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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22:21
내가 동생의 치료비를 위해 도시로 올라와 이 저택에서 하녀 일을 한 지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첫 날, 싱숭생숭한 마음에 자꾸만 잠자리를 뒤척이는 내게 같이 방을 쓰는 메리는 괜찮을거라며 비좁은 침대 옆에 누워 나를 꼭 안아주기도 했었지.
"이 집 주인님들은 다 성격이 좋으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애들도 다 착하니까 걱정하지마. 참, 도로시는 좀 까칠하긴 해도 나쁜 애는 아니야." 나는 조잘거리는 메리의 말을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다행이네.
"도련님도 무뚝뚝하긴 해도... 우리같은 사용인들 보고도 매너있게 말씀해주시거든."
메리는 졸린지 그 뒤에 작게 하품을 했었다. 그러니까 허니, 걱정하지 마. 어려운건 내가 도와줄게. 나는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었지. 고마워.
메리의 말대로 주인 내외는 성품이 좋으셨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못된 사람은 없었다. 이따금 실수를 저지르면 하녀장이 따끔하게 혼내곤 했지만 꼭 그렇게 혼나고 나면 하녀장은 저녁에 슬그머니 쿠키단지를 내 앞으로 밀어주곤 했었다.
"여기있었네, 허니."
익숙한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언제나처럼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차분한 낯으로 있는 도련님이 서있었다. 서재를 청소하다가 그만 다른 생각에 빠져 멍하니 같은 곳만 걸레로 닦고 있었나보다. 나는 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는 됐다며 가까이 걸어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다른 하녀들 말로는 주방에 갔다는데 거기에도 없었고."
나는 그 말에 멋쩍게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음, 사실 오늘 주방에서 일해야 했어요. 근데 제가 졸다가 요리 하나를 망쳐버릴 뻔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서재에서 청소하는 담당으로 바뀐거죠.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딱히 웃기지는 않았는지 도련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듣기로는 밖에서도 도련님의 성적과 행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던데 이런 내 말이 좀 한심하게 들릴 수도 모르겠다.
"근데 저는 갑자기 왜 찾으셨나요?"
슬쩍 시선을 도련님에게로 옮기자 도련님은 예쁘게 포장된 선물 가방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내가 주저하며 쉽게 가져가지 않자 내 손을 붙잡고 억지로 그 가방을 내 손에 쥐게 만들었다. 어서 빨리 열어보라는 무언의 눈빛에 나는 엉거주춤 포장을 풀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있는 틴케이스 핸드크림이 들어있었다. 도련님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날씨가 춥고 건조해져서 그런건지 손이 좀 튼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아... 그, 물론 너무 감사하고 마음에는 드는데요..." 나는 도련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제가 바르기엔 너무 비싸보여서... 마음만 받아도 될까요?" 도련님은 딱잘라 대답한다. "별로 안 비싸. 나한테는 필요도 없으니 그냥 받아."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틴케이스를 열자 달달한 꽃향기가 확 풍겨왔다. 전에 제인이 갖고 싶어했던 핸드크림이다. 향이 좋고 케이스도 예뻐서 아가씨들이 많이들 산다던... 그때 흘려 듣기로는 가격이 꽤 비쌌던거 같은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도련님의 시선이 느껴져 뚜껑을 닫고 다시 선물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럼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마지못한 내 말에 도련님은 그제야 시선을 거뒀다.
"청소도 이만하면 깨끗한데. 이만 들어가서 조금 쉬는게 낫겠어."
나는 어려운 마음에 겨우 어물거리는 모양새로 그러시냐며 걸레들 들고 방에서 나왔다. 검정색 하녀복과 청소걸레, 그리고 예쁜 포장지로 싸인 핸드크림이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와, 또 도련님이 너한테 선물해줬어?"
메리는 연신 감탄하며 내게 다가왔다. 소리를 들은 것인지 다른 하녀들도 다가와 다들 한두마디씩 던지는게 귓가에 박혔다. 정말 도련님이 널 좋아하시는거 아니야?
들뜬 어린 하녀들의 목소리는 마치 설레이는 연애소설을 읽는 것 처럼 신나보였다. 설마, 그냥 도련님은 내가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게 안타까워서 그러신거야. 뻘줌하게 말해봤지만 이미 친구들은 저들만의 세상에 푹 빠져있었다. 완전 신데렐라 이야기 같아! 꺄르르 웃던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멈춘건 하녀장인 매덤 부인의 엄격한 호통이 들린 뒤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다들 할 일은 다 끝마치고 수다 떠는 거겠지?"
