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2819
2024.10.04 23:36
그때 센티넬 두고 실랑이 하다가 오라이온 잘못 쏘는 사고 없이 걍 오라이온 무력화 시키고 센티넬 찢어죽인 디가 보고 싶다. 열광하는 시민들과 하이가드들 앞에서 포효하던 디는 의기양양하게 오라이온을 돌아봤을 거야.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는 듯이. 하지만 오라이온은 디를 보고 있지 않겠지. 허망한 표정으로 센티넬의 시체를 보고 있을 거임. 디는 스파크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


"죽어 마땅한 녀석을 죽인 게 그렇게도 끔찍해?!"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건 너도..!"


오라이온의 말을 듣고 있기엔 너무 늦었지. 센티넬은 이미 죽었고 디는 이제 멈출 수 없었음. 주사위는 던져졌어. 밑엔 자신만 바라보는 메크들로 가득해. 디는 방금 전 자신에게 공격당해 일어서지 못하는 오라이온을 붙잡아 강제로 끌고 왔음.


"센티넬처럼 되지 말라고? 센티넬이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잊었나 본데."


그리고 오라이온의 가슴쪽 외장갑을 부수고 티코그 꺼냈으면 좋겠다. 고통스러워 하는 오라이온을 시민들 앞에 들어보이며 앞으로 센티넬을 옹호하거나 그를 추종하던 녀석들은 이렇게 될 거라고 선언하는 디... 아니 메가트론. 이미 분위기에 휩쓸린 시민들은 그 광경에도 열광하거나 이건 아니지 않나 싶지만 이 광기 속에서 차마 티를 못내는 메크들로 나뉘겠지.


아무튼 디는 순조롭게 메가카로 각성해서 사이버트론의 새 독재자가 되고... 오라이온은 코그를 잃어 작은 동체로 돌아온 상태로 구금될 듯. 오라이온은 밖의 상황을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겠지. 메가트론이 여기에 가둘 때 상처는 치료해줬지만 언제까지 자신을 살려둘지 확신이 안 섬. 설마 디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세상 참 모를 일임. 생각해보면 디는 예전부터 날 죽이겠다고 말하긴 했지. 오라이온은 코그가 비어있는 곳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존만 문 아래로 배급 받으며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한참이 지나서야 메가카는 오라이온을 데리러 왔음. 오라이온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를 보며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감도 못잡을 듯. 자신의 옛 친구는 너무 달라져 있었어. 메가카는 말문이 막힌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라이온을 그때처럼 강제로 일으켜서 방에서 끌고 나왔지.

그리고 달라진 사이버트론을 오라이온에게 마치 자랑하듯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오라이온이 갇혀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지 사이버트론은 나름대로 정리가 된 상태였음. 쿠인테슨한테 갈 게 안 가게 됐으니 에너존의 여유분도 많이 생겼고 광산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 코그를 얻고 자유롭게 변신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겠지. 다들 메가트론의 집권에 만족하고 행복한 것처럼 보임. 뭐 적어도 눈에 보이는 건 그렇게 보일 듯.

메가트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라이온은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었음. 네가 틀렸고 내가 옳았다는 걸 인정해. 오라이온은 언뜻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이버트론을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 거임.


"광산에선 누가 일하고 있는 거야. 코그는 어디서 났어?"
"알고 싶어?"


오라이온이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란 건 메가카도 알고 있음. 하지만 싸늘한 붉은 옵틱으로 응수한 후 오라이온을 자신들이 일하던 광산까지 데려갔지. 그곳에서 본 광경은 오라이온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진 않았음. 아니, 예상보다 참혹했지. 오라이온은 좌절감에 일그러지는 표정을 막을 수 없었음. 모르긴 몰라도 저 메크들 모두가 센티넬을 추종하며 센티넬의 생각에 동의하던 게 아니란 건 확실함.

오라이온이 저도 모르게 그들을 향해 한발자국 다가가자 허리에 팔이 감겼지. 이제 둘의 덩치가 너무 차이나서 한 팔로도 허리가 감기고도 훨씬 남음. 메가카는 오라이온에게 몸을 숙이고 청각센서에 고요히 속삭일 거임.


