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자기 전에 보기 좋은 영화라고 해서 몬스터콜 봤는데 눈물 질질 짜느라 잠이고 뭐고 걍 슬픔...
12살짜리 어린애가 병에 걸린 엄마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이야기꾼 괴물을 만나게 되는 영화임

첨에는 아니 상상친구도 아니고 수호천사도 아니고 안그래도 힘든 애한테 뭔 괴물을 보내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귀엽게 생긴 동물이나 요정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서 그랬구나 싶어짐
주인공인 코너와 엄마는 긴 시간 병마와 싸운 것처럼 보임
12살짜리 애가 손님한테 차를 내오는 거 쯤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말야
코너는 늘 엄마에게 나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코너도 알고 있었음 엄마는 떠날 거고 자기는 홀로 남겨질 거라는 걸
동시에 코너는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이 순간들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음 분노가 쌓일 정도로...
긴 시간에 걸쳐 이별하는 일은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런 감정은 괴물 정도가 아니면 결코 견디지 못함
나쁘거나 사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괴물정도 되는 강력한 존재가 아니면 맘껏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거임
나를 공격하지 않고 사악하지 않은 데다가 내 안의 분노와 슬픔과 피로를 모두 소화해 줄 존재를 고른다고 생각해봐 곰인형vs나무괴물 이면 괴물쪽이 좀 더 믿음직하지 않냐
이렇게 생각하니 '몬스터콜'인 이유를 알겠더라

같은 맥락에서 이별을 다루는 데 있어서 깊이가 있는 영화라 좋았음 솔직히 간병 가족으로서의 고통까지 다룰 줄은 몰랐다...긴 이별을 단순히 '슬픔'으로 누르지 않고 피곤과 분노로 연결시키고,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가진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고 짚어주는 게 좋았음...이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어른들한테도 위로가 될 거 같더라
코너가 괴물과 함께 자기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들이 나오는데 이것도 좋았음...단순히 엄마가 아픈 상황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곳에 있을 수 없고, 내가 투명인간이 돼야 하는 상황에 대해 슬퍼하고 분노하는 거라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보였음

근데 사실 제일 좋았던 건...이 괴물을 엄마가 보내줬다는 거였음
정확히는 엄마도 이 괴물을 만났다는 거긴 한데...난 이 괴물을 엄마가 보내줬다고 생각함 엄마가 이 괴물(나무)을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고, 코너가 엄마를 치료하기 위해 널 불렀다고 할 때 괴물은 나는 코너 너를 치료하려고 여기 왔다고 하잖아
엄마가 없을 때도 네 안의 분노와 슬픔과 고통을 엄마가 알아주겠다고, 넌 언제든지 솔직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려고 괴물을 보내 준 거 같았음
왜 이걸 본 부모인 관객들이 언젠가 자신이 없어질 때를 위해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한지 이해가 가더라

좋은 영화였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