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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01:52
걍 고등학교 다니고 가끔 알바하면서 살던 고딩 리암
어느날 친구가 자기가 자주 가는 펍에 어떤 여가수가 새로 와서 노래 부르는데 진짜 좋다고 같이 가자고 꼬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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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딱히 좋아하는것도 아니고 별로 안땡기던 리암은
걍 그 또래 남고딩들이 할법한 질문을 별 생각없이 함

"이쁘냐?"

"뭐 그냥저냥? 근데 노래가 진짜 좋아"

리암은 속으로 ㅅㅂ 이쁘면 이쁜거지 그냥저냥인건 뭐야 싶었음
그 펍 시설도 구리고 컵도 찐득찐득해서 별론데.. 생각을 하며 별로 내키지 않았던 리암이었지만 딱히 할일도 없고 가보기로 함


친구 몇명이랑 맥주 한병씩 들고 노래 시작할때까지 기다리는데
심드렁했던 고딩 리암 걍 그 여가수 오자마자 첫눈에 폴인럽 해버림

엄청나게 작고 마른 여자가 자기몸에는 살짝 큰 니트를 입고 머리는 한쪽으로 내려땋고 나왔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음
여자는 기타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조율이 잘 안되는지 연신 기타를 만져대는데 입고있던 초록색 니트가 너무 커서 한쪽 어깨가 드러났음
얼굴은 엄청난 미인까지는 아니었지만 예쁘장하고 웃을때는 말그대로 천사같다고 리암은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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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란건 노래였음. 그 여자는 어디서도 들어본적이 없는 노래를 했는데 전반적으로 밝은 노래들이었지만 어디선가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분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밤 같기도 했음

리암은 그 자리에 서서 여자가 마지막 노래를 연주하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할때까지 입을 벌리고 공연을 감상함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자체로 리암의 세계를 뒤흔드는 경험이었음

'와....'

관객이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벌써 꽤 팬들이 있었는지 펍에 꽤 들어찬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여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음

호응이 좋아서인지 여자는 귀엽게 그 자리에서 콩콩 뛰면서 기뻐했는데 리암은 그녀의 유독 작은 발마저 귀엽다고 생각함
리암은 뒤에서 더러운 행주로 컵을 닦고 있던 직원에게 달려가서 그녀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을듯

열심히 물어내서 알아낸 결과
그녀의 이름은 노엘리 갤러거였고 얼마전부터 이 펍에서 공연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 보기보다 나이는 있는편이었는데 리암보다 나이는 5살이 많았고 화요일 목요일 저녁에 와서 공연을 한다고 했음

심지어 남 노래 부르는 가수도 아니고 직접 노래를 써서 부르는 작곡가라고 들은 리암은 다시 한번 놀랄수밖에 없었을듯

''노엘리 갤러거. 노엘리... 노엘리 화요일 목요일.. 화요일"

리암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녀에 대한 정보를 까먹을까봐
계속 성경구절을 외우듯이 달달 읊으면서 달려감


그렇게 노엘리가 올때마다 펍에 항상 가서 공연을 보던 리암은
이제 펍에서는 유명한 노엘리의 극성 팬보이가 됐음
그녀를 다른사람보다 일찍와서 기다렸고 그녀가 연주를 끝내고 기타를 정리할때까지 바라보며 다른사람보다 늦게까지 지켜봤음
중간중간에 호응을 유도하고 곡이 끝날때마다 가장 크게 박수를 치는것도 리암이었을듯 와 진짜 완전 빠돌이

얼굴도장을 뺀질나게 찍은탓인지 노엘리도 공연할때 가끔 그와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흔한 새우젓들의 착각)
막 무대에 도착했을때 공연 한참전부터 앞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던 리암을 발견하면 웃으며 반가운티를 내기도 했음

그때마다 리암은 어머니 페기가 만들어준 잘난 얼굴이 눈물나게 고마워졌음. 노엘리도 여자니 자기 얼굴을 보며 적어도 불쾌감을 느끼진 않았을거라는 확신을 가질수있었기에


