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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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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창가에 기대 잠이 들었던 엘비스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눈꺼풀을 몇 번 깜빡였다. 차량의 조용한 내부가 이상하게 익숙하게 느껴지고, 눈앞이 점차 선명해지자 엘비스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옆에 앉은 조를 바라보았다.


"뭐야? 나 잠들었어? 얼마나?"
"얼마 안 지났어."


자동차에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데, 자신의 졸음 때문에 상대를 1시간이나 기다리게 했다는 사실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무슨…. 깨우지, 너도 피곤할 텐데."
"피곤해 보여서. 많이 힘들어?"
"과제는 이제 끝났고…. 연습도 모레면 끝나니깐 괜찮아. 나 때문에 늦게까지 집도 못 가고 미안해. 이제 연습 끝나면 이렇게 늦게 끝나는 일 없을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얘 연습 핑계로 집에 같이 가자고 꼬신 건데 공연 연습이 끝나면 제 훈련 시간 때문에 집에 데려다줄 수가 없겠네. 조는 운동하는 애들 승부욕이고 나발이고 얘랑 데이트하려면 축제 때 무조건 많이 팔아서 훈련 시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비 와서 춥다 조심히 들어가."
"응. 고마워."



짧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온 엘비스는 운동화를 벗으려 신발 끈을 푸는 순간, 툭 하고 품에서 후드티 하나가 떨어졌다. 내리면서 얼떨결에 들고 내린 것 같았다. 떨어진 후드티를 다시 집어 든 엘비스는 후드티에서 나는 향기에 무심코 향기를 맡았다. 조에게서 느껴지는 얼음 냄새와 묵직한 우디 향이 섞여, 차갑지만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조랜츠를 닮아 있었다. 작은 향에서 조의 흔적을 느끼자, 엘비스의 가슴은 마치 널뛰듯이 뛰기 시작했다. 간질간질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이 마음속을 채우자, 엘비스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조를 향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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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 열심히야?"
"쇼트 애들이랑 훈련 시간 바꿔야 한대."


축제 내내 일은 무슨 아예 나오지도 않을 거 같던 애가 테이블 옮기는 궂은일부터 시작해서 서빙에, 테이블 치우고 닦기까지 하더니 지금도 봐라 저렇게 입고 테이블 닦고있음 나 같아도 쟤 팔뚝 구경하러 오겠다.


"뒤에 공대 애들이 너희랑 합석하고 싶다는데 내가 보기엔 너희가 아까운데 내가 대충 거절해 줄까?"

 
테이블에서 울리는 "우리가 아깝대"라는 웃음소리에 조도 적당히 입꼬리를 올리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곤 했다.


"우린 너희랑 술 마시러 온 건데? "


문제는 이 테이블이랑 저 테이블을 합석시키는 걸 어디서 뭘 듣고 왔는지 자꾸만 자기들이랑 합석하자는 소리에 조는 눈썹을 긁으며 A가 있는 카운터로 향했다.


"야 저기 가서 술 좀 마셔."
"여기가 호빠야? 왜 자꾸 시발 우리랑 합석을 시켜!"
"쟤네 음대야."
"…. 어디? 저기?"
"어. 카운터 내가 볼게."


A와 자리를 바꾼 조는 카운터에 서서 대충 던져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알림을 확인했다. 타이밍 좋게 3분 전에 엘비스에게서 '재밌어?'라는 짧은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일 공연이라 오늘 늦게까지 연습한다고 축제는 구경도 못 한다던데 조는 주저 없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다.

지금 전화해도 돼?


답장이 오길 무섭게 조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짧은 신호음이 울리고 퉁명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엘비스가 전화를 받았다.


쉬는 시간이야?
방금 저녁 먹어서 한 시간 쉬기로 했어.
저녁이 왜 이렇게 늦어?
그냥 뭐 어쩌다 보니깐.
목소리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너는 재밌냐고.
일하는데 뭐가 재밌어, 테이블 치우고 닦고 그게 끝이지.
….다던데.
응? 뭐라고?
거기 가면 하키 하는 애들이랑 합석해서 재밌다던데.
누가 그래.
소문 다 났어.

가만보면 나한테만 솔직하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네. 귀엽기까지 한 질투가 담긴 그 내용에 조는 웃음을 터뜨렸다.

한 시간 쉰다고? 그럼 십분 있다 밑으로 내려와.
왜.
보고싶으니까.
….그래.


엘비스의 끝까지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조는 올라간 입꼬리를 가다듬지 못한 채, 핸드폰을 대충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조 교수님 오셨어."
"어. 야 나 인사하고 한 시간 쉰다. 찾지 마."


교수님이 있는 테이블에 인사하러 가자, 자꾸 술잔을 권하는 바람에 조는 적당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할 생각이었다.


"라커룸에 핸드폰을 두고 왔다고?"
"네. 훈련할 때 두고 온 것 같아요."
"내 방 비밀번호 알려줄게. 링크장 키 어디 있는지 알지? 쓰고 다시 걸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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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으로 시킨 샌드위치 한쪽을 다 먹지도 못한 채 밀어놓고 엘비스는 다른 애들과 같이 연습실 구석에 누웠다.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기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엘비스는 눈을 감았다. 누구더라…. 누가 갑자기 그런 말 하기 전까지 엘비스는 정말 평온했다.


