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5752697
view 946
2024.09.23 01:22
IMG_3590.jpeg
IMG_3591.jpeg
IMG_3592.jpeg

바이크 좋아하는 라이언 무리해서 바이크 사가지고 돈 없음+용돈벌이 하느라 학교 가기 전에 바이크로 우유배달 알바 했음 좋겠다
아침에 동네 쫙 돌면서 배달하고 등교하면 기분도 상쾌하고 뭔가 잘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어 좋았겠지.
배달 마치고 등교하면 거의 1빠로 도착하는데, 책상에 엎드려서 졸고 있으면 뒤이어 공부 잘하는 모범생 반장인 휴가 들어오겠지. 오늘도 배달하다 왔구나 싶어서 피식 웃고선 라이언 자리에 다가가서 볼을 쿡쿡 찔러 볼 거야. 야 일어나. 하는데 꿈지럭 대면서 아, 휴..왔으면 건들지 마.. 해서 그냥 피식 웃고선 앞에 의자 꺼낸 뒤 돌려서 마주 보고 앉고 책을 펼쳐들겠지. 곧 해가 떠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휴가 손바닥으로 라이언의 얼굴을 가만히 가려줄 듯. 그러면 찡그렸던 미간이 슬슬 퍼져서 휴가 빙그레 웃겠지. 이게 둘의 매일 아침 루틴임.

근데 교칙상 미성년자는 알바하면 안 되는데 유일하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반장 휴가 봐주고 있는 거겠지. 어떻게 걸린 거냐면, 아침에 배달 가는 집에 휴네 집이 있어서 우연히 마주친 거였음. 언제부턴가 새벽같이 들려오는 부아앙 거리는 배기음에 보통 배달은 자전거로 하지 않나. 도대체 누군지 궁금해진 휴가 날 잡아서 그 시간에 딱 맞춰 나왔음 좋겠다.
라이언 우유 넣고 가려는데 갑자기 열린 문으로 나온 얼굴과 딱 정면으로 마주쳐서 존나 당황했으면 좋겠다. 딱 보니 우리 반 반장인데, 다행히 헬멧 쓰고 있어서 아 못 알아봤겠지 싶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돌아서서 가려는데 뒤에서 ...라이언? 하는 소리에 개깜짝 놀랐겠지. 그래서 바로 쉴드 올리고 어떻게 알았어? 하는데 휴 예의 항상 그 친절하던 미소를 짓고 딱 봐도 넌데 어떻게 몰라. 하겠지. 얼마 전에 교실 뒤에서 자기 친구들끼리 떠들면서 나 드디어 샀다, 샀어! 하던 게 뒤에 있는 바이크였나보다 싶음.

라이언은 머리 긁적이면서 헬멧 쓰면 우리 엄마도 모르던데...중얼거리겠지. 그러다 한발 물러나서 집을 올려다보며, 와 근데 너 여기 사는 거야? 하겠지. 아무래도 고딩인 거 속이고 알바하고 있느라 걸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최대한 먼 동네를 골랐는데 그 근방 제일 부촌이었음. 맨날 돌면서 도대체 이런 동네엔 누가 사는 거야 싶었는데 우리 반 반장이 살고 있을 줄이야. 사립학교도 아니고 평범한 공립학교 다니고 있어서 좀 머쓱해진 휴가 응. 반 애들한텐 비밀이야. 하면서 해사하게 웃겠지. 그럼 마음이 좀 놓인 라이언이, 그럼 너도 나 알바하고 있다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각자 비밀 하나씩 생긴 거다. 하겠지. 

그리고선 허둥대며 아참 나 아직 배달 남았어. 먼저 갈게. 하고 바이크를 타겠지 그러곤 출발하려다 말고 갑자기 뒤돌아보고 약속 지켜!! 외치고 사라짐 휴는 그런 라이언을 뒤에서 안보일 때까지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선 집에 들어가겠지. 그 일을 계기로 반에서 별 접점이 없던 둘이 친해지게 됨. 휴도 항상 반에서 자기가 1등으로 등교했는데 언제부턴가 라이언이 먼저 와 앉아 있으니까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의문점이 풀린 거겠지. 그렇게 둘이 아침 시간을 보내는 게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였음.  