'...그녀도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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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팬심이었지만 점점 가수를 팬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그녀의 모든것이 좋아지는게 느껴졌음
리암에게는 이상할정도로 모든것이 그냥 불가항력적이었음
노래하는 노엘리를 보며 맥주를 입에 털어넣으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음
뭔가 순조롭게 좆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와중에 다음곡으로는 리암의 최애인 Live forever가 시작되고 있었음


팬심은 겉잡을수없이 커지고. 더 이상 빠돌이1로 남고싶지 않았던 리암은 어떤 큰 결심을 해버림
알바를 가끔해서 벌어놓은 돈으로 존나 예쁘고 탐스러운 장미 꽃다발을 샀음. 꽃집 직원은 신나서 이런 예쁜 장미라면 어떤 여자든 좋아할수밖에 없을거라고, 정말 이 꽃다발을 받는 여자는 행복할거라고 떠들어댔음

정말 어떤 여자든 좋아할 꽃이라면. 이 꽃다발이 노엘리 한 사람의 마음에 들길 간절히 바라면서 리암은 꽃다발에 함께 건내줄 카드를 썼음

-맨체스터 최고의 작곡가에게-

"아 이 씨발...."
하지만 순간적으로 뭔가 구리다고 생각한 리암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썼던 카드를 찢어버리고 새로 카드를 씀

-세계 최고의 작곡가에게-

어느날과 마찬가지로 공연을 열심히 감상한 리암은 앵콜까지 항상 보던 다른때와는 다르게 조금 빠른 시간에 펍에서 나와 뒷문에서 노엘리를 기다림
생각보다 노엘리는 빨리 나오지 않았고 겨울이라서 그런지 슬슬 추워져서 손이 빨개졌지만 리암은 걍 대충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기다릴듯

마침내 노엘리가 뒷문에서 나오는데 무대에서는 항상 했던 화장을 지워선지 평소보단 조금 수수하고 지쳐보였음

그 모습조차 색다르고 귀엽다고 생각했던 리암이었지만
더 놀란건 노엘리가 리암을 보자마자 한 말이었을듯

"어? 안녕하세요. 나 그쪽 누군지 알아요!
설마 지금까지 기다린거예요? "

노엘리가 나를 알아보다니. 나를 알고있었다니!!
속으로 뛸듯이 기뻤던 리암은 자칫 점잖은척 꽃다발과 카드를 건넬듯

"별로 오래 기다린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건 걱정마요.
정말 팬이에요.... 노엘리 오늘 공연도 죽여줬.. 아니 멋졌어요..
항상 그랬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하던 노엘리였지만 리암이 건넨 장미 꽃다발을 보더니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음

"세상에 이게 뭐예요?"

"별건 아닌데 당신주려고.."

"이거 주려고 기다린거예요? ...오늘 추웠을텐데
이럴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나올걸!!
사실 맨체스터에 온 다음에 이런건 처음 받아봐요"
진심으로 기쁘게 꽃다발을 받고 향기를 맡는 노엘리를 보며 리암은 저 장미를 사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최소한 꽃집 직원이 구라를 치진 않았던 거임

기쁘게 시작했던 대화였지만 슬프게도 내용은 밝지 않을듯
노엘리는 리암을 보고 반가워했고 꽃다발을 받고는 정말 기뻐했지만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사실 암울함에 가까웠음

사실 다른곳에서도 공연을 하고있고 꽤 관객은 오는편이지만 사실 공연들로 버는 돈으로는 생활비와 집세 내기도 빠듯하다
어쩌면 조만간 다 접고 고향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음

노엘리는 그가 나름 골수팬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런 속사정까지 말해주는거 같았는데 말 하나하나가 리암의 가슴을 아프게 할듯


"사실 이 돈으론 집세를 내면서 먹고살기도 조금 빠듯해"
하하... 딴따라 일이나 해서 먹고살겠냐고 하던 엄마 말을 들을걸 그랬어


노엘리가 담뱃갑을 천천히 꺼내자 리암은 허둥지둥 급하게 라이터를 찾아서 불을 붙여줬음
헛헛한 마음에 리암도 담배 하나를 꺼내서 같이 피울듯

"어쨋든 넌 내 공연에 항상 와줬잖아. 그것도 맨 앞자리에서
항상 일찍와서 기다리고 있고. 나 다 봤어. 정말 고마워"