하녀장의 소리에 슬금거리며 소녀들은 눈치를 보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나또한 (비록 떠들지는 않았으나) 원인을 제공한 자로써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나려던 나를 하녀장은 조용히 불러세웠다.
"허니, 잠깐 이리로. 따로 시킬 일이 있으니까."
ㅡ
"넌 똑똑하니까 내가 무슨 얘길 할지 대충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대뜸 하녀장의 방에 들어와 느닷없이 심문을 받듯이 앉아있었다. 하녀장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과의 일 때문인가? 설마하니 하녀장이 어린 소녀들의 가십을 진지하게 믿는 것인가? 나는 영문모를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내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단다. 내가 말해두고 싶은건, 순간의 감정에 넘어가지 말라는 소리다."
"....네?"
하녀장은 황당하다는 듯한 내 대답은 들리지도 않은 모양인지 쉬지않고 말했다.
"돈 많고 혈기왕성한 남자들이 어린 하녀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어."
"맙소사, 부인!"
"이 가문 이야기는 아니었단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들은 어린 여자애들에게 꿈을 꾸게 해놓고선 책임을 지지않아. 네가 혹여나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면 추호도 생각 말라는 소리다."
그제야 나는 하녀장의 말이 뭔지 겨우 알아들었다. 그녀는 내가 도련님의 호의를 사랑이라고 착각해 몸과 마음을 다 주고 말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녀장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일 없을거예요. 도련님은 정말... 제가 안타까워서 그런거죠. 도련님도 동생이 있으시니까요. 남 일 같지 않으셔서 그러신걸거예요."
"...넌 아무 감정도ㅡ,"
"당연하죠. 아무 감정도 없죠."
덧붙이자면.. 도련님이 그만 날 불편하게 만들었으면 하고요. 굳이 그 얘기는 꺼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별다른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 얘기는 서로의 비밀로 부쳐야할 것이다.
방문을 나서자 하녀장은 어느때처럼 엄격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일을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ㅡ
내일은 작은 도련님이 오시는 날이다.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파이를 굽는 주방일에 자진하여 사과를 썰고 있었다. 작은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는게 애플파이라서..
작은 도련님이 오시는 날에는 저택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평소에는 시끄럽게 자신의 요리에 대해 떠들던 주방장도 오늘은 조용했다.
"아!"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손가락을 크게 베어버렸다. 빨간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고 주방장은 당장 나가서 치료하라며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앞치마로 손가락을 감싼 뒤 주방을 나섰다. 하필이면 사과 대신 손가락을 썰게 뭐람. 빨리 가서 붕대를 감아야겠어. 생각보다 크게 베인 것인지 앞치마에 피가 스몄다.
사용인들이 묵는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다. 잡화실로 들어가 구석에 있던 응급상자를 꺼내 소독약을 열었다. 독한 소독약을 손가락에 뿌리자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대충 거즈로 뒤처리를 한 뒤 잡화실에서 나왔다. 2층은 고요했다. 대다수의 사용인들은 아마 음식을 하거나 청소를 하기 위해 저택에 있을거니 당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오랜만이야."
훌쩍 커진 작은 도련님은 장난기 있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세상에. 내일에나 온다고 했으면서.
"오셨어요. 일찍 도착하셨네요."
"뭐야, 그 말투는. 못 본 사이에 날 까먹은거야?"
"저는 여기 일단 하녀로 있으니까요."
"그 전에 친구인데도 말이지."
작은 도련님은 부루퉁하게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여기 일하게 된 것도 작은 도련님의 소개로 일하게 된거니까 선후를 따지자면 친구가 된게 먼저긴 하지.
"그래, 오랜만이야. 보고싶었어."
나는 할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그는 토라진 얼굴을 풀고 언제나처럼 웃었다. 네 선물도 사왔어. 자연스럽게 선물로 시선을 옮긴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무슨 우연의 일치지. 선물은 큰 도련님이 사왔던 핸드크림과 똑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큰 도련님이 선물한게 장미향이었고 얘가 선물한건 백합향이었다는 거겠지. 얼떨떨한 표정을 한 나를 보더니 그가 아무렇지 않게 포장을 풀어 직접 내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손가락 다쳤네."
"아, 응. 애플파이 하다가..."
"다음부턴 주방일은 하지마."
느리게 내 손을 감싸며 핸드크림을 발라주던 그가 말했다. 알겠다고 말하려는 찰라, 커다란 사람의 모습이 조금 거리가 있는 정원에서 보이는 것 같아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언뜻 보이던 도련님의 모습이 화가 나 보였던건 착각이었을까?