근데 여기서 휴가 라이언을 좋아하고 있어야 옳다. 사실 초중 전부 좋은 사립학교를 다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휴는 아빠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음. 자수성가로 기업을 세워 일으켜온 회장님인 아빠는 당연히 휴가 회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교육을 시켰겠지. 휴 성정이 워낙 부드러워서 지금껏 군말 없이 따랐지만 고등학생이 되니 슬며시 제 인생을 살고 싶은 욕구가 든 거지. 본인 꿈도 선생님 아니면 교육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음. 그래서 반항이라도 하듯 아빠 몰래 공립학교에 지원한 거면 좋겠다.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을 때 처음으로 저한테 무섭게 화를 냈지만 반항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이라는 듯 그냥 봐주듯 넘어간 걸 알고 있겠지. 그때 무서운 위압감에 자신이 평생 아버지를 거역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음. 

그런데 막상 온 학교는 꼴통이어도 너무 꼴통이었던지라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휴는 역시 아빠 말을 들을 걸 그랬어. 하는 현타가 조금 일었겠지. 그러다 졸업반이 되어 라이언과 같은 반이 된거였음. 라이언은 뭐 그냥 그 나잇대 겉멋 든 남학생이었겠지. 맨날 뒷자리에 앉아서 건들건들 떠들고. 타고난 외모와 체격 탓에 주위에 친구도 많았음. 같은 반이 되고서 처음 라이언을 마주했을 때 휴는 이번에 내가 휘어잡아야 할 양아치는 쟤구나. 싶어서 좀 한심하게 봤는데,
자습 시간에 한참을 떠들길래 가까이 다가가서 조용히 좀 하라며 주의를 주는데 갑자기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더니 미안, 반장. 하면서 금세 꼬리를 내리는 얼굴이 강아지 같아서 좀 빵 터졌겠지. 놀기는 좋아하는 것 같다만 학급 일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교우관계도 좋고, 운동도 잘하고 눈길을 당기는 학생이었겠지. 휴는 라이언을 보면서 내심 나도 좀 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저랬을까? 싶은 동경심이 들었겠지. 그렇게 눈길로 좇던 게 본인도 모르는 새 좋아하는 감정이 피어난 거면 좋겠다. 아침에 등교하던 시간도 조금 당기게 된 게 둘이 보내는 아침 시간이 좋아서였음.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도착해 교실 문을 여는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제일 먼저 가는 자리에 라이언이 없었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혹시 사고라도 났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찰나 라이언이 잔뜩 울상이 되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얼굴에 생채기도 하나 달고 왔길래 놀란 휴가 벌떡 일어나면서 야..너 얼굴에... 사고라도 난 거야?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려는데 라이언이 그 손을 툭 밀면서 이건 별거 아냐. 사고가 있었던 건 맞는데 말이야. 하면서 이야기를 하겠지. 휴는 무심코 들어 올린 손이 좀 뻘쭘해서 한번 쥐었다 펴겠지.

사고가 있었던 건 맞았음. 아침에 배달을 하다 고급 승용차를 박았으니까.
항상 조심히 타려고 하는데도 새벽엔 도로에 차도 없으니까 저도 모르게 들뜨게 되겠지. 현관에 우유를 넣고 바이크에 시동을 건 뒤 골목을 돌려는데 딱 거기 있던 승용차에 박음 세게 박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엎어졌겠지. 황급히 일어나려는데 씨발 승용차 뒤에 있는 로고가 절대 모를 수 없는 브랜드여서 아 좆됐다 싶었겠지. 제 바이크가 들이받은 차의 옆구리가 그대로 찌그러져 있었음.
바로 앞자리에서 기사인 듯한 아저씨가 내리더니 잘 보고 다녔어야지 이게 뭐냐고 큰 소리를 침 일단 무조건 사과하는 게 맞아서 죄송하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겠지. 근데 갑자기 뒷자리에서 웬 아저씨가 한명 또 내리겠지. 그리고선 두 사람 가까이 다가와 옆에 서는데 훅 끼쳐온 묵직한 향수 냄새에 라이언의 입이 다물어짐. 그러더니 잠깐, 하며 기사의 말을 막을 거야.

