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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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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나 일요일, 혹은 양일 모두 루스터한테 아이들을 맡기니까 제이크와 톰 모두 한결 여유가 생겼지. 피터를 돌보다 보면 앤디를 같이 돌보게 될 때가 많아. 바로 옆집에서 형제나 다름없이 키우고 있으니.
톰은 여전히 루스터를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전처럼 제이크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피터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걸 계속 밉게만 볼 수는 없었어. 톰 역시 부모이기 때문에.

부르르, 진동을 울리는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받자 제프의 목소리가 이어졌어. 조금 가라앉은 듯했지. 

-언제 일어났어요?
"아까 7시쯤요."
-진짜 꾸준하네요. 토요일인데도 그 시간에 일어나다니.

얼핏 시계를 보니 9시 정도는 되었지.

"그러는 제프도 9시에 눈을 떴잖아요."
-칭찬해 줄 거예요?

톰은 조금쯤 면구스럽고 쑥쓰러워서 핸드폰을 뺨과 어깨 사이에 낀 채 웃음을 흘려.

"칭찬받고 싶어요?"
-네, 대디.

제프는 막 일어난 나머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독촉했어. 톰은 어쩐지 제가 실수로 차를 쏟은 뒤 제프가 제 하체를 쳐다봤던 순간이 스쳤어. 그때의 눈빛은...

"...잘했어요, 제프 어린이"

조금 달아오른 얼굴로 속삭이듯 내뱉은 말에 제프는 잠시간 침묵해. 아침이라 단단해진 것이 웬만해서는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았지.

-당신은 너무, 

말을 한 번 쉬어 가는 그 타이밍에 톰은 세탁물을 접던 손을 들어 달아오른 얼굴을 향해 부치다가,

-자극적이에요.

아주 잠시간 호흡이 엉켰어.

"놀리지 말아요."
-놀리는 거 아닌데.
"...끊을 거예요."
-아니, 그건 안 돼요.

그다음에야 용건이 나왔는데, 오늘 다운타운에 있는 브런치 집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다음에는 동물 보호소에 들려 봉사활동을 해 보는 건 어떻냐고.
시간을 보니 세탁물을 다 접고 준비해 나가면 브런치 먹기에 딱 맞을 테지. 제프가 데리러 오겠다는 말에 그러지 말고 거기서 만나자는 말을 해 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아. 

-톰, 나는 그렇게 매너 없는 알파이고 싶지 않아요. 날 그렇게 만들 거예요?

그러니까 별다른 방법이 없지. 언제나처럼 휘말려 주는 수밖에.

전화를 끊고 나서 주중에 밀린 집안일을 서두르느라 몸을 움직이는데, 사실 생각은 자꾸 오늘 뭘 입나, 같은 흐름으로 이어져. 스킨십이라도 있으면 어떡하지. 만약 옷을 벗게 될 일이라도 있으면.

아니아니. 그럴 리 없잖아, 토마스 허드너.

결국 제프가 나쁜 거라는 생각을 해.
톰이 거리 두기를 하며 제프의 전화를 잘 받지 않았던 때가 있었어. 더는 알파와 가까워지지 않기로 했는데, 필요없다고 단정 지었는데도 제프는 그런 결심 따위 훅 밀치고 들어왔거든. 그게 얄밉고 불안해서, 더는 가까워지지 않도록 진을 친 거였지.

그때부터 제프는 아주 조심스럽게 제게 다시 다가왔어. 전화는 줄였지만 메시지는 하루에 열 번 이상 보냈지. 길가의 민들레 따위를 찍어 보낼 때도 있고, 인터넷에서 주운 햄스터 짤 따위를 보낼 때도 있어. 벽을 타고 오르는 햄스터의 뿡알을 보라고 했을 때는 근무 도중에 뿜어 버렸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앤디의 정서를 위해 햄스터 한 마리 들이는 건 나쁘지 않겠는데, 싶다가도 뒷집 고양이 미니가 저희 마당이며 집에서 늘어져 잘 때가 있어서 포기했어. 방심한 나머지 그런 소소한 말을 또 늘어놓고 말았더니 개를 들이는 건 어떻냐고 하더라. 자기도 강아지를 좋아한다면서, 강아지는 햄스터를 먹이로 취급하진 않을 거래. 그래서 동물 보호소에 가 보자는 말이 나온 거야.