가렛너붕붕
티모시너붕붕
아 똥 잘 쌌다ꉂꉂ(ᵔᗜᵔ*)
"이 집 주인님들은 다 성격이 좋으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애들도 다 착하니까 걱정하지마. 참, 도로시는 좀 까칠하긴 해도 나쁜 애는 아니야." 나는 조잘거리는 메리의 말을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다행이네.
"도련님도 무뚝뚝하긴 해도... 우리같은 사용인들 보고도 매너있게 말씀해주시거든."
메리는 졸린지 그 뒤에 작게 하품을 했었다. 그러니까 허니, 걱정하지 마. 어려운건 내가 도와줄게. 나는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었지. 고마워.
메리의 말대로 주인 내외는 성품이 좋으셨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못된 사람은 없었다. 이따금 실수를 저지르면 하녀장이 따끔하게 혼내곤 했지만 꼭 그렇게 혼나고 나면 하녀장은 저녁에 슬그머니 쿠키단지를 내 앞으로 밀어주곤 했었다.
"여기있었네, 허니."
익숙한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언제나처럼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차분한 낯으로 있는 도련님이 서있었다. 서재를 청소하다가 그만 다른 생각에 빠져 멍하니 같은 곳만 걸레로 닦고 있었나보다. 나는 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그는 됐다며 가까이 걸어왔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다른 하녀들 말로는 주방에 갔다는데 거기에도 없었고."
나는 그 말에 멋쩍게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음, 사실 오늘 주방에서 일해야 했어요. 근데 제가 졸다가 요리 하나를 망쳐버릴 뻔 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서재에서 청소하는 담당으로 바뀐거죠.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딱히 웃기지는 않았는지 도련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듣기로는 밖에서도 도련님의 성적과 행실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라던데 이런 내 말이 좀 한심하게 들릴 수도 모르겠다.
"근데 저는 갑자기 왜 찾으셨나요?"
슬쩍 시선을 도련님에게로 옮기자 도련님은 예쁘게 포장된 선물 가방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내가 주저하며 쉽게 가져가지 않자 내 손을 붙잡고 억지로 그 가방을 내 손에 쥐게 만들었다. 어서 빨리 열어보라는 무언의 눈빛에 나는 엉거주춤 포장을 풀었다. 그 안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있는 틴케이스 핸드크림이 들어있었다. 도련님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요즘 날씨가 춥고 건조해져서 그런건지 손이 좀 튼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아... 그, 물론 너무 감사하고 마음에는 드는데요..." 나는 도련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제가 바르기엔 너무 비싸보여서... 마음만 받아도 될까요?" 도련님은 딱잘라 대답한다. "별로 안 비싸. 나한테는 필요도 없으니 그냥 받아."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틴케이스를 열자 달달한 꽃향기가 확 풍겨왔다. 전에 제인이 갖고 싶어했던 핸드크림이다. 향이 좋고 케이스도 예뻐서 아가씨들이 많이들 산다던... 그때 흘려 듣기로는 가격이 꽤 비쌌던거 같은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도련님의 시선이 느껴져 뚜껑을 닫고 다시 선물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럼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마지못한 내 말에 도련님은 그제야 시선을 거뒀다.
"청소도 이만하면 깨끗한데. 이만 들어가서 조금 쉬는게 낫겠어."
나는 어려운 마음에 겨우 어물거리는 모양새로 그러시냐며 걸레들 들고 방에서 나왔다. 검정색 하녀복과 청소걸레, 그리고 예쁜 포장지로 싸인 핸드크림이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와, 또 도련님이 너한테 선물해줬어?"
메리는 연신 감탄하며 내게 다가왔다. 소리를 들은 것인지 다른 하녀들도 다가와 다들 한두마디씩 던지는게 귓가에 박혔다. 정말 도련님이 널 좋아하시는거 아니야?
들뜬 어린 하녀들의 목소리는 마치 설레이는 연애소설을 읽는 것 처럼 신나보였다. 설마, 그냥 도련님은 내가 동생 때문에 고생하는게 안타까워서 그러신거야. 뻘줌하게 말해봤지만 이미 친구들은 저들만의 세상에 푹 빠져있었다. 완전 신데렐라 이야기 같아! 꺄르르 웃던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멈춘건 하녀장인 매덤 부인의 엄격한 호통이 들린 뒤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다들 할 일은 다 끝마치고 수다 떠는 거겠지?"
하녀장의 소리에 슬금거리며 소녀들은 눈치를 보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나또한 (비록 떠들지는 않았으나) 원인을 제공한 자로써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나려던 나를 하녀장은 조용히 불러세웠다.
"허니, 잠깐 이리로. 따로 시킬 일이 있으니까."