그리고 라이언을 보면서 ...학생? 하겠지 그럼 속으로 아 fuck, 일도 짤리겠구나 싶었지만 사실대로 실토하겠지 네, 근처 xx하이스쿨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하는데 학교 이름을 듣더니 무언가 생각하는 듯 가만히 있던 아저씨가 라이언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한번 쭉 훑음. 그 눈빛에 잔뜩 쫄아있는데 입이 천천히 열리더니 낮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단 다친 것 같은데 병원부터 가야 하지 않겠어요? 하겠지 황급히 제 몸을 둘러보니 팔에 길게 긁힌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음. 라이언이 아 이런,  전 괜찮습니다. 그보다 아저씨 차가... 하는데 그 말에 차를 한번 슥 돌아보더니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 근방 우유배달 하고 있죠? 물을 거야.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어서 네.. 하고 풀죽게 대답하는데, 보아하니 더 물으면 곤란해질 것 같은데 그냥 가봐요. 차는 알아서 처리할게요. 해버리겠지. 라이언 제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퍼뜩 고개를 올리는데 바로 눈이 마주쳤음.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시 얽히고 이내 고개를 돌린 아저씨가 그대로 기사에게 가자면서 차에 오르겠지. 차 문을 열다 말고 라이언을 한 번 더 돌아보더니, 병원 꼭 가고. 하는 말도 남기고선.

라이언은 그 자리에 서서 차 뒷꽁무니를 사라질 때까지 계속 쳐다봤음. 그리고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는 데 와.. 존나 멋있다. 싶은 마음부터 떠오르겠지. 역시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더니 여유 철철 넘치는 으른 아저씨보고 뻑간거겠지. 나도 나중에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한동안 그 자리를 못 떠나고 서있었음.

라이언이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선 야, 존나 쩔지 않냐? 하는데 휴는 솔직히 뭐가 쩌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 아저씨가 큰 인심 쓰셨네 싶을뿐 라이언 다친 상처만 걱정됐겠지. 맘 같아선 바이크고 뭐고 갖다 팔라고 하고 싶었음. 그리곤 황급히 팔을 잡아채는데 아직도 처치를 안 해서 상처가 그대로 일거야. 라이언이 인상 쓰면서 야, 아파.. 하는데 그대로 양호실로 끌고 가겠지. 라이언은 야 너 보기보다 손아귀 힘이 좋다. 하면서 털레털레 끌려감. 아직 선생님도 없는 양호실문 몰래 따고 들어가서 침대에 앉혀놓고 치료해주겠지. 얼굴에도 밴드 하나를 붙여주고 조심히 좀 타. 하는 말에 잔소리라도 들었다는 듯 라이언이 네에네에. 하고. 

그 뒤로 라이언은 약간 이상해졌음. 뭔가 공상이 많아졌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늘어놓는데 다 그 아저씨 영향인 거 알고 휴 속만 부글부글 끓겠지. 하지만 갑자기 나 공부 좀 해볼까? 하면서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좀 귀엽다 싶어서 냅뒀음.

그러다가 조별 과제가 생기면 좋겠다. 당연히 휴랑 라이언은 같은 조임. 과제를 어디서 할지 모일 장소를 물색하는데 마땅한 데가 없었을 거야. 그래서 결국 조장인 휴가 나서서 우리 집 된다고 하겠지. 라이언은 휴네 집이 얼마만큼 부자인지는 잘 모르지만 소문 나봤자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거 아니까. 옆에 있던 애 툭 치면서 야, 너네 집 비지 않냐? 해보지만 휴가 작게 괜찮아. 했겠지. 

