스타스크림은 문을 열고 오라이온을 밀어넣었음. 오라이온이 뭘 더 물어볼 시간도 없었지. 바로 문이 닫히니 방 안은 빛 한점 없는 어둠 밖에 남지않았음.
문을 보며 투덜거리던 오라이온이 방 안을 향해 돌아선 순간 뭔가가 이곳을 향해 달려드는 소리가 났어. 오라이온은 거의 반사적으로 피하며 몸을 날렸지. 오라이온 대신 주먹에 맞은 벽이 거의 반파 됐음.
겨우 피한 오라이온이 기겁을 하며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붉은 옵틱이 형형히 빛나는 게 보였음. 그리고 반대의 입장에선, 어둠 속에 빛나는 파란 옵틱만 보였지. 그 푸른색을 감지한 메가트론의 옵틱이 더욱 붉은색으로 타올랐어.
"센티넬..."
"뭐? 네? 아니에요!"
당황한 오라이온이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었음. 메가트론은 엔진을 으르릉거리며 천천히 다가왔어.
"내가 분명 널 죽였는데..."
오라이온의 브레인 모듈이 메가트론에게 반으로 찢기는 센티넬의 영상을 재생했음. 캐논도 꺼내지 않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그날을 재현하려는 듯함. 오라이온은 허리가 둘로 나뉘는 고통을 상상했다가 몸서리쳤음.
다행히 오라이온에겐 쇼크웨이브가 준 리차징 유도제가 있음. 어떻게든 리차징 유도제만 투여할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지. 현실적으로 메가트론을 잽싸게 피해 투여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차라리 붙잡히는 게 나을 수도.
방향을 정한 오라이온은 온 힘을 다해 메가트론에게 달려들었어. 대비가 되어 있지 않던 메가트론은 뒤로 넘어갔지만 곧바로 정비를 갖추고 오라이온을 잡아챘음. 순식간에 자세가 역적됐어. 재빨리 장치를 꽂으려 했던 오라이온은 바닥에 헤드를 부딪혀 잠깐 정신을 못차렸지. 정말 잠깐이었는데 양 손이 붙잡혀 제압당했음.
오라이온은 제 위에 올라탄 메가트론을 보며 낭패스러웠지. 내가 메가트론을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하이가드조차 제압하기가 힘들다는데 무슨 패기로 달려들었을까. 후회해도 이미 늦었음. 오라이온은 손목에 오는 압력 탓에 결국 장치도 놓쳐버렸지.
"메가트론! 날 봐요! 날 봐! 내가 센티넬처럼 보여?!"
오라이온은 할 수 있는 건 말 뿐이니 최선을 다해 외쳤음. 하지만 붉은 옵틱은 초점이 나간 채 돌아오지 않고 있어. 방이 어두워서 보이질 않나? 라이트를 키려고 해도 손이 필요해. 고민하던 오라이온은 메가트론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지. 그리고 이를 악물고 잡아당기자 메가트론이 순간 휘청였음. 바닥을 짚느라 한쪽 손이 풀렸고 오라이온은 그대로 메가트론의 뒤통수에 손을 감아 당겼음. 둘의 이마가 부딪혔어.
이토록 가까워지니 서로의 옵틱에서 나온 빛으로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음. 파란 옵틱. 언젠가 메가트론의 희망 그 자체였던 가짜 프라임의 것. 그런데 그녀석의 것이 이렇게 반짝였던가. 메가트론은 제 붉은 빛에 물든 얼굴을 바라보았지. 본 적이 있는 얼굴임. 기억 회로의 혼선 때문에 누군지 바로 떠오르진 않지만...
이 녀석은 분명...
"...동굴에서 만난 녀석이군."
메가트론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음. 이글대던 옵틱이 훅 가라앉음. 기억하는구나. 오라이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메가트론을 놓았음. 메가트론은 자신의 개인실 바닥에 누워있는 메크를 이상하게 쳐다봤음.
