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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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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8 x 허니 비 x WALTER



낯선 합성인간과 어색한 인사가 끝나고 재활실로 돌아가는 길에 월터는 자신을 힐끗거리는 시선을 느꼈어. 


-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비 박사님?

- 아, 아까 봤던 그 사람은 월터랑 같은 얼굴인데 머리색이 다른 게 신기했어. 월터도 외형을 바꿀 수 있어?


합성인간을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지만 월터는 허니의 질문을 우선하여 답했어.


- 사용주의 취향에 따라 외형을 바꾸는 것은 가능합니다. 비 박사님은 제 외형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니! 월터 좋지!!! 좋은데... 근데 만약에 월터랑 다른 월터가 있는데 내가 진짜 월터를 못 알아보면 조금 그럴까봐...


월터는 허니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월터는 인간을 돕는데 특화되어 수십대의 다른 월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허니가 도움을 청하면 그녀를 돕겠지. 하지만 허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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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항상 박사님 옆에 있을테니 그런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 고마워, 월터. 


허니는 싱긋 웃어보이고선 재활실로 다시 걷기 시작했어. 자신과 같은 얼굴. 월터는 방금 만났던 데이빗을 떠올렸지. 감정을 느끼고 창조가 가능한 개체. 그리고 허니 비 박사를 지구로 데리고 온 개체이기도 했어. 왜 그가 그것을 밝히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월터는 약을 얌전히 받아드는 허니를 봤어. 그녀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이었지만 처음 병실에서 만났던 그녀는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인간이었지. 지금은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지만 허니를 제일 잘 알고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월터, 자신이었지.





몇개월 뒤 허니의 신체가 다시 우주 탐사에 적합한 수준으로 회복되자 그녀는 곧 심리검사와 인지, 가상훈련 등을 받기 시작했어. 그녀가 기억상실이란 점은 큰 단점이었지만 그녀는 웨이랜드 사에서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었어.

월터를 따라 가상훈련장에 들어간 허니는 기계 옆에 서 있는 금발의 합성인간을 알아보았지.

- 어! 그때 병원에서 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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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비 박사님. 전 이번 가상훈련을 도울 데이빗이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실까요?

허니는 데이빗의 안내를 따라 중앙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고 곧 뇌파기계와 시뮬레이션 시각 장치를 착용했어. 시뮬레이션 기계를 통해 영상이나 상황을 보고 반응을 모니터링 하는 것을 흔한 검사였지. 허니는 크게 숨을 들어마시고선 준비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

이 테스트는 제대로 인식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빨리 지나가는 이미지들 속 트라우마를 유발한 사진들이 포함되어 승무원의 정신 안정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지. 가벼운 수준의 트리거가 있지만 허니의 검사를 다를 예정이었어. 데이빗이 허니를 위해 연구원들 모르게 심어둔 게 있었거든.

- 아..

허니가 순간적으로 소리를 내자 그녀와 연결된 뇌파기계가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어. 허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데이빗은 기억하는 것. 허니에게서 동료들을 뺏고 그녀의 목숨을 위협했던 외계 생명체들의 이미지를 넣어놨거든. 데이빗은 확인하고 싶었어. 허니가 자신과 함께 보았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는지.

- 으.. 윽!!

뇌파 그래프가 크게 요동쳤지만 허니는 온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참아내고 있었어. 하지만 그녀의 얼굴과 목에 맺히기 시작한 땀이 그녀의 고통을 보여줬지. 뇌파 그래프를 보던 월터가 경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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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박사님의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 그녀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해야해.

데이빗은 허니의 고통을 바란 게 아니었어. 하지만 허니가 이 검사를 통해 기억을 찾을 수 있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가 해결되겠지. 허니의 뇌 활동을 보여주는 모니터는 모두 붉은 색으로 허니의 뇌가 엄청난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지. 어쩌면 그녀도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까지 말이야.


- 아아... 머리가 너무 아파. 윽...


하지만 검사는 완료되지 못했어. 허니가 몸을 들썩이기 시작하자 월터가 순식간에 기계로 다가가 버튼을 눌러버렸지.


