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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22:52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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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1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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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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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말고도 기억에 남는 문장들 많음 현대사를 다루는 묺 좋아하는 붕들이면 한리버 소년이 온다 추천함...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하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