ㅡ
"넌 똑똑하니까 내가 무슨 얘길 할지 대충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대뜸 하녀장의 방에 들어와 느닷없이 심문을 받듯이 앉아있었다. 하녀장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심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과의 일 때문인가? 설마하니 하녀장이 어린 소녀들의 가십을 진지하게 믿는 것인가? 나는 영문모를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내 손을 잡고 중얼거렸다.
"네가 믿든 안 믿든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단다. 내가 말해두고 싶은건, 순간의 감정에 넘어가지 말라는 소리다."
"....네?"
하녀장은 황당하다는 듯한 내 대답은 들리지도 않은 모양인지 쉬지않고 말했다.
"돈 많고 혈기왕성한 남자들이 어린 하녀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을 나는 너무 많이 봐왔어."
"맙소사, 부인!"
"이 가문 이야기는 아니었단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들은 어린 여자애들에게 꿈을 꾸게 해놓고선 책임을 지지않아. 네가 혹여나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면 추호도 생각 말라는 소리다."
그제야 나는 하녀장의 말이 뭔지 겨우 알아들었다. 그녀는 내가 도련님의 호의를 사랑이라고 착각해 몸과 마음을 다 주고 말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녀장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일 없을거예요. 도련님은 정말... 제가 안타까워서 그런거죠. 도련님도 동생이 있으시니까요. 남 일 같지 않으셔서 그러신걸거예요."
"...넌 아무 감정도ㅡ,"
"당연하죠. 아무 감정도 없죠."
덧붙이자면.. 도련님이 그만 날 불편하게 만들었으면 하고요. 굳이 그 얘기는 꺼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별다른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 이 얘기는 서로의 비밀로 부쳐야할 것이다.
방문을 나서자 하녀장은 어느때처럼 엄격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일을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ㅡ
내일은 작은 도련님이 오시는 날이다.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파이를 굽는 주방일에 자진하여 사과를 썰고 있었다. 작은 도련님이 가장 좋아하는게 애플파이라서..
작은 도련님이 오시는 날에는 저택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었다. 평소에는 시끄럽게 자신의 요리에 대해 떠들던 주방장도 오늘은 조용했다.
"아!"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손가락을 크게 베어버렸다. 빨간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고 주방장은 당장 나가서 치료하라며 내 등을 밀었다. 나는 앞치마로 손가락을 감싼 뒤 주방을 나섰다. 하필이면 사과 대신 손가락을 썰게 뭐람. 빨리 가서 붕대를 감아야겠어. 생각보다 크게 베인 것인지 앞치마에 피가 스몄다.
사용인들이 묵는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다. 잡화실로 들어가 구석에 있던 응급상자를 꺼내 소독약을 열었다. 독한 소독약을 손가락에 뿌리자 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대충 거즈로 뒤처리를 한 뒤 잡화실에서 나왔다. 2층은 고요했다. 대다수의 사용인들은 아마 음식을 하거나 청소를 하기 위해 저택에 있을거니 당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오랜만이야."
훌쩍 커진 작은 도련님은 장난기 있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세상에. 내일에나 온다고 했으면서.
"오셨어요. 일찍 도착하셨네요."
"뭐야, 그 말투는. 못 본 사이에 날 까먹은거야?"
"저는 여기 일단 하녀로 있으니까요."
"그 전에 친구인데도 말이지."
작은 도련님은 부루퉁하게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여기 일하게 된 것도 작은 도련님의 소개로 일하게 된거니까 선후를 따지자면 친구가 된게 먼저긴 하지.
"그래, 오랜만이야. 보고싶었어."
나는 할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제야 그는 토라진 얼굴을 풀고 언제나처럼 웃었다. 네 선물도 사왔어. 자연스럽게 선물로 시선을 옮긴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무슨 우연의 일치지. 선물은 큰 도련님이 사왔던 핸드크림과 똑같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큰 도련님이 선물한게 장미향이었고 얘가 선물한건 백합향이었다는 거겠지. 얼떨떨한 표정을 한 나를 보더니 그가 아무렇지 않게 포장을 풀어 직접 내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었다.
"손가락 다쳤네."
"아, 응. 애플파이 하다가..."
"다음부턴 주방일은 하지마."
느리게 내 손을 감싸며 핸드크림을 발라주던 그가 말했다. 알겠다고 말하려는 찰라, 커다란 사람의 모습이 조금 거리가 있는 정원에서 보이는 것 같아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언뜻 보이던 도련님의 모습이 화가 나 보였던건 착각이었을까?
가렛너붕붕
티모시너붕붕
아 똥 잘 쌌다ꉂꉂ(ᵔᗜ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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