그렇게 휴네 집에 가게 됨. 뭐 예상은 했겠지만 과제보다 휴네 집이 이슈였겠지. 라이언이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그러하듯 다들 으리으리한 집을 올려다보며 입이 벌어졌겠지. 문이 열리고 휴가 나옴. 그리고 같이 들어가는데 무슨 집에 계단도 많은지 막 수군대며 올라가다가 문득 라이언이 근데 부모님은 안 계셔? 인사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데 휴 표정이 살짝 굳더니 계시긴한데... 괜찮아. 하면서 바로 본인 방으로 안내하겠지. 어차피 집이 넓어서 방에만 있으면 마주칠 일도 없고 휴가 공립학교에 다니는 걸 못마땅해해서 친구들 소개해 봤자 좋은 소리 못 들을 거라 생각했음

뭐 그렇게 방에서 좀 떠들다가 과제를 시작하려고 할 때쯤 휴가 먹을 것 좀 가져온다고 나가겠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라이언이 화장실을 찾으러 나감. 그냥 물어보고 나올 걸 화장실 어딨냐는 말은 하기 쪽팔려서 그냥 나왔더니 그대로 길 잃어버리겠지. 그래서 대충 구경이나 해도 되겠지 싶어서 슬슬 돌아다니는데 빛이 새어 나오는 방이 하나있겠지. 안에서 말소리도 흘러나오길래 누가 있나 싶어서 다가가 보는데 당연히 휴네 아버지겠지. 순간 좀 놀라서 바로 뒤돌아서 가려는데 인기척을 느낀 안에서 들어와도 돼. 하겠지. 근데 사용인인 줄 알았는데 웬 남자애가 있어서 좀 놀랄 것 같다. 라이언이 황급히 먼저 인사하겠지. 저 휴네 반친구 라이언이에요. 하면서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웬걸 그때 본 아저씨잖아. 어라... 하는데 아저씨도 바로 알아본 표정이었겠지. 언젠가 아들이 반 친구들이 올 거예요. 방에만 있다 갈 거니까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도 돼요. 했던 게 얼핏 생각남. 그렇게 구면인 얼굴에 분위기가 좀 훈훈해지는데,

간식거리 가지고 돌아온 휴 라이언이 하도 안 와서 찾으러 나가겠지 화장실에도 없길래 도대체 얘가 어딜갔어 하는데 아버지 서재 문틈 사이로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겠지. 에이, 설마...하고 다가가는데 문틈으로 본 광경에 멈칫했으면 좋겠다. 라이언의 귀가 새빨개져서 쑥스럽다는 듯 웃고 있고 그 앞에선 어쩐지 인자해 보이는 표정의 아버지가 서 있었음. 왠지 끼어들면 안 될 것같은 위화감에 잠시 서 있다가 정신 차리고 노크하면서 들어가겠지. 그리고 라이언 붙들어 같이 나오겠지. 그리고 방에 돌아가는 복도에서 라이언이 뭔가 좀 흥분한 듯 얼굴 발개지고 땀까지 흘리면서 야 내가 말했던 아저씨가 저분이야. 너네 아버지였을 줄이야. 어쩜 이런 우연이 다 있지? 하면서 그 우연이 운명이라도 된다는 듯 말투가 잔뜩 들뜬 게 느껴질 거야. 휴는 얼마 전 아버지가 항상 타고 다니던 세단 말고 다른 차를 타고 출근하시던 게 그제야 생각이 나겠지. 왠지 기분이 이상해서 대충 받아주면서 볼 안쪽만 꽉 깨물 거야.

그 후로 과제 마치고 친구들 다 돌아갔는데 서재에서 나온 아버지와 부엌에서 마주칠 거야. 아버지가 휴한테 그게 오늘이었니? 인사도 안 하고 말이야. 공립학교라 그런가, 애들이... 하는데 뭔가 또 제 친구들에 대한 혹평을 늘어놓을 것 같았지. 특히 아버지 서재에 멋대로 찾아든 라이언에 대해선 어떤 심한 말을 하려나 싶어 가만히 있는데 서재로 돌아가려던 아버지가 잠시 멈칫 하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아, 그 라이언, 걔는 괜찮더구나. 싹싹하고. 하면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리는데 그 순간 휴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음 좋겠다

이름은 휴잭맨과 휴잭맨주니어로...대충 퉁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