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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씨 비가 왜이렇게 많이와"

금요일 밤이라 동료들이랑 펍에서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버스에서 내내 헤드뱅잉을 하며 졸다가 겨우 정류장에 내린 허니였어 기분좋게 취한 허니는 염병할 우산이 없다는걸 깨달았지만 따로 좋은 방법도 없어 그냥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얼른 뛰어가기를 택했어

'이제부터 내 주말 시작이다 흐흐'

속으로 무슨 넷플을 보다 잘지 고민하면서 허니는 빗속을 빠르게 걸었어 추운 날씨에 가을비를 쫄딱 맞으려니 소름이 오소소 돋아오게 추웠지 얼른 뜨거운물 맞으면서 씻고 이불속에 들어가 잠에 들고싶었어 '이제 이 골목만 돌아 들어가면 된다..! ' 허니의 걸음은 더 빨라졌지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걷던 허니비의 걸음을 멈춘건 허니 집 현관에 있는 까맣고 엄청 큰 무언가... '내가 쓰레기 봉지를 앞에 뒀었나' 허니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까만 형체로 다가갔어 그런데 빗물과 섞여 흘러나오는 시뻘건 이 액체는 뭐지..? ...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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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다가가보니 그건 검정 비닐봉지같은게 아니라 개였어 엄청 크고 떨고있고 젖은 개 그리고 다리를 다쳤는지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는게 보였어 허니는 본가에서 강아지를 키우기때문에 큰 개를 보고 무서운 마음보단 얼른 병원으로 들고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

"아가.. 어쩌다 이렇게된거야"

허니는 손을 뻗어 개를 안아들으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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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릉"

낮게 위협하는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개였어 어차피 댕집사인 허니는 개에대한 무서움이 정말 1도없어서 물리면 광견병주사 맞으면 된다는 생각이었고 이 개를 그냥 두고 간다는건 선택지에 아예 없었지

"이눔자식아 도와주려고그러는거야 언니 착한사람이야 너 지금 무섭고 아픈건 아는데.."

허니는 말을 쉬지않고 걸면서 입고있던 트렌치 코트를 빠르게 벗어 개의 머리를 홀랑 덮어버렸어 일단 공격할수있으니 머리를 가리고 친절한 톤으로 계속 말을 걸면 애가 알아들을거라고 굳게 믿었던 허니야 개의 성별은 몰라도 대충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기로했지 워낙 허니가 빨라서인지 개가 피를 많이 흘려 더이상 위협할 힘도 없는건지 얼레벌레 허니는 무사히 개의 허리 아래에 두 팔을 끼워넣을수 있었지

무섭지는 않아도 무거운 개였어 하지만 허니는 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쌀가마니보다 몇배는 무거운 개를 들고 무사히 집으로 들어갈수있었어 뒷다리는 거의 끌려오다싶이 했지만 어찌되었든 성공적으로 거실 러그위에 올려 안도감이 든 허니였지 이미 허니 술기운은 다 없어져버린지 오래였고 의식을 잃은건지 큰개는 아직도 트렌치코트에 덮인채 요지부동이었어

일단 개의 눈을 가려놓으면 서서히 안정되는걸 아는 허니라 이대로 두고 체온을 올려주는게 급선무라는 생각에 히터를 최대한으로 틀고 드라이기를 꺼내왔어 허니 본인도 내내 비를 맞아서 아까까지 추워죽겠다고 생각했을때는 언제고 일단 이 개의 젖은 털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말려주고있는 댕집사 허니였지 언제부터 밖에 있었던건지 체온이 빨리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되던 차였어

"푸르릉"

저건 개가 한숨쉬는소리야 휴 다행히 의식은 있는가보다 지금까지 공격하지 않는걸 보니 이제 숨을 편하게 쉬도록 얼굴을 덮어두었던 트렌치 코트를 거둬주었어 큰 개는 눈을 뜰 힘도 없는것처럼 보였지 보기만해도 마음이 쓰여서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어 개는 귀를 움찔하면서도 송곳니를 드러내거나 하진 않았지

어느정도 따끈하게 체온이 돌아온것같아 이제 응급처치라도 하려고 약서랍을 뒤졌어 소독약이랑 거즈와 붕대를 찾아 큰 개 곁으로 와서 또 다시 말을 걸었어

"언니 믿지? 조금 아파도 참아줘 내일 병원 갈때까지만"

다친 상처 가까이에 가면 또 다시 공격받는건줄 알고 위협할게 분명하지만 그대로 두면 출혈량도 감염여부도 걱정되는 상태였지 소독약은 엄청 따가울텐데.. 거즈에 소독약을 묻혀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댔어
큰 개는 다리를 잘게 떨었지만 허니의 마음을 아는지 위협하지않고 가만히 있었어

"너 사람말 알아듣는구나 어쩌면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주인 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하는걸 본 허니는 내일 날이 밝는대로 동물병원에 가서 상처를 꿰메주고 인식칩이 있는 아이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소독을 마치고 지혈될수있도록 단단히 붕대를 감아주었어

"오구 오구 잘했어"

허니는 대견한 마음에 큰 개의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어 본가 강아지가 허니 집에 올때면 특식으로 차려주는 캔이 여기 어디 있을텐데 .. 허니는 부엌을 뒤져 습식사료까지 찾아내 그릇에 부어 물그릇과 함께 큰 개의 앞에 놓아주었어 눈을 뜰 힘은 없어도 개라면 참을수없이 맛있는 냄새가 날텐데 그릇을 가까이 해주니 본능적으로 코가 벌름거리는걸 보고 허니는 개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지

"으아 왕크니까 왕귀엽다"

허니는 개라면 다 좋은사람이라 오늘 이 개를 도와준 자신이 못내 뿌듯했어 이제야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고 이리저리 개를 보살피느라 씻지도 못한 자신이 보였지

"엣취"

허니가 재채기를 했어 하지만 이 개의 목숨을 살렸는데 허니는 감기에 걸릴지라도 별 상관은 없었어 차갑게 젖은 옷을 그대로 훌렁훌렁 벗으면서 허니는 욕실로 향했어 혼자 비싼 돈내고 자취하는 편안함은 바로 이거였거든 집안 아무데서나 벗어던지고 돌아다닐수있단거

그치만 허니는 지금 혼자가 아니었고 큰 개의 눈은 깜박임도 없이 허니의 모습을 쫒고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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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중맨너붕붕 맨중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