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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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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 메이저를 너무 몰아붙였는지 기절하듯 잠든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마크는 침실을 나섰어.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푸르슴한 새벽이겠지. 마크는 옷을 갖춰 입고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어. 잠에 취한 메이저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메이저의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어. 눈가가 아직도 붉어 손끝으로 쓸어내리면서 말이야. 메이저는 잠에 취한 채로 마크의 손을 당겨 손등에 똑같이 입을 맞추겠지.


“다녀올게요. 메이저.”
“네… 마크.”
“좀 더 자요.”


메이저는 마크의 말에 스르륵 눈이 감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 마크가 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마크가 침실을 나서 따라붙는 집사에게 메이저가 부르는 것이 아니라면, 침실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 말할 거야. 말에 올라타는 마크를 메이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마크를 배웅하고 있었어.


~~~


마크가 떠나고 이주는 지난 거 같아. 메이저는 무료했어. 모형배를 만드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모두 재미가 없었지. 마크는 어딜 갔냐는 물음에도 사용인들은 대답을 하지 않았거든. 그리고 로버트의 티파티 초대에도 메이저는 응하지 않았어. 그래서 로버트가 오늘은 찾아온다는 서신을 보내왔지. 메이저는 로버트가 좋아하는 쿠키를 준비하라 말하고는 옷을 갈아입었어. 오랜만에 정원을 걸었지. 그러고 보니까 마크가 떠나고 난 뒤에 메이저는 잠을 통 못 잔 거 같아. 자신을 꽉 안아주는 압박감이 사라지니까, 허전해서 그런가…?


장미 정원 중앙 홀에 위치한 가제보 아래 테이블에 앉은 로버트를 보며 걸음을 옮겼지.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아 보여 메이저는 무슨 걱정이 있냐는 말을 먼저 꺼냈지. 로버트는 메이저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리에 앉았어.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아. 메이저.”
“응…”
“많이 피곤해 보인다.”


메이저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저었어. 피곤한지는 잘 모르겠거든. 메이저의 얼굴을 살피는 로버트에게 메이저는 다시 물음을 던졌어.


“무슨일 있어?”


메이저의 물음에 로버트는 숨을 내쉬었지. 제이크가. 하고 말하는 로버트에게 저하? 저하가 왜? 하고 바로 대답이 따라붙었지.


“국경지대에 일이 생겼나봐…”
“응.”
“레이놀즈 공자 혼자서 수습이 안되고 있다고… 제이크도 출전을 해야한다고…”
“로버트, 마크가 어디에 있다고?”
“북부 국경?”
“마크가… 지금 전쟁터에 있다는 말이야?”
“몰랐어?...”


메이저의 뒤에 서있는 하인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걸 본 로버트는 메이저를 바라보았어. 자리에 일어난 메이저는 찰리경를 만나야겠다고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휘청거렸어. 로버트는 빠르게 메이저를 감싸 안았어. 괜찮다 하며 로버트를 토닥이던 메이저는 겨우 한 걸음을 떼다가 그대로 쓰러지고 말겠지.


“메이저!”


~~~


책상 위 놓인 유리잔이 떨어지며 파열음을 내었어. 마크는 잠시 동안 잔을 바라보다가, 막사안으로 들어오는 수하에게 시선을 돌렸지.


“황자 전하께서 전장으로 오시는 중이라고 합니다.”


마크는 미간을 좁히며 서신을 받아들었어. 한 달이면 된다고 말했건만! 마크는 약속을 깨버린 제이크에 화가 났지.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온 이의 얼굴을 본 마크는 깨진 잔을 다시 바라봐야 했어.



~~~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소리에 메이저는 눈을 떴어. 헙 하고 숨을 들이키며 메이저는 시계를 바라보았지.


“알바 늦겠다!”


메이저는 욕실로 들어가 빠르게 씻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지. 뭔가 긴 꿈을 꾼 거 같은데, 알람 소리에 휘발되어 사라졌거든. 거친 숨을 쉬며 인사를 하고 백룸으로 사라지는 메이저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와 교대를 하고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 언제나 같은 일상인데 이상하게 낯설었어. 메이저는 오랜만에 조금은 많은 실수를 하고 있었어.



~~~



“레이놀즈 공작부인이 쓰러졌어. 돌아가시오. 레이놀즈 공작”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고,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니, 어서 돌아가.”
“내가 출발할 때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




~~~



메이저는 매일 꿈을 꿨어. 누군가 애달픈 목소리로 돌아오라고, 눈을 떠달라고 속삭였거든. 눈을 뜨면 누구인지도 모를 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어. 가끔은 환청이 들리는 듯했어.


“돌아와요. 눈을 떠요. 메이저.”
“내사랑.”
“제발, 내게 돌아와요.”






시간이 전편보다 흐른 시점임.
메이저는 현실로 돌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