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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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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가 제 집으로 올라오는 그 잠깐동안 스완은 몇시간 못 봤다고 이렇게나 반가워하는 게 맞나, 생각했다. 하긴, 밀고 당기기는 실패한지 오래되었다. 허니가 좋은 걸 감추기엔 지나치게 티내버렸다.


떠나갈 관광객에게 빠져서 뭐하지. 붙잡아야 하나? 그런데 내가 붙잡아도 되나? 수많은 생각이 이어질 때쯤 허니가 문을 두드려 흐름이 끊겼다.



"오랜만이야, 알리제. 나 보고 싶었지?"



하필 알리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간이 되어서, 이제 와서 밀어내기도 뭐하다. 복잡한 스완의 마음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니는 해맑게 웃으며 사온 커피를 식탁에 내려놨다. 오르세를 가던 날 아침에 갔던 베이커리에서 빵도 사온 모양이었다. ... 알리제가 좋아하는 간식까지도.



"거기 아저씨도 나 보고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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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봤으면서요."



아까 그렇게나 반가워해놓고, 막상 눈앞에 있으니까 부끄러워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알리제가 어느새 식탁에 올라가가더니 허니에게 안아달라는 듯 앞발을 휘휘 저어, 허니는 어느새 알리제를 받아들고 정수리를 간질여주고 있었다.


허니는 비교적 생각이 덜 복잡한 채로 온 편이었다. 운동하면서 생각을 이미 어느 정도 정리했고, 테라스에서 저를 반가워하던 스완을 보니 더 확실해졌다.


뭐가 됐던 간에 이 사람이랑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망설이다가 놓치고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고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물어봤지만, 확고하게 대답할 수 없었으니까 해보는 게 맞았다. 물론,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는, 고백에 가까운 제안... 아니, 고백을 하려니까 긴장되는 게 사실이라, 입을 겨우 뗐다.



"저... 나 다음주 금요일에 출국하는데요, 스완."



"벌써요?"



"쉬면 몸 굳어지는 거 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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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니 알지 않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허니를 보고 스완은 멈칫했다. 그래, 내내 허니에게 다가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멈칫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이 이유였다는 걸 왜 잊고 있었지. 얼굴만 보면 또 까먹어버려서.



"그래서 그런데... 나랑 만나볼 생각 있어요? 장거리라서, 쉽지 않을 건 알고... 우리가 만난 지 며칠 안되는 것도 아는데요."



이제 그만 보자는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반대라서 스완은 굳어버렸다. 며칠 내내 당황하는 걸 본 적이 없는 허니의 얼굴에, 초조함이 비쳐 스완은 잠시 그걸 구경하다가 겨우 입을 떼려던 찰나에 더 급했던 허니에게 순서를 뺏겼다.



"한국인은 빨리빨리라서, 오늘 운동하면서 생각하고 바로 온 거거든요. 혹시 내가 오해한 거예요? 스완은 그럴 생각 없었어요? 아니면 나 좀 더 기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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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급하네요. 그럴 생각 있었어요. 대답할 틈은 줘야죠, 허니."



누가 양궁 선수 아니랄까봐, 질문도 화살 쏘듯 연이어 바로 날아왔다. 그럴 생각 있었다는 말에 허니는 알리제의 정수리만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스완을 바라봤다. 저 차분해보이는 얼굴이 방금 그럴 생각 있었다고 말한 게 맞나? 좋아요, 우리 만나요. 이어지는 말이 마저 확신을 주자 휘둥그레지는 허니의 눈을 보고 스완은 웃어버렸다.



"진짜에요?"



"이 나이 먹고 그럼 거짓말하겠어요. 게다가 아니라고 하면 알리제 안고 도망갈 것 같은 사람한테는 더 안 그래요."



허니는 희희 웃더니 알리제한테 코를 부비며 펄럭말로 뭐라 말했다. 알리제, 니네 아빠 이제 내 꺼다. 그러니까 너도 내 거야. 알리제 이름 빼고는 도통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엄청 좋아보였다. 실감이 안 나서 스완은 허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허니가 저에게 팔을 뻗더니 제 쪽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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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허니에게 가까이 붙은 스완은 조심스레 팔을 뻗어 허니의 어깨를 감쌌다. 첫 어깨동무였는데, 얼떨결에 가운데에 낀 알리제만 답답한지 짜증내듯 먀오- 하고 길게 울어서 허니가 킥킥 웃었다. 소파에 가까이 가 풀어주자 폴짝 뛰어내리더니 이내 캣타워로 올라가버리는 알리제를 보고 웃다가, 허니는 다시 스완의 허리를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용기내서 손 잡은 게 어제 일인데 이건 너무 가까운가 싶다가도, 이러고 싶은 걸 지난 며칠동안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떠올리고는 스완도 허니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살다살다 이렇게 충동적인 연애는 처음인데, 이렇게나 옳다고 느껴질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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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바보같이 들릴 거라는 거 아는데, 웃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 벌써 웃긴데. 노력해볼게요. 말해봐요."



"... 나랑 사귀는 거 무르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허니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넣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명백하게 웃음을 참는 모습이라 스완은 허니의 정수리만 쳐다보다가, 차라리 웃으라고 했다. 웃음을 참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허니가 고개를 들더니 심각한 스완의 얼굴을 보고는 빙그레 웃어버리고 말았다.



"무슨 아저씨가 이렇게 귀여워. 내가 만나자고 했는데 내가 무르면 진짜 나쁜 사람 아니에요?"



"... 사람 마음은 변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는 잘 안 변하는데. 핸드폰도 이거 5년째 쓰고... 지금까지 같이 노는 친구들도 10년 넘게 놀고 있고요, 20년지기도 있고... 아, 나 양궁도 20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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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 나한테 안 질릴 거라고 약속하는 거예요?"



"네. 스완이 걱정했으니까."



저가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것도 모자라서 배시시 웃어보이는 얼굴이 더없이 예뻐보여서, 양 뺨을 손으로 감싸고 저도 모르게 제나라 말로 말했다. Tu es jolie. (예쁘다.) 
 


의아한 표정으로 무슨 뜻이냐 물어보는 허니에게 저도 비밀이라며 웃어보였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던 허니가 혼자 음성인식까지 해가며 찾아보고서 얼굴을 붉힌 건 알리제만 알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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