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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남자는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리암에게 힐끔 눈을 돌렸다.

“오, 왕자님 오셨네?”

남자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리암을 대꾸하지 않고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었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말을 걸었다.

“내가 보기에 넌 날 닮아서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거야. 그렇지 않냐?”

리암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방으로 향하려 했다.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불렀다.

“저녁 준비했으니까 같이 먹자.”

리암은 그제서야 멈춰 섰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더니, 배가 고프기는 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리암과 함께 식탁으로 갔다. 그렇게 둘은 처음으로 마주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리암은 말없이 밥을 먹었고, 남자는 그 모습이 답답해 말을 꺼냈다.

“학교는 어땠어?”
“그냥요.”
“친구들은?”
“… 똑같죠.”

남자는 더 이상 묻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고, 남은 저녁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식사가 끝나고는 리암이 자리에서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달그락거리는 접시 소리가 주방에서 울려 퍼졌고, 남자는 잠시동안 그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뭔가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밖으로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돌아왔다.

집안으로 돌아오니, 리암은 소파에 앉아 TV를 켜놓고 있었다. 축구 경기였다.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았다. 둘 사이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밥을 먹을 때와는 조금 다른, 묘하게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 축구에 집중한 채 말은 없었지만 큰 불편함도 없었다.

“… 저, 고마워요.”

그때 리암이 말했다. 남자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리암을 쳐다봤다. 대수롭지 않게 말한 것 같지만, 그 한마디가 꽤나 뜻밖이었다. 리암이 먼저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가?”

남자는 멈칫하며 물었다.

“… 저녁이요,”

리암은 여전히 눈은 화면에 고정한 채, 어색하게 덧붙였다.

“맛있었어요. 정말로요.”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리암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별거 아니었는데,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다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 축구 경기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고, 남자는 리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잠시 혼자만의 미소를 지었다. 그 공간 속에서 둘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날 밤. 리암이 잠들어 있을 때, 남자는 조용히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인 후,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번호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잘 지내냐?”

남자는 익숙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방의 대답에 피식 웃으며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아, 그 꼬맹이? 싸가지 없긴 한데, 뭐랄까… 어딘가 좀 맹해. 어려서 그런가.”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집 안쪽을 힐끔 돌아봤다.

“근데 말이야… 신기하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랑 닮았어. 진짜 존나 신기했다니까.”

그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

“… 하여튼, 돈 뽑아내는 건 시간 문제야. 오래 안 걸려. 어, 어. 또 연락할게. 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죄책감이라고는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한 얼굴을 하고, 다시 집 안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갔다.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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