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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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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다른 곳에 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어.

 

루서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건 뒤, 파이브는 곧장 하그리브스 저택으로 갔다. 이제는 하그리브스가 살지 않는 버려진 집이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도 남매들 사이에서 그곳은 하그리브스 저택으로 불렸다. 


 

파이브는 방치된 대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2m 가까이 되는 남자가 몸을 동그랗게 말아 다른 남자의 왼쪽 다리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붙잡아두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루서가 괴력을 잃지만 않았어도 벤을 이곳에 붙잡아두는 게 아주 쉬웠을 것이다. 한 손을 벤을 번쩍 들어 기둥에 묶어두거나, 아니면 쓸모없는 가구를 들고 와 벤을 가두는 임시 감옥을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능력이 사라진 루서는 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조금도 터득하지 못했다. 큰 키와 다부진 근육을 이용해 남의 다리 하나를 붙잡는 게 고작이었다.


 

벤은 신발에 묻은 낙엽이라도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루서에게 붙잡힌 다리를 흔들었다. 지금 루서는 거대한 고릴라 몸을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일반 성인 남자 훨씬 큰 편이었다. 벤의 신경질적인 발길질에 나가떨어질 몸이 아니었다. 벤은 반쯤 감긴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다리에 들러붙은 루서를 떼어내려고 노력하다가 지친 게 분명했다.


 

“그만 좀 떨어져. 왼쪽 다리에 피가 안 통해서 감각이 없단 말이야.”


“내가 또 속을 줄 알고? 어림없지. 30분 전에는 발목이 아프다고 말했잖아.”


“정말로 아팠다고. 네가 발목을 부러뜨릴 것처럼 세게 움켜잡았으니까.” 


“그래서 다리를 놓아주니까 네가 어떻게 했더라. 발로 내 가슴을 찼잖아.”


“가슴이 아니라 그 잘난 얼굴을 찼어야 하는 건데…”
 

“네가 내 얼굴을 발로 찼었어도 난 끝까지 너를 붙잡아둘 거야.”


 

루서가 벤을 올려다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잔뜩 약이 오른 벤을 무기력하게 만들 만큼 바보 같은 미소였다. 벤이 눈을 질끈 감았다.


파이브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두 사람이 벌이는 촌극을 지켜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루서 얼굴과는 다르게 벤의 얼굴은 곳곳이 푸르고 붉은 상처로 가득했다. 왼쪽 눈 주위가 멍 때문에 시커멨다. 콧등에는 찢어진 상처가 선명하게 자리 잡았고, 아랫입술에는 검붉은 피딱지가 들러붙었다. 피를 흘리며 자길 찾아왔다는 루서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파이브는 벤이 얼굴에 단 상처만큼이나 벤이 입은 옷이 신경 쓰였다. 출소 되었을 때 입었던 낡은 옷이나 손님방에 있던 루서의 셔츠를 입고 있지 않았다. 몸에 딱 맞는 짙은 붉은색 터틀넥 위에 더블 버튼 블랙 블레이저를 걸쳤고, 커다란 솔이 달린 독특한 디자인의 로퍼를 신었다. 파이브 옷은 절대로 아니었다. 파이브가 저렇게 요란한 옷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루서. 이제 벤을 놔둬도 괜찮아.”


 

파이브가 말하자마자 루서가 팔을 서서히 풀었다. 벤이 또 가슴에 발길질을 할까 두려워, 루서는 팔을 풀자마자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말았다. 루서 걱정과는 다르게 벤은 루서를 발로 차지 않았다. 끙끙대며 소파에 주저앉을 뿐이었다. 


 

“너흰 오합지졸인 주제에 남을 귀찮게 할 때만 손발이 잘 맞더라.”

 

“집으로 돌아가자.”


“네가 말했잖아. 거취가 정해질 때까지만 그 집에서 지내자고. 짠! 이곳이 내 새로운 집이야. 루서가 허락해 줬지. 허락이라고 말하니까 우습네. 마치 루서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이 집을 소유한 것처럼 느껴지잖아. 무단침입자인 주제에.”


“루서. 벤 말이 사실이야?”


“그럼.”