좀 다른 말로 건너왔는데, 아무튼 제프의 접근은 어떻게 밀어낼 수가 없었어. 고작 저같이 나이 있는 오메가를 보자고 매일 퇴근 뒤에 비스트로에 오는 남자. 'LOL' 따위의 짧고 별거 아닌 답변에도 연락을 이어 주는 그 관심. 사실 그런 게 기뻤던 건지...
샤워 뒤의 셀카를 보냈을 때는 그 직접적인 방식이 당황스러우면서도 그의 윤곽을 섬세히 훑는 자신을 알고 깜짝 놀랐지. 주책이다, 토마스!

마침 루스터가 주중에 아이들을 픽업하고 주말에는 전적으로 케어하면서 여유 시간들이 생겼는데, 제프는 그 틈을 차근차근 공략해 갔어. 더할 나위 없이 타이밍이 좋았지. 제이크 역시 시간이 생긴 이때 미뤄 두었던 공부를 시작한 터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줄었거든.

"그 고양이는 왜 '미니'예요?"

브런치 카페에서 음식을 앞에 두고 이어진 잡담. 제프의 질문에 톰은 웃음을 머금어. 미니를 보고 그 고양이의 이름을 알고 나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하기 마련이지.

아기일 때는 미니 사이즈였다던 미니는 이제 13킬로그램에 육박하는 근육냥이이고 이름과는 전혀 다르게 애교도 없었어. 아주 신사적이고 위엄이 넘쳐서 피터와 앤디가 더 어릴 땐 아이들을 돌봐 주기도 했지 (제이크도 쟤는 어느 귀족가문의 집사로 보인다고 말했던 전적이 있음)
이런 사정을 말하자 제프가 반문했어.

"그게 이유예요? 뭔가 이상한데. 새끼일 때는 모두 다 미니 사이즈인 거 아닌가."
"걔는 뒷집 앵거 씨가 기르는 고양이예요. 예전에 베트남 전쟁에도 참여하셨던 백전노장이죠. 그분 눈에는 얼마나 작아 보였겠어요."
"아, 듣고 보니 또 그럴 만도 하네."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하고 큭큭대고 웃었지. 그 고양이와는 정말 언밸런스한 이름이 묘하게 납득이 돼서.

"근데 뒷집에 사는 분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요 몇 개월간 톰을 픽업하거나 비스트로에 앉아 기다리다 보니 인근 주민분들한테 익숙해진 제프인데 앵거 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비스트로의 단골이자 동네 터줏대감인 제임스 할아버지가 간간이 전우였던 앵거 씨를 언급한 적은 있는 것 같지만. (제프는 비스트로를 하도 다녀서 이미 지역 주민들과 적잖이 말을 텄음)

그런데 앵거 씨를 떠올린 톰의 얼굴이 어두워져.

"올해 봄부터 몸 상태가 아주 안 좋아지셨어요. 항암을 하고 계신데 얼마나 더 버티실지..."

앵거 씨와는 추억이 많지. 십수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살아온 그 노인은 제이크와 톰이 정말 힘들 때 의지가 되었어. 어느 밤이었던지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품에 끌어안고 뒷마당을 두 시간 내내 돌며 동네 사람들한테 주의를 받을까 봐 신경이 곤두섰던 때가 떠올라. 앵거 씨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재즈를 크게 틀어 아이가 우는 소리 따위는 문제도 아니게 만들어 줬지. 간혹 반복되는 육아의 쳇바퀴에 숨구멍이 막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젊은 것들은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걸 즐겨야 하는 법이라며 아이들을 맡아 주시기도 했고. 

그때 제프가 식기를 든 채 멈춘 톰의 손을 잡았어. 따뜻한 온기에 눈을 들자 제프가 물었지.

"어떤 분이에요?"

그러니까 제프한테 선을 긋기가 어려운 거야. 이렇게 다정하니까.

"제가 이쪽 기지로 왔을 때 근처에 해군 동료가 있는 게 안심이 될 거라며 그 집을 추천받았어요."

사실 전역한 해군이셔서 그런 게 아니라 제이크까지 저희 둘이 아이를 키우니 그 점을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냉난방기 설치 기사 같은 사람이 오거나 할 때 있잖아요, 그럴 때는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알파 페로몬을 남겨 놓거나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말하다 보니 그간의 고마움과 배려들이 새삼 마음속에 쌓여. 

"아버지 같은 분이네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았지. 이제 더 찾아뵙지 않는 아버지보다 가깝고, 저를 더 아껴 주는 존재였구나. 그 상실이 예상되어 벌써부터 서글픈 마음을 위로하듯 제프는 톰의 팔을 몇 번이고 쥐고 놓았어.

