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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23:32
#행맨밥으로호위기사밥냥이

1. 악당놈도 모르는 고양이 밥의 루틴
- 악당놈이 새벽조깅 나간 동안 악당놈 배개에 올라가 고개 부비적거리다 다시 스르륵 이불 위로 미끄러지기
- 악당놈이 아끼는 술이 가득한 랙 위로 한 번에 점프하기
- 악당놈이 옷장 구석에 박아놓은 모자 깃털 잘근잘근 씹어서 부러트리기
- 욕조 타일은 청록색과 흑색만 밟기

2. 사실 악당놈도 아는 사람 로버트의 루틴
- 맨얼굴 손으로 뻑뻑 문질러놓고 세수한 척 하기
- 남들이 안 볼 때 몰래 손가락 폈다 쥐었다 해보기
- 오후 2시에는 정원 벤치 바닥에 웅크려 앉아서 햇빛 쬐기
- 누군가에게 자신을 로버트고 인간이라고 소개하기
- 책 위로 쓰여진 글자를 손으로 천천히 덧그려 보기
- 기분이 좋거나 힘이 풀릴 때 가르릉거리기

3. 밥이 인간일 때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신체부위는 곱슬머리. 머리카락이 엉키거나 붕붕 떠도 냅둔다. 그래서 밥의 머리를 빗겨주는 건 제이크의 몫.

4. 처음으로 인간화된 자기 몸을 봤을 때 밥은 팔다리가 까맣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다. 제이크가 얼굴이 까맣지 않은 건 괜찮냐고 묻자 밥은 머리가 까매서 괜찮다고 대답함.

5. 메이저가 밥이 친해지면 은근히 수다스럽다고 얘기한 후로 제이크는 밥에게 계속 친분을 강요하듯 조르는 중. 하지만 밥은 자기가 말이 없다고 생각함. 생각은 말이 아니니까!

6. 밥이 호위기사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새끼고양이었을 때 밥에게 친절했던 기사들 때문. 성 앞에서 반짝거리는 갑옷을 입고 입을 굳게 다문, 하지만 주머니에서 땅콩을 꺼내 입에 물려주던 사람들 덕분이었겠지. 그 사람들이 밥이 옆에 서있자 농담처럼 여기서 이러지 말고 높으신 분 호위기사라도 하라고 한 게 밥이 호위기사 꿈을 꾸게 된 계기였음.

7. 밥이 곁에 없는/공적인 자리에서 제이크는 서늘하거나 딱딱해 보이는 표정으로 다니곤 함. 밥은 그 표정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쿵쿵거려서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홀린 거에 가까울 듯... 얼빠고양이

8. 밥은 아직까지 스스로를 고양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의식적으로 고양이로 다니려고 하지만 자꾸 욕심나는 것들이 조금씩 생김. 메이저와 둘이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 고양이로서는 배울 수 없던 수많은 지식들, 더 관대하고 넓어진 세상, 그리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악당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까지.

9. 아무도 모르고 밥만 아는 비밀
- 사람일 때 몰래 날벌레를 잡아 입에 넣어본 적이 있었음. 엄청 쓰고 떫은 맛이 나서 바로 퉤퉤 뱉어버렸지만. 그날 밥은 하루종일 조금 울적했음. 사람은 손도 느린데 벌레도 맛이 없다니!
- 악당놈이 잘 때 몰래 악당놈 가슴을 만져본 적 있음. 하도 빵빵해서 자기 가슴이랑 번갈아가며 콕콕 찔러봄. 악당놈이 빵빵한 가슴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 다음날 가슴을 부풀려 다녀보려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포기함.

10. 밥이 고양이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 물건은 시계. 안도 복잡하고 망가뜨리거나 이상하게 조립하면 오히려 메이저가 좋아해서. 지금 제이크의 방에 있는 시계는 시간마다 온갖 새가 튀어나와서 밥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이거라도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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