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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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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른 나이에 은퇴한 그는 투박한 큰 손으로 꽃다발들을 엮어 만들어 소소하게 꽃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장사가 크게 잘 되는편은 아니었지만, 주말 시장에 나간다면 종종 볼수있는 꽃집 사장을 동네 주민들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좋게 웃는 모습과 언젠가부터 관중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모습에 아무도 그의 과거를 묻지 않았다.

 

그의 일상 역시 조용하고 평탄했다. 늘 가족을 생각하며,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면 책을 읽거나 하는 일반인들과 다를게 없는 일과였다.

 

그 날 역시 예외없이 그는 늘 사던 필요 물품 목록을 떠올리며 사과를 집으려 했다. 자기가 잡으려 한 사과를 누군가가 낚아채자 그는 살짝 인상을 구기며 상대를 노려봤다.

 

“안녕, 휴.”

 

시선 건너 왜인지 낯선 사람에게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휴는 순간 얼어붙었다.

 

“나 보고싶지 않았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한번 더 울리자 휴는 그제서야 멈췄던 숨을 내쉬었다. 모르는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오래 전에 알던 사람이었지만, 반가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리가.”

“나는 보고싶었는데.”

“헛소리..”

 

휴는 키 큰 상대방을 째려보며 장바구니에 사과를 집어넣었다.

 

“..많이 변했네.”

 

나지막히 중얼거린 휴는 집요하게 자신을 쫓는 시선을 모른척 한채 자리를 떠났다.

 

그 날을 시작으로 그는 집요하게 휴의 동선을 쫓아다녔다.

 

휴는 잊을만 하면 아침 조깅에, 동네 카페에, 장보는 마트에 불쑥 나타나서 자기를 귀찮게 구는 사람을 꾸준하게 무시했다. 몇일, 몇주간 쫓아다니는 사람을 애써 모른척했다.

 

그가 몸담는 세계를 생각한다면 아무리 반갑더라도 말을 섞으면 안될 사람이었다.

 

 

 

 

“이건 얼마예요?”

“한 다발에 10 달러, 두개에 16 달러..”

 

한창 붐비는 주말 장터에서 휴는 정신없이 고객들을 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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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얼만데요?”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최근 진저리나게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그건 안 팔아.”

 

평소 고객이 장난쳐도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넘어가던 사장이 정색하며 눈에 띄게 불편해했다. 고객들이 서둘러 값을 치르고 자리를 뜨자 상대방은 안절부절 못하는 사장의 반응에 즐거운지 키득거렸다.

 

“왜 이러는거야..?”

 

한번도 일터에 나타나지 않던 그가 사람 많은 곳에서 말을 걸자 휴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쌓아둔 평판에 금이 가고, 애써 일궈낸 평온함이 박살나버릴 위기였다.

 

휴는 불청객을 거칠게 잡아 가판대 뒤로 잡아세워 따졌다.

 

“너 대체 원하는게 뭐야? 더 이상 쫓아다니면 곤란해.”

“어떤 일일것 같아요?”

 

이미 짐작했던 일이라 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난 모르는 일이야.”

“영감님 정도면 이미 다 알고도 남을 일인데.”

“은퇴했잖아.”

“아, 근데 당신만한 실력자가 없어서. 이번 건이 보통 어려워야지.”

“그건 내 알바 아니잖아?”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살짝 높아지자 휴는 주변을 둘러봤다.

 

“은퇴했다고,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알아요, 그동안 당신 없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알아요? 어렵게 찾아온건데.”

 

휴가 숨죽여 빌자 상대는 여유로운 웃음을 흘렸다. 답지 않게 주변 눈치를 둘러보는 휴의 모습이 새로웠다.

 

“우리 그때 재미 좀 봤었잖아요. 지금 이렇게 소일거리 해서 돈은 좀 돼요?”

 

불청객이 꽃다발을 만지작거렸다. 과거의 사람이 현재의 평온함을 침범해오자 휴는 말할수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가족들 호강시켜줘야죠. 한건만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잖아요.”

 

그가 악마같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다 아는척 재수없게 굴지 마.”

 

일터에 찾아가니 살짝 곤란해하는것 말고 미동도 없던 사람이 가족을 걸고 넘어지니 크게 흔들렸다. 상대는 휴의 으르렁거림도 마냥 좋은건지 여유롭게 웃었다.

 

“늘 만나던 곳 아직도 기억하시죠? 생각할 시간을 줄게요.”

 

불청객은 꽃다발을 다시 휴에게 쥐여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전성기때 혼자였던 휴는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무리해서라도 작업들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하지만 가족이 생긴 어느 순간부터 쉽게 해결할 일들도 주저하게 되었다. 작업에 지장도 생기고, 가족들에게 복잡한 일을 만들기 싫어 그는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재미들였던 일을 단번에 그만두기는 어려웠다.

 

기껏 빠져나가서 정직한 일을 하는게 무료해진 휴는 가족들 몰래 가끔씩 일을 거들기도 했다. 그렇게 한번이 두번이 되고, 이러다가는 절대 일을 그만둘수 없을것같아 아무도 모르게 잠적해버렸다.

 

과거는 휴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

 

은퇴한 후 일을 돕던 탓에 휴의 꼬리가 길어졌다. 그렇게 그의 화려한 이력을 알게된 가족들은 이미 떠난지 오래였다. 몇년간 꽃집을 운영하며 매달려봐도 소용없었다. 아무런 진전도 없던 관계에 불청객의 말 한마디에 그에게 허황된 희망을 심어주었다.

 

후회할 일이었다.

 

분명 후회할 일이고, 자기가 손 씻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휴는 왜인지 모르게 불청객의 방문에 들떴다. 숱하게 했었던 작업들, 그리고 몰두하던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느꼈던 쾌감을 잊지 못했다. 그렇게 과거의 방문은 그의 안속에 깊게 잠들어있던 중독에 다시 불을 지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휴는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장소를 찾아갔다.

 

밤 12시, 어두운 다리 밑에서 낮에 그를 찾아왔던 불청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로등의 조명이 길거리의 연기를 어지럽게 밝혔다.

 

상대가 이겼다는 더러운 기분이 들어 휴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자신을 찾아온 휴를 보고 상대는 환하게 웃었다.

 

“이번 한번만이야, 레이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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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낌으로 기술자 맨중맨이랑 하이스트 리더 놀즈 보고싶어짐
 

맨중맨은 일 관두고 소일거리로 꽃집함 왜냐면 내가 보고싶으니까

어차피 무순 기술자 손기술 살려서 큰 손으로 꽃다발 오밀조밀하게 만드는게 보고싶으니까임 별 이유 없음


 

놀즈맨중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