앵거 씨가 자리보전을 한 뒤로 제이크는 비스트로와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을 주기적으로 가져다드리고 섭취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있어. 오후에는 아이들과 방문해 재롱을 떨 때도 있지.
비교적 시간을 제 뜻대로 운용할 수 있는 제이크와 달리 풀 타임 잡을 지닌 톰은 간혹 찾아가 말동무를 하고 집을 청소해 드리는 일 외에는 달리 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 하지만 내일은 앵거 씨네 마당의 잔디를 깎고 정원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봐.

이번 가을은 해가 세서 잔디가 제법 자랐다, 앵거 씨네만큼이나 우리 집도 꽤 웃자랐다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제프는 톰이 말하지 않은 계획을 알아채. 톰은 이상한 사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이야. 이 사람의 곁에 있을 때면...

"제프는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있었나?"

제프는 아주 오랜만에 과거를 회상했어. 아마 있겠지, 누구나 살면서 그렇게 타인의 호의에 기댈 때가 있으니까.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 그래, 그랬던 순간이 있지. 몇 년 전에 수감 시설을 나와 어디에서 지내야 할지 고민할 때 방을 내주었던 친구 말이야. 그리고 컬리지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하는 미성년자한테 초과 근무 수당을 더 얹어 주었던 매니저. 어쩌면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이 매니저로 일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 그보다 더 어릴 때는... 저녁이 되어도 데리러 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며 학교 앞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면 옆집 아주머니가 그를 픽업하곤 했던 기억까지.

"있었네요, 저 같은 놈한테도."

차 사고를 일으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뒤에는 모든 일이 무의미하고 희끄무레해졌어. 그 잊혀진 것들이 조금씩 상기되어 가는 이상한 감각. 문득 톰을 보자 자기한테 돌아오라는 듯한 다정한 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어.

톰 허드너는 이상한 사람이야. 저한테 완전히 주지 않을 그의 존재를 목 마르게 하는 사람. 사람도 사랑도 한 번도 아쉬운 입장이었던 적이 없는 제프지만, 톰이 자신을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게 사로잡혔을 거야.
그는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느끼게 하니까. 



*



동물 보호소에는 버려진 강아지들이 너무 많았어. 물론 미니를 닮은 고양이들도, 그렇지 않고 아주 애교 많은 녀석들도 있었지. 뒷발질이 아주 거센 토끼들도 있고. 건강한 남자가 둘이나 오니까 보호소에서 어찌나 반기던지. 두 사람은 무거운 사료며 철창들을 나른 뒤에는 대형견들을 씻기고 산책시켰어.
막 목욕시킨 리트리버가 몸을 털어 대서 쫄딱 젖은 제프를 보고 톰이 대야 옆에 앉은 채로 웃음을 터트렸지. 그 리트리버가 톰한테 달려들어 상체가 뒤로 넘어가고 얼굴이 침으로 뒤덮이자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지만.

그러고 나니 두어 시간 만에 온몸에서 꼬순내가 진동을 했어. 보호소를 나와 제프의 차에 오른 두 사람은 큰일이다, 차 청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 냄새 다 배겠다 따위의 대화를 해.
그러다 문득 대화가 멈춘 순간 그 틈새를 뚫고 코끝을 스치는 고산의 향. 머그워트, 언뜻 고요히 쌓이는 첫눈이 떠오르는 향에 톰이 제프를 바라봐. 바로 그 뒤를 덮은 동물의 비린내에도 감각은 그치지 않고 아까의 그걸 쫓았지. 좀 더 맡고 싶어. 한 번만 더.

하지만 페로몬을 요청하는 건 그들이 연인 관계일 때나 가능한 거지. 그럴 생각은 없는 거잖아. 제프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야. 아까도 잠깐의 피로와 젖은 것에서 오는 찝찝함 때문에 실수로 비어져 나온 게 분명할 테고.
그렇지만 제프의 생각은 달랐지. 

"톰, 당신한테서 향이 나요."
"...!"

톰은 자신이 제프의 향에 반응해 무의식중에 페로몬을 갈무리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라. 더듬대며 쏟아진 미안하다는 말에 제프는 잠깐쯤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어.

"미안해하지 마요, 난 당신만 허락한다면 그 목덜이에 코를 박아 버릴 생각이니까."

어느새 차는 톰의 집 앞에 와 있었지. 그를 내려다 주고 떠나는 차를 톰은 다소 멍하니 바라봤어.