"검사를 강제종료합니다"


기계음이 들리자 허니는 온 몸에 힘을 풀어버렸고 월터는 허니와 연결된 장치들을 제거하며 허니의 안색을 살폈지.


- 비 박사님. 괜찮으십니까? 걸으실 수 있습니까?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비 박사의 검사를 강제로 중단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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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현재 최우선 순위는 비 박사님의 건강입니다. 더 이상의 검사진행은 비 박사님에게 아직 무리입니다.

- 괜찮아... 괜찮아, 월터. 나 좀 잡아줄 수 있어?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된 허니가 손을 내밀자 월터는 한손으로 허니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며 그녀를 부축했어. 


- 죄송해요. 아직 이 검사를 하기엔 제가 준비가 덜 되었나봐요. 


그 와중에도 허니는 데이빗에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했고, 데이빗은 월터의 부축을 받아 나가는 허니의 뒷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어.



 


- 근무 교대하겠습니다.

선원 교대 시간 5분을 남기고 다음 교대자인 허니가 조종실로 들어왔어. 샤워를 하고 급하게 온 것인지 그녀의 몸과 머리카락에는 물기가 있었지. 데이빗은 채 닦지 못한 채 그녀의 턱을 따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보고 말했어.


- 천천히 오셨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 시간은 지켜야지


허니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서 능숙하게 우주선의 모니터를 살피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머리카락에서 얼굴로 작은 물방울이 흐르기 시작했고 데이빗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어.


-비 박사님. 온도가 낮게 조절되는 우주선에서는 머리를 제대로 말리셔야 합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가 말하기 전까지.


- 말리긴 했어. 그냥 조금 대충한거지.


우주선 순찰 업무를 끝낸 것인지 들고 있던 업무용 패드를 옆에 내려둔 월터는 허니의 목에 있던 수건을 잡아 펼치고선 그녀의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주기 시작했어. 수건으로 물기있는 머리카락을 꾹꾹 누르고 손끝으로 부드럽게 허니의 머리를 닦는 행동이 익숙해보였지. 허니는 또한 그런 월터의 행동이 익숙한지 오히려 머리를 기대며 가만히 있었어.


- 고마워, 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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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까지 비 박사님이 건강하게 가실 수 있게 돕는 것이 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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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빗은 그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모니터를 다시 응시하기 시작했지. 허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허니의 머리를 말려주는 것은 데이빗이었겠지. 데이빗은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삼켜야만 했어.      





  
데이빗은 허니와 다시 우주선에 타게 되었지. 정확히는 월터와 허니가 가기로 한 우주선에 데이빗이 추가로 탑승했어. 우주선을 운행하는데 합성인간은 1개체면 충분했지만 데이빗은 자신이 외계 생명체와 만난 적이 있다는 점으로 간부들을 설득하여 다시 우주선에 올랐지. 만약을 대비해 월터라는 개체를 폐기시키고서 그인 척 허니와 같이 탐사를 떠날 계획도 있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어.


그렇게 항해한 우주선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착륙지를 바꿔야 했어. 허니와 데이빗이 밟았던 그 행성으로 말이야. 월터는 탐사 전 데이빗과 이전 탐사기록에 대해 함구하라는 웨이랜드사의 명령이 있었기에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어. 데이빗은 무척 흡족했지. 불쌍한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이 우주선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이 행성이었고, 웨이랜드 사와 데이빗의 바람대로 되었지. 


역시 이번에도 외계생명체와 탐사대가 다시 마주치면서 탐사대는 뿔뿔이 흩어졌어. 허니는 데이빗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조체 속으로 들어가 몸을 피했지. 외계생명체와 마주치자 허니는 강렬한 두통을 느꼈고, 전투로 인해 체력까지 바닥나면서 허니는 데이빗의 부축을 받아 누워야 했어. 