노엘리와의 개인적인 대화를 원하긴 했지만 이런건 아니었는데
리암은 오늘 뒷문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른채 영원히 오지 않을 노엘리를 무대 앞자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됐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음


리암은 그냥 모든게 이해할 수 없었을듯 그녀가 생활비를 벌기도 힘들어한다는 것도. 그리고 맨체스터를 떠날수도 있다는것도
아니 왜?... 그녀의 노래는 이 세상 최고인데
맨체스터는 다들 멍청이들만 사는 곳인가?
음 생각해보니 그건 맞긴해


"노엘리... 당신 문제 아니에요. 당신은 문제없어요
당신이랑 당신 노래는 완벽해. 진심이에요"

조금 침울해지고 코 끝이 빨개진 노엘리가 리암을 올려다봤음
그러더니 애써 너털웃음을 지었음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정말 고마워.. 젠장...
나도 참 나보다 한참 어린애 붙잡고 무슨 소리를 한건지

아마 이 도시에서 만난 사람중에 니가 나한테 제일 친절한 사람일거야"

그 웃음에 마음이 아팠던 리암은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써 웃으며 말을 이어감

"이 동네 사람들이 원래 그래요. 서로한테 엿같이 구는 방법밖에 모르죠. 그리고 당신을 못 알아보는건 그냥... 듣는귀도 없는 멍청이들밖에 없어서 그래...
내가 다른건 몰라도 여기 오래 살아서 그건 잘 알거든"

"점점 공연에 사람들 많이 오고 있는거 알죠? 노엘리?
곧 사람들도 당신 가치를 알아볼거예요. 난 그렇게 믿고있어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지금처럼 노래해줘요"

맨체스터를 떠난다는 그런 말은 하지말고 제발...
차마 꺼내지못한 뒷말을 삼켜버리고 리암은 노엘리에게 준 꽃다발이 땅바닥에 떨어지든말든 신경 쓰지않고 그녀를 힘차게 포옹함
꼭 껴안은 몸이 예상보다도 더 작고 말랐다는 생각이 든 리암일듯 여기서 더 작아지면 이 여자가 정말 사라지고 말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에 그냥 더 꼭 껴안을듯



몇 주가 지난후 리암은 항상 그렇듯 노엘리의 공연 시간 10분전부터 무대 앞자리에서 대기중일듯
노엘리는 무대에 도착하자마자 리암을 보더니 기쁜 표정으로 웃고 손을 흔들어줬음. 리암이 정말 원하던 성덕이 된것임

꽃다발을 준 날 이후로 어느정도 친분이 생겨서 가끔 공연전 무대 세팅을 도와주기도 했고 공연이 끝나면 노엘리에게 술을 사주고 펍이 마감을 할때까지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곤 했음

저번에 리암이 말했던것처럼 정말로 펍에 노엘리의 노래를 들으러 오는 사람은 확실히 늘어나고 있었고 노엘리는 점점 의욕이 넘쳐나는것처럼 보였음
그날 공연도 항상 그렇듯 흘러가고 있었는데 돌발 상황이 일어남

어떤 진탕 취한놈 하나가 정신을 못차린채 큰소리로 술주정을 하기 시작했음

"씨발 노래는 잘한다고 해서 온건데 염병 존나 재미없네"


-저 미친새끼가...
리암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저 미친 취객을 밖으로 끌어내려고 사람들을 제치며 다가갔음

하지만 정신 못차린 놈이 들고있던 맥주병을 무대쪽으로 던지며 입에도 못담을 말을 질러대자 뒷목이 땡길정도로 화가 올라옴

"야! 옆동네처럼 옷이라도 벗고 흔들어봐!!"