"뭘하는 거야 여기서."
"사실 나도 내가 뭘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오라이온은 긴장이 풀려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메가트론을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음.
"원래 만나는 메크마다 그렇게 다 죽이려고 들어요? 저 당신 두번 만났는데 두번 다 죽을 뻔 한 거 알아요?"
메가트론은 찡그리며 오라이온의 위에서 내려와 옆에 앉았음.
"네 옵틱이 재수없는 색이라 그래."
"메크들 대부분이 파란색인데요. 당신은 친구 사귀기는 글렀네요. 아, 그래서 하이가드들이 다 붉은 옵틱을 가지고 있는 건가."
오라이온은 드러누운 채로 쓸데없는 소리를 조잘거렸음. 건성으로라도 대답하던 메가트론이 조용해지고 붉게 빛나던 빛이 사라지자 오라이온은 그쪽을 돌아봤지. 어둠 속에서 메가트론이 벽에 기대어 옵틱을 감고 있었음.
한참 뒤 오라이온이 문 밖으로 나오니 한명이 더 늘어나 있었음. 사운드웨이브. 오라이온은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지만 이미 문이 닫혀서 도망칠 구석이 없었음.
"봤지? 멀쩡하잖아."
스타스크림이 가볍게 말하자 사운드웨이브가 그쪽을 돌아봄. 바이저와 마스크 때문에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쩐지 노려보는 것 같음. 둘이 싸우기라도 했나.
"자. 그럼 우리 할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지?"
스타스크림이 위협적으로 오라이온에게 다가왔음. 오라이온은 최대한 문에 동체를 붙임.
"제가 완벽히 설명할 수 있어요."
"해봐 그럼."
"이 모든 게 엄청난 우연 때문에..."
"닥쳐."
로드 메가트론께서 전투력 낮은 어린 메크에게 꽤 무르단 걸 알아냈으니 그쪽으로 연구를 더 해보면 되겠지. 하지만 이건 필요 없음. 이런 수상하고 말 안 듣는 녀석을 로드 곁에 붙여둘 순 없잖아.
스타스크림은 작은 자비심을 베풀어 적어도 한번에 끝내주려고 했음. 그때 오라이온이 손에 들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어.
"뭐야 그건."
"이거요? 아까 주셨잖아요."
오라이온은 리차징 유도제를 스타스크림에게 건넸지. 스타스크림은 장치를 받아 살폈음. 액체가 그대로 들어있어.
"이걸.. 사용하지 않은 거냐?"
오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였음. 세명의 하이가드가 오라이온을 바라봤어. 그 이상한 분위기에 오라이온은 그냥 다시 메가트론의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음.
이윽고 스타스크림과 쇼크웨이브가 뭔가의 시선교환을 시작했음. 그리고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의 통신 장치에 손을 대고 누군가를 호출했지. 잠시 뒤 재즈가 나타났어. 재즈는 셋과 함께 있는 오라이온을 보며 살짝 기절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음.
스타스크림은 그 이상 오라이온에게 질문하지 않았음. 죽이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재즈가 오라이온을 데리고 돌아가는 걸 의미심장하게 봤을 뿐임. 재즈는 오라이온을 데리고 돌아가다가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뒤에야 오라이온을 살피며 말을 걸었음.
"무슨 일이 있었어? 이상한 짓 당하진 않은 거야?"
오라이온은 동체 상태를 확인하는 재즈에게 괜찮다고 손을 저었음.
"괜찮아. 메가트론하고 이야기만 좀 했어."
"뭐?"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걱정할 거 같아서 최대한 순화했는데도 재즈가 심각해졌음.
"메가트론과 있었어?"
"리차징을 못한다고 하길래..."
"거길 널 들여보냈단 말이야?!"
오라이온은 재즈가 화난 걸 처음 봤음. 오라이온은 당황했지.
"그냥 이야기만 했어."