"내가 옳았다고 말해."


메가카의 손이 오라이온의 허리에서 올라와 동그랗게 비어있는 곳을 매만졌음. 자신이 만졌을 때완 느낌이 다르겠지. 메가트론이 안쪽을 스칠 때마다 골격을 따라 섬뜩함과 전기 자극이 느껴짐. 메가카는 제 품에 꼼짝없이 갇혀 흠칫거리는 너무나 작아진 친구를 내려다보며 메가트론이 된 후 처음으로 옅게 미소를 지을 거임.


"이제라도 인정한다면 용서해줄게 오라이온. 우린 친구잖아."


그 목소리는 디가 정말 기분이 좋았을 때나 들은 다정한 목소리였음. 오라이온은 마치 디가 돌아온 거 같은 기분에 휩싸였지. 이대로 메가트론에게 굴복한다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오라이온은 제 등뒤의 온기에 안주하기엔 눈앞의 광경을 무시하지 못했음. 결코 그럴 천성이 못 됐어. 오라이온은 말해야 했지.


"그만 둬 메가트론. 이건 옳지 않아."


오라이온은 메가카에게 안겨 뒤를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제 몸에 두른 팔에 들어간 힘만 봐도 알 수 있었을 거임.



아무튼 이런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일상 보내면서 평소엔 갇혀있는 오라이온. 하지만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 나니 이러고 갇혀있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해서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별짓을 다하고 있을 듯. 근데 디셉의 감시망을 뚫기가 쉽지 않음. 특히 사웨... 하지만 오라이온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오라이온이니까.

그날도 튀려고 이상한 짓 하다가 쓰한테 잡혀들어와서 한번만 더 이런 짓 하면 쇼크웨이브한테 시켜서 다리 전선을 끊어놓을 거라는 으름장을 듣고 있겠지. 쓰가 떠나고 난 뒤 진짜 그렇게 되면 곤란하니 다음 탈출은 좀 신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메크가 서있겠지.

저 문을 여는 건 메가카 뿐이니 메가트론이 온 줄 알고 살짝 긴장했던 오라이온은 반갑게 인사하는 재즈를 보며 옵틱을 휘둥그레 떴음.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재즈는 코그를 얻었는지 동체가 변해있을 거임. 오라이온은 그 모습에 참으로 복잡한 심경을 느꼈음. 재즈가 건강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기뻤거든. 메가트론에게 그런 말을 한 주제에 재즈를 보며 기뻐하는 자신의 이중성에 대한 회한이 몰려왔지.


"왜 그런 반응이야? 날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재즈의 넉살에 오라이온은 복잡한 생각을 잊고 그제야 웃을 수 있었을 거임. 잊을 리가 있겠냐며 재즈를 반갑게 맞이한 오라이온은 재즈에게 다가갔다가 재즈가 디셉 마크를 달고 있는 걸 보았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오라이온은 씁쓸함을 숨기며 마크를 보지 않은 척 했지만 재즈는 그 시선을 그새 캐치했는지 자기 마크를 내려다보며 어깨를 으쓱였음.


"잘 어울려?"
"뭐.. 메가트로너스 프라임 멋지지."


오라이온이 대답을 교묘히 피하며 웃자 재즈는 따라웃을 거임.


"잘 어울리면 안되는데."


음? 오라이온이 무슨 소린지 못알아듣고 옵틱을 꿈뻑였음. 재즈는 여전히 웃는 채로 오라이온에게 손짓했지.


"일단 나가자. 이것도 얼마 못버틸 거야. 너도 알다시피 좀 까다로운 녀석이 있잖아?"


재즈는 자신의 청각 센서를 톡톡 두들기더니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댔음. 쉿. 오라이온은 재즈가 하는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재즈를 따라가야 한다고 느꼈지. 재즈는 제게 다가온 오라이온의 손을 잡아채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할 거야.






아무튼 뭐... 이런 거 보고 싶다....


메가오라 재즈오라 메옵 재옵
[Code: 986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