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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09:36
별을 달기 위해 땅으로 내려와서 둔둔해진 잘생긴 금발 미남대신에 품에 웅크리고 자는 자기 품안에 파고들어서 꿀잠자는 서벌이 있으면 좋겠다.

대위시절 맞이한 첫번째 가을에 자기 품에서 골골거리며 자는 서벌을 처음 봤을 때 매버릭은 웬 고양이가 관사 안에 들어왔나 생각하며 깨워서 내보내려 했겠지. 나비야 일어나봐 하며 흔들어 깨운 서벌의 눈이 저를 보고 동공지진을 일으키더니 그 서벌이 연인으로 변했을 때 매버릭은 제가 미친 줄 알았어. 수인수인 말만 들었지, 그걸 눈 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거든. 믿지 못하는 제게 꼬리만 꺼내서 보여준 아이스에게 "너는 꼬리가 앞뒤로 달렸다."라고 했다가 주말 내내 침대 밖에 못 빠져나오긴 했지.


어쨌든 꽤 오래전 그날 이후 날이 추워지면 매버릭의 품에는 항상 서벌이 있을 것 같다. 그냥 사람 모습으로 이불 안에 있는게 더 좋지 않냐는 매버릭의 물음에 아이스는 뺨을 붉히며 "그 모습이면 네가 웅크리고 잘 때 딱 맞는 사이즈인데, 그게 진짜 따뜻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변하는 거라 조절이 안 돼. 미안..." 이라고 말하는 연상 애인이 어찌나 귀엽던지.

옛날일을 잠시 떠올린 매버릭은 피식 웃더니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서벌의 가운데를 살살 펴봐. 그리고 그 사이에서 팔다리 쭉 벗고 자는 아기다람쥐를 꺼내면 깨웠다고 성질이 난 아기다람쥐 캐피가 쮞!! 하고 짜증을 내더니 몸을 웅크림. 그럼 서벌이 비몽사몽한 얼굴로 눈 떠서 매버릭 손바닥에 있는 다람쥐를 살짝 물어서 자기 품에 넣고 다시 웅크리는데, 요근래 자주 보는 이 아침 풍경은 매버릭이 행복하게 해주는 일등공신일 거야.

"대니, 아이스. 일어나." 하고 깨우지만 따신게 좋은 서벌과 더 자고 싶은 다람쥐는 안 들리는척하며 매버릭의 품을 파고들었고, 결국 매버릭은 늦잠을 선택하겠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을 때 서벌이랑 다람쥐로 저를 반겨주면 점심에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매버릭의 눈이 서서히 감기는 일요일 아침 풍경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