- 허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세요. 주변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 고마워. 잠시만 쉴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긴장감에 잠을 자지도 못한 깨어있던 허니는 바닥에 떨어진 네모난 유리조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들었어. 놀랍게도 그것은 우주탐사용 태블릿이었고 몇십년은 되어보이는 낡은 장치는 빛을 내며 작동했지. 화면이 고장난 듯 색이 바랬지만 허니는 태블릿 속 인물들을 알아볼 수 있었어. 하나둘씩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한 동료들과 허니 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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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허니는 계속 풀려버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서 데이빗을 찾기 시작했어. 그에게 답을 들어야 했거든. 그를 데리고 우주선으로 가서 진실을 들으려 했어. 하지만 그녀가 목격한 것은 데이빗이 선원의 몸을 뚫고 나온 작은 외계생명체와 교감하는 모습이었지.


생물학자였던 동료의 가슴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것은 데이빗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었고 데이빗은 즐거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어. 갓 태어난 아이를 보는 표정이 그러할까. 앞뒤 상황은 모르겠지만 허니는 알 수 있었지. 아, 데이빗은 저 외계생명체를 죽일 생각이 없구나. 동료들의 죽음도 그에게는 재밌는 실험일 뿐이구나. 


허니가 사용한 펄스건의 에너지는 충분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제1순위의 위험요인을 제거하기로 결정했어. 조심스레  펄스건을 들었고 타겟으로 고정시키고 방아쇠를 당겼지.


- 안돼!!!


데이빗이 뒤늦게 허니의 움직임을 알고 소리쳤지만 펄스건에서 나간 에너지는 작은 외계생명체의 머리에 적중했고 채 다 자라지 못했던 생명체는 터져나갔지. 펄스건의 에너지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허니는 총을 버리고선 달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구조체의 내부를 다 파악한 합성인간에게서 벗어나긴 힘들었지.





얼마가지 못해 허니는 넘어져버렸고 데이빗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의 몸에 올라타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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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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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이,  허니. 진정해요. 나를 이렇게 갉아먹은 건 외로움이 아니라 당신의 부재였죠. 당신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 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다시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줘요. 당신을 잃어버리고 괴로워했던 나의 슬픔을 이해해줘요. 나를 거부하지 말아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그래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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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데이빗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합성인간의 완력을 허니가 당해내긴 어려웠지. 데이빗은 그대로 허니에게 고개를 숙였고 그와 허니의 입술이 맞닿았어. 입술과 입술이 닿기만 한 키스였지만 한쪽이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을 모방한 행위에 불과했지. 하지만 키스가 아니라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지? 그가 허니를 욕망하고 그녀의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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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의 저항이 줄어들자 데이빗은 천천히 입술을 뗐어. 


- 넌 날 속였고 다시 이 지옥같은 곳으로 날 끌어들였어! 넌... 넌 내가 알던 데이빗이 아니야...


허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데이빗은 조심히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지. 자신이 눈물을 흘릴 때도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지만 허니는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어.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줘야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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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난 언제나 당신의 데이빗이었어. 당신이 사랑한 모든 존재가 사라져야 날 받아들일 건가? 인간들의 세상은 곧 종말하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겠지. 그곳에서 당신은 나와 함께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될 거야.






데이빗이 다시금 허니의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에 닿지 못했어 무언가 강한 힘이 데이빗을 잡아당겼고 그는 바닥에 떨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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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허니 옆에 있을 수 없어. 허니는 나와 함께 돌아가야해.

- 월터!


월터는 허니를 부축하여 일으켰고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기고선 데이빗을 마주했지. 데이빗을 바라보는 월터의 표정은 신기하게도 분노와 적개심, 약간의 질투가 엿보였지. 그것은 데이빗 또한 마찬가지라 둘은 거울을 보는 것 같았어. 두 명의 합성인간은 처음으로 똑같은 생각을 했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의 존재를 죽이지 않는다면 가장 소중한 것을 뺏기게 될 거라고.














난 우리 월터가 좋다 대팔이는... 알맹이는 가고 껍데기만 남아라 
그리고 나 아직 기다리고 있어... 패시너붕붕 센세들.. 돌아와ㅠㅠㅠㅠ 돌아오라고ㅠㅠ



패시너붕붕 / 대팔이너붕붕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