"그럼 이건 뭔데?!"
재즈가 오라이온의 손을 들어보였음. 아까 잡힌 탓에 생긴 부상이 손목에 그대로 남아있음. 이건 또 언제 봤지. 오라이온은 머쓱하게 시선을 피했음.
"화를 좀 내긴 했는데 금방 진정했어."
"......"
아, 오라이온은 옵틱을 꿈뻑였음. 최대한 작게 중얼거리긴 했지만 재즈가 욕을 했어. 이것도 처음 보는 광경임.
돌아가는 길에 재즈는 생각이 많아 보였음. 항상 가벼운 태도로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오늘은 조용하기만 함. 라쳇도 그렇고 왜 다들 메가트론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으로 반응할까.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뭐 어떻게 안 죽고 잘 진정시킨다면 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재즈."
"...응?"
재즈는 오라이온이 쭈뼛대는 걸 발견하곤 화나지 않았다고 티를 내며 애써 입꼬리를 올렸음.
"센티넬의 시대에 있었던 코그드들을 지금도 원망해?"
메가트론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을 살았던 재즈에게 물어본다면 메가트론의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이 있을지도 모름. 재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오라이온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어.
"잘 모르겠어."
"모른다고?"
"말 그대로, 그냥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어. 처음에 진실을 듣고 화가 난 건 맞지만 그후론 나도 살아남기 바빴거든."
오라이온은 이해할 수 없었지.
"누가 재즈를 죽이려고 했어?"
재즈는 쓰게 웃었음.
"그때 메가트론이 돌아온 뒤 죽은 건 코그드 뿐만이 아니야. 지금 광산에서 일하는 것도 전부 그 시절의 코그드가 아니고."
오라이온은 누군가 헤드를 때린 기분이었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나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어. 사실 지금도 딱히 다르진 않지."
"하지만 메가트론이 증오하는 건 센티넬과 그때의 코그드잖아. 왜.."
"오라이온."
재즈가 빙그레 미소지었음.
"나 메가트론의 코그리스 시절을 알고 있어."
오라이온의 옵틱이 휘둥그레 커졌지.
"우린 같은 구역에서 일했거든. 그때의 메가트론은 우리 구역에서 가장 성실하던 녀석이었어. 그리고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광팬이었고.. 센티넬 프라임을 아주 따랐지."
오라이온은 성실하게 일만 하는 메가트론의 이미지가 영 상상되질 않았음. 센티넬을 따르는 모습도.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광팬인 건... 뭔가 짐작가는 메모리가 있긴 하다.
"난 그녀석이 얼마나 신실하고 얌전히 순종했는지 옆에서 봤으니까 그 배신감에 대해서도 짐작은 가. 센티넬, 코그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코그리스, 그냥 그곳에 존재했을 뿐인 누군가. 거기에 더해 사이버트론 전부를 다 태워버린다 해도 분노는 멎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분명 방법이 있지 않을까? 매트릭스를 찾는다면..."
오라이온이 다급하게 말하자 재즈가 오라이온에게 천천히 다가왔지.
"오라이온. 해결 방법이 뭐든 그걸 네가 할 필요는 없어."
오라이온은 재즈의 오롯한 걱정에 스파크가 아팠지만 물러설 수 없었음.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런 느낌이 들어."
"....."
재즈는 오라이온을 가만히 바라봤지. 그 얼굴엔 애석함과 슬픔, 그리고 어쩐지 자랑스러움이 있었어.
"그럴지도 모르지... 너라면."
재즈가 오라이온의 손을 잡았음.
"그래. 알겠어."
"재즈?"
"당분간 날 볼 수 없을지도 몰라 오라이온.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지만 제발... 너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줘."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서 입만 달싹이는 동안 재즈는 오라이온의 손을 놓고 트랜스폼을 하더니 어딘가로 떠났음. 오라이온은 그 모습을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
메가오라 메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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