"체교과 주점 재밌나 봐. 지금 오라고 난리야."
"체교과?"
"응, 하키 애들이랑 합석하나 봐."
"하키 애들 재밌지."
"조랜츠도 있다는데."
"더 재밌겠네…."


왜 그런 거 있잖아. 어릴 때 짝꿍이 자신만을 바라보며, 오직 자신과만 놀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고 짝꿍은 사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걸 알게 된거 말이야. 마치 배신을 당한 듯한 어린 날의 유치한 기분에 휩싸인 엘비스는 핸드폰을 꺼내 들어 자판을 눌렀다. '재밌어?'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오고, 전화가 걸려 오자 엘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아 노려보는 것도, 그렇다고 쳐다보는 것도 아닌 엘비스의 눈빛에 조는 당장 저 뒷머리를 쓸어주며 자신은 합석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이스링크 타러 가자."
"지금?"
"응."







언제 툴툴거렸냐는 듯 스케이트화도 아닌 운동화를 신은 채 얼음 위를 신나게 미끄러지는 모습에 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어?"
"나 아이스링크 오랜만에 타봐."


한참을 웃으며 미끄러지듯 링크를 타던 엘비스는 갑자기 발이 헛디뎌 휘청거렸다. 그 모습을 본 조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뛰쳐나가 팔을 뻗어 엘비스를 붙잡으려 했다. 차가운 공기가 두 사람의 피부를 스치고, 긴장감 속에서 조의 손이 엘비스의 팔에 닿았다.


“조심해야지.”


조의 손이 엘비스의 팔을 붙잡자, 맞잡은 손에서 고요한 떨림이 전해졌다. 얼음 위에서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고, 둘만 있는 링크장에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긴장감에 조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 모습을 본 엘비스는 조를 바라보다가 '쪽' 하는 소리를 내며 짧게 입을 맞췄다. 제가 먼저 저질러놓고도 놀라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엘비스를 보자니, 조는 또다시 터져 나올 웃음을 애써 참으며 팔을 붙잡고 있던 손을 엘비스의 허리로 옮겨 조심히 감싸안았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통통한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다물린 입술 사이로 조가 엘비스의 윗입술을 훑을 듯 혀로 살살 할짝대자,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엘비스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뜨겁고 단단한 혀가 느리게 엘비스의 입으로 들어가 혀를 섞으려는 조를 엘비스가 따라오지 못하고 도망가는 듯한 행동에 조는 혀를 섞다 말고 엘비스의 고른 치열 여기저기를 훑고 혀끝을 세워 입천장을 건드리며 엘비스의 여리고 얼어붙어 있는 입안을 헤집었다. 예민한 입천장을 간질이는 혀에 엘비스는 아찔한 기분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하자 조는 그런 엘비스를 보며 입을 떼주지 않고 더 깊게 입 맞추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비틀어 잡고는 자꾸만 도망가기 바쁜 엘비스의 혀를 찾아 질척이게 섞었다. 천천히 엘비스 입안을 움직이던 혀는 점차 집요하게 바뀌자 엘비스는 조의 혀 놀림을 따라가기에 벅찼다.


힐끔 아래를 보니, 두 주먹을 꼭 쥐고 달달 떨고 있는 엘비스가 눈에 들어오자 조는 가볍게 엘비스의 두 주먹을 잡고 자신의 등에 감싸주었다. 자신을 안아달라는 뜻이었는데 엘비스는 이제 아예 제 윗옷을 구겨져라 꽉 쥐고 있었다. 어색하게나마 혀를 섞으려는 엘비스의 행동에 조는 이쯤에서 그만할까 싶다가도 제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려는 엘비스를 보며 조는 마지막으로 목구멍 깊게 혀를 집어넣으며 입천장을 길게 쓸어내리듯 훑으며 입맞춤 소리가 나게 천천히 입을 떼자 떨어진 두 입술 사이로 엘비스의 할딱이는 숨소리만 사방이 막힌 아이스 링크장에 울렸다. 살면서 처음 경험한 키스에 순간, 다리 힘이 풀린 듯 주저앉으려는 엘비스를 보자 조는 재빠르게 허리를 감싸안았다.


“이제 갈까?”


눈이 살짝 풀린 엘비스는 조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는 그대로 엘비스의 허리에 손을 감은채 링크장을 빠져나왔다.








"엘비야."
"…."
"공주야."
"…."
"자기야."
"…. 왜 자꾸…."
"끝나면 전화해."
 
링크장에서 무용과까지 그 짧은 거리를 가는 동안, 엘비스는 제 얼굴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더니, 무용과 건물에 들어가기 직전 다시 돌아와서는 운전석 창문을 내려달라는 듯 손짓했다. 그 손짓을 따라 창문을 내리자, 엘비스의 손이 불쑥 들어와 말려 올라간 조의 반팔 소매를 쓱쓱 내려주었다.


"합석 안 돼. 끝나면 전화할게."


대답은 듣지도 않고 다시 뒤돌아 뛰듯이 걸어가는 엘비스를 보자, 조는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행동에 웃음이 터졌다. 엘비스의 서투른 모습과 서둘러 가는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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