 

루서가 파이브에게 윙크했다. 윙크는 파이브가 받았는데 벤이 입을 벌리며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이틀 전, 벤은 루서에게 정중한 자세로 하그리브스 저택에서 머물러도 되는지를 물어보았다. 왼쪽 눈 주위와 광대는 부었고, 휴지로 콧구멍을 틀어막아 지혈 중이었다. 셔츠에는 코에서 흐른 피가 묻은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루서를 당황하게 한 것은 엉망인 벤의 행색이 아니었다. 바로 땍땍거리지 않는 벤의 태도였다. 벤이 욕실에 들어간 사이, 루서는 곧바로 파이브에게 음성을 남겼었다. 루서가 파이브에게 연락하는 모습을 본 벤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루서에게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이 파이브 음성사서함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파이브. 걱정하지 마. 이 집에 넘치도록 많은 게 방이잖아. 비록 2층은 제대로 정돈하지 못해서 너저분하지만, 그래도 여기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 어디 있어.”


“너저분하다고? 2층 상태를 그렇게 사랑스러운 단어로 표현하면 안 되지. 동쪽 욕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볼까? 욕조 안에 코요테 사체가 썩고 있잖아."


벤은 코요테 사체를 발견했던 악몽같은 저녁을 떠올렸다. 2층 동쪽에 있는 욕실은 스패로우가 어렸을 때 자주 이용하던 곳이었다. 쓸 데 없는 감상에 젖어 벤은 2층 욕실에 들어섰고, 어른이 쓰기에는 작은 욕조 안에서 혀를 삐쭉 내민 채 누워있는 코요테를 발견했다.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차분히 1층으로 내려와 루서 등을 후드려때리기만 했었다.



“그건 곧 치울 예정이야. 코요테 전문 장의사를 얼마 전에 구했거든. 장례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욕조 안에 있는 녀석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거야.”

"루서. 코요테 전문 장의사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야."
 

“네가 CIA 요원이라고 남의 직업을 함부로 평가하지 마. 코요테 전문 장의사는 진짜로 있는 직업이야.”
 

“넌 사기 당한 거야.“


“그럴 리 없어. 벤. 내가 사기당한 것처럼 보여? 전직 사기꾼으로서 답해봐.”


“누가 사기꾼이야!”


 

벤이 날카로운 말투로 소리쳤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손은 옆구리를 감쌌다.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던 모습이나 큰 소리를 내자 옆구리를 움켜잡는 걸 보아, 벤은 얼굴만 얻어맞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당장 벤 몸에 딱 달라붙는 저 터틀넥을 벗겨내면 커다란 멍이 옆구리에 있을 것이다. 


 

루서와 벤은 언쟁을 시작했다. 주제는 '집 보수 공사에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였다. 루서는 공사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이 집을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소파 옆에 둘 탁자를 고르느라 일주일 내내 시내에 위치한 앤티크 가게를 전부 살펴보았다고 말했다. 벤은 차라리 탁자 하나를 바꿀 돈으로 2층 서쪽에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2분 동안 한 대화가 파이브와 벤이 지난 2주 동안 한 말보다 더 많았다. 심지어 대화 주제가 더 생산적이었다. 초조했다. 벤은 루서와 친밀해 보였다. 이대로라면 벤이 파이브를 따라 집으로 돌아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벤은 파이브 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파이브가 서 있는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싫어 목을 부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둔한 루서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파이브는 알 수 있었다. 벤은 파이브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루서를 벤 옆에서 치워야 했다.


 

“루서. 잠시만 자리를 비켜줘. 벤과 할 이야기가 있어.”


”루서. 가지 마. 파이브한테 취조받고 싶지 않아.”


 

루서는 파이브와 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루서가 누구 말을 들을지는 뻔했다. 벤이 간절한 목소리로 루서에게 말했지만, 그 정도로 루서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루서에게 남은 대디 이슈는 파이브의 말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난 주방에서 이른 저녁을 준비하고 있을게. 먹음직스러운 양갈비와 숙성 양념을 구해뒀어. 둘 다 기대하고 있으라고.”


“멍청한 반죽 덩어리 같은 놈. 그딴 음식은 아무도 기대 안 해.”


 

벤은 주방 쪽으로 서둘러 걸어가는 루서를 향해 투덜거렸다.