너무 화가나서 눈에 보이는게 없었던 리암은 바로 주먹으로 그 자식의 옆얼굴을 후려버림. 정신도 못차릴정도로 화가나서 자기도 모르는새에 그 사내를 떡이 될 정도로 줘패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노엘리가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대를 쳐다봄

노엘리는 손으로 입을 막은채 경악에 가득찬 표정이었음
그녀의 눈이 다급하게 빛나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함

"리암!!! 리암 뒤에...!!"

그 자식이 일행이 있었다는걸 알게됐을때는 너무 늦었을듯

챙그랑!!!!!

리암은 뒷통수에 맥주병을 맞고 그자리에서 쓰러짐

-...노엘리가 많이 놀랐으면 안될텐데-
리암은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노엘리의 경악에 찬 얼굴과 걱정에 가득찬 표정을 생각함



몇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는 상태로 리암은 한 소파에서 눈을 뜸
응급처치를 해줬는지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있었고 맥주병을 맞은 뒷통수는 얼얼하게 아파왔음
정신을 차려보니 누워있는 곳은 대충 펍의 무대 대기실인거 같았는데 방은 매우 작았고 리암은 그 와중에도 소파가 정말 뭐라 할 수 없을정도로 낡았다고 생각함

정신을 차리고 몸을 반쯤 일으키자마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옴
근데 다소 화가 실려있는...

"너 미쳤어??? 죽으려고 작정했어??"
노엘리가 눈물을 흘리며 리암의 어깨를 퍽퍽 치기 시작함

"아니 노엘리.. 내 말 들어봐요... 그 미친새끼가 먼저
개소리를 하잖아... 내가 그걸듣고 어떻게 참아... 아니 노엘리
아직 아파요 누나! 조금만 살살"

"그렇다고 바로 겁도 없이 싸움을 걸어? 그새끼들이 칼이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제정신이야? "

리암의 어깨를 치던 노엘리는 이내 눈물을 왈칵 흘리며 리암의 품에 얼굴을 묻고 억눌린 울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음

흐윽...윽... 흐으... 조막만한 방에 노엘리의 울음소리만 가득찰듯

뒷통수에 맥주병이나 맞고. 기절하고. 더러운 소파에서 일어나고. 분명히 기분 개같이 엿같았어야할 상황인데 저렇게 엄청나게 걱정해주는 노엘리를 보니 리암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음

위로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어색하게 노엘리의 작은 어깨를 두드리던 리암은 작게 노엘리에게 물어봄

"노엘리... 나...많이 걱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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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말이라고 해!!!?"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 노엘리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을듯

"난 니가 죽는줄알고 얼마나...."

-얼마나 놀랐는데...
다시 리암의 품에 고개를 묻고 우는 노엘리의 목소리는 억눌려져서 뒷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음

"울지마요... 울지마 누나.. 내가 다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리암은 노엘리를 꼭 안아준 후 그녀의 눈에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두손으로 계속 닦아줌.


그리고 잠시 망설인 후에 그녀의 두 눈을 보며 말함

"난 그냥 당신 노래하는걸 봤을때부터 당신 생각밖에 안했어...
당신이 욕을 들을때는 머리가 뒤집힐정도로 화가나
내가 욕을 먹어도 그정도로 화나진 않았을거야

좋아해...노엘리 정말로"

"이번주 금요일에. 나랑 데이트해요. "






그 후로 둘은 데이트하고 얼마 안가서 사귀고
같이 음악하고 밴드만들어서 초대박나고 잘 살았다고 한다

사실 노엘리도 극성얼빠라 리암이 처음 보러왔을때부터 관객석에서 얼굴보고 좀 반했음
솔직히 고딩이 맨날 누나 좋다고 공연마다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앞자리에 앉아있으면 안좋아질수가 없을듯
게다가 사귀기전부터 이미 하도 남친노릇을 해서 다른사람들은 전부 그전부터 사귀는줄 알고 있을듯ㅋㅋㅋ
글고 노엘리도 사실 맨체스터 옆 시골 동네 출신이라 공연하고 돌아가면 낡고 더럽고 존나 쫍은 자취방에서 살고 있었고
아는 사람도 없는 도시에서 버티느라 이미 너무 외로웠던 상태라 금방 빠질수밖에 없었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