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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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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의 이성은 줄곧 잘 활동해왔다. 그래서 지금도 이 상황이 꽤나 얼떨떨했다. 허니가 제 고양이랑 있고, 어제의 간격과는 또다른 어색함과 설렘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제 남자친구라 생각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지 허니는 스완의 옆에 생각보다 바짝 붙었다. 스완은 몇번이나 닿고 싶었던 마음을 억누르지 않았단 걸 알고 있음에도 꾹 참았다. 대뜸 다가가 허니에게 겁을 주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니는 그런 스완에게 오히려 차차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대뜸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스완은 허니가 다가가면 그 자리에 있어줬다. 길거리를 걸을 때도, 나란히 걷다가 팔짱을 대뜸 끼고 싶어하면 그렇게 해줬고, 재촉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허니가 오히려 궁금증이 생겼다. 이 남자는 무슨 생각이지? 내가 이번주에 떠나는데, 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건가?



"... 뽀뽀해도 돼요?"



"... 하고 싶으면요?"



"스완은 왜 먼저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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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랑 오래 볼 거니까...? 누가 우리 진도 채점하는 것도 아니고, 스케줄이 잡힌 것도 아니잖아요. 난 뭐든지 허니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하고 싶은데."



미쳤다. 이게, 이게 연상이네. 훅 들어오네, 막 여유롭네. 허니는 충격에 스완을 멍하니 바라봤다. 똑똑하고 여유로운데 잘생겼다. 이 사람이랑 헤어지면 나 이제 남자는 못 만날 거 같은데, 싶어 허니는 저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고 말을 내뱉었다.



"... 나랑 결혼할래요?"




"... 네?"



"아니아니, 아니에요. 미쳤다. 못 들은 걸로 해요. 취소취소."



스완은 성급하게 취소를 했다가, 안절부절 못하는 허니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이렇게 부산스럽게 구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오늘따라 허니가 제법 제 나이처럼 구는 것 같았다. 냅다 결혼하자고 하지를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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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은 걸로 하기엔 너무 크게 말했는데. 싫어요. 취소 못해요."



"그럼, 뭐, 뭐 어쩔 건데요..."



"결혼하자며요. 언제 할 건데요."



"... 지금 약간, 연애 막 시작해서, 미쳐버린... 그런 상황 아니에요? 나는 약간 그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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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래서요? 나는 후회 안할 자신 있는데요. 허니 혹시 겁먹었어요?"



허니는 잠깐 제 입을 탓하다가, 얼떨결에 끄덕거렸다. 내가 농담으로라도 결혼하자고 한 사람이 있나 생각해봤더니, 단 한명도 없었다. 겁먹었냐는 말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연애를 안해본 것도 아니고, 시작할 때의 그 설렘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지만- 그 설렘에 미쳐버려서 우리 결혼하자는 말은 농담으로라도 해본 적이 없었다.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 겁난 거면 내가 기다려줄 수 있어요. 우리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충동적으로 한 말인 거니까..."



"아뇨. 이게, 이게 충동적인 건 맞고, 겁난 것도 맞는데요... 후회할 것 같진 않아서. 근데 너무 빨라서, 겁이 좀..."



허니의 눈에 왈칵 고인 눈물에 스완이 성큼성큼 다가가 허니를 끌어안았다. 괜히 좀 몰아붙였나. 겁이 날 게 당연했다. 저야 허니보다 꽤 오랜 세월을 살았고, 경험한 것도 더 많았고, 허니와의 만남을 결정하는 것도 거의 빅데이터에 가까웠지만, 허니야 지금 겨우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할 거였고. 타지에 와서 계획하지 않은 모든 일들이, 아무런 연습도 없이 벌어진 걸 테니까.



"... 너무 많이 책임지게 될까봐 무서운 거죠? 허니 머릿속에 절차도 있고, 부모님한테 보여드려야 할 것도 있고? 그런데 너무 아무 것도 없이 냅다 뱉어버렸고."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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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어요, 애기니까. 내일 점심 뭐먹을까도 아니고... 왜 울어요.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도 나랑 뭔가를 하고는 싶은 거죠? 그것도 당장. 뭐라도 도장을 이렇게 찍고 싶은 거 같은데."



허니는 제 속을 읽다시피 줄줄 말하는 스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알았지. 누가 데려간다고 데려가질 스완도 아닌 것 같았지만, 당장 옆에서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로만 열몇시간이 떨어진 곳에 사는 둘인데. 겉옷을 챙겨입으라는 말에 허니는 엉겁결에 스완을 따라나섰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대낮에 스완이 향한 곳은 한 유명 귀금속 브랜드 매장이었다. 



"여기, 여기 왜요?"



"맘에 드는 반지 있어요? 훈련할 때 힘드니까 너무 화려한 거 말고, 심플한 걸로."



"... 웨딩밴드 계열로 보시는 게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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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 실버 계열로 보여주시겠어요? 이 사람 손에 실버가 더 잘 어울려서."



허니는 멍하니 서있다가 직원이 보여주는 수많은 반지 중에 하나를 겨우 골랐다. 가운데에 다이아뭔드인지 큐빅인지 모를 자그마한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였다. 허니는 엉겁결에 반지를 손에 끼우고 나왔다. 스완의 왼손 약지에도 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있었다. 허니는 매장을 나오면서도 벙쪄있었다.



"어때요. 도장 좀 찍은 거 같아요?"


 

"무슨, 무슨 반지에요 이거?"



"당장 결혼은 어렵고, 연애는 가벼운 거 같다며요. 그럼 결혼을 약속한 연애를 하면 되는 거죠. 약혼반지에요, 이거."



"...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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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도 빼고 다니지 말아요. 엄청 어린 약혼자 보내는 내 마음도 편한 거 아니니까."




허니는 끄덕거리고는 스완의 가슴팍에 콩, 하고 이마를 박았다. 스완은 그런 허니를 끌어안고 내려다보다가 이마에 처음으로 입을 맞췄다. 허니는 그로부터 정확히 반년 뒤에 기차에서 만났던 기자에게 약혼 소식을 전했다. 








스완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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