이제 커다란 공간에 벤과 파이브만 남았다. 벤은 여전히 파이브를 쳐다보지 않았다. 입을 열지도 않았다. 나무껍질보다도 까슬한 소파 등받이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파이브는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벤 앞에 섰다.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벤이 먼저 입을 열 것이다. 이제 벤은 고개를 숙이고 파이브 구두만을 쳐다보았다. 루서는 미숙한 요리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양갈비 요리를 준비하는 데에만 두 시간은 걸린다. 두 시간이면 파이브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벤은 아니었다. 벤은 불편한 침묵을 오 분도 견디지 못했다. 


 

“좋아.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물어봐. 대답은 내가 알아서 할게.”


“2주 동안 날 피해 다닌 이유가 뭐야? 너답지 않은 행동이었어.”


“피해 다닌 적 없어.”
 

“비겁하게 부정하는 것도 너답지 않아.”


“내가 비겁하지 않다고 생각해?”


“겁이 많지. 그렇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용기를 냈어.”


“너도 다른 벤을 말고 있었네. 이봐. 사람들이 날 어떻게 불렀는지 알아? 비겁한 스패로라고 했었어. 임무에 나가면 내내 몸을 숨기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나타난다면서 날 비겁하다고 조롱했지.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벤은 촉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주로 싸웠다. 몸에서 튀어나온 촉수를 사용할 때마다 사방에 피와 살점이 튀었기 때문이었다. 벤만 나타나면 액션 무비에서 고어 슬래셔 무비로 장르가 변경되었다. 벤에게도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벤은 넘버 원으로서 가장 앞으로 나서서 싸우고 싶었다. 그러려면 파괴적인 능력을 덜 위험하게 바꿔야만 했다. 벤은 조금씩 굵은 촉수는 사용하지 않았다. 한 번에 여러 촉수를 꺼내는 대신에 한 개만 꺼내서 사용했다. 능력을 감출수록 벤은 숨어서 싸우지 않을 수 있었고, 대신에 약해져 갔다. 그래도 벤은 만족했다. 숨어서 싸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넌 내가 사랑받지 못할까 봐 미움받는 걸 택한다고 말했었지. 넌 존재만으로 미움받은 적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뭘 해도 사람들은 나를 몸에서 징그러운 촉수가 튀어나오는 사람으로 봤어.”
 

“널 추앙하는 팬도 많았잖아. 그들은 널 좋아했어.”
 

“그래. 아름다운 시절이었지. 다 사라졌지만 말이야."
 

 

벤은 저택 내부를 둘러보았다. 루서가 매일 이곳저곳을 손보았지만, 버려진 집이 가지는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루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집을 재현하려고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널 피해 다닌 게 아니었어.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하려니까 이것저것 준비해야 해서 바빴던 거야. 새로운 인맥을 만들고, 쓸만한 정보를 구하고, 비어버린 주머니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생각해 내야 했어.”
 

“밤늦게 나가서 새벽에 귀가하는 걸 보면 평범하게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아닌가 보네.”
 

“내가 알 카포네라도 만났을 거라 생각해? 깜찍한 발상이네. 케이터링 회사에 취직해서 웨이팅 스태프 일을 했어.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진행하는 파티가 내 일터였지. 얼마 전에 그만뒀지만.”


 

벤은 수치스러운 비밀이라도 들킨 것처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검은 조끼에 커다란 접시를 들고 다니면 투명 인간이라도 된 기분이었어. 분명 나는 그곳에 있는데,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 내가 뒤에 있는 것도 모르고 자기 동료와 상사를 신나가 욕하더라고. 입이 가벼운 놈들은 슬쩍 중요한 정보로 흘리고. 그럼 나는 돈과 함께 정보는 얻는 거야.”


“돈과 정보만 얻은 것 같진 않네. 얼굴과 옆구리에 멍도 얻게 되었잖아.”


 

파이브가 시커먼 눈가와 벤의 옆구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내가 어찌 된 일인지 내가 맞춰 볼까? 손님 중에서 널 알아본 자가 나타난 거야.”


