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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 00:06

나는 솔직히 말하면 파워 n이라서 존나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 진짜로 내가 막 영화나 믣 내용 같은 곳에 빙의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만약 내가 저기에 들어가면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생각 존나게 해본단 말이야. 그러면서 만약 내가 거기 들어가면 결말이 어떻게 바뀔까 고민도 오지게 해보는 거 좋아하는데... 사실 그게 상상이니까 재밌는거지 진짜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

솔직히 빙의를 하더라도 좀... 내가 아는 내용이나 기껏해야 남들 다 빙의하는 로판같은 거에 빙의를 해서 공부나 꿀따기 안 하고 귀족 부모님 밑에서 편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 모습처럼 웬 벽에 피가 얼룩덜룩한 감옥 안에서 침대는 커녕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뜨는 건... 딱히 내가 꿈꾸던 빙의물의 시작이 아니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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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이름 모를 여자애가 내 옆에서 코피를 닦아내며 욕을 하는 건... 더더욱 내가 상상한 빙의물의 시작이 아니었는데...?



***



"저..."

어렵사리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여자애와 내 사이에는 철창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둘 다 갇힌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어. 그럼에도 말을 건 건... 솔직히 나보다 어려보이는 애였거든. 내가 이 이상한 곳에 빙의가 되었음에도 일단 내 앞에 여자애는 확실히 나보다 어렸어.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여자애를 바라볼때 내 시야가 아래로 향했어.

내가 말을 꺼내자 여자애가 시야를 들어올려 나를 쳐다봤지. 그 시선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난 딱히 잘못한 게 없음에도 괜히 쫄았어. 아니... 잘못한 게 없는 게 맞나? 일단 내가 알기로는 잘못한 게 없었지만 솔직히 내가 지금 앞뒤 상황을 모르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애는 제 소매를 끌어내려 코피를 한 번 더 닦아내며 꽤나 시니컬하게 말했어.

"뭐야 살아있었네요? 내가 소리지르고 지랄 할 때 하도 조용하게 쳐자길래 당연히 뒈진 줄만 알았는데."
"어...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워..."

어색하게 말을 돌린 것은 나였어. 솔직히 소리지르고... 했다는데 난 진짜 하나도 못 들었거든. 

내 어색한 인사에 여자애는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어. 그리고는 아까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분위기에 내가 내 소개를 했지.

"음... 난 허니야. 허니 비. 너는...?"
"엘리예요."

엘리라고 소개한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어. 오히려 익숙했지.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더라? 드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은 그 이름과 어쩐지 익숙한 얼굴의 소녀를 보며 나는 최대한 어느 영화, 또는 어느 믣에서 이 애를 봤는지 기억하려 노력했지. 근데 그런 내 고민을 끊은 것은 다름 아닌 엘리의 말이었어.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엥?"

조금 멍청한 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지. 그건 다름 아닌 내가 뱉어야 할 말이었거든. 나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고? 그 말에 내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과연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 그대로 여기에 빙의를 한건지, 아니면 새로운 얼굴로 빙의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래도 내 얼굴을 보면 조금 더 내가 어디에 빙의했는지 감이 잡힐 것만 같았거든. 

물론 감옥 안에서 거울은 커녕 내 얼굴을 제대로 비춰볼 것도 찾는 게 쉽지는 않았어. 감옥 안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 중에 내 얼굴을 보여 줄 법 한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지. 그래서 나는 다시 엘리에게로 고개를 돌렸어. 뭐라도 질문을 해볼 생각이었어. 조금이라도 좋으니 지금 이곳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내 입에서 "엘리..." 하고 말이 흘러나왔지만 그 문장을 끝맺지는 못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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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설마 꼬맹이랑 벌써 친구라도 된 거야?"


웬 아저씨 하나가 또 들어와서 말을 걸었거든. 엘리와 말을 섞는 나를 보며 남자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어. 그리고 놀리듯이 말을 했지.

"이 꼬맹이가 어떤 꼬맹이인지는 아는거야?"
"..."
"다름 아닌 네 아빠를 죽인 남자가 데리고 다니는 꼬맹이야."

"뭐?" 남자의 말에 내가 아닌 엘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어. 심지어 인상까지 찌푸리며 나를 한 번 그리고 남자를 한 번 바라봤지. 남자는 그런 엘리의 행동에 오히려 더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

나는 어땠냐고? 솔직히 나는...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어. 불효녀라고 욕할 수도 있는데 솔직히 나는 이 세계에서 내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걸...? 얼굴은 커녕 이름도 모르는데 뭘 느껴...? 소설 속에 활자 너머로 이미 죽은 캐릭터에 대한 서술이나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는 여전히 충격인 것만 같았어. "아니..." 하고 말을 이어보려 했지만 동시에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지. 남자는 그런 엘리의 행동에 더욱 즐거움을 느끼는지 한 번 씩 웃더니. 결국 다른 남자 하나가 더 방 안으로 들어왔지.

그리고 상황은 순식간에 일어났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때문에 나보다 더 놀란 엘리가 몇 번이고 말을 고르느라 입을 열었다 닫을 때, 두 남자는 곧바로 엘리를 끌고 나갔지. 내가 당황에 가득 차 "엘리!" 하고 불러도 남자들은 무시하며 엘리의 큰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쳤지. 그리고 큰 마체테로 엘리의 팔을 내려치려던 순간 엘리가 다급하게 외쳤어.

