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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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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나란히 들어왔을 때쯤은 사실 저녁을 먹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다만 둘이 군것질을 하느라 제대로 된 저녁을 먹지 않은 탓에 붙잡을 핑계는 됐겠다. 분명 겨우 며칠간 빌린 남의 집일텐데, 안에서는 허니의 향이 났다.



"소파에서 잠깐만 기다릴래요?"



허니는 방에 들어가더니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옷을 갈아입은 채 쇼핑백 하나를 들고 왔다. 스완의 옷이 담긴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편히 쉬라고 하곤 부엌으로 들어갔다. 제법 맛있는 냄새가 나서 고개를 들이밀자 부엌 밖으로 내쫓았다.




"... 매운 거 못 먹지 않아요? 아니면 너무 헤비한가?"



눈 앞에 놓인 건 전에 몇번 본 적이 있는 한식이었다. 불고기랬나. 충격적인 건 밥의 양이었다. 밥을 먹을 일도 많이 없지만, 저 양을 먹을 일은 더 없었다. 스완은 억지로 웃고 밥을 좀 덜어줄 수 있냐 물었다. 운동선수라 남다른가. 일평생을 적게 먹어온 터라 당황스러운 양이었다. 허니는 오히려 갸웃대며 그렇게 적게 먹고 세상을 어떻게 사냐고 물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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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밥을 반이나 덜었더니 근심스럽게 쳐다보는 허니 덕분에 과일까지 먹어서 배도 부른 김에 그것도 여행이라고 지쳤는지, 설거지하는 허니를 기다리다가 그새 잠이 들었다. 잠결에 허니가 제 머리에 베개를 넣어줬던 것 같기도 하고, 소파베드로 바뀌기도 하는 거였는지 제법 편하게 다리를 뻗고 자고 있었다. 몸 위에는 두툼한 이불이 덮여있었다. 번갈아가면서 남의 집에서 자는 건 또 처음이었다.



스완은 허니가 안에서 자고 있을, 닫힌 방문을 바라봤다. 취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의 침대도 아니고 소파에서 이렇게 잠든 건 처음이었다. 애초에 남의 집에서 잘 일이 별로 없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 그것도 프랑스 사람은 난잡한 성생활을 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어서 일부러 금욕적인 삶을 살았으니까. 



"어어... 일어났어요?"



"깜빡 잠들었는데, 너무 본격적으로 재워버렸네요, 허니가."



"고양이고 사람이고 내가 다 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요. 스완이 아무리 파리 토박이어도 이 시간은 위험해요. 더 자고 아침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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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허니는 모로 누워 잠이 덜 깬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스완 옆에 가서 앉았다. 이불을 고쳐 덮어주고, 토닥토닥, 도닥여주자 스완은 눈을 꿈뻑거렸다. 허니가 그런 저를 보고 푸스스 웃는 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그 손길이 워낙 따뜻해서 까무룩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 허니는 운동복 차림으로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 운동 다녀올 건데. 가는 길에 집 갈래요? 가서 좀 더 쉬어요."



"... 무슨 운동하게요?"



"요앞에 체육관 있길래요. 등록해놨어요. 근력운동도 좀 하고. 어어, 아저씨. 따라오시기엔 너무 방금 일어나셨구요. 집가서 따님이랑 좀 쉬다가, 제가 찾아뵙던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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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어디 안 가요?"



"나는 원래 여행할 때 2-3일에 한번씩은 외출 안해요. 에너지 충전하려고... 오늘은 체육관에서 땀 쭉 빼고 커피나 한잔 마시고 들어오려구요. 그러고서 빨래 좀 돌리고, 혼자 쉴까 했는데..."



"했는데?"



"스완이 엄청 시무룩한 얼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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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스완의 축 처진 입꼬리를 흉내냈고, 스완은 그런 허니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본인도 본인이 귀여운 걸 아나. 스완은 그런 허니를 보다가, 겉옷만 겨우 껴입고 허니를 따라나섰다. 체육관 앞에서 손을 흔들고는 이따 봐요, 하고는 집으로 왔다. 알리제가 도도도 달려오더니, 어딜 갔다 이제 왔냐고 따져묻듯이 울어댔다.



분명 꽤나 오래 혼자 살아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혼자 있는 게 적적했다. 알리제만 정신없이 청소기도 돌리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 아빠를 관찰했다. 아빠 이상해.어제는 그렇게 꼬박꼬박 들어오던 집을 안 들어오더니, 갑자기 온 몸을 늘려대며 스트레칭도 하고 정신없이 굴었다. 이모는 왜 없어? 소파에서 같이 잤던 거 맘에 들어서 패턴에 넣으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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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


정신없이 돌아다니지 좀 말고 이모처럼 가만히 앉아있으란 소리였는데, 그 말에 귀찮게 저를 꽉 끌어안는 아빠를 콱 물어버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봐줬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나 츄르나 줘라, 말했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저를 빤히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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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너도 보고싶지? 아빠 마음 어떻게 알았어?"



뭐라는 거야. 아빠는 급기야 저를 안고서 테라스로 나가 밖을 내다봤다. 어, 새다. 저가 팔을 휘휘 내저을 때쯤 아빠가 어? 하고 큰 소리를 냈다. 아빠 시선이 향한 곳을 힐끔 보니 어제 그 이모였다. 이모 안녕! 하고 인사하자 이모가 활짝 웃었다. 스완은 알리제를 내려다봤다. 마치 허니를 알아보듯 먀아! 하고 큰 소리를 냈다.



"스완- 알리제- 더우니까 들어가- 나 금방 올라갈게요-"



허니는 손에 큰 봉투를 들고 있었다. 저게 내 츄르인가 싶어 알리제가 품에서 들썩거렸다. 몸을 돌려 알리제를 집안으로 들여보내주고 테라스에서 잠시 생각했다. 아, 없으면 안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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