“치사한 자식이었어. 내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없는 뒷골목에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네가 그 사람이 싸우는 꼴을 직접 봤어야 했는데.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허공에서 휘두르더라. 맞아도 아프지 않았어.”


“대응할 가치가 없는 놈이라서 가만히 맞고만 있었어?”
 

“음…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폭행죄로 신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좀 받았지.”


 

벤이 주머니에서 지폐 뭉치를 꺼냈다. 돌돌 말아서 끈에 묶인 지폐는 모두 100달러짜리였다. 벤이 새 옷을 구입하기 전에는 저 뭉치는 두 배는 두툼했었다.


 

“돈이 생기자마자 집에서 나온 거야?”


“그게 아냐. 인과관계가 잘못되었어. 내가 집은 떠난 건, 우리가 한 마지막 대화 때문이야.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걸 겁내지 말라고 했었지? 네 말이 맞았어. 내게 호의적인 사람에게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말을 듣거나 미움받는 게 무서웠어. 그래서 그 집에서 나왔어.” 


 

벤은 한때 인장 반지가 머물고 있던 약지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미움받을 짓을 했으니까.”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게 아니라면, 넌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


“네가 제대로 된 데이트를 못 할 거라고 말했을 때, 네 표정이 굳었잖아. 그 표정을 보자마자 내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에게 또 상처 줬다는 걸 눈치챘어.”


 

파이브의 표정이 변한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벤이 한 말에 상처를 받아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에 아주 짧은 애도의 시간을 보냈을 뿐이었다.  


 

“미안해. 그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 넌 멋진 직업을 가졌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아.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면서 평범하게 지내고. 그 모습을 보니까 질투라도 났나 봐. 그래서 괜히 그런 말을 했어.”

 

“너도 미안하다는 단어를 쓸 줄은 아는구나."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만큼 자아가 덜 형성되지 않았어. 넌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벤이 입을 삐죽댔다. 파이브는 벤을 자아가 덜 형성된 어른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있었다. 벤뿐만이 아니라, 남매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네가 한 말에 상처받은 적도 없어. 그래도 네 사과는 받아줄게. 그래야 네가 집으로 돌아올 테니까.”
 

“다행이네. 사실은 저런 걸 매일 보고 싶지 않았거든.” 


 

벤이 집을 가로지르는 하얀 빨랫줄을 가리켰다. 루서가 스트립쇼에 입었던 의상이 걸려있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티팬티가 반으로 잘린 바지와 우주복 사이에서 반짝였다. 티팬티가 화려하게 반짝일수록 벤의 얼굴은 한없이 어두워졌다. 


 

“루서가 열심히 만드는 양갈비만 맛보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잠깐만. 잊은 게 하나 있어.”


 

벤이 소파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2층을 가리켰다. 벤은 치즈볼을 먹으며 싸움 구경을 하던 그때의 표정을 지었다. 눈을 반짝이면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루서가 불렀다는 코요테 전문 장의사는 보고 가자. 사기당한 걸 깨달은 루서의 얼굴을 보고 싶거든.”

 

“흠. 좋아. 코요테 전문 장의사라는 건 없다는 내 말이 옳다는 걸 루서가 깨닫는 모습을 보고 싶네.”


 

파이브와 벤은 주방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일 아침에 벌어질 일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못된 장난에 걸려들 피해자를 기다리는 십 대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웃는 사람은 두 사람이 아니었다. 동그란 중절모를 쓴 진짜 코요테 전문 장의사를 데려온 루서였다. 루서는 해맑게 코요테 전문 장의사를 파이브와 벤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20년 동안 죽은 코요테를 위한 장례를 진행한 마크햄 씨야.”


“가족도 없이 죽는 코요테가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그런 코요테를 위한 장례를 기획하고 있죠!”


 

마크햄 씨가 장갑 낀 손을 내밀며 파이브와 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얀 면장갑에서는 보송한 세제 냄새가 진동했다. 


 

“무슨 개소리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유언이라도 남기면서 죽는 코요테도 있다는 뜻이야.”


 

벤이 파이브만 들을 수 있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루서의 말이 옳다는 사실이 충격은 받은 채 성대한 코요테 장례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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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루서와 더 친해 보이는 이유 
= 루서가 상처 받는 건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파이브의 사소한 표정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