"난 감염됐다고!!"

엘리의 외침에 순간 방 안에 정적이 멤돌았어. 감염? 그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어쩐지 방 안에서 나 뿐인 것 같았어. 남자 두 명은 엘리의 소매를 걷더니 팔뚝에 무언가를 보고 기겁하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그 이후로는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어. 남자들이 당황을 하는 틈을 타 엘리는 칼을 집어들고는 두 남자 중 하나를 찔렀어. 그리고 방 밖으로 뛰어나갔지. "엘리 도망쳐!!" 하고 소리를 지른 건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어. 엘리가 방금 만난 나 때문에 도망치는 걸 망설이지도 않았을텐데 말이야. 

어쩌면 엘리에게 소리를 친 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몰라. 남자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욕을 씹더니 결국 내가 갇혀있던 감옥 문을 열고 내 팔을 잡아끌었어. 내 관자놀이네는 총구를 가져다대고 말이야. 그리고 말했지.

"꼬마 아가씨 찾으러 가자고."

별로 안 찾으러 가고 싶은데...



***



엘리를 다시 만난 건 한 레스토랑에서였어. 남자는... 그러니까 데이빗은 (별로 안 알고 싶었는데 이름 정도는 알게 되더라) 엘리를 발견하자마자 별로 달갑지 않은 웃음소리를 내며 엘리를 잡으려 했어.

"이제 겨우 친해진 친구를 버리면 되겠니 엘리?" 하는 말을 내뱉는 그 목소리도 듣기 좋지 않았어. 솔직히 데이빗이 뭘 믿고 나를 인질로 잡았는지 확실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데이빗은 나보다 엘리를 더 잘 알았어. 엘리는 인질로 잡힌 나를 보며 몇 번이고 욕을 읊조렸거든. 

그냥 버리고 가도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야... 난 빙의한 거잖아...? 원래 빙의물의 국룰은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뭐 그거 아니면 시간을 되돌아가서 체크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 아직까지 죽어보진 않았지만 뭐 그런 비슷한 것 중 하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엘리는 달랐지. 엘리는 나랑 같은 입장이 아니었으니 일단 엘리를 빨리 안전하게 되돌려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상황은 당연한 이야기었지만 몸싸움으로 번졌어. 그 과정에서 엘리가 던진 불 때문에 레스토랑 전체에 불이 번졌고 엘리와 데이빗의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나까지 끼어들게 됐지. 다시 말했지만 내가 죽는 건 문제가 아니고 엘리가 죽지 않게 하기 위한 내 몸부림... 비슷한 거였지 뭐.

그러다가 엘리를 살리려 데이빗을 막다가 결국 머리를 맞고 정신을 잠깐 잃었어.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뭔가가 많이 변해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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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은... 이미 얼굴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난도질이 되어있었고 엘리는 다른 익숙한 얼굴의 남자의 말을 혼이 나간듯한 얼굴로 듣고 있었어. 둘 사이에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리진 않았어. 정신을 잃기 전 데이빗에게 머리를 맞은 게 뭔가 잘못 됐는지 모르겠지만 귀가 웅웅거리고 제대로 안 들렸거든.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무슨 소리를 냈나봐. 그게 내 귀에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말이야. 내가 무슨 소리를 냈다고 알아챈 건 다름 아닌 엘리가 나를 보자마자 "허니!" 하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야. 사실 내 이름을 제대로 불렀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어. 큰 소리로 부른 탓에 어렴풋이 들리긴 했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거든. 

그리고 엘리와 대화를 하던 남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지. 그리고 입모양을 움직여 뭐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그걸 알아들을 수 없었어. 아까보다는 조금 더 잘 들렸지만 여전히 웅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거든. "예?" 하고 말을 하며 남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말해주기를 바랬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뭔가 충격적인 말인 것은 확실했어. 남자의 말을 알아들은 엘리의 표정이 남자를 한 번, 그리고 나를 한 번 보더니 이내 와그작 구겨졌거든. 그리고 반대로 남자의 얼굴은 울상으로 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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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그제서야 남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려왔어. 사라? 알 수 없는 이름이었어. 확실한 건 내 이름이 아니라는 것인데...

엘리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킨 내가 유리창에 비쳐 보였어. 그리고 나는 그 유리창에 비친 엘리의 부축을 받는 여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지. 익숙한 얼굴. 그리고 불현듯 모든 게 생각이 났지. 엘리, 조엘. 망할 데이빗. 그리고 비춰지는 어쩐지 익숙한 사라의 얼굴. 마치 조엘의 딸인 사라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그대로 컸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 같은 얼굴이었어.

어...?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리를 하면 내가 조엘의 딸인 사라의 얼굴을 갖고... 여기 있다는 말이었어.





응 개빻았는데 걍 사라가 그대로 컸다면 가졌을 30대 얼굴을 갖고 라오어에 빙의한 허니랑 붙어먹는 조엘 보고싶다

페드로너붕붕 조엘너붕붕 라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