그날 저녁, 톰은 제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 마침 루스터와 아이들의 나들이가 늦어져 적막한 집이 생각을 키웠지.

저는 그를 밀어냈지만, 제프는 아랑곳하지 않았어. 사실 그게 진짜 싫었던 것도 아니야. 어느새 그에게 끌려가는 저를 알면서도 방치했어. 그렇게 은근하면서도 직접적이고 꾸준한 노력에 어느 정도는 감동했달지.
마흔을 넘은 나이에 이렇게 느린... 엄밀히 말하자면 스킨십을 동반하지 않은 관계는 드문 법이지. 제프로서는 할 수 있는 한 신뢰를 주려 한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응답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 법이고,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야. 그를 받아들이든지 혹은 아예 끊어 내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참에 띵동, 벨소리가 들리고 루스터가 아이를 안고 왔어. 시계를 보니 어느새 22시. 톰은 이미 잠든 앤디를 받아 들면서 루스터에게 차 한잔 정도는 권해야 할까 싶어 표정을 굳혔다가, 그렇게까지 친절하고 싶지 않아서 수고하셨다는 속삭임과 함께 문을 닫았어.

톰은 이미 눈이 가물가물한 앤디를 이불 속에 눕히고 그 위를 쓸어내려. 단조로운 행위에 또다시 고민이 차올랐지. 어느 게 맞는 선택일까? 사실 제프를 떠올릴 때마다 늘 그랬어. 그저 심사숙고의 필요를 모른 체 넘겨 왔을 뿐이지.

앤디는 인생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였지만, 그 선물을 안긴 이는 어떤 알파도 믿을 수 없게 했어. 사실 알파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준 사람이지.
톰은 아직 연인을 만들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해. 무섭고 거칠고 이기적인 타인의 의중 속으로 다시 뛰어들고 싶지 않아. 사실 영원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렇다면 제프를 보내야 하지.

아이를 쓸어내리는 손이 멈춘 탓인지 아이가 마치 민감한 고양이처럼 눈을 찡그렸어. Mum? 입새에서 흐릿하게 튀어나온 투정에 톰은 다시 아이를 쓸어내려. 다시 잠들렴, 아가. 아이는 다시 눈을 감고,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꿈나라로 떠났어.

그리고 톰은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며 답이 없는 고민을 반복했지.



*



다음 날 오전, 쉬이 잠들지 못한 밤의 여파로 느지막이 일어난 톰이 제프에게서 온 메시지를 발견해.

[오늘은 해가 좋아요.]

여느 때와 같은 모닝 메시지가 온 게 세 시간 전쯤. 톰은 답변을 적을까 하다가 그저 휴대폰을 덮어 두고 침실을 나가.
차 한 잔을 든 채 부엌 창을 바라보자 제프 말대로였지. 할로윈도 지난 시즌인데 어제보다도 해가 밝아 마치 여름 햇살 같았어.

따뜻한 루이보스 찻물이 든 잔을 손에 쥔 채 멍하니 그 광경을 눈으로 쫓고 있는데, 문득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아일랜드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의 창은 제이크가 사는 옆집을 향해 있었지.

그 소리는 누가 집을 나서며 문 밖에 둔 재활용 봉투를 건드려서 난 소리였어. 톰과 제이크 모두 지역 상점에서 추진하는 유리 재활용에 참여 중이라서 마대에 그 상점에서 사용하는 유리 용기를 쌓아 두곤 했거든. 톰은 제이크가 나가려는 모양이구나 싶었는데, 곧 모습을 드러낸 건 뜻밖의 인물이었어. 브래들리 브래드쇼.

톰의 시야에서 옆집의 현관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제이크가 현관에 서서 그를 배웅하는 듯했지. 브래드쇼 대령이 앞에 있는 이에게 뭐라 말을 붙이더니 마대 자루를 들고 갔거든. 그는 곧 차를 몰고 떠났어.

"제이키..."

톰은 제 고민도 깡그리 눌릴 만큼 기분이 좋지 않아져서 깜짝 놀랐어. 그게 제이크를 향한 건 아니었지만...

이건 대체 어디서 기인한 감정일까. 어젯밤 늦게까지 아이들과 놀아 주었으니 피곤할 게 당연하고, 늦은 시각이었으니 자고 갈 것을 권유할 수도 있는 거지. 교외의 주택들답게 남는 게스트룸이 있으니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고. 게다가 브래드쇼는 피터의 생부이고, 아이와 시간을 공유하는 데 열심이잖아.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울컥하게 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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