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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6 21:06
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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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을 끝에 있는 오두막에는 마녀가 살고있었다.

사실 그 오두막에 정말로 마녀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사람이 살고는 있는 것인지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간간히 저녁이면 불이 들어오는 것, 오두막 주변의 잡초가 항상 정리가 되어있는 것 등을 보고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어렴풋이 예상만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일반인이 아닌 마녀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딱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 오두막에 사는 사람은 이 마을의 그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는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여자인지, 아니면 남자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키는 얼마나 크고 날씬한지, 뚱뚱한지. 그 어떤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2.

"할배, 정말로 오두막에 사는 마녀를 만난 적이 없어?"
"그래."
"그럼 어떻게 알아? 그 안에 사는 게 진짜 마녀인지 아닌지?"
"예끼! 이놈이! 자꾸 할배 말에 토 달면 오두막 마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자꾸만 질문을 해대는 칼럼에게 할배가 소리를 질렀다.

할배는 이 마을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 마을에 대해서 할배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할배도 오두막의 마녀를 만나 본 적이 없다고?

그 말은 칼럼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3.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했던가. 칼럼은 그 날 저녁 바로 오두막으로 향했다.

굳이 대낮이 아닌 저녁으로 고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오두막 안에 사는 사람이 있는 시간을 노리기 위해.

낮에는 오두막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저녁은 달랐다. 특히 집 안에 불이라도 켜면 밖에서도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법이다.

내가 바로 이 오두막의 비밀을 밝혀내겠어. 칼럼이 주먹을 꽉 쥐며 다짐했다.


4.

"뭐해?"
"으악!"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며 오두막으로 가까워지던 칼럼이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소리를 꽥 질렀다. 어찌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칼럼은 몸을 훽 돌리며 짜증을 냈다.


"조용히 해! 지금 몰래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안에 봐서 뭐 하게?"


칼럼이 몸을 돌려 확인한 얼굴은 익숙한 얼굴이 아니었다. 금발의 단발. 칼럼보다 한 뼘은 더 큰 청년이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며 칼럼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이렇게 예쁘장하게 생긴 청년이 마을에 있었던가. 꽤나 작은 마을이었던 탓에 웬만한 이웃들끼리 서로 알았기에 칼럼은 제 머릿속을 한 번 더듬었다.


"너 이 오두막에 마녀가 사는 거 몰라?"
"마녀?"


이름 모를 남자가 고개를 잠시 갸웃했다. 


"여기에?"


그리고 자꾸만 질문을 하는 남자애가 조금 짜증스럽게 느껴졌다. 아이씨, 빨리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안 그러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따위의 생각을 하던 칼럼이 짜증스럽게 질문했다.


"그것도 몰라? 너 도대체 누구야?"


그래, 가만 생각해보면 칼럼은 이 청년의 이름도 알지 못 했다.

그리고 칼럼의 질문에 청년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마녀?"
"뭐?"



"네가 보고싶어했던 이 오두막에 사는 마녀."


5.

그 날 칼럼은 아마 뒤도 돌아보지 못 하고 달렸다. 너무도 당황스러운 마음에 나온 행동이었다.

어쩌면 죽을 뻔 했는지도 모른다. 그 오두막에 살던 마녀한테 말이다. 아니, 정말 마녀는 맞나? 그렇게 예쁜 사람이? 물론 동화책에서 보던 마녀들은 아리따운 얼굴로 여행객을 꿰어낸다고 읽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목소리도 좋았는데...

어쩌면 다시 마주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6.

"또 왔네?"


마치 칼럼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이 대답을 하는 청년의 질문에 칼럼은 입술을 한 번 씹었다.

그래, 결국 다시 왔다. 몇 날 며칠이나 잠자기 전에 그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충동을 이기지 못 하고 오게 된 것이었다.

분명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까지는 여기로 돌아가는 것이 맞나 고민을 했는데, 막상 오고 화사한 저 얼굴을 보니까 잘 온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후회는... 나중에 하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칼럼이 어색하게 청년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7.

"저번에는 미안해..."
"괜찮아."


청년의 입에서 꽤나 담백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 대답이 너무도 건조해서 칼럼은 순간 고개를 끌어올려 정말로 그가 괜찮은 것인지 인상을 한 번 살폈다. 그리고 청년의 얼굴이 정말로 괜찮아보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조금 놓았다.


"그나저나, 이름이 뭐야?"


그리고 청년이 곧바로 질문했다. 

청년은 서스럼이 없었다. 첫만남이 그리 좋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는데 오히려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푸른색 눈을 반짝이며 칼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칼럼. 칼럼 터너."
"만나서 반가워 칼럼. 난 오스틴이야. 오스틴 버틀러."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 오스틴을 보며, 칼럼은 어쩌면 자신이 지금 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녀는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8.

그 날 이후, 칼럼은 꽤나 자주 그 오두막을 찾아갔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오스틴과 놀러가는 것 뿐이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연하게도 칼럼은 오스틴에게 자신에 대해 늘어놓았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이야기, 지금은 마굿간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이야기, 언젠가 도시로 나가 살 것이라는 자신의 포부까지.

칼럼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길어졌지만, 반대로 오스틴에 대한 이야기는 칼럼이 잘 알지 못 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칼럼은 언젠가 오스틴이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줄 날을 기대했다.


9.

그 날도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적어도 칼럼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날은 칼럼이 오스틴과 친구가 된 지 벌써 5년이 지난 상태였고 칼럼의 성인이 되던 날이었다.

다른 말로 풀어보자면 그 날은 안 그래도 흉년이었던 그 해의 작물을 세금으로 남작님이 걷어가던 날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고 하필 세금으로 내야하는 양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외쳤다.


이 모든 것은 오두막의 마녀 때문이다!


누가 외쳤는지도 모를 말이 삽시간에 퍼졌다.

사람들은 분노에 차 있었고 그 분노를 누군가에게라도 발산을 할 곳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오스틴이었다는 것이고.


10.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자, 칼럼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마을 끝에 있는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한시라도 빨리 오스틴에게 가야했다. 이 소식을 전해야했다. 그를 그 오두막에서 빼내야했다.

하지만 빠르다고 생각했던 제 발걸음은 그리 빠르지 못 했다.


마녀가 죽었다!


사람들 가운데에 오스틴이 싸늘하게 식어있었으니까.


11.

그 이후로는 칼럼의 기억이 조금 희미했다.

이미 차게 식은 오스틴의 몸을 끌어안고 오열을 했던 것도 같았다. 주변에서 그런 칼럼의 행동을 보며 칼럼 또한 마녀와 한패라고 소리를 지르는 마을 사람들의 외침도 들렸던 것 같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제 뒷통수를 강하게 내려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럼은 제 몸이 땅으로 곤두박칠 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암전이었다.


12.

이것이 첫번째 삶이었다.







걍 예전에 쓴 거